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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노동자정치신문 42호 목차 / 촛불정세와 정치세력의 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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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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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2 10:55:33, 조회:3,983, 추천: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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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정치협회(노정협) 홈페이지 : http://lmagit.jinbo.net
TEL : 02-6414-1917 / E-mail : labor04@jinbo.net
노동자정치신문42호(통합 54호)입니다.
촛불정세와 정치세력의 과제
모든 투쟁에는 주요한 국면이 있고 그 국면마다 고비가 있고 전환점이 있기 마련이다. 촛불시위에서도 청계천 촛불집회가 가두행진으로 변화한 것이 첫 번째 국면이었다면 촛불시위가 확장되다가 6월 10일을 기점으로 최고조에 올랐던 것이 두 번째 국면이다. 이 두 번째 국면을 계기로 이명박정권은 5월 22일에 이어 6월 19일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자책’, ‘뼈저린 반성’ 등의 표현을 사용해 가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명박은 이어서 민영화 연기, 내각 개편 약속,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 약속 등의 양보조처를 발표했다.
이러한 이명박의 대국민 사과 이후 촛불시위 내부에서도 촛불시위를 계속하자는 의견과 이제 그만 하자는 의견이 엇갈렸다. 여론도 반반 수준으로 갈라졌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때부터 촛불의 의제를 쇠고기문제만 아니라 민영화, 대운하, 교육정책, 조중동 언론 반대 등으로 확대할지 말지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21일 광화문 집회는 시위 대오는 줄었어도 이러한 혼란스런 국면을 돌파할 수 있도록 한 계기가 됐다. 21일 집회는 주요 국면은 아니지만 촛불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쟁을 이어가는 주요한 소국면의 계기가 됐다.
이명박은 타오르던 촛불시위가 소강상태에 빠지자 대국민 사과 5일 만에 “일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시위는 정부 정책을 돌아보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만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엄격히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고 강경한 발언을 했다. 며칠 뒤인 27일에는 쇠고기 수입을 위한 장관 고시를 발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적 분노는 다시 높아졌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앞당긴다는 발표를 했다. 28일 집회는 촛불시위 중 가장 격렬하고 첨예하게 충돌했다. 6월 10일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전의 소강국면에 비해서 시위 참여자 수도 상당히 늘어났다. 28일 집회에서 경찰은 물대포는 물론이고 진압봉을 휘두르고 방패로 시위대를 찍어 대면서 무자비한 폭력으로 촛불시위를 진압했다. 촛불시위대도 소방호수로 대항했고, 경찰 몇 명이 시위대에 잡혀서 무장해제 되기도 했다. 이날의 폭력적 진압과 충돌로 촛불시위대의 부상자 수가 수백 여 명에 달했다.
폭력은 무조건 프락치다면서 비폭력을 외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누군가 비폭력 평화시위를 외치면 앞에 나가서 경찰들한테 맞아보라고 외친다. 이제는 무장을 하자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29일 집회부터는 아예 시청광장을 경찰이 원천봉쇄하면서 또 다시 격렬한 양상이 되어 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장관고시 강행과 함께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했지만 지금은 실질적인 총파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애초에 장관 고시 전에 예정됐던 7월 2일 총파업과 7월 5일의 대규모 집회 참석이 사실상 새로운 주요한 국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니 그 이전이라고 경찰의 폭압적인 진압 방식으로 볼 때 새로운 국면이 폭발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높다.
촛불의 제한된 요구와 잠재된 투쟁의 성격
촛불시위는 민주주의 투쟁의 요구로 나타나고 있다. 맑스나 레닌이나 민주주의 투쟁 단계를 거치지 않고 사회주의 혁명으로 갈 수는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사회주의 혁명은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혁명을 할 수 있는 특정한 역사발전 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촛불시위가 민주주의 요구를 내걸고 있기 때문에 이 투쟁은 민주주의 요구 수준에 갇혀야 하는가?
맑스나 레닌은 혁명을 위한 객관적 역사발전을 말했지만 동시에 민주주의 투쟁에 있어서 노동자의 계급으로서의 독자성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레닌은 1905년 러시아 혁명이 부르주아 민주주의 투쟁의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노동자 계급이 주도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반면에 멘셰비키는 역사발전의 국면이 부르주아 혁명이기 때문에 부르주아가 주도권을 장악하고 노동자 계급은 철저한 야당으로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했다. 레닌은 역사발전의 객관적 발전 단계인 민주주의 투쟁의 단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했지만 유럽에서의 부르주아의 반동성을 보고 민주주의 투쟁을 노동자계급이 주도해야 한다고 변증법적으로 사고했던 것이다.
촛불시위는 현재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외침에서 보듯이 민주주의 투쟁의 겉모습을 하고 있다. 이 투쟁은 이명박정권이 국민의 건강권이나 생존을 제대로 신경 써서 대한민국을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로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퇴진 요구가 터져 나오지만 아직까지는 실질적인 정권 타도 투쟁이 아니라 이명박정권이 재협상에 나서라는 압박용에 머물러 있다.
물론 대중들의 민주주의 요구는 단순히 허상의 요구는 아니다. 그러나 이 투쟁은 민주주의 투쟁의 성격이 한편에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단순하게 민주주의 투쟁으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 이 투쟁이 민주주의 투쟁의 성격으로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촛불시위대의 의식 정도,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회주의 정치조직이나 당이 주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쟁의 성격을 규정하는 이러한 조건이 변화한다면 촛불시위는 언제든지 새로운 성격으로 전환될 수 있다. 촛불시위는 이명박정권의 통치형태나 방식, 예를 들어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한다는 점 등 때문에 이명박정권을 비판한다. 정권에 대한 분노는 이명박이 주요한 국면에서 어설픈 대처로 불을 지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투쟁은 이명박 정권의 자본을 위한 정책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가 담겨져 있다.
쇠고기 협상의 문제도 미국 축산업자 같은 대자본의 이익이나 한미FTA체결의 선결조건에서 보듯 한미독점자본의 이해가 담겨져 있다. 여기에 독점자본을 위한 민영화, 자본주의 교육정책,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의 대변자인 재벌신문 조중동에 대한 분노, 점점 더 극단화 되는 양극화, 물가 폭등, 실업문제 등 자본주의 계급모순과 깊게 관련돼 있다. 촛불시위가 이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것이 투쟁의 본질이다. 하지만 본질은 현상으로 나타나면서 왜곡되거나 굴절되기도 한다. 또는 다양한 형태나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자본주의의 계급모순에 대한 분노는 현재 이명박정권에 대한 분노와 민주주의 투쟁의 요구로 제한되어 나타나고 있다. 물론 민주주의 투쟁의 요구는 대중들과 노동자계급 자신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게다가 모든 민주주의 투쟁은 반자본 투쟁과 물과 기름처럼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87년 민주주의 투쟁은 남한에서 독점자본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 폭압적 반공정책으로 인해 노동자계급과 혁명적 정치조직이 제대로 조직되어 있지 않아서 민주주의 투쟁의 주도자가 될 수 없었다. 대신에 이 투쟁의 주도자는 재야나 야당, 학생들로 표현되는 소부르주아 세력들이었다. 그것도 핵심 주도 세력은 부르주아 야당 세력들이었다.
투쟁의 주도 세력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폭압적인 군부독재에 맞서서 직선제 등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요구를 건너 띄고 곧바로 반자본주의 요구로 직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당시는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형성되지 않은 조건에서 대중들의 요구가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남한 자본주의의 모순 자체를 인식하기보다는 군부독재라는 억압적, 폭력적 통치형태 자체에 모든 불만을 쏟아 부었다. 따라서 남한에서의 민주주의 투쟁은 비교적 자본주의가 발전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부독재라는 폭압적 통치 형태에 대한 저항과 분노로 제한되어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직선제를 담은 노태우의 6. 29선언과 함께 거대한 대중들의 저항이 단박에 잠재워졌던 것이다.
촛불시위에서의 이명박정권에 대한 분노는 한 편으로는 노무현에 대한 향수현상을 가져오지만 전면적으로 부르주아 야당에 대한 지지로 옮겨가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이명박정권의 등장은 노무현에 대한 실망의 한 표현이었기 때문에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전면적으로 옮겨가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촛불시위의 양상에 따라 국회 등원과 장외 투쟁이라는 경계를 오가며 기회주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촛불시위는 여전히 민주공화국 요구를 내걸고 있지만 과거 군사정권 시절 직선제 같은 형식적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대한 약속으로 대중들의 저항을 잠재우기는 어렵다. 대중들의 이명박정권에 대한 분노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대단히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과의 쇠고기 문제 하나만 보더라도 이명박정권은 촛불시위로 인한 정치위기 속에서도 미국 거대자본과 한미FTA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남한 거대자본의 이익을 전면에서 거스를 없었기 때문에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 문제 하나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명박의 지지들이나 독점자본은 이명박이 촛불시위로 인해 ‘개혁정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며 자본을 위한 정책이 차질 없이 수행될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명박의 개혁정책은 바로 사적 독점자본에게 최대한의 수혜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대대적인 민영화 조치에 있다.
대운하 문제도 이명박은 이것이 마치 1929년 전 세계 대공황 이후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46개의 대형 댐을 건설해서 미국의 경제공황을 탈출하려 한 것과 유사한 시도이다. 당시 미국의 대형 댐 건설 계획이 테네시강 개발공사법이었던 것도 이명박의 대운하 정책이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하천재정비 등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이명박정권은 현재 전 세계적 경제위기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이미 미국은 주택가격이 폭락하면서 주택 대출자들의 파산과 부실금융을 대출한 금융업체의 동반부실이 연쇄적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석유가 폭등으로 인한 물가폭등과 소비위축 등으로 생산자본의 위기도 맞물리고 있다. 5주 연속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실업률도 4.5%에서 5.5%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경제공황의 초기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제위기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제3차 오일 쇼크 조짐과 더불어 물가폭등과 소비위축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위기로 전 세계 곳곳에서 물가폭등과 식량가격 폭등에 맞서 격렬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남한도 이미 지난 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경상수지 적자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의 747 공약과 경제 살리기는 이미 남한의 경제위기와 더불어 물 건너 간지 한참이다. 전 세계적인 정치위기의 배후에는 경제위기가 있다. 이명박의 정치위기 뒤에도 남한의 경제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이명박은 이러한 경제위기를 안간힘을 써서 돌파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대중적 불만은 더 높아지고 있다. 이것이 단순히 문화현상으로 여겨졌던 촛불시위라는 불만의 근본적인 뿌리인 것이다.
촛불시위는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어 쉽게 끝나지 않고 있다. 이 투쟁은 이명박의 비민주적인 통치형태나 방식에 대한 분노를 담고 있지만 이명박의 친자본 정책에 대한 불만도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촛불시위는 민주주의 투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동시에 급진적인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내적 가능성과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이명박정권이나 자본은 더 이상 양보하면 이 싸움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총자본은 단순히 이명박정권에 대한 저항이 단순히 정부 정책의 한 부문에 대한 불만 정도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총자본은 시민사회에 대한 양보와 설득이라는 부르주아 헤게모니를 발휘할 수 없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위기를 안고 있다. 어쩌면 촛불시위의 진짜 배후는 자본주의 경제위기라 할 수 있다. 역사의 격동기에는 항상 경제위기가 있었다. 경제위기는 대중들에 대한 양보와 타협의 여지를 줄인다. 자본도 살아남기 위해 악착 같이 노동자를 공격하고 자본 간 경쟁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악귀처럼 발버둥 쳐야 한다. 자본이나 정권이나 촛불시위에 대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을 치려한다. 이러한 총자본의 절박한 인식이 조중동이나 경총 등을 통해 자본의 요구로 나타나면서 이명박정권이 정치적 명운을 걸고 폭압적인 대응을 하게 된 것이다.
반대로 촛불시위도 마찬가지로 중간의 타협이나 어정쩡한 이명박의 양보로 깃발을 내릴 수 없다. 만약 지금 촛불이 꺼진다면 민주주의 투쟁의 성과마저도 잃어버리고 우리 사회는 반동 부르주아 독재의 시절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이러한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이명박의 폭력적 조치에 분노하며 촛불은 이글거리면서 성내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계급과 정치세력의 과제
6월 항쟁은 기만적인 직선제로 인해 미완의 부르주아 민주주의 투쟁으로 끝났지만 노동자계급은 이러한 투쟁의 최대의 수혜자였다. 노동자계급은 반독재 민주화 투쟁이 가져온 부르주아 지배체제의 약화, 권력 내부의 분열, 자신감의 증가 등을 계기로 7, 8, 9월 노동자대투쟁으로 오랜 단절과 암흑을 뚫고 거대하게 다시 역사의 전면에 섰다. 이후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은 이른바 ‘시민’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대부분의 투쟁을 노동자 계급이 주도해 왔다. 그런데 대공장 정규직 투쟁이 현장의 약화로 위축되고 약화됐을 때, 비정규직 투쟁이 고립 속에서 처절하게 투쟁하고 있을 때 촛불시위가 터져 나왔다. 물론 과거에 노무현 탄핵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있었지만 그 투쟁은 사실상 자유주의 부르주아에 분파에 대한 지지로 한계가 분명했고, 효순이 미선이 추모 촛불문화제가 있었지만 이렇게 전면적이고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지 못했다.
처음에 대부분의 정치세력들은 촛불시위를 소부르주아 평화 시위 정도로 폄하하고 있었다. 소부르주아 학자들은 인터넷 세대의 반란 정도의 문화현상 정도로 취급했다. 그러나 촛불시위는 우연적으로 밤샘 가두시위로 정치세력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이 집시법의 한계에 갇혀 있을 때 촛불시위는 재기발랄한 모습을 보이며 도로를 헤집고 다니며 공권력을 조롱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촛불은 우리에게 낯설고 어색하고 생경한 것이었다. 가끔 불리는 애국가 합창과 비폭력 평화시위에 대한 과도한 집착, 대한민국 송에 대한 심정적인 반발도 있었다. 그러나 촛불은 우리의 주관적인 정서와는 상관없이 역동성과 자발성으로 꿈틀거리며 변화무쌍하게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물론 촛불시위에 대한 과도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촛불시위는 반자본주의 요소를 내적으로 포함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올바른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국가주의적 요소도 담겨져 있다. 아주 극단적인 예측일 수 있지만 무정형의 대중들은 경제위기가 격화되고 자본주의를 벗어나는 급진적 정치전망을 제시하는 정치세력들이 없다면 파시즘의 소부르주아적 토대로 돌변할 수도 있다. 물론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촛불이 이렇게 정반대 모습으로 타락한다면 그것은 촛불시위의 탓이 아니라 정치세력들의 과오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촛불은 정권의 폭압적인 탄압으로 분노하고 있고 지금이야말로 투쟁의 전망이나 가두시위 전술, 물리력 등에서 진정한 지도에 목말라 있다. 민주노총은 고시 강행 이후 앞당겨 총파업 지침을 내리고 있지만 실질적인 총파업 참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지난 번 찬반투표가 사실상 부결된 적이 있었고 발전산업노조 또한 이번에 찬반 투표가 부결됐다.
물론 자본의 악선동도 있지만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은 우리가 왜 우리와 직접적으로 무관한 문제로 총대를 메야 하느냐는 정서와 FTA의 수혜자라는 자본의 거짓선동 때문에 임단투 찬반투표에 비해 반대를 많이 했다. 발전노조 조합원들은 발전은 민영화 대상이 아니라는 정부 발표 때문에 총파업 투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화물연대는 쇠고기 운반저지 투쟁에 앞장서고 있지만 사실상 촛불국면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자신들의 요구를 타결했다. 건설노조와의 공동투쟁도 이뤄지지 않았고 파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조기타결과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하지 않은 문제와 더불어 타결내용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런데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화물연대는 광우병 쇠고기 반대라는 대중들의 요구를 내걸고 끝까지 투쟁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조합주의적 요구에 갇혀 버렸다는 점이다.
현자와 발전의 경우도 민주주의 투쟁과 전체 인민의 전위 투사가 돼야 한다는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임무를 자각하지 못하고 조합주의 시야에 갇힌 결과다. 이러한 현상은 물론 조합원들의 탓이기 보다는 이렇게 조장한 노조 지도부의 탓이 더 크다. 특히 현자는 과거에 ‘짧고 굵은 투쟁’이라는 명목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거부하고 조합주의를 부추겨왔던 결과이다. 이러한 조합주의의 문제는 사실 자동차 4사는 물론이고 남한 노동조합 운동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동안 많은 노동조합 관료들은 국민여론의 악화를 이유로 투쟁을 접은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의 민주노총 총파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지를 받고 있다. 촛불시위자들은 이제 촛불시위의 한계를 깨닫고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애타게 요구하고 있다. 지금 같은 시기에 노동자 계급이 제대로 총파업을 하지 못한다면 노동자 투쟁은 두고두고 계급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현장활동가들과 정치조직은 총파업 선언이 선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 총파업이 조직될 수 있도록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노조집행부에게는 실질적인 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하는 압박을 가해야 한다. 조합원들을 촛불시위에 대거 동참시켜야 한다. 경찰의 촛불시위에 대한 폭력적 진압을 규탄하는 유인물, 대자보, 출근투쟁, 거점농성을 강화하고 쇠고기 운송반대 투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촛불 가두투쟁을 직접 조직해야 한다. 정치 총파업과 가두투쟁이 결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촛불정세를 활용해서 현장에서 자본과의 힘의 역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 기회에 노동조합에 팽배해 있는 조합주의를 떨쳐버리고 인민 전체의 이해를 위해 앞장서는 전위로서의 노동자계급의 임무를 알려내야 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촛불시위에 담긴 현재의 투쟁 요구를 그것에 숨겨져 있는 본질적인 성격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촛불시위가 아무리 극심해져도 그 자체만으로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전환할 수는 없다. 양적 성장이 질적 전화 즉 양질전화 하기 위해서는 양의 축적도 중요하지만 질적 전화의 계기가 있어야 한다.
촛불에 담겨져 있는 반자본주의 성격의 불씨를 거대한 불길로 끌어내는 것이 정치세력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치 세력들은 하나 같이 촛불시위 대오의 뒤를 따라잡기도 바쁘다. 마치 모든 권력은 촛불시위대에게 있는 듯하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다함께가 촛불시위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지만 촛불시위의 정치적 전망이나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강기갑 개인으로 상징되는 인기에 의존하고 있고, 진보신당은 진보신당 변호인단과 칼라 TV 등으로 시위대들의 호감을 이끌어 내고 있을 뿐이다.
다함께는 지난 번 확성기 사건으로 인한 불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함께는 그것이 지도의 방식과 내용에 대한 불만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율주의자들과 선을 그으면서 지도는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28일 집회에서 다함께 회원들은 “이명박이 우리에게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명박이야말로 국가 정체성이 없습니다”라고 선동하며 신문을 팔았다. 한 명이 아니라 모두들 이렇게 똑같이 외쳤다. 이것이 현재 국가의 계급적 성격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다함께의 정치수준이다. 다함께의 신문 내용도 현상적인 수준에서의 폭로일 뿐 투쟁의 본질적인 부분을 깊이 있게 파헤치고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소부르주아 평화주의 세력으로 전락한 다함께가 촛불시위의 급진적 전망을 제대로 제시할 수는 없다.
물론 우리도 무기력한 것은 마찬가지다. 노동자계급을 조직할 힘도 촛불시위에 힘 있게 개입할 능력도 되지 않는다. 노동자계급이 아닌 정말로 처음 해보는 낯선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선동에 대한 부담감도 안고 있다. 촛불시위를 지도하기는커녕 촛불시위가 가진 역동성과 열정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촛불국면을 통해 조합주의와 관료주의, 개인주의에 찌든 현장을 바꿔내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자본주의 정치폭로를 하고 조직하려는 시도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백보를 양보해서 지금까지의 무기력은 처음으로 접하는 촛불시위라는 이유와 섣부른 개입이 불신을 살 수 있다는 조심성 등으로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앞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치세력은 존재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하고 급진적 요소를 안고 있는 촛불국면을 방관하고서 앞으로 무엇을 하자고 나설 수 있겠는가?
28일 격렬한 투쟁을 기점으로 이제 또 다시 급변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명박정권은 더 이상 밀리면 끝장이라는 식으로 광란의 탄압을 하고 있다. 축제와 저항이라는 온건한 투쟁의 양상은 정권의 미친 도발로 인해 물리적인 투쟁을 모색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는 촛불시위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전망에 목말라하고 가두 투쟁 전술 등에서 조직된 투쟁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촛불시위는 정치조직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기서 당신들의 지도력을 마음껏 발휘해 보라!”<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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