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고>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의 현실과 과제
기아자동차 화성 비정규직 현장투쟁단(이하 현투단) 회원
들어가며
03년 4월, 기아자동차 화성 비정규직 현장투쟁단(이하 현투단)의 출범 기조는 투쟁을 통한 조직,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을 통한 계급적 단결이었다.
비정규직 조직화 방향에 있어 정규직노조로의 직가입은 형식적인 조합규약개정이 아니라, 실질적인 공동투쟁을 통해서 실현되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급적 의식 전환의 과정이자, 단결의 구현체로서 지향되었다.
기간 화성공장에서는 세 번의 승리한 하청업체 투쟁이 있었고, 현재 남양A/T 업체투쟁이 진행 중에 있다. 열사정국과 주5일제 쟁취 투쟁, 연이은 구속, 수배와 현장탄압에 맞서 수차례 정규직과의 공투체가 꾸려졌고 공동투쟁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사내하청 업체투쟁을 통한 조직 확대는 답보상태에 있다. 기아 자동차 내 전체 비정규직의 공동요구를 내건 전 공장적 투쟁 형성은 더욱 먼발치에 있다. 정규직과의 공동투쟁은 현장제조직과의 공투체 건설 이후, 몇 차례 공동 집회와 공동선전물 발행 이상의 투쟁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안별 “헤쳐 모여”를 반복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투쟁이 전국전선으로 발전하는 데 있어 기아 현투단의 조직 역량은 기여하지 못했다. “전투적 발언과 행동에 참여했다.”의 자위가 아니라 비타협적 투쟁을 위한 실질적인 물리력을 담보해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의 미래는 결코 아니다. 기간의 투쟁 과정은 한계와 동시에 분명한 성과를, 나아가 보다 명확한 과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기간의 투쟁 평가 속에서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후 투쟁의 전망을 명확히 세워내자. 직면한 04년 임단협 투쟁은 명확한 목표와 전망 속에서 힘차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비정규직 투쟁주체들만의 고민이 아니라, 자본의 사활적 이윤 창출전략인 노동유연화와 비정규직 양산에 반대하는, 계급적 단결을 최우선으로 하는 노동자 모두에게 해당되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은 강고한 현장투쟁, 비타협적 투쟁만이 현장에서 모든 것을 검증하고 평가할 것이다.
사내하청투쟁의 조직과 확대, 전 공장적 하청투쟁을 위하여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비정규직의 처참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 업체별로 수십 명씩 찢겨 나눠 있는, 계약해지 등 자유로운 해고가 보장돼 있는, 또한 비정규직 투쟁의 패배를 너무나 자주 확인하는 - 비정규직 노동자는 쉽사리 투쟁에 나서지 않는다.
업체투쟁을 진행할 주체의 조직과 확대(이것은 현투단에 의해 조직적으로 준비되기도 하고, 현장의 자발적 투쟁에 현투단이 긴밀히 결합함으로써 투쟁과정에서 양적, 질적으로 강화되기도 한다)가 현장에서 이뤄지고,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정규직 노동조합 또는 정규직의 확고한 공동투쟁 의지가 느껴질 때, 그리고 현장투쟁에서 발현될 때, 비정규직은 자신감을 가지고 대중적인 업체투쟁을 창출한다.
비정규직 투쟁의 이러한 조건 속에서 03년 6월부터 10월까지 사내 하청업체인 기광, 성원기업, 신성물류(주)의 연이은 투쟁이 진행되었다. 현장의 자생적 투쟁에 현투단이 긴밀하게 결합하거나, 조직적으로 준비한 투쟁이었다.
이러한 업체투쟁을 통해 현투단이 실현코자 했던 것은, 1)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투쟁주체로 조직하는 것, 2) 비정규직 문제를 전 공장적으로 알려내고, 타 하청업체 투쟁으로 확대하는 것, 3) 업체투쟁을 정규직과의 공동투쟁의 장으로 조직하는 것, 나아가 이러한 4) 비정규직 투쟁을 전국적으로 알려내고, 대공장 사내하청 투쟁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투쟁을 확산시키는 것이었다.
3개월에 걸쳐 진행된 세 차례의 사내하청 투쟁은, 1) 비정규직도 투쟁을 통해서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입증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2) 비정규직 투쟁주체가 조직되었고, 업체 내 대중적인 노동자회가 건설되었으며, 업체를 넘어 부서별 업체연함 모임이 꾸려졌다. 그리고 이는 3) 현투단 가입으로 이어지는 조직적 성과로 남았다. 업체투쟁의 과정에서 정규직과의 공동투쟁은 정규직 활동가들의 연대 수준에 머물렀지만, 4) 공동투쟁의 현실 가능성을 확인했고, 현장 제조직과의 조직적 연대 전망을 열어주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업체투쟁에서 보여 진 한계는 확대된 하청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업체별 요구 실현을 성과로 마무리 되었다는 점이다. 화성공장 내 22개 하청업체가 부서별, 공정별로 수십 명씩 나눠져 있는 현실에서 아직은 소수의 업체로 구성된 투쟁체를 중심으로 하청업체들의 자연적인 연쇄투쟁, 공동투쟁을 기대한다는 것은 매우 무리한 일이다.
하나의 하청업체투쟁이 타 업체투쟁으로 확대되고, 나아가 전 공장적 하청투쟁으로 조직되기 위해서는 업체와 업체를 잇고, 공동투쟁을 조직해 나갈, “업체별 혹은 공장별 세포로서 투쟁주체(나아가 확대된 투쟁주체들의 모임)가 조직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확인되었다.
사내하청 투쟁의 조직과 확대를 위한 업체별, 공장별 세포, 세포단위
(투주체들의 모임)를 조직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기존의 정기홍보물(하나된 노동자)과 공장 내 선전, 선동은 현투단 활동과 투쟁의 성과를 알려내고, 비정규직 문제를 공론화 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조직화 방식은 대단히 수공업적이고 추상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게다가 정규직 활동가의 지원(공장 내 홍보물 배포)을 받아야만 했던 현투단 조직력과 활동조건(비공개, 미전임자, 업체방문의 제한 등)은 그 어려움을 더했다.
기간의 하청업체 투쟁이 현투단 초기 성원들의(소속된 업체에서의) 목적의식적인 조직에 의해 가능했다면, 수공업적 조직화 방식에 머물렀다면, 이제 현투단은 22개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상호소통 할 수 있는 보다 직접적인, 보다 대단위적(업체별, 공장별)인, 그리고 안정적인 조직화 공간을 창출해 내야 한다.
현투단은 대단위적이고 안정적인 공간 확보(업체별, 공장별 교육사업과 토론회, 기타 사업 등)를 통해, 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대면하여 업체투쟁의 성과를 알려내고, 투쟁주체를 조직하고, 타 업체에 대한 구체적인 조직조건을 파악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른 업체투쟁 조직화를 대중적 의견수렴 속에서 투쟁주체와 면밀하게 논의하고, 계획하여 실행해 나갈 것이다. 새로운 하청업체 투쟁을 조직하고 진행하면서, 공동의 요구를 도출하고, 하청노동자 공동의 요구를 담아, 하청업체 공동투쟁을 통한 전 공장적 하청투쟁을 현장에서 실현시켜 나갈 것이다.
비정규직 주체로서 현투단의 헌신적인 투쟁을 전제하고, 이러한 조직화를 통한 비정규직 투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미 조직돼 있는 정규직 노동조합과 현장 제 조직들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에서 정규직 노동조합, 현장 제 조직에 요구되는 것
비정규직 투쟁 조직화 공간의 확보
현투단은 지난 3월 22일부터 25일까지 “04년. 임단협 비정규직 요구안 마련을 위한 설문조사”를 화성공장 11개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업체별, 공장별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참여해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 사업은, 그 이상의 의미를 현투단에 확인시켜 주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단적 참여가 가능하고, 그 공간에서 현투단의 조직적 사업이 대단위적(업체별, 공장별)으로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체 사장의 눈치 보지 않고, 비정규직이 집단적으로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이 설문조사 사업이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화성지부”와 공동으로 진행됐기 때문이었다. 조합이 공동으로 진행하지 않았을 경우, 하청업체는 결코 하청문제가 드러나고 비정규직이 집단적으로 모이는 공간을 좌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 사업은 현투단이 노동조합에 적극적으로 비정규직 공동사업을 제안하고, 조합이 이를 실천했을 때, 보다 집단적이고, 공개적인 비정규직 투쟁 조직화 공간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노동조합과 공동설문조사가 실행되기까지는 무려 3주간에 걸친 연기와 난관들이 있었다.
그러나 현투단은 노동조합, 현장 제 조직, 부서별 대의원 공투위에 업체별, 공장별로 하청노동자 교육사업과 토론회 등의 공동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제안해야 한다. 공동사업이 가능하지 않다면 독자적으로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 할 있는 최대한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규직 단위들에 요구해야 한다.
현투단은 비정규직 투쟁에 있어 노동조합(대의원, 정규직 활동가를 포함하여)이 해결사나, 중재자로 나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 비정규직 주체들이 투쟁을 조직하고, 진행하고, 확장시켜 나갈 수 있도록, 조직화 공간을 확보하는데 공동으로 노력하고 투쟁해야 할 것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의 배치와 실천
이미 현장에서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당위는 공문구일 뿐이다. 차별을 통한 자본의 정규직, 비정규직 분할 전략은 이미 현장 노동자들의 의식까지 파고들어 정규직에 대한 동경과 분노, 비정규직에 대한 동정과 멸시가 상존해 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동조합과 현장 제조직의 지속적인 조합원 교육과 공동투쟁 진행은 정규직, 비정규직이 계급적으로 단결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의 실현은 계급적 단결이라는 공허한 당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공동투쟁은 실천의 문제이다!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사업을 실행하고, 공동투쟁을 배치하고 실천해 낼 때만이, 정규직 비정규직의 계급적 의식전환이 가능하다.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차원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정규직 교육사업은 전무한 상태다. 03년 임투에서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관한 특별요구안이 상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임투 과정에서 비정규직 참여 조직은 진행되지 않았다. 화성공장 하청업체 투쟁에서 지부차원의 조합원 참여 조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 홍보물인 “함성” 어느 구석에도 비정규직 투쟁의 함성은 자리 잡지 못했다.
공동투쟁에 있어, 화성 기아자동차 현장 제조직의 현실은 “내 발등의 불도 못 끄는데 비정규직 투쟁까지”라는 정규직 활동가의 자조 섞인 말에서 확인된다. 03년 열사투쟁 시, 총파업 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로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올해 화성공장 1라인 대의원 사찰과, 2라인 차량이관, 정규직 활동가들의 구속 수배 사태에 대한 노동조합과 현장 제 조직의 무기력한 대응은 “참담하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정규직이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규직 발 등의 불” 또한 계급적 단결로서 비정규직이 함께 꺼뜨려야 할 공동투쟁의 대상이다. 작년, 11월 열사정국에서 현장 제조직과 현투단이 함께 건설한 “노동탄압분쇄, 비정규직 주5일제 완전적용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는 총파업 부결사태로 얼어버린 현장에서, 수차례의 공동집회와 공동선전물을 발행하는 투쟁을 진행했다.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다시금 현장 투쟁을 조직하고, 복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03년 6월, 두 차례의 공동선전물을 발행하고 해체된 “기아자동차 화성 비정규직 공동투쟁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층 더 진일보한 것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사안을 구분하지 않는 계급적 관점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공동투쟁체(이하 공투체)가 현장에서 보다 강위력한 투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투체에 참여하는 현장 제 조직의 확고한 투쟁의지와 실천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현장 조직 전체 조직원의 결의와 실천이 조직될 때 담보될 것이다.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진실은 현장에서 입증될 수 있다. 지속적인 공동투쟁의 제기와 실천, 그것만이 대안이다.
04년 임단협 투쟁에서의 실천적 과제
1. 임단협 투쟁을 대중적인 하청업체 투쟁 조직화의 장으로 만들어가자.
기아 하청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목이 임단협 비정규직 요구안에 집중되고 있다. 현투단은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비정규직 요구안을 대의원대회에 제출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노동자의 요구와 투쟁이 집중되는 임단협 시기, 1) 현투단에 조직된 하청업체는 공동요구안과 더불어 업체별 요구안을 가지고 임단협 투쟁에 임할 것이다. 현투단은 2) 하청업체 투쟁과 정당한 비정규직 요구안을 알려내며, 대단위적인 하청업체 조직화 사업을(업체 순회 및 간담회 등) 계획하고 실행할 것이다.
2. 임단협투쟁을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으로 진행하자.
현투단은 노동조합에 1) 모든 임단협 투쟁사업(집회 및 파업 등)을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하고, 비정규직 참여를 최대한 조직해야 한다. 현투단이 비정규직 참여를 저지하는 하청업체를 직접 들어가 투쟁으로 돌파하고, 정규직 단위(노동조합, 현장 제 조직, 대의원 공투위)는 하청노동자의 자유로운 참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함께 강제하고 투쟁해야 할 것이다.
2) 현투단이 적극적으로 정규직 단위에 공동투쟁을 제안하고 실천해야 한다. 정규직 임단협 투쟁일정을 함께 진행함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사업을 배치하고, 정규직 단위에 제안하여, 공동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임단협 시기에 진행되는 하청업체 투쟁은 강고한 정규직 단위와의 공동투쟁 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투쟁계획을 세워나가는 초기단계부터 함께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3. 비정규직 연대투쟁에 적극 결합하자!
소지공 노조 집단가입을 시작으로 현중사내하청노조의 대중적 투쟁이 시작되고 있다.
1) 현중하청노조의 투쟁이 전국전선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강고한 연대투쟁을 진행해야 한다.
기아자동차 내에서 할 있는 현투단 자체의 사업과 정규직과의 공동사업을 계획, 제안하고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중하청노조의 투쟁을 대중적으로 알려내고, 집중투쟁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조직해야 한다.
2)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현대아산 사내하청지회,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 등, 전국의 비정규직 투쟁에 실현 가능한 연대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으로! 노동탄압 분쇄, 노동유연화 분쇄, 04.임단협 투쟁 승리하자!!
노/동/자/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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