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 :
Category |
 |
![]() |
 |
![]() |
제목 : [59호]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도는 등록금 문제의 마약일 뿐이다 |
![]() |
 |
![]() |
 |
|
노정협
|
2010-01-30 20:25:14, 조회:2,644, 추천:422
|
![]() |
|
|
![]() |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도는 등록금 문제의 마약일 뿐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과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국회의 기능이 세종시 문제로 마비되어 있는 가운데 당장 2010년 1학기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자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해 원 포인트 국회 즉, 등록금 관련 법안만 처리해 통과시킨 것이다. 이 법안의 처리로 국회와 정부는 마치 등록금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과 시행령을 자세히 보면 고리대금업과 다름없다.
취업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빚더미 특별법!
기존 학자금 대출은 대출 이후 거치기간과 원리금 상환기간을 채무자가 정하고 거치기간에는 이자를 갚고 거치기간 이후에는 원리금을 상환하는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이러다 보니 학기 중에도 이자를 내야하고 이자를 줄이기 위해 거치기간과 상환기간을 짧게 설정하면서 학기 중 상환 능력이 없는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빚을 갚아나가야만 했다. 또한 아르바이트를 해도 여의치 않거나 졸업 이후에도 취업이 되지 않아 소득이 없는 사람은 결국 신용불량자가 되어야만 했다. 2009년 6월, 학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이 1만 3천여 명이었다. 이는 2006년에 비해 19배가 늘어난 수치이며 2008년에 비해 3,000여 명이 늘어난 수치다. 이렇게 학자금 상환을 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들이 급속히 늘어난 것은 갈수록 올라만 가는 등록금으로 인해 대출인원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 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상환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존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취지에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ICL)가 도입되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 마치 등록금 문제가 모두 해결 될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이제, 자녀 대학등록금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 졸업 후 소득이 있어야 상환이 시작됩니다.
- 그 전에는 이자도 내지 않습니다.
- 등록금 전액을 대출받고 최장 25년에 걸쳐 갚아나갑니다.
- 이제 등록금 대출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안내, 교육과학기술부, 2009.08.07)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취업 후 등록금 상환 특별법 시행령이 발표되자마자 이 법이 속 빈 강정 법이자 대학생들을 평생 빚쟁이로 만드는 법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앞에서 보았듯이 ICL의 취지는 일정 소득이 생긴 이후부터 상환을 시작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확정된 시행령 그대로 ICL이 도입된다면 당장 재학 중에는 등록금 걱정이 없어지겠지만 졸업 이후 빚더미에 오르게 된다.
또한 이 제도는 무상장학금제도와 거치기간 중 정부의 이자 보전제도를 폐지했다. 일반 학자금 대출은 저소득층에 한하여 450만원의 무상 장학금과 거치기간 중 최소 1.5%에서, 최고 이자 전액을 정부에서 보전해 주지만 ICL의 경우 이자 보전 제도를 폐지하면서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은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하게 되었다. 결국 저소득층이라 해도 다른 소득층과 똑같이 일해서 갚으라는 의미인 것이다. 또한 기존 대출과 다르게 ICL은 학기 중에 이자를 상환하지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자가 없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기존 대출은 군복무기간에 이자를 면제해 줬지만 ICL은 군복무 기간에도 이자가 차곡차곡 붙는다.
ICL이 심각한 것은 졸업 이후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이자보조가 사라지고 군복무기간에 이자가 붙어 실질적으로 이자 총액이 적지도 않고 오로지 장점이라곤 학기 중에 상환 부담이 없다는 것뿐인데 이에 대한 대가로 상환이 시작된 이후에는 이자가 복리로 붙는다. 단리와 다르게 복리이자는 이자에 이자가 붙어 장기상환의 경우 15년 정도면 원리금이 2배가 되고 25년이면 3배가 되는 무지막지한 이자계산법이다.
ICL의 상환기준은 취업 후 소득이 4인 가족 최저생계비 이상이 될 때부터 시작된다. 상환 액수는 소득에서 상환 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의 차액의 일정비율로 결정된다. 단, 실질 계산은 소득과 최저생계비에서 근로소득세를 제외한 액수로 한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2,000만원인 경우 1년간 의무상환 액수는 70여 만원이 된다. 문제는 상환 기준이 최저생계비에 맞춰져 있다는 것인데 정부의 기준으로 평가된 최저생계비만 벌어도 빚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생계는 더욱 어렵게 된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상환 방식이다. 상환 방식을 보면 이 제도가 정부의 대출 상환 방식인지 사채업자의 방식인지 헷갈릴 정도다. 상환은 노동자의 경우 원천징수를 원칙으로 한다. 한마디로 세금과 같은 방식으로 임금에서 상환금액이 공제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의무상환금액은 임금소득으로만 산출되는 것이 아니다. 연금, 퇴직, 양도, 상속, 증여 소득까지 모두 파악해 일정비율을 의무상환해야 한다. 이러한 의무상환금액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1년 마다 재산과 직장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하며 이를 어길 시 과태료까지 부과한다.
또한 최장 25년 동안 소득 수준에 맞도록 상환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와 다른 강제 상환 조건을 붙였다. 졸업 이후 3년이 지나도 상환이 시작되지 않았을 경우 재산을 파악해 강제 징수에 들어가며, 그 1년 이후에도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보증인을 세우고 일반 대출로 강제 변경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대출자가 결혼 한 이후에는 배우자의 재산까지 파악해 상환기준을 책정하겠다는 어이없는 기준까지 도입하고 있다. 이밖에도 ICL의 대출 기준을 신입생의 경우 수능 6등급 이상, 재학생의 경우 B학점 이상으로 제한하면서 대출인원을 축소했고, 이 제도를 파산 면책 조항에서 예외 시켜 파산 신청을 해도 대출금을 모두 갚아야 한다. 즉 현재 확정된 시행령 그대로 ICL이 도입된다면 대학 입학은 빚더미에 오르는 지름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대학은 돈장사하는 곳인가
등록금은 매년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인상되고 한해 등록금이 1000만 원에 육박하면서 대학생들의 등록금 압박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렇게 비싼 등록금으로 대학은 학생들에 대한 교육보다는 학교 재단의 재산 불리기에 혈안이 되어있고 몇 천억에 달하는 적립금을 쌓아가고 있다. 적어도 대졸은 되어야 그나마 안정된 직장에 취직 할 수 있고 또한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기에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등록금을 대출해 가며 학교를 다닌다. 학자금 대출은 앞에서 보았듯이 이자에 이자를 붙여 다시금 학자금 대출자를 평생 빚쟁이로 만들고 있다. 이제 대학생들은 등록금 낼 걱정보다는 돈 갚을 걱정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기만적인 학자금 대출 홍보에 대학들은 돈 받을 인원을 늘려 더욱 많은 등록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졸업이후 돈을 갚을 책임은 지지 않는다. 애초에 문제는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못 가는 것이 아니라 비싼 등록금이 문제인 것이다.
비싼 등록금은 계속해서 문제제기 되어왔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반값등록금과 등록금 상한제 등이 나왔다. 이에 결론으로 ICL과 함께 통과 된 것이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내용을 보면 △각 대학에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 등록금 인상률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지 않도록 하며 △ 사립대의 경우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해당 대학에 행·재정적 제재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정부는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계획을 수립·보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년 만에 다시 대학의 등록금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 시킨 것이다. 등록금 폭등은 법으로 규제 했지만 여전히 물가 인상폭 이상의 인상을 허용하고 있다. 여담을 이야기 하자면 이 같은 반에 반쪽짜리 법안이 무엇이 그렇게 우려되었는지 이명박 대통령은 주요 대학 총장 초청 간담회에서 "정부가 등록금 올리고 제한하고 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 “처음에 국회(법안)가 그렇게 돼 있어서, 그것을 반대해서 돌려보냈다. 그러면 관치교육이 된다.”라고 밝히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 했다. 며칠 뒤인 27일에는 이기수 신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취임식 이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교육의 질에 비해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이러한 인식을 갖고 이를 공공연하게 밝히는 것은 정부와 대학이 등록금을 낮출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등록금 문제의 마약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관치교육은 이미 좌편향 교과서 논란에서 보았듯이 만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단지 등록금 제한을 하기 싫어서 하는 변명일 뿐인 것이다. 단지 정부와 국회가 이번에 합의한 것은 비싼 등록금과 실업률 상승으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것으로 인해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 대학생들이 다시금 사회에 반기를 드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기존 학자금 대출이 부모의 부담이었다면 ICL은 학생과 배우자 그리고 그 자식에게 그 부담을 철저하게 대물림하게 하는 제도이다. 등록금이 매년 인상돼도 학생들은 등록금을 낼 수밖에 없고 정부는 등록금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척 하면서 대학도 돈을 벌고 정부도 돈을 버는 1석2조의 돈벌이를 정부와 대학은 쉽게 놓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은 돈을 빌리지 않으면 평생 패배자로 살아야 하고 돈을 빌려 학교를 다녀도 졸업 이후에는 평생 빚쟁이로 살아가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더욱이 이 제도로 인해 재학중에는 등록금이 얼마나 오르든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조건 빌리고 보자는 인식이 생겨 대학생들이 등록금문제에 무관심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제도는 대학생들에게 ICL이라는 마약을 쥐어줌으로써 당장에 등록금이라는 고통을 잊게 해주면서 등록금 투쟁과 멀어지게 하고 재학 중 혹은 졸업 이후에 빚이라는 덫으로 묶어 두어 청년학생들을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계급투쟁으로부터 격리 시킨다.
마약과 같은 ICL 제도가 지금 이대로 안착화 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대학생들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지금 당장의 상황은 마약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당장 학자금 대출이 아니면 등록금을 마련 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기다리다간 마약에 중독되어 이를 벗어나려면 엄청난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우선 이 제도가 마약임을 알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마약을 먹는다고 해서 현실의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마약을 끊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노/정/협>
|
|
|
![]() |
![]() |
 |
|
![]() |
|
전국노동자정치협회
(150-898)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15-3 301호
노동자정치신문 Tel. 070-8254-1917 / E-mail labor04@jinbo.net
copyleft by 노정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