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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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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3 16:56:15, 조회:2,217, 추천: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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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완화가 의미하는 것
“종부세는 노무현 정권에서 만든 분노의 세금”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의 이 한 마디는 수 많은 집 없는 대중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앉은 자리에서 수억에서 수십억 부동산 시세차익을 얻는 이들이 고작 1~3%의 세금을 내는 것이 그렇게 억울했던 것인가? 강만수 현 기획경재정부 장관은 ‘질투의 경제학 종합부동산세’라는 2004년의 글에서 통해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땅값을 투기를 했나? 땅값을 올렸나?’ 라고 되물으며 전월세와 전쟁을 벌이고 물가인상 때문에 생활파탄에 이르고 있는 대중들의 정당한 분노와 불만을 ‘질투’라고 표현하기까지 해 다시금 물의를 일으켰다. 강만수 자신 또한 ‘그동안 아파트 값이 3배(!)가 뛰었는데 야인생활을 하느라 소득 없이 종부세만 냈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계급적 시각으로는 ‘단지 집을 가졌다는 이유로’ 수배의 이익을 남기는 것은 당연하며, 그에 대한 세금을 올려 받겠다는 것은 부당한 질투이며 보복이다. 그들의 눈에는 ‘단지 집이 없다는 이유로’ 월급의 반토막을 월세로 내야하는, 치솟는 전세비에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수많은 대중들의 삶 또한 당연한 것이다. 도대체 집 없는 이들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정당한 분노마저도 질투라고 매도되어야 하는 것인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가격이 치솟고 투기가 극심해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2005년 노무현 정권 도입돼 8.31정책에서 현재의 6억 원 과세기준, 인별 합산이 아닌 세대별 합산 기준 과세로 기준이 강화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한나라당의 극렬한 반대 속에서 갖가지 후퇴와 개정과정이 있었다.
결국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집권 이후 종부세를 두고 ‘보복적 세금, 이상한 세금, 사회주의 세금’ 운운하며 저주를 퍼부었고, 이번 개정안을 통해 기존의 6억 원 과세기준을 9억으로 상향하고 세율 또한 줄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특단의 조치였던 종부세는 고작 3년 만에 무력화되고, 실질적으로 폐기될 처지가 되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이 종부세를 ‘이상한 세금’이라 하는 것은 그것이 보유세로서 담세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 보편성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은 집 뜯어서 세금을 낼 수는 없지 않느냐며 종부세 자체가 조세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두 채 세 채의 집을 갖고 있는 이들이 수억의 시세 차익을 남기고 내는 세금은 이득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종부세가 강화되더라도 부동산은 여전히 투기의 대상이다.
진보신당의 폭로 자료를 보면 종부세 완화의 최대 수혜자는 이명박이다. 1300만원을 감면받는 강만수를 포함한 수많은 관료들이 혜택을 받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민주당 의원들 또한 포함된다.
민주당은 종부세 완화안에 대해 ‘1% 부자들을 위한 정책’, ‘이명박 정권이 ‘강부자’에게 주는 보너스’라고 비판하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 말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위선적이다. 민주당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노골적인 친부자 정책에 정략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당의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광우병 소 수입, 노동자 탄압, 감세정책 등 부르주아 정당으로서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정책에 정략적으로 대응할 뿐 근본적으로 다를 것은 없다.
8/21 부동산 대책, 9/1 세제개혁안, 종부세 완화...
진보신당이 폭로한 것처럼 종부세 완화 정책은 상당수 관료들과 강부자들에게 혜택을 주게되지만 단지 그것이 관료 개인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종부세 완화가 ‘부자들에게 주는 보너스’라고 말했지만 이는 단지 보너스 수준을 넘어서는 자본을 위한 이명박 정권의 일관된 정책 속에서 나온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취임 초부터 상속세, 증여세 인하, 법인세 감세 등 일관된 감세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종부세 개정안 또한 8월 21일 부동산 대책 이전부터 예상되었던 것이었다. 이번 종부세 완화 안에서 한나라-민주당 간 쟁점이 되어 부각된 것은 개인 토지에 대한 과세기준 9억으로 상향, 완화 안이었지만 그 속에는 사업용 토지에 대한 부동산세 과세기준 또한 대폭 완화된 내용이 들어 있었다.
기존까지 법인 부동산에 부과되는 종부세의 과세 기준은 40억이었으나, 이번 종부세 개정을 위한 당정협의 과정 속에서 사업용 종부세가 아예 폐지되기도 했다가 최종안에는 과세기준이 80억으로 상향, 세율 또한 대폭 인하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민주당 또한 반발하거나 쟁점화 시키지 않았다. 대중의 불만을 의식한 민주당은 개인 토지에 대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자본가들이 그 수혜 대상임이 분명한 사업용 토지 종부세에 대해서는 문제 삼고 있지 않은 것이다.
8월 21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에는 건설경기 부양으로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이명박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주택 전매제한 기간 완화, 재건축 규제 완화, 신도시 추가, 그린벨트 해제 등의 내용과 함께 앞으로 10년 동안 수도권 3백 만호를 포함, 주택 5백 만호를 공급할 것이라 한다. 이로써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신도시와 아파트를 건설한다고 하지만 현재 주택문제는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에서만 공식적으로 3만여 가구 미분양이 속출하며 이에 건설 업체는 위기에 빠진 상황이다. 이에 이명박 정권은 대해 각종 종부세 완화 등 규제를 완화하여 건설경기를 부양하고 한편으로는 추가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해결책을 내 놓은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권은 날 뛰는 부동산 가격을 잡고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수 십 가지 부동산 정책을 내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헌재 경재부총리 등 고위 관료들의 부동산 투기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권의 도덕성은 타격을 입었으며, 부동산 값 폭등으로 인한 각종 주택 도시 문제는 심각한 지경이었으며 시중의 유동성, 투자 자금은 부동산으로 몰리는 상황이었다. 노무현 정권의 주요 지지층인 소부르주아 지지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 또한 한편에서는 투기를 막기 위한 갖가지 부동산 규제책을 내 놓으면서도 한쪽에서는 신도시 건설, 지방도시 개발 등 한편에서는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가격인상과 투기를 조장할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 이율배반적인 정책 속에서 부동산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 또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침체에 빠진 건설경기와 경제 부양을 위해 규제완화와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로인한 부동산 투기, 주택난, 대중들의 불만은 여전히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한편 부동산 붐은 경기 부양을 위한 낮은 이자율과 더불어 계속된 대출과 투자를 조장할 것이며 결국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위기를 키울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종부세 완화시도는 종부세가 자본주의 주택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의 종부세 완화는 또다시 빈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다.
트리클다운 효과 - 촉루락시 민루락(떨어지는 것은 민중의 눈물)
한편 8월 21일 부동산 대책과 연동하여 지난 9월 1일 발표한 세재 개편안은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등 자본을 위한 대폭적인 감세 내용을 담고 있다. 증여세율은 현재 현행 10∼50%에서 구간별로 2년에 걸쳐 인하, 소득세율과 같은 6∼33%로 조정돼 세금이 최고 67% 정도 줄어들며, 중소기업 가업상속 공제한도는 30억 원이던 것이 100억 원으로 바뀌었다. 법인세율은 1억 원 이하 13%, 1억 원 초과 25%에서 2008 사업연도 귀속분부터 과표 2억 원을 기준으로 2억 원 이하 세율이 11%로 2%포인트 낮아지고 2009년 귀속분부터 2억 원 이상 세율이 22%로 3%포인트 줄어든다. 2010년에는 각각 20%, 10%로 더욱 인하 된다.
참여연대의 발표 자료를 보면 “법인세 신고현황을 보면 과표 50억 원 이상인 법인의 개수는 341개로 전체의 0.12%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납부하는 세금은 11조3400억 원으로 전체의 65.8%를 차지한다, 법인세 감세효과의 65.8%를 전체의 0.12% 기업이 독차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법인세 감면은 철저하게 대기업, 독점자본을 위한 것이다.
이 같은 9월 1일 세제 개편안을 두고 전경련과 상공회의소 등 자본가 단체 회장들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려줘 고맙다’고 환영하면서도 더 많은 감세와 혜택을 요구하였다.
자본가들과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감세 정책이 자본의 투자를 늘리고 이윤을 확대해 사회적인 부를 창출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이를 두고 트리클 다운 효과(물 흐르듯 부가 위에서 아래로 흘러간다)를 선동한다. 경제를 살려 분배를 이룩하겠다는 파이이론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증여세, 법인세 등의 누진율을 축소하고, 직접세를 감면하는 상황에서 부족한 세수는 간접세로 충당하거나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사유화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세금을 효율적으로 쓰면 된다고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까지 녹지, 미화, 도로정비, 건설 등에서 온갖 크고 작은 사업가들과 결탁해 부정부패가 만연한 관료 사회에서 그럴 리 만무하다. 결국 ‘효율적인 세금 관리’는 노동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복지를 강탈해서 자본가들에게 막대한 혜택을 주는 수탈 정책에 다름 아니다.
또한 직접세의 축소는 간접세를 높이는 방식으로 나타날 것인데 노무현 정권에서도 간접세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 주세, 담배소비세 등을 인상하고 상류층의 지갑을 열겠다고 골프장 특소세 등은 폐지하려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국민이 봉이냐’라고 비판했었지만 지금은 수도세나 가스비 등의 공공요금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
자본가 정권은 감세정책으로 자본의 활동을 보장하고, 상류층의 수요를 진작한다고 한다. 그런데 지속적인 감세 정책과 자본 살리기 정책은 노동자 민중에의 삶을 나아지게 하고 있는가? 오히려 구조조정과 인원감축, 비정규직의 형태와 노동조건 공격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고물가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노동자 민중에게 직접적인 감세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허리를 졸라매도 모자랄 판국에 노동자 민중의 수요는 진작되지 않고 있다. 결국 이명박 정권의 조세정책은 철저하게 자본만을 위한, 자본만을 살리고 있다. 트리클 다운 효과에서 흐르는 것은 젖과 꿀이 아닌 노동자 민중의 눈물일 뿐이다.
자본가들의 세금납부는 아름다운 선택인가
2001년 미국 뉴욕타임즈는 빌게이츠 워렌버핏, 조지소로스, 록펠러 등이 ‘책임 있는 부자’라는 이름으로 상속세 인하에 반대하는 광고를 낸 적이 있다. 이들은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부자가 되었다’며 상속세 인하에 반대 입장을 내었다. 이 광고는 아직도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상징으로 회자되며 지금의 감세 주장하고 탈세를 일삼는 자본가들을 비판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노블리스오블리제 논리는 부자들의 ‘아름다운 선택’으로 세금 납부와 재산의 사회 환원을 독려한다. 또한 자본가들의 부가 정당한 것이지만 일정정도의 사회환원은 필요한 도덕적인 문제로 미화시키고 있다. 한편 자본가들이 이렇게 하니 노동자들도 충실히 세금 납부하라는 암묵적 강요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광고를 역으로 보면 세금 자체는 자본의 본질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세금은 자본의 무정부적 생산과 경쟁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조절하는 국가의 재원이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세금을 둘러싼 논란은 기껏해야 계급대립에서 발생하는 분배의 문제를 다룰 뿐 착취를 은폐하며 노동자들에게는 이중의 수탈방법이 된다. 지금의 감세 논란은 위기에 빠진 자본을 구하는 목적 하에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계급대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자본의 이윤은 노동자들의 부불노동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노동자 착취의 결과이다. 자본은 이의 일부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것이다. 한편 노동자의 임금 중에서 세금을 징수해 가는 것은 노동자들에 대한 이중의 수탈이다. 유리지갑이란 말도 있듯이 노동자의 임금은 월급 명세서 속에 서 실오라기 없이 드러나 세금은 원천 징수된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역분식회계 등 갖가지 방법으로 탈세를 벌이고 있으며, 국가를 통한 감세의 혜택을 합법적으로 누리려 한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운용하는 세금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데 쓰일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복지는 대대적으로 후퇴하면서 자본 살리기에는 아낌없이 퍼붓는다. 현재 미국의 국민의 세금으로 대대적인 구제금융을 하고 있는 상황이 그러하다.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누진세 강화나 부유세 도입은 현재 분배의 양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세금제도의 본질과 기만을 폭로하고 착취의 본질을 밝혀내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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