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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18호]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원칙과 과제에 대한 스케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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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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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7 20:05:02, 조회:2,368, 추천: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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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원칙과 과제에 대한 스케치
1. 고공농성의 어두운 그림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늘로 또 하늘로 올라간다. 흔들리는 철탑 위에서 곡예사가 된다. 목숨을 걸고 피눈물 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외치는 곡예사가 된다. 누가 이들을 땅에서 쫓아내어 하늘로 올려 보냈는가? 누가 이들을 배우지도 않은 죽음의 곡예를 하도록 만들었는가?
자본이다! “비정규직 확대만이 자본이 살길이다”라고 외치며 비정규직 대량생산체제를 만들고 있는 자본이다. 그러나 자본만이 아니다. “나만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에 물든 노동운동, 나만 짤리지 않고 나만 조금이라도 편하면 된다고 생각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노동의 유연화 수단으로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는 더러운 노동운동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허공으로 내몰았다. 자본축적에 동조하고 그 대가로 자신들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는 관료주의적이고 조합주의적인 노동운동에 비정규직 노동자는 거래의 대상이다.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자본에 대한 투쟁이자 자본의 비정규직 확대와 착취강화를 묵인하고 동조하는 노동조합주의와 관료주의에 대한 투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땅을 버리고 점점 더 하늘 높이 올라가는 것은 노동운동의 자랑이 아니라 비극이다. 그만큼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태는 나빠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의 수단과 방법이 협소해졌다는 것, 연대의 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목숨을 담보해야만 투쟁의 관심을 받고 연대의 발길을 모을 수 있는 이 척박한 노동운동의 상황, 대중투쟁의 지도자가 아닌 영웅을 양산하는 허약한 대중운동의 상황은 이제 끝내야 한다. 노조관료주의자들의 더러운 타협이나 조합주의자들의 적당한 생색내기나 명분 쌓기 투쟁이 아닌 비정규직 철폐의 깃발을 전국 노동운동의 중심에 우뚝 세우는 전국적 단결투쟁을 통하여 고공농성의 시대를 마감하고 생산현장에 타격을 주는 대중투쟁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2. 다시 생각해 보는 비정규직 투쟁의 원칙
비정규직의 확대는 자본위기의 집중화된 표현이고 계급투쟁의 집중지점이자 약한 고리이다.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구조조정을 통해 형성되는 노자 적대전선의 핵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단순히 몇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 노동자로 바꾸는 투쟁이 아니다.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구조조정분쇄투쟁과 결합하여 자본이 무엇이고 자본이 현재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노동자가 무엇을 목적으로 해서 싸워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는 투쟁이다. 자본과 전체 노동자의 계급적 전선을 전국적으로 쳐가는 투쟁이다.
비정규직 철폐투쟁이 구조조정 분쇄투쟁과 분리되어 몇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 노동자로 전환시키는 투쟁이 되면 이 투쟁은 몇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신분을 바꾸는 투쟁, 정규직 노동자 몇 명을 늘리는 투쟁에 지나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이 자본전체의 문제, 노동자 전체의 문제와 분리되어 몇 명의 노동자의 직접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조합주의 운동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럴 경우에 이 투쟁은 ‘전체’ 노동자의 투쟁이 아니라 ‘어떤’ 노동자의 투쟁이 되어 투쟁의 규모를 협소하게 만들고 투쟁의 지속성을 유지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단계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또는 선별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앞에서 비정규직 내부의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
비정규직 투쟁은 구조조정 분쇄 투쟁과 결합된 비정규직 철폐투쟁이자 구조조정 분쇄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가 단결하는 전체 노동자의 투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독자적인 투쟁이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독자적인 투쟁을 통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가 함께하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공동투쟁이다.
비정규직 투쟁은 그 가능성을 오랫동안 생각할 수조차 없는 투쟁이었지만 비정규직 투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자 소수의 극한적인 선도투쟁이 되었다. 그러나 비정규직 투쟁은 그냥 극소수가 처절하게 투쟁하는 선도투쟁, 몇몇 핵심적 활동가들만의 투쟁이 아니다. 초기에는 선도투쟁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그냥 몇몇의 선도투쟁이 아니라 대중투쟁을 촉발하는 대중적 선도투쟁이다.
핵심적인 활동가를 조직하고 이들이 대중들의 상태와 정서의 흐름의 변화, 노자 적대적 지점의 변동을 면밀히 관찰하여 대중의 불만이 커지고 노자간의 긴장감이 응축되는 시점에 맞추어서 대중의 핵심적 요구를 내걸고 투쟁의 목표와 방향을 제출하고 투쟁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투쟁을 조직화로 연결시켜야 한다. 이 때 투쟁을 조직화로 모아낼 수 있는 핵심주체와 조직화 방법에 대한 준비와 계획이 투쟁 전에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특정 산업 분야를 넘어서 전체 산업 부문에서 정규직 노동자의 수를 넘어서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이자 정규직 노동자의 문제이고 현장의 밖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의 문제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은 현장의 대중투쟁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가능하다. 기아 화성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독자적 투쟁을 통하여, 선도적 대중투쟁을 통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은 대중투쟁이라는 것, 현장투쟁이라는 것, 생산에 타격을 가하는 투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한다. 현장을 방치하고 현장의 대중을 방치하고 투쟁의 전망과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의지도 능력도 상실하고 오직 “교섭만이 살길이다.”를 외치는 관료주의 운동이 남한 노동운동을 짓누르고 있다. 물밑 접촉과 이면합의가 유행하고 있다. 이런 풍토에서 비정규직 투쟁은 보다 철저하게 ‘공개적 운동’이 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자본의 이윤율의 위기 탈출의 핵심고리이기 때문에 자본은 비정규직 확대를 포기하거나 비정규직의 철폐나 전원 정규직화를 양보하지 않는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자간의 가장 적대적인 지점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는 교섭을 통하여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철저하게 투쟁을 통해서만 그것도 대중투쟁, 연대 투쟁을 통해서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제이다. 자본은 투쟁의 규모가 커지고 투쟁의 파괴력이 강해지면 어쩔 수 없이 부분적인 양보를 내놓는다. 교섭은 철저하게 투쟁의 연장이자 부산물이어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결과이자 부산물의 위치에 놓여야 한다.
비정규직 투쟁은 철저하게 공개적이고 투명한 투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치 떨리는 분노로 가슴이 메어지는 안타까움으로 보아 왔던 막판 정규직 노조나 민주노총 상층부 또는 민노당 정치인들이 대리 또는 이면 합의를 통해 투쟁의 요구와 진행상황과 상관없는 투쟁을 접기 위한 교섭이 투쟁의 숨통을 막는다. 이것은 이후에 다시 동일한 문제를 내걸고 비정규직 투쟁이 벌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현재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은 보이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과 장기 사업장 노동자의 투쟁만이 보인다. 공공부문 대공장 대부분은 어용이 노조집행부를 장악하고 현장과 직접 연결된 노조 간부와 대의원들도 장악하였다. 공공 부문의 어용화는 금속 사업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수 있는 조짐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우리는 전국적 계급투쟁 전선의 중심이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 투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노동자정치신문을 통하여 여러 차례 이야기 하였다.
현재의 계급투쟁의 모습은 우리의 판단과 예측이 안타깝게도 정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계급투쟁의 핵심 지점은 대공장이다. 이것은 생산에서 차지하는 위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파괴력과 노동자의 집중과 그 수 때문이다. 현재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 투쟁이 퇴조기를 지나가고 있다고 해서 대공장이 투쟁의 중심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근본적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정세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대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하청 노동자)운동이 있기 때문이다. 대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운동은 대공장 노동운동의 한 부분이다.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 운동도 대공장 노동운동의 한 부분이다.
우리는 이런 측면에서 ‘사내하청노조대표자회의’에 주목해 왔고 기대를 가지고 있다. 자동차를 비롯한 금속 사업장뿐만이 아니라 철도에서도 KTX노동자와 별도로 철도 파업에 참가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철비동회’(철도비정규직노동자회의)가 만들어져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와 현장투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지하철, 도철과 다른 공공 대공장 사업장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제 전국적 전선을 치는 임무는 대공장 정규직 노조에서 비정규직 노동운동으로 이동했고 그 중심에 대공장 하청 노동자들이 있다. 이제 단사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비정규직의 전국적 연대투쟁을 통해 전국적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공동투쟁, 공동파업을 계획적으로 준비하고 조직하여 새로운 전국적 전선을 형성하고 그 전선의 중앙에 비정규직의 깃발을 꽂아야 한다.
사내하청노조대표자회의는 이미 창원 GM공장의 투쟁을 외로운 투쟁이 아니라 전국적 투쟁으로 발전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는가? (물론 마지막 정리투쟁에서 사내하청노조대표자회의는 배제되었고 GM창원 공장투쟁은 마지막 정리를 “그렇게 되면 안된다”는 반면교사의 교훈을 남겼다.) 그리고 자동차 산업 특히 현자와 기아의 하청노조는 노동조건이나 자본에서 동일하지 않는가? 단일한 목표의식을 갖고 열정을 하나로 모은다면 전국적 투쟁을 주도할 수 있다.
전국사내하청노조대표자회의는 모양을 그럴듯하게 꾸미고 기구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공동투쟁의 목표 아래 자신들의 현장투쟁을 조직화 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철저하게 투쟁을 조직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전국화와 이를 통한 전국적 전선의 형성 그리고 대공장 정규직 노동운동의 계급적 부활을 주도해야 한다. 대공장 하청노동자는 이 임무의 실천을 주도해야 한다. 이것이 전국적 계급투쟁을 조직하는 길이고 현장투쟁과 전국적 투쟁을 결합하는 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앞장서서 구조조정 분쇄하고 노동자 해방 쟁취하자!<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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