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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기쁨과 불안이 교차된 출발, 코오롱 고속 노조민주화투쟁의 주역들이 어떻게 침몰하게 되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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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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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5 12:23:48, 조회:3,046, 추천: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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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고]기쁨과 불안이 교차된 출발,
코오롱 고속 노조민주화투쟁의 주역들이 어떻게 침몰하게 되었나
-전국버스 노민추 법규국장 심희수
지난 창간 1호에 「코오롱고속 노조에서의 민주파 집행부 당선과 과제」라는 현장기고 글이 실렸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버스사업장은 반세기가 넘는 어용의 철옹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코오롱고속에서 소수의 민주파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2년여 간의 꾸준한 활동과 검증을 통해 집행부를 장악하게 된 사실은 일단 매우 의미 있는 성과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면한 매각투쟁을 앞두고 핵심 주체들의 경험부족과 코오롱고속노민추 내부의 협조주의적 인자들의 부각을 우려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가 우려하고 있었던 부정적인 측면이 현실화되었다.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협조주의적 세력들이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었고, 소수의 건강한 핵심 주체들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어용의 들러리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하에서는 코오롱고속에서 민주파가 노조 집행부를 장악한 후 어떠한 경로를 거쳐서 다시금 과거의 어용으로 회귀했고, 그 조건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불안한 출발
2005년 2월 1일은 새로운 집행부의 출범식이 있었던 날이다. 출범식이 있기까지는 전반적이고 주요한 기획을 버스노민추가 주도해왔다. 그러나 출범식 이후 코오롱고속 노동조합과 버스노민추와의 관계는 예전과 같지 않았다. 일상적인 보고관계가 두절되었고, 코오롱고속 핵심 인자들과 버스노민추가 출범 전에 계획한 매각투쟁 관련 사업이 전혀 진행되지도 않았다. 핵심인자들에 대한 교육과 관광부 비정규직 조직사업을 통하여 매각투쟁을 준비한다는 최초의 복안이 결의만으로 끝나고 현장 실천사업으로 배치되지 않았던 것이다.
회사 매각절차는 이미 일정에 올라 있었고 당장 3월 7일에는 우선협상대상자와의 양해각서 체결이 계획되어 있었다. 일정에 오른 매각의 내용은 관광부를 제외한 부분 매각이었고, 이럴 경우 관광부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매각자체를 반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에서도 노동조합은 조합실무 파악과 전 집행부의 회계내역 감사에만 치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버스노민추는 상근자 한 명을 코오롱고속 노동조합에 파견하기로 결정하고 매각투쟁에 실질적으로 개입해 들어가려고 했다. 버스노민추는 일단 노동조합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사측에 대해서는 고용안정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하도록 했다. 그러자 사측과의 긴장상태가 다시 복원되는 듯싶었다.
사측이 노동조합의 쟁의조정신청을 이유로 조합원들에게 파산협박을 했던 것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이러한 사측의 반응은 노동조합에게 절대 유리한 조건을 부여할 수 있었다. 매각과 관련한 양해각서(안)에 나타난 고용안정 규정에 의할 때, 조합원들의 고용보장 의무가 3년으로 제한되어 있었고, 더군다나 관광부를 제외한 분할 매각이라는 점에서, 사측의 파산협박은 고속부 조합원이건 관광부 조합원이건 간에 전혀 먹혀들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제 노동조합이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사측의 협박에 대응하고 조합원들을 총파업투쟁에 나서도록 조직하는 일이었다. 이에 맞춰 버스노민추가 제안한 사업은 조합원 간담회와 노보발행이었다. 3월 4일 조정기간이 종료되면 양해각서 체결을 막아내기 위한 실력행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짧은 기간 안에 최대한 효율적인 방법으로 조합원들을 조직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버스노민추의 제안에 대하여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동조합 내부의 협조주의 세력이 사측의 파산협박에 넘어가면서 ‘설치는 것보다 숨죽이고 가만히 있는 것이 이익’이라는 논리로 위원장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편, 노조내의 그나마 건강한 인자들은 협조주의자들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반박해내지 못했다. 이렇게 시간은 흘러 조정기간이 만료되는 3월 4일까지도 노동조합은 스스로 무장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대의원 대회 이후, 위원장의 어용 선언
3월 3일은 정기 대의원 대회가 예정돼 있었다. 그리고 본 대회에 앞서 3월 1일에는 대의원들을 임시소집하고 처리안건에 대한 사전 논의를 진행했다. 주요안건은 상급단체 변경과 규약개정에 관한 건이었다.
그런데 이날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공약사항인 상급단체 변경과 관련해서는 본대회에서 처음부터 재논의 후 처리키로 했고, 규약상 조합원 인준투표제 신설에 대해서는 이를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것이다. 조합원 인준투표제의 경우 결국 절충을 거쳐서 일반적인 협약체결권은 위원장에게 부여하되 기존의 조건보다 저하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조합원 인준투표를 실시한다는 기만적인 내용으로 본대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본대회 당일 협조주의적 성향의 대의원들이 상급단체 변경을 반대하고 나섰고 이에 상급단체 변경을 주장하던 사무국장 등 몇몇 대의원들이 부결을 우려하여 안건처리를 차기 회의로 연기시켰다. 나아가 위원장은 조합원 인준투표제와 관련하여 그나마 기만적인 사전 논의안도 거부하고 협약체결권을 자신이 독점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고 이에 협조주의적 세력들이 가세하면서 위원장의 의도대로 규약을 개악시켜버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위원장은 과거 어용 집행부에서 조직부장을 지낸 자를 부위원장으로 지명했다.
대의원 대회 다음 날인 3월 4일은 노동위원회에서 마지막 조정회의가 있었던 날이다. 이 날 위원장은 사무국장을 배제하고 자신의 입장과 일치하는 대의원 한 명을 대동하여 조정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위원장은 쟁의조정신청을 철회한다는 내용으로 직권조인을 했다. 이로써 위원장은 만천하에 자신이 어용임을 선언했던 것이다.
3월 4일 직권조인 후 위원장은 부위원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당시까지도 대의원들이나 운영위원들에게 자신의 입지를 완전히 굳히지 못하고 있었던 위원장은 자신의 입장과 일치할 수 있는 부위원장단 회의를 소집해서 내부적으로 기반다지기를 시도했다. 동시에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버스노민추를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사무국장에 대해서도 버스노민추를 탈퇴하라고 협박했다. 위원장은 평소 사무국장이 없으면 어떠한 사안도 스스로 처리하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이 사무국장에게 노민추를 탈퇴할 것을 협박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인데, 이는 위원장이 사무국장과의 선긋기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었다. 이러한 위원장의 자신감은 사무국장을 대신할 뒷배경을 이미 마련해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사실 위원장은 당선 후 지속적으로 어용 자노련 내의 일부 지부장들과 접촉을 해오고 있었는데 거기에 더하여 내부적으로 부위원장들과 몇몇 대의원들을 포섭함으로써 자신의 새로운 기반을 다져왔던 것이다.
핵심 주체의 현실안주
버스노민추는 코오롱고속 노동조합이 어용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코오롱고속노민추를 재편하고 현장활동을 복원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 그 중심으로 나설 수 있는 사람은 여러 가지 조건상 사무국장밖에 없었다.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선거투쟁과정에서 발굴된 건강한 조합원들을 견인해서 노민추를 재편하고 현 집행부의 상태를 폭로하면서 과거와 같이 현장투쟁을 전개하자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앞서 사무국장에게 제안한 것은 노동조합 내부에서 노골적으로 위원장 등 협조주의자들을 비판하고 이를 조합원들에게 공론화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무국장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면서 버스노민추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무국장은 아직도 위원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현실감 없는 주장만 할 뿐이었다. 사무국장의 경우 과거와 같이 탄압을 불사한 현장투쟁을 전개하는 것에 대하여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버스노민추의 입장에서 이러한 사무국장의 태도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의도라고 밖에 달리 볼 수 없었다.
현재 주체의 측면에서 이러한 조건에 있기 때문에 코오롱고속의 경우는 노민추를 재편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간 코오롱고속노민추의 활동을 냉정하게 분석, 평가하고 선거투쟁을 거치면서 새롭게 발굴된 가능성 있는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전망을 가져갈 것이다.
코오롱고속에서 노민추 사업이 남긴 과제
2년 전 상여금 삭감 반대투쟁으로부터 촉발된 코오롱고속노민추의 활동은 장기간의 선전, 선동활동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조합원들의 신뢰를 획득해 왔다. 이러한 경험과 결과는 버스노민추의 다른 기초단위 중에서 가장 모범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단위조차도 선거에서 승리한 후 어용으로 변절했고, 그 결과는 버스노민추의 이후 전망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과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코오롱고속노민추가 집행부를 장악한 시점은 회사 계획대로 분할매각이 일정에 오른 상태였다.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이 현실화되어 있었고, 그래서 조합원들은 자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세력으로서 코오롱고속노민추에게 손을 내밀었다. 코오롱고속노민추가 선거에 임하면서 내세웠던 핵심 공약은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 변경 ▲임단협 결렬시 총파업 돌입이었다. 이러한 공약은 투쟁경험이 일천하고 보수적이다시피 한 버스현장에서 가장 파격적인 것이었음에도 조합원들은 코오롱고속노민추를 선택했던 것이다. 조합원들은 당겨내기만 하면 곧 바로 움직일 수 있는 태세를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오롱고속의 새로운 - 소위 민주파라고 하는 -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잠재된 기대를 폭발시키지 않고 이를 직권조인으로써 모두 무위로 돌렸다.
코오롱고속이라는 버스현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민주파 집행부가 출범하고 불과 1개월 반 만에 다시 어용으로 돌아선 데에 사측의 매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사실이 없다. 현재 확인된 사실에 바탕을 두고 분석해보면 일단 의식성이 문제로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돌이켜보건대, 코오롱고속노민추의 과거 활동내용은 주로 자기 사업장의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중앙(버스노민추)과 코오롱고속노민추와의 관계 형성도 단사내의 현안이 주된 매개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단사내의 문제가 해결되면 중앙과의 관계도 일정정도 소원해지고 중앙의 지도라는 측면이 형해화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경제주의적 한계는 코오롱고속노민추가 하나의 집행력을 갖춘 노조 단위로 변화함에 따라 더욱 노골적인 모습으로 표출되었다. 통일적인 기조 내에서 행해지는 중앙의 지도를 개입으로 받아들이고 급기야 위원장이 노민추를 탈퇴하면서 자립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그간에 있어온 중앙의 조직․선전활동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2003년도 버스노민추 전국 대표자 회의에서 중앙집중성을 강화한다는 결의가 있기는 했지만 그와 같은 결의가 조직의 기풍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버스노민추의 조직․선전 수단인 신문의 내용도 주로 경제주의적 요구에 그치고 있었고 신문을 이용해서 조직의 통일적 기조를 수립할 수 있는 사업이 배치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단위 노민추의 활동이 대부분 경제주의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투쟁경험이 부족한 버스현장에서 활동가들의 경제주의적 한계는 동일 기조로의 중앙집중성 강화로 극복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버스노민추에서 발간하고 있는 ‘전국버스노동자신문’은 각 단위 노민추의 의식성을 제고하고 중앙의 기조로 통일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기제로 이용되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신문의 내용이 전국성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하며, 각 단위 노민추의 정기 회의에서 신문토론이 의무화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가능하다면 신문의 생산과정에서부터 각 단위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기존까지는 중앙에서 생산한 신문을 각 단위가 수동적으로 받아보는 데에만 머무르고 있었다. 생산․배포 관계의 측면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면에서도 신문의 조직․선전가적 역할을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했고, 이러한 조직․선전 사업에 있어서의 미흡한 점이 현재 버스노민추의 상태를 만들어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코오롱고속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버스노민추의 사업은 그 형식과 내용적인 측면 모두에서 중앙집중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각 단위의 의식성을 제고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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