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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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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5 12:12:30, 조회:2,701, 추천: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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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부패와 노조비리
연이어 터지는 노조비리 사건
기아자동차 채용비리에 이어서 이번에는 항만노조, 전택노련과 한국노총 핵심부까지 온갖 비리 사건에 연루된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심지어는 민주노총 내 핵심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일부 노조 간부들의 채용비리 사태까지 터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정권은 노조비리 사건을 계기로 노동운동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덤벼들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16일 산별노조대표자들과 지역본부장들이 참가하는 연석회의를 통해서 노조 간부 재산공개, 외부 회계감사 도입 등 자정결의를 통해서 이 사태의 파장을 줄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처절하게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노조 간부의 비리사건에 대해 배신감에 치를 떨고 허탈해 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노조간부들의 부패사건을 접하면서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이번 노조의 비리사건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우연하고 개별적인 사안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고 정권이 노동운동 말살이라는 명확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 노조비리 사건은 노동자 대중들의 생존권을 억압하고 탄압하는 무식한 방식이 아니라 부패와 비리척결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이번 노조비리 사건에 계급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당장 코앞에 닥친 비정규직법 개악과 노사관계로드맵 공격에 대응하지 못할뿐더러 자본과 정권이 원하는 데로 노동운동이 강제로 재편될 수도 있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번 노조비리 사건의 배후에 있는 자본주의적 가치와 지배방식, 작동원리를 폭로하고 여기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비리 사건의 계급적 이해와 본질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과 마찬가지로 이번 노조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우리는 총체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자신의 물질적인 힘과 가치, 이데올로기 등을 통해 전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지배한다. 따라서 이번 노조간부 비리 사건은 자본주의와 무관한 일부 노조간부들의 문제가 아니라 부패와 타락, 사기와 협잡이 판치는 자본주의적 현상의 일부이다.
이번 비리사건이 자본주의적 현상의 일부임에 틀림없지만 자본과 노동자들에게 똑같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비리와 부패는 자본주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고 자본은 이를 통해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생명력을 얻지만 노동자계급 운동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다. 왜냐하면 노동운동은 자본주의의 폭력과 억압과 착취에 맞서 투쟁하고 자본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작동원리와 운영방식을 갖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주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자본주의 사회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의식적으로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자주성을 추구해야 한다. 이 자주성을 상실한다면 노동운동은 노예적 종속과 예속에 빠져서 자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다가 결국 몰락하고 말 것이다.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는 자들은 부패와 비리가 공정한 자유경쟁의 원리가 자리 잡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로 돌리면서 정치의 민주화, 투명한 자본주의, 경제민주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부패와 비리는 공정한 경쟁이 자리 잡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생사를 걸고 자본간 경쟁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법칙 자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본은 경쟁에서 살아남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하여 노동자를 초과착취 하고, 뇌물비리로 관료를 매수하여 각종 사기로 이권을 독점하려 한다.
남한의 거대자본은 하나같이 국가권력과 결탁하여 부패와 비리, 사기사건을 통해서 성장해왔다.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와 담합하여 사카린 밀수사건을 벌였던 삼성의 사례를 보라! 이러한 자본의 추악한 성장은 단지 자본주의 발전 초기의 모습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자본주의에서 자본의 사기수법은 더욱 더 교묘해지고 광범위해지고 있다.
자본은 탈세, 매출액과 이익 부풀리기, 부채축소 등 분식회계를 통해 불법대출을 받고, 불법, 편법적인 상속과 증여를 일삼아 왔다. 2001년 대우재벌은 추징금이 23조에 달할 만큼의 천문학적인 분식회계 사건을 저지르고,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는 99년 2조원에 달하는 분식회계를 했다. 대부분의 거대자본이 이 분식회계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그런데도 정권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분식회계에 대해서 집단소송을 2년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서 고백을 하면 법적인 책임도 면죄해주려고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경제비리 관련한 범죄자들이 대거 사면됐다.
삼성의 이건희는 아들 이재용 앞으로 상장 예정인 계열사 주식을 사들인 뒤 상장을 통해 수조원의 차액을 올리고 지분을 장악하도록 하여 삼성재벌의 후계상속을 마무리했다. 자본은 이밖에도 정치자금과 관료들에 대한 뇌물로 각종 관급공사 인허가를 받고 횡령, 하도급 비리, 입찰비리 등을 통해 막대한 이권을 챙기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 청계천 개발과 관련하여 건설자본은 수억의 뇌물을 주고 높이제한 완화 약속을 받고 개발이권을 따내기도 했다. 수십, 수백억의 정치자금 비자금 사건과 최근 철도청의 러시아 시베리아 유전개발과 관련한 비리의혹은 자본과 결탁한 국가자체가 비리의 온상임을 잘 보여준다.
자본은 현직 관료들과 정치인, 법률가들에게 막대한 뇌물을 주고 자신에게 유리한 법률개정을 이끌어 내고 국가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또한 직접적으로 임원들을 국가행정관료로 진출시키고 퇴직 관료들에게 임원자리를 주기도 한다. 현재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삼성 임원출신이다. 삼성의 힘과 후광을 등에 업고 관료직에 진출하고 삼성과 인적으로 결합해 있고, 주식 소유를 통해 이해를 같이하는 고위 관료가 삼성의 이해를 거슬러서 정책을 입안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이다.
자본과 정권의 비리와 사기사건은 합법, 불법을 넘나들며 저질러진다. 자본주의 사회의 합법적인 주식회사 제도 자체가 거대한 사기제도이다. 자본은 소액으로 나눠서 주식을 발행하여 대주주로서의 지배력을 유지, 강화하고 자본을 조달한다. 거대자본은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계열사 전체를 지배한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대한 소유권만을 가지고도 막대한 부를 증식하는 현대자본주의의 부패와 기생성은 더욱 증대하고 있다. 따라서 합법, 불법을 가리는 것은 마치 합법적인 자본의 노동자 착취와 소유권행사 자체가 정당한 것인 냥 포장하게 한다. 자본주의에서 법적 정당성 즉 합법은 곧바로 노동자에게는 억압적인 것이고 불공평하고 기만에 다름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비리와 사기, 뇌물의 원천이 바로 자본주의 그 자체의 작동원리이며 자본이 전 사회에 지배력을 유지하는 비밀의 원천임을 살펴보았다. 그런데도 자본과 정권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발생한 부패와 비리를 은폐하고 있다. 또한 노조 간부들을 매수하여 부패한 관료들로 만든 책임을 회피하고 도리어 노조비리를 계기로 노동운동을 말살하려 획책하고 있다.
노조비리 사건에서 정권과 자본이 획책하는 의도는?
버스, 택시 등 한국노총 어용 사업장의 수많은 노조간부들은 자본과 결탁하여 수십년 동안 막대한 이권과 혜택을 누려왔다. 심지어 정년을 연장하면서까지 위원장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국가권력은 철도노조가 민주화되기 전까지 수십년 동안 어용간부들의 조합비 횡령과 이권개입 등 각종 추악한 비리를 눈감아 왔다.
자본은 임단협에서 노조 위원장에 대한 매수를 통해 직권조인을 부추겨 왔다. 자본에 매수된 어용노조 관료들의 비리는 수십년 동안 국가와 자본에 의해 장려됐다. 자본과 정권은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총시절부터 어용노조를 내세워 노동자의 저항을 억누르고 노동조합을 체제 내로 포섭해 왔다.
자동차 사업장 내에서 자본에 매수당한 일부 대의원들은 이른바 ‘양주협상’이라 불리는 자본과의 협잡을 통해 모듈화와 맨아워 협상 등에서 반노동자적인 합의를 해줬다. 부패한 노조관료들 덕분에 자본은 노동강도 강화, 비정규직 도입 등을 통해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했다. 심지어 자본은 법원과 결탁하여 손배, 가압류와 집회금지가처분신청서, 비방금지가처분신청서 등 각종 가처분신청서를 통해 효과적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해 왔다. 특히 친인척과 노조간부 자리를 되물림하면서 50여년 이상 비리를 일삼아 왔던 항만노조의 비리는 정권이 노무공급권을 노조에 주면서 불법과 비리를 부추겨온 결과다.
이러한 추악한 노조비리는 최근에 집중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지만 수년, 수십년 동안 자본이 노조 내부를 부패화시켜 노동운동을 지배해온 결과다. 그런데 이 사건이 마치 최근에 불거진 사건인 냥 포장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됐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지금은 노조에 대해 규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하여 이번 기회에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노조비리 사건을 계기로 “상반기 중에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마무리 짓고 올 하반기에는 ‘노사관계선진화 방안’과 관련한 입법을 추진,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노사관행을 정착시킨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정 기준 이상의 노동조합에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를 두도록 해서 노동조합 운용의 투명성 보장”이 이루어지도록 입법화를 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자본과 정권의 이러한 입장은 부패한 노조와 노조간부들의 발목을 잡아 파견법을 개악시키고, 노사관계로드맵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수년, 수십 년 해묵은 노조 비리사건을 묵인해 왔던 자본과 정권이 주요한 투쟁의 시기를 앞두고 비리사건을 전면화하는 것을 볼 때도 이를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 내부의 비리사건의 경우에도 공공연한 비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투쟁과 05년 임단협을 앞두고 터뜨리고 있다.
한국노총의 총체적인 비리의 경우에도 6월 파견법 개악을 앞둔 시점에서 터져 나왔다. 정권은 한국노총의 비리사건을 총체적으로 파헤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적정한 선에서 수사의 수위를 조절하면서 어용 한국노총을 파견법 개악과 노사관계법 개악의 꼭두각시로 활용하려 들 것이다. 정권은 노동운동 분할통치와 협조주의 전략이 파탄날 것이기 때문에 어용 한국노총의 뿌리를 뒤흔드는 정도로 이 수사를 전면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아자동차 노조의 비리 사건 이후에 자본은 ‘사측(사장, 3개 공장장), 노측(위원장, 3개 지부장), 시민대책위(사측 고문)이 참여하는 혁신위원회를 꾸려서 ‘인력의 탄력적 운영방안, 경쟁력 확보, 합리적 노동운동 정착’을 추구하고 여기서 의결된 사항에 대해서는 노사 양측의 단협에 반영케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당시 화성공장의 상집 간부는 악질관리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투쟁하고 있는 보성업체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직권조인하고 이에 항의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소하는 파렴치한 작태를 저질렀다.
정권은 기아자본의 요구에 맞춰 비리사건을 광주공장 내로 한정하고 타지부나 본조로 확대시키지 않으면서 자본에 협조할 것을 강요했다. 비리사건으로 발목이 잡혀서 자주성을 완전 상실한 박홍귀 집행부는 노골적으로 자본에 영합하면서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등에 수천만원짜리 광고를 내면서 생산성 향상과 산업평화에 일조할 것을 다짐했다.
이렇게 기아차 비리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자본과 정권의 노동운동 길들이기는 노조감독권, 시민자문회의, 외부 자문 등으로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을 강화하면서 협조적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러한 자본과 정권의 의도에 노동운동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노조비리 사건으로 인해 민주노조가 완전히 괴멸됐던 포항제철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최근 항만노조의 사례는 정권이 얼마나 치밀하게 비리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철도와 더불어 부두항만 노동자들은 일본 제국주의 시절부터 전투적인 노동운동을 이끌어 왔다. 1923년 부산 부두노동자 파업에 이어서 그 유명한 29년 원산총파업은 원산 부두노동자들이 중심에 선 총파업이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 미군정 하에서 이승만 정권은 전평과 부두노조 와해공작을 펴면서 1946년 대한노총을 결성했다. 이렇게 하여 결성한 대한노총의 초대 위원장이 바로 황색노조로 전락한 부두노조의 위원장인 김기옥이었다.
노무현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항만노조의 비리를 뿌리뽑겠다고 공언하고서도 전혀 비리를 건드리지 않았다. 노동청의 묵인과 담합 하에 비리사슬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수십년 동안이나 묵인했던 항만노조의 비리를 뿌리뽑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그러나 자본은 항만노조의 비리를 척결한다는 명목으로 노무공급권을 노조로부터 빼앗아 항만 업체에게 넘기고 항만노동자들을 상용화하여 구조조정을 단행하려 하고 있다. 이 구조조정의 핵심은 항만 노동자의 30～40%에 달하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는 것이다. 실제 외국의 경우에도 호주의 항만노조와 영국의 리버풀을 중심으로 하는 전투적인 항만노조를 공격하면서 자본은 50% 이상의 노동자들을 대량 정리해고 했다.
정부는 항만노조의 부패한 노조간부들을 구속시키면서도 박이소 부산항만노조 위원장이 옥중회의와 옥중결제를 통해 남아 있는 잔존 어용 세력들을 배후조정하는 것에 대해 수수방관 했다. 뿐만 아니라 구속되지 않고 남아 있는 어용 세력들과 손잡고 노사정협약서를 만들어 냈다.
해양수산부는 ‘항만노무공급제 현황 및 개혁방안’을 통해 비리척결을 위해 노무공급권을 노조로부터 빼앗는 것이 아님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노조에 대한 노무공급권 부여로 “작업물량의 시간별․계절별 파동성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경영안정에 기여”해 왔다. 게다가 “항만은 공공성이 강하여 노동분쟁 발생시 경제적․사회적 영향이 막대하나, 그동안 우리 항만에서는 안정적인 노사관계 유지로 파업 등 극한적인 항만운용 파행사례는 없었음”이라고 하여 부패한 어용들을 내세워 부두노동자들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봉쇄해왔던 것이다.
실제 해양수산부의 자료에서도 인정하듯이 2003년 두 차례의 화물연대 파업시 부산항을 중심으로 60% 이상의 항만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용 항운노조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권은 “현행 항만공급체제는 약 1백년에 걸쳐 관행으로 정착되어 온 사안으로서 작업물량의 파동성에 대한 탄력적 대응 가능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항만하역의 기계화 및 항만화물의 규격화 등의 진전에 따라 현 체제에 대한 개선요구가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정권은 부패한 항운노조 간부들을 비리혐의로 치면서도 여전히 잔존세력들과 손잡아 노사정협력체제를 유지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물류비와 비용절감, 생산성 향상으로 항만업체의 이해에 철저하게 복무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노조비리 사건을 빌미로 해서 자본과 정권이 획책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노동운동 진영에서는 자본과 정권을 시행착오가 없이 완전무결한 자신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움직이는 절대권력으로 파악한다. 그러면 결국 자본과 정권의 엄청난 음모에 압도당해서 실제 꼼짝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본과 정권의 노동운동말살 기도는 살아 움직이며 투쟁하는 노동자계급이라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관철될 수 없다.
부패와 비리에 맞서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노동운동의 자주성을 말살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관료들은 기금 사용의 투명성과 건물비용 등에 한정하여 사용한다는 전제 하에 정부가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민주노총 관료들은 국고보조금 사용 범위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한국노총의 비리는 근로복지센터 건립과 관련해서 복지센터 시공사인 벽산건설로부터 발전기금 명목으로 25억원을 받은 것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근로복지센터 건립비용은 노동부가 지원한 334억원의 국고보조금에서 나왔다. 국고보조금이 결국은 노동운동의 자주성을 말살할 것이라는 우려는 한국노총의 사례에서 이미 생생하게 입증되고 있다. 전택노련 위원장 출신인 한국노총 권오만 사무총장의 리베이트 수수는 전택노련의 부가가치세 경감분 유용비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아차와 현대차의 채용비리에서 보듯 노동운동 내부의 비리문제는 자주적으로 파헤치고 척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 노조간부의 비리가 정권과 자본의 의도대로 노동운동의 자주성을 말살하는데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항만노조의 비리 사건은 자본과 정권의 의도와는 다르게 썩어빠진 어용노조 간부들을 척결하고 노조민주화의 적극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 항운노조의 평조합원들은 어용노조와 어용노조의 비리를 빌미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려는 정권에 맞서 부산항운노조 개혁을 위한 모임, 대책 없는 상용화 저지를 위한 투쟁위원회, 노동조합 개혁과 민주주의 추진운동본부 등 대대적인 반란을 조직하고 있다.
이들 평조합원들은 구조조정 노사정협약안이 정부와 ‘범법자와의 합의’에 불과하다고 비난하면서 어용들의 비리사건을 활용하여 직선제와 노조민주화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인천 항운노조는 평조합원들의 반발에 직면하여 항만 노무공급권을 올해 말까지 개별 하역회사로 넘긴다는 노사정협의의 추진 일정을 재조정해 달라는 공문을 정부에 보냈다. 이는 지난 5월 6일 체결한 노사정협의안의 폐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권의 의도와 다르게 항운노조에서 평조합원들의 투쟁에 의해 직선제와 노조 민주화가 쟁취된다면 정권이 받는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미 민주노조를 쟁취한 하역노조에 이어서 항운노조에서 민주노조가 만들어진다면 단시일 내에 남한의 물류공급을 마비시키는 파괴력으로 정권과 자본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항운노조 평조합원들은 수출입 봉쇄를 통해 정권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복귀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민주노총 관료들의 의도는 허구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정권과 자본은 자본에 매수당한 노조 내부 관료들의 비리를 계기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관료들을 결박하여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묶어 두고 비정규관련법안과 노사관계법안을 개악하려 시도하고 있다.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해서 협조주의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비정규관련법안을 개악하려는 정권과 자본의 이러한 기도는 실제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청주 하이닉스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인해서 균열이 생기고 있다. 자본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비정규직 뇌관’이라고 겁을 먹고 있다.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하여 이 ‘비정규직 뇌관’에 충격을 가하여 폭발시켜야 한다. 또한 이러한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폭압적 탄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타협을 꿈꾸는 관료들을 적극적으로 폭로해야 한다.
우리는 노조 내부의 비리사건에 맞서 몇 가지 지점에서 타격을 해야 한다. 먼저 비리와 부패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본질적인 문제임을 폭로하여 썩고 문드러진 착취질서에 파열구를 내야 한다. 또한 소수 기회주의 관료들을 매수, 포섭하여 압도적인 노동자 대중들의 생존권을 압살하는 꼭두각시로 내세우는 비열한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야 한다.
우리는 노조 내부의 비리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여 노동운동을 말살하려는 자본과 정권의 의도를 대중적으로 폭로하면서 노조 비리 사건이 자본과 정권의 자주성과 투쟁성을 말살하는 계기가 아니라 역으로 노동운동 내부를 혁신하는 전환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동지들! 자본과 정권에 물질적, 이데올로기적으로 포섭되어 노동자들을 팔아먹는 노동운동 내부의 개량주의, 기회주의자들을 철저히 색출하고 응징하는 투쟁에 발 벗고 나서자! 말뿐인 자정과 혁신, 도덕성 회복에 그치지 말고 활동가들 스스로 자본주의의 물질적 유혹과 회유, 탄압에 굴복하지 않는 사상적 무장과 강고한 규율을 갖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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