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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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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31 04:34:11, 조회:2,364, 추천: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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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폭력 내규 제정의 의미
-반성폭력 내규전문
우리는 소수의 가진 자들에 의해 다수의 일하는 사람들이 착취 받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이 사회에서 노동자, 장애인, 여성, 성적소수자 등 많은 사람들이 이윤에 파묻혀 자본의 이해에 맞게끔 살아가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자본은 노동자들이 사회적인 생산을 해낸 성과물조차도 자신들이 강탈해가는 폭력을 휘둘러왔다. 자본주의는 사적소유와 사회적 생산의 충돌로 인한 모순, 그리고 무계획적 생산에 따라 공황(위기)을 심화시켜가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수습하고 노동자투쟁으로 확대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본은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고 또한 남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를 나누어 노동자들이 계급의식으로 뭉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자본가계급은 여성노동자들을 남성노동력의 보조수단으로 취급하여 자본의 필요에 따라 남성노동자를 내쫓고 여성을 저임금으로 공장에 끌어들였다. 그리고 또다시 구조조정을 통해 여성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가사노동의 굴레 속에 내던지는 야만적인 짓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자본은 가족이 평안해야 기업과 국가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여성을 무급의 육아노동과 가사노동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것은 결국 여성노동자들은 물론,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 내리게 했다. 비정규직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노동자들은 현장에서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현장 밖에서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속에서 가족에 대한 희생을 미덕으로 여기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사적소유제도와 함께 가부장제는 세습되고 계급착취는 가족주의를 통해 강화되고 있다.
한편 반여성적인 태도, 여성에 대한 억압은 자본이 직접 휘두르지 않아도 생활 속에서 혹은 활동과정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몸에 깊숙이 베인 권위주의, 성 상품화 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권위주의는 폭력, 성폭력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권위주의 역시 서로 존중하는 동지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극복해나가야 한다.
이처럼 계급사회,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자에 대한 계급적 폭력과 함께 여성, 특히 여성노동자에 대한 이중의 억압과 사회적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다. 가사노동과 양육의 사회화를 통해서 여성은 생산적인 노동에 편입되면서 사회적인 주체로 당당히 서나가야 한다. 계급해방이 자본주의 내에서 이뤄질 수 없듯이 진정한 성 평등 역시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는 근본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성 해방은 가족주의나 반남성주의적 접근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계급적 모순을 철폐해가는 과정 속에서 함께 가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정한 성 평등을 위해서도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위한 투쟁에 앞장설 것이다! 그리고 상호 동지적인 관계를 강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도 해나갈 것이다.
우리는 지난 2월 4차 정기 총회에서 ‘반성폭력내규’를 제정하고 위의 내규 전문을 채택했다. 이번에 제정한 반성폭력 내규는 성폭력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인 동시에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기본 태도를 밝힌 것이다.
전문에서도 밝히고 있듯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 억압은 계급모순과 깊이 연관돼 있다. 계급사회의 발생과 더불어 여성의 억압은 계속되었고 계급 대립이 가장 첨예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가사노동과 저임금, 가부장제 등 자본주의 모순 속에서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 물론 부르주아 민주주의 발전, 그리고 투쟁의 성과로 인해 보통선거권의 획득, 호주제 철폐와 같은 형식적 여성 인권의 진전이 있었으나 그것은 자본주의에서 여성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키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대다수 여성은 여전히 자본의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전락하여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로 착취 받고 있고,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속에서 이중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진정한 해방은 여성에게 부과시키고 있는 가사노동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가사노동의 사회화와 같은 실질적 평등의 조치 위에서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여성 억압이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분석하는 것만으로, 그것이 계급모순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여성억압의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 될 수는 없다. 자본주의의 억압과 착취에 맞서 노동자계급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여성억압의 가장 구체적이고 폭력적인 형태라 할 수 있는 성폭력의 문제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활동가들 내에 발생하는 성폭력은 권위주의의 극단적인 모습이며 동지들 간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게 한다. 우리는 자본주의에서의 여성 억압의 문제를 넘어 우리 활동에서 드러나는 권위주의적 태도와 성폭력의 원인에 대해 토론하고 반성적으로 평가 했다.
계급철폐와 노동해방, 여성해방을 지향하고 실천하는 우리들조차 자본주의 토대와 왜곡된 의식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계급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과 억압, 편견, 권위주의,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철저하게 극복해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성폭력은 조직이 권위주의적일수록 개인의 잘못된 행실이나 태도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그것은 또 다른 가해와 침묵을 낳을 수밖에 없게 된다.
남성은 자본주의 착취질서의 피해자인 동시에 성폭력에 있어서는 주로 가해자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성폭력의 문제는 여성과 남성의 대립으로 주로 나타난다. 하지만 성폭력의 문제는 남성과 여성의 대립적인 관점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비판하는 관계 속에서 동지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계급투쟁이 근본이기 때문에’, 혹은 ‘후진적 노동자들의 의식’이라는 이유들로 이 문제를 회피하거나 부차화 해서는 안 되며 누구보다 더 철저하고 근본적으로 성폭력 문제를 이해하고 선진적인 실천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서로 동지적인 입장으로 함께 해 나가고자 태도이지 잘못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반성폭력 내규 또한 성폭력 가해자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가 목표가 아니라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고민하고 실천 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규약은 단지 문서상의 약속에 그쳐서는 안 되고 규제의 수단으로서만 나타나서는 안 된다. 반성폭력 내규는 우리의 일상생활 지침이 되어야 하며 새로운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진보적 활동가들의 삶의 행동양식, 실천으로 나타나야 한다.
우리는 자본이 직접적으로 자행하는 착취와 억압만이 아니라 이 사회의 모든 형태의 억압과 차별에 맞서 투쟁해나갈 것이다. 또한 우리는 자본에 맞서 싸우면서 우리 스스로도 새로운 사회의 인간상을 갖추기 위해 투쟁해나갈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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