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
총선에 대한 기본적 태도
1. 대중의 상태와 선거주의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선거 때문에 온통 난리다. 총선출마와 총선승리를 위해 각 당과 정치세력이 온힘을 집중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민노당, 사회당, 사민당과 녹색평화당을 비롯하여 '당'자만 붙은 조직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선거국면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소부르주아지와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의 연합세력으로 실질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원하고 있는 총선시민연대가 낙천·낙선·당선운동으로 선거바람에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선거바람은 대중들의 삶과 무관하고 낯 설은 바람 곧 대중의 바람이 아닌 선거주의 정당과 일부 시민정치세력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위기를 노동자 착취강화와 극심한 삶의 불안정을 통해 극복하려고 하는 노무현 자본가 정권과 열린 우리당 그리고 이 자본의 대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선거바람이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자본의 이익을 위해 농민의 대책 없는 파멸과 노점상 단속, 강제철거를 일삼는 세력의 선거가 농민과 노점상, 철거민에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담배와 술만 늘어나고 분노만 커진다.
그렇다고 대중들은 민노당, 사회당, 사민당과 녹색평화당이 대중들의 빈곤과 고통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이들은 별로 한 것이 없고 또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들은 이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니 이 무관심의 밑바닥에는 '누가 대통령이 되고 누가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대중들의 제도정치에 대한 불신과 저항감이 깔려있다. 이 대중의 정서는 오랜 경험의 축적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이 대중의 정서에는 단순히 "싫다"가 아닌 남한자본주의 상태에 대한 강력한 인식이 녹아있다.
자본의 위기의 시기에 자본가 국가와 자본가 정치세력은 노동자와 민중을 절망에 빠뜨리는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아니 그들은 자본을 살리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노동자의 착취를 강화하고 민중들의 삶을 파멸로 이끄는 정치를 조직한다. 대중들이 '살 수 없다'고 아우성치고 투쟁하면 국익과 법을 앞세워 공권력으로 가차 없이 탄압하는 억압의 정치가 조직된다. 민노당도 여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민노당은 선거주의를 통한 집권과 국가의 민주화를 추구한다. 이것이 민노당의 이른바 '민주적 사회주의'의 요체다. 따라서 민노당은 총자본가로서의 국가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고 또 의식적으로 수행하고자 한다. 자본의 구조적 위기의 시대에 자본가 국가는 어떤 국가이든지 자본의 위기를 국가내부에 구조화시키고 자본의 위기타개를 국정의 제1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다.
유럽 사민주의의 오늘을 보라! 이렇게 볼 때, 현재 선거에 모든 힘을 집중하고 있는 여러 당과 시민단체는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이런저런 '선거주의'와 '국가주의'를 통한 자본의 위기타개를 공유하고 있다. 선거주의를 통해서는 대중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여 관철시킬 수 없고 대중들로부터 점점 멀어져서 더욱 낯설고 대립적인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데도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에 집착(당리당략)하여 선거주의를 열렬하게 추구하고 있다. 이들에게 선거주의 이외의 전략노선은 없고 선거주의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2. 대중투쟁과 선거주의
우리는 흔히 '정치'하면 '선거'와 '의회'를 떠올린다. 우리들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교육받고 알고 자라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주의를 비판하는 세력들도 선거 때만 되면 선거에 나가서 선거판에서 뭔가 하지 못하면 큰 일 날 것 같은 강박증에 시달린다. 선거는 자본가 국가가 주체가 되어 전국적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각 정치세력의 의지와 무관하게 전국적인 선거국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 선거에 나서지 않으면 대중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별 볼일 없는 세력으로 남아 있거나 대중의 머리에서 잊혀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선거는 자본주의의 꽃이고 부르주아 정치세력에게 선거는 모든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최선이고 최고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주의 선거, 돈선거, 흑색선전, 관권선거가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무엇이 되었든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장땡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깨끗한 선거와 정의를 들먹이는 것은 세상물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철부지의 짓이다.
그러나 대중의 직접행동과 대중의 의식화와 조직화를 통한 대중권력 창출을 통해 근본적인 사회체제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은 다르다.
선거주의와 의회주의는 대중 스스로의 손에 의해 역사의 박물관에 전시 되어야 할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선거와 의회는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선거와 의회 또는 국가의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끊어내고 대중 스스로가 자신의 권력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한 계기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자본의 구조적 위기가 계속되고 여기에 주기적 위기가 겹치는 시기 즉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시기에 선거주의와 의회주의는 대중의 삶과 투쟁에 무기력하고 대립하고 대중투쟁의 전진을 왜곡하고 가로막는다. 자본의 위기는 선거주의와 의회주의의 위기를 낳는다. 우리는 이것을 몸서리치는 섬뜩한 두려움과 분노를 통해 너무나 선명하게 경험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자본의 위기는 끊임없는 대중투쟁을 낳는다. 우리는 끊임없는 대중파업과 시위를 통해 이것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자본의 위기는 경제와 정치의 융합현상을 낳는다. 자본의 이윤의 논리가 정치의 전면에 공개적이고 아주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자본가와 자본가 국가는 하나가 되어 경제위기 탈출을 목청껏 외친다. 자본의 경제논리는 '국익'으로 전화된다. 그래서 자본의 경제활동(이윤창출)에 방해가 되는 모든 행동은 '국익'을 침해하는 행동이 되고 조직은 반국가적 조직으로 단죄된다. 법은 이에 맞게 고쳐지고 해석되고 운영된다. 공권력이 전면에 나서서 물리적으로 가차 없이 탄압한다.
최근의 노동법 개악과 집시법 개악을 보라. 노동자의 투쟁에 대한 공권력의 탄압을 보라. 전투적 활동가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가혹한 형량을 보라. 경제위기는 정치의 반동화를 필연적으로 초래하고 파시즘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다. 우리는 '창간 준비 1호'에서 이런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경고했다. 따라서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은 투쟁이 지속되면 급격하게 자본가 정권에 대한 정치투쟁으로 바뀔 수밖에 없으며 반대로 노동자는 자본가 정권에 대한 투쟁의 조직화를 통해서만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고 노동자의 조직을 보존하고 강화할 수 있다. 현재의 대중투쟁은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결합을 요구하고 있고 대중투쟁의 장은 정치투쟁의 場이기도 하다. 따라서 선거만이 유일한 정치투쟁의 공간이라는 소리는 부르주아 선거주의자들의 헛소리에 불과하다. 원칙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대중투쟁의 조직화, 대중의 직접행동의 조직화가 전투적 활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노동자 정치의 진실이다.
3. 그럼 선거에는 참여하지 말라는 것인가?
선거와 의회 그리고 자본가 국가는 썩어 문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쓰레기가 되지는 않았다.
대중은 자본가 국가 이외에 사회를 조직하고 조절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 선거와 의회주의 이외의 정치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 여기에다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의 투쟁이 명확한 목적과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자발적이고 분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투쟁에서 패배하고 투쟁의 성과를 주체역량 강화로 귀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쳐서 대중주체의 직접행동과 투쟁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대중투쟁을 조직하고 대중투쟁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대안 정치세력의 부재는 좋든 싫든 할 것 없이 대중에게 자본가 국가를 유일한 사회조절자로, 선거주의 정치를 유일한 정치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를 폭로와 대중투쟁의 계기로 삼기 위하여 선거에 참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세력은 현재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조직적 역량과 돈을 다 끌어 모아서 어느 한 곳에서 후보를 내는 것은 선거투쟁의 효과는 미미한데 그 후유증은 너무 커서 조직적 역량이 거덜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선거에 안나가면 대중에게 '팽'당하고 큰 일이 날 수 있을 정도로 선거의 대중적 영향력이 없고 선거에 나가서 얻을 수 있는 대중적 영향력도 없고 도리어 심각한 역효과가 예상되는 상태에서 선거를 위해 조직적 역량을 '올인'하는 것은 모험주의적 행동이다.
우리는 선거불참과 투표거부를 통해 대중의 의지를 결집하고 국가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현재의 조건'에서는 적합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4. 비판적 지지는 무조건적 지지의 다른 이름이다.
대중들이 정치적 경험을 통하여 민노당과 사회당을 비롯한 개량주의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하여 이들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반동적 생각이다. IS는 대중의 경험을 통한 폭로를 위하여 김대중을 비판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든지 조순을 서울시장으로 지지해야 한다든지등의 주장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정치혐오증을 낳든지 "그래도 누구"라는 식의 정치적 결과만을 낳을 뿐이었다. 민노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도 마찬가지이다.
왜 그런가? 어떤 대중의 경험을 통한 폭로의 조직화를 위해서는 그 대중의 경험을 조직하고 폭로하고 그 폭로를 통해 대중을 조직화 할 수 있는 조직적 주체가 있어야 한다. 비판적 지지의 목적과 전제조건이 명확하게 대중에게 전달되고 그 목적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관철시키지 못하면 비판적 지지는 전면적 지지가 되고 폭로를 통한 대중경험의 조직화는 대중의 지지자에 대한 해소가 될 뿐이다. 폭로는 '조직되어야 한다'.현재 전투적 세력에게는 그만한 힘이 없다. 또 그만한 힘이 있다면 선거주의와 대중투쟁이 대립하는 시기에 선거주의세력에 힘을 보태주고 대중을 선거주의자의 아가리로 집어넣겠는가? 뭔가 어떤 곳에서 하나의 전형을 창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회당은 노힘, 평등회의, 다함께에 4자 대표회담을 제안하고 있다. 통일좌파와 같은 맥락에서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사회당은 거의 빈사상태에 처해있다. 지도력, 결속력, 열정이 없다. 중견활동가도 없다. 따라서 사회당은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루기도 버겁고 선거결과에 따라서 조직의 파산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회당을 비판적 지지를 통해 대중적 경험을 통해서 폭로할 필요는 전혀 없다. 왜 힘을 실어주려고 하는가!
노힘은 중앙파를 범좌파(?)로 묶어 참가한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참가해서 참패를 기록했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어 버렸다. 지난 대선 때의 공투본의 파산에 이은 두 번째 전국적, 공개적 경쟁에서 참패를 당했다. 이것은 무분별한 상층중심의 연합과 정치적 영향력에 의존하는 노힘의 관료주의적 정치활동 방식의 파산이자 노힘의 정치적·조직적 능력의 현주소이다. 노힘의 정치적·조직적 결속력은 매우 취약하고 구심력은 계속 약화되고 원심력은 강화되고 있다. 노힘은 더 이상 활동가에게 다가가고 조직하는 데 커다란 장애물이 아니다. 노힘에게 선거는 '계륵'이다. 선거는 참가할 수도 참가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태에서 망설이다가 자멸로 나타나도록 만든다. 그냥 놔두자!
민노당은 민주노총의 공식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관료주의적 형태의 지지를 받고 있을뿐 민노당의 능동적 리더쉽이나 공동의 경험을 통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민노당은 민주노총 관료주의자들의 발악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조합원 2%만이 가입하고 있다. 민노당 당원 중 약10분의1 정도만이 민노당 활동에 어느정도 참여하는 수준으로 본다면 대충 민주노총 조합원 1400명 정도가 민노당의 진짜 당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2%를 5%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민노당에서도 민주노총 조합원이 민노당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민노당이 민주노총과 관련해서 한 일은 민주노총 집회와 시위에 깃발들고 참가한 것 이외에는 없다는 것도 인정하고 있다. 민노당은 민주노총을 정치적으로 조직하고 주도하기 보다 민주노총의 꽁무니를 따라다니고 있을 뿐이다.
민노당은 '공공성 강화'와 '자주평화실현'을 양대 핵심주장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공공성 강화 주장에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의 실현가능성에 회의하면서 좀 더 대중에게 현실성있게 다가갈 수 있는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5%정도의 득표로 지역구1-2석(울산북구와 창원)과 비례대표를 합쳐서 5석 정도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의석으로 할 수 있는 최대의 목표는 '고급정보취득'으로 잡고 있다. 고급정보로 발빠르게 현실성있는 정책을 계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중의 상태에 영합하는 노골적인 선거주의 정당인 민노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는 선거주의에 대한 투항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주장은 민노당에 들어가서 민노당을 개혁하겠다는 생각과 다르지 않다.
5. 대중투쟁의 전면화와 선동에 집중하자.
대중투쟁은 언제 어디에서 터져 나올지 모른다. 이 대중투쟁을 준비하고 대중투쟁과 최대한 밀착하고 결합하여 대중투쟁을 선거공간으로 확장시켜서 대중투쟁과 선거를 대비시키고 선거물신화를 폭로하자. 박일수 동지의 분신의 처절한 외침인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조를 비롯한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깃발을 정세의 한복판에 세우자. 장기투쟁 사업장과 이주 노동자 투쟁, 봄 임단협과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에 대항하는 투쟁을 최대한 확대시키자. 이 투쟁을 전국총파업 투쟁으로 모아내자
대중투쟁의 상황과 선거의 상황을 분석하고 대비시키고 폭로하는 선동작업을 유인물과 신문과 인터넷을 활용하여 파상적으로 전개하자.
전투적 노동자는 현장주의의 껍데기를 벗고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의식적으로 추구하는 세력과 과감하게 손잡고 대중투쟁을 조직하고 대중투쟁의 전망을 창출할 주체를 현장에서부터 형성해 나가자! 눈 앞에 보이는 것들에 현혹되지 말고 개량주의 세력에 겁먹지 말고 우리의 길을 굳게 걸어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