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중삼일천하'
불안한 노동을 공중에 달아 올려라!
타워크레인노조 총파업투쟁 돌입부터 합의안도출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4월 28일부로 총파업을 돌입해 5월 7일 도출한 잠정합의안의 찬반투표를 하러 서울대 노천극장으로 모였다. 잠정합의안을 발표한 후 지역별로 삽십분의 짧은 논의를 거친 후 곧바로 찬반투표에 돌입하였다. 서울대에 모인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해냈다는 성취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투표결과는 유효투표 608명 찬성 515명 반대 93명 84%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5월 5일 새벽 네 시경 기습적으로 전국의 87개의 타워크레인을 점거해 고공농성에 돌입한지 이틀반 동안 하늘을 점령한 타워기사들의 외침은 그렇게 정리되었다.
‘불법용역과 소사장제 폐지’가 이번 총파업투쟁의 쟁점이었다. 타워노동자들은 1차부터 4차까지의 하도급형태가 만연해 중간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합의안에서는 원청이 소속 타워업체에 대해 이를 폐지토록 지도 및 권고하는 선으로 얘기하고 있다. 원청의 압박을 통해서 타워업체는 합의안을 이행하도록 하고, 노동부가 근로감독관을 현장에 파견해 감시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사실상 강제력은 없다.
147개 타워업체에 따로 소속되어 일하고 있는 만큼 업체별로 열악한 노동조건이 천차만별이다. 관행상 계약서 없이 구두로 일하고 했던 것이 더욱 열악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이었기에 ‘표준근로계약서 체결’이 일종의 근로기준법인 셈이다. 파업종료 후 10일이내로 타워업체는 조합원의 회사 복귀 후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체결하기로 했으나 이 또한 권고사항일 뿐 강제력은 없다.
‘파주교육원폐지’를 내년 1월내로 실시한다고 노동부와 합의했다. 파주교육원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타워기사를 싼임금으로 부려먹고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타워기사양성소이다. 2-3개월의 교육만 받으면 현장실습기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어 현장적응기간이 없기 때문에 작업의 안전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교육원 출신들은 대부분 불법용역이나 소사장제로 운영되는 곳에 취업되기 때문에 매월 60-180여만원의 임금착취를 당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는 빈번하고(소사장들한테 포기각서를 하나 쓰는 것만으로도 어디로든 취업할 수가 없다) 노동조합에 대한 불신까지도 조장하고 있어 노동탄압과 함께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장투쟁으로 합의안이행을 강제해 나가자
타워노조의 투쟁은 지금부터 새로운 시작이다. 합의안의 중요내용은 ‘권고’사항으로 집약되어있다. 타워총파업투쟁의 승리는 합의안도출이 아닌, 현장에서 얼만큼 합의안이행을 강제해 내는가에 달려있다. 지난해 이맘때의 ‘화물연대’의 파업을 떠올려 보자. 강고한 투쟁, 전국적인 쟁점, 정부의 합의와 권고사항이 넘실거렸지만 현장에 복귀하자마자 공세적인 탄압이 자행되었다. 결국 합의안은 문구에 불과했다. 사용자측을 감시하겠다는 감시자역할을 자처하는 노동부와 건교부는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말뿐인 교섭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하는 것이다. 투쟁의 확대로 인한 건설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 타워노동자의 고충을 헤아려 주는 것은 아니다.
타워업체들의 원청도 소속타워들을 압박하고 합의안이 이행되도록 권고하겠다지만 타워노동자 착취구조의 중심에 원청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타워유지 및 사용의 비용절감을 위해, 여러 업체들에게 하청으로 떠넘겨,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이중삼중착취를 교묘히 방치한 것이다. 이는 다른 사업장들이 고용의무와 비용절감을 통한 효과를 보는 것과 다르지 않은 비정규직 전체사안과도 직결된다. 원청과 하청을 동시에 압박해 비정규직 양산구조를 깨뜨려야 한다.
타결이후 현재 사측의 합의안 이행상황 그리고…
현재 타워크레인노조홈페이지에서 소속회사의 임단협이 지켜지고 있는지를 묻는 온라인설문조사가 진행 중이다. 전혀 지켜지지 않거나 일부만 지켜지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파업종료 후 현장에서는 더 큰 조직력으로 사측을 압박해야만 합의안을 관철시킬 수 있다. 5월 9일 현장복귀 뒤에 독자적인 투쟁을 이어가던 흥화타워 소속 조합원들도 5월 13일 오전 같은 내용으로 사측과 합의안을 도출하였다.
타워동지들의 고공농성투쟁은 전국노동자들의 희망이었다. 지상은 비록 한 줌의 자본가들에게 착취 받는 다수의 노동자들의 불안한 노동이 판을 치지만, 지상 100미터 위 공중에서라도 해방공간이 오래 지속되기를 기원했다. 타워노조의 총파업투쟁은 끝났지만 노동자가 주인이었던 ‘공중삼일천하’를 착취의 온상인 지상에서 펼칠 날을 기대해본다. 이어 비정규직투쟁의 승리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합의안이 지켜질 수 있도록, 사측을 강제해내는 타워동지들의 강고한 조직력과 투쟁력이 발휘될 것을 기다린다. 투쟁!!!
고공농성돌입 전 위원장이 사퇴해 비상대책위 체계로 파업이 유지되었다. 최동국 비대위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합의안의 내용과 타워동지들이 총파업투쟁에 돌입하게 된 배경 등을 들어보자.
<최동국 비대위위원장과의 인터뷰>
1. 타워노조가 총파업에 돌입, 고공농성부터 잠정합의안 도출까지 숨가쁘게 진행되었던 타워노조의 투쟁과정과 총파업돌입이유는 무엇인가요?
03년도 임단협이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차례 교섭, 결렬 끝에 4월 28일 총파업에 돌입하게 되었다. 5월 5일 87개의 크레인을 480여 대오가 점거하여 거의 국가비상사태가 되자 사용자측은 이제야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섰다.
고공농성에 돌입한 후 17차 교섭을 노동부의 중재하에 타워업체의 교섭권을 위임한 사용자대표인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 '한국타워크레인안전관리협회'과 잠정합의안을 도출하였다. 147개업체 중 흥화타워를 비롯한 42개의 업체를 제외하고는 이번의 교섭으로 우리타워노조의 핵심요구사항인 ▲표준근로계약체결 ▲불법용역 소사장제 폐지 ▲파주교육원 폐지 ▲최저임금 12만 5천원 인상 ▲03년 임단협준수, 파업과 관련 사측은 손해배상 및 민형사상 책임을 노조에 묻지 않기로 합의했다.
2. 이번 교섭에서 제외된 흥화타워를 비롯한 업체 소속의 조합원들에 대한 대처 및 향후 투쟁계획은 무엇입니까?
흥화타워를 비롯한 42개의 업체가 교섭에 나오지 않았다. 노동부장관이 교섭해태업체에 압박하고 있다. 이번 교섭에 나오지 않은 흥화타워의 파업은 끝나지 않았다.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대체인력투입을 저지하고, 본조에서 계속 지원할 것이다. 미조직타워노동자가 전국에 3500여명이 있다. 앞으로는 그들을 조직해서 다음의 총파업 시에는 더 큰 투쟁을 보여주겠다.
3. 03년 임단협이 문구상에 그치고 실행이 되지 않아 이번 투쟁에 돌입한 큰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합의안이 사측에게는 권고사항으로만 여겨져 실제 적용이 미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은 어떠한가요?
실제 합의안대로 집행될는지는 모르며 사용자들의 성의여부에 달린 것이라 생각한다. 업체별로 노사협의를 통해서 이행하고 안 될 경우에는, 노조가 개별 업체를 노동부에 진정서를 넣고 고소고발을 하는 것으로 했다.
4. 타워투쟁의 과정 속에서 연대단위가 거의 없습니다. 고공농성에 돌입하면서 플랜카드 등의 물량도 미처 준비되지 못했던 이유가 있습니까?
총연맹과의 공조하에 사업을 진행하였고 이후 압박이 덜 된다면 민주노동당과의 연계도 있을 예정이었다. 다른 연대단위가 없었던 것은 정보부의 감시망을 피하고 보안유지를 해서 파업의 기밀성유지를 위한 것이었다. 상황이 급변해 준비가 덜 된 부분들이 있지만 다행히 선봉대유지가 잘되어 조직력을 유지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5. 타워크레인투쟁은 비정규직노동자의 희망으로 전국적인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다른 비정규직투쟁과의 차이점과 앞으로의 과제를 지적하신다면 무엇인가요?
금호타이어는 연대의 승리고 타워는 자체의 승리다! 라고 본다. 금호타이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이 싸운 결과이고 타워노조는 비정규직이 90%나 되는 현실에서 비정규직의 독자적인 투쟁력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정규직화쟁취투쟁도 중요하지만 보다 앞서서 비정규직 주5일제쟁취, 근골격계투쟁 등 많은 할 일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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