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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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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8 02:02:40, 조회:2,693, 추천: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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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주주의 투쟁의 한계를 넘지 못하다
5.18 광주항쟁을 ‘민주화 운동’으로 체제에서 받아 안으면서, 그 내에 있었던 자본주의 국가 권력에 대한 혁명성은 단지 ‘민주주의 운동’을 위한 ‘군사 독재 정권’에 대한 항거로 은폐되었다. 최근 6.10항쟁도 ‘민주주의 운동’으로서 국가가 이를 포용하면서 단지 지금의 국가 기구가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계승하고 있다는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6월 항쟁은 군사독재라는 가장 폭력적인 자본주의 국가권력에 대한 투쟁으로 나타났다. 6월 항쟁은 애초의 요구와 과정, 결과를 볼 때 절차적 민주주의 요구를 넘어서 급진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이 투쟁을 주도하는 세력들은 부르주아 야당 세력이었기 때문에 6월 항쟁은 더 전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잃어버리고 부르주아 민주주의 투쟁의 한계로 갇혀 버렸다.
1980년대부터 진행된 독점자본의 성장은 시장질서의 확립, 규제 철폐 등을 요구하는 독점 자본의 홀로서기, 국가 규제와 간섭으로부터 자본의 자유로운 운동을 보장 받으려는 흐름으로 나타났다. 그러한 이해관계의 표현은 정치적으로 민주헌법 쟁취라는 보다 폭넓은 민주주의 외피를 쓰고 나타났다. 투쟁의 진행 과정에서 슬로건은 이보다 더 좁혀졌다. 당시의 투쟁을 주도했던 부르주아 자유주의 세력과 소부르주아지의 입맛에 맞는 ‘직선제 개헌’, ‘호헌철폐’와 같은 ‘정권 교체’로 모아진 것이다.
군사독재에 대한 ‘직선제 개헌’이라는 형식적 민주주의 요구 속에 민족주의 세력,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세력, 노동계급, 농민 등의 소부르주아지가 뒤엉켜 있었다. 그 이후 6월 항쟁은 노동자 계급이 역사의 전면에 서는 노동자대투쟁과, 현재의 우파를 구성하는 통일운동, 부르주아 정치권 편입 등으로 분화의 과정을 밟았다.
2. 기록으로 보는 6월 항쟁, 노동자 대투쟁
1) 박종철 고문 치사 투쟁
이미 85년 중반부터 학생, 지식인, 노동자 등의 민주화에 대한 요구들이 분출되기 시작한다. 구로공단 노동자 투쟁에 대한 탄압 항의, 문학인들의 표현 자유 요구, 대학생들의 민주화 요구, 미상공회의소 점거 등의 반미 투쟁, 소 값 폭락 등에 대한 농민의 시위 등이 뒤섞여 민주화 대중투쟁의 흐름을 형성해 가고 있었다.
군부정권은 학원 안정법,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 등을 터뜨리며, 대중들의 투쟁에 더 가혹한 폭력으로 대응하기만 했다.
86년 들어서 대중들의 투쟁은 더욱 폭넓게 나타났다. 이 시기 대중투쟁의 흐름은 보다 집중적인 요구들로 나타났다. 과거 산개된 형태의 대학생들의 시위는 ‘직선제 개헌’으로 집중되며 나타났다. 신민당을 중심으로 한 부르주아 야당은 대중투쟁에 동참하며, 개헌 서명 운동, KBS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 등으로 군사정권 치하의 다양한 비민주주의적 행태들을 대중적으로 폭로했다. 그 결과 5월1일 민주당이 창당한다. 종교인들의 시국 기도회, 구로 노동자들의 ‘삼민헌법 쟁취 투쟁’, 교수, 교사들의 민주적 교육 요구,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 등이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왔다.
그러던 중, 87년 1월 14일 서울대 박종철 군이 치안본부 대공수사대에 연행되어 고문 받던 중에 사망한다. 이후 더 거대해진 학생과 지식인, 도시 노동자들의 투쟁이 진행되고, 급기야 전두환은 4.13호헌조치를 발표한다.
더욱 폭력적인 탄압에 맞서, 대중들은 각각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한다. 그 결과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이 결성되어 호헌철폐와 대통령 직선제 헌법 개정을 요구하며, 이후 6월 항쟁의 지도기관으로 등장한다.
2) 6월 항쟁
투쟁은 학생, 시장상인, 도시 노동자 등으로 번졌다. 이에 전두환 군부독재는 4.13 호헌조치를 통해 대중들의 투쟁을 더 강화된 폭력으로 탄압하는 한편, 독재정권을 존속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 직격(최루)탄과 토끼몰이로 표현되는 군부정권의 최후의 발악은 이한열 열사가 나오면서 더욱 거대한 대중운동에 직면하고 결국 6.10항쟁이 폭발한다.
6.10항쟁은 이후 부산, 광주, 대구 등의 전국 각지로 번지면서, 투쟁 참가자들의 투쟁 양상도 보다 격화된다. 이는 초기 집회와 시위 형태에서 공권력에 대한 방어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먼저 파출소와 페퍼포그 등을 공격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결국 당시 민정당의 총재였던 노태우의 6.29선언이 이어지면서, 6월 항쟁은 더 이상의 진전을 멈춘다.
3) 세 가지 흐름 : 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 부르주아 야당, 통일운동
6월 항쟁은 ‘직선제 헌법 개정’으로 한풀 꺾였다. 6.29선언 이후, 6월 항쟁의 지도부들은 연말의 대통령 선거에 몰두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남한 사회의 노동자계급은 스스로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며, 자본에 대한 투쟁을 시작한다. 7-9월의 노동자대투쟁이 그것이다. 다른 한 편에서는 민주주의 투쟁 속에 묻혀 왔던 ‘통일운동’이 고양된다.
① 7,8,9월 노동자 대투쟁
7월 3일 노동자 대투쟁의 시작을 알렸던 현대엔진노동조합이 결성되어 투쟁을 시작한다. 울산 전역으로 순식간에 노조결성, 투쟁이 번져나갔다. 나아가 노동자들의 투쟁은 부산, 거제, 마산, 창원으로 번져 갔고, 이윽고 서울, 인천, 부천, 구로, 안양, 군포, 성남 등 수도권으로 옮겨 붙기에 이르렀다. 또한 업종별로도 노동자들의 투쟁은 제조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운수업(버스 전국총파업, 택시 총파업), 광업, 사무 판매 서비스직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확산되었다. 이렇게 해서 “1987년 7,8,9월 노동자 대투쟁 기간 동안 새롭게 결성된 노동조합은 자그마치 1,060개.”(6월 항쟁 기념 사업회), 노동자 대투쟁 기간 동안 발생한 노동쟁의 건수는 3,458건으로 하루 평균 40여건 씩 터져 나온 셈이었다. 이는 1986년 하루 평균 0.76건에 비해 무려 50배나 증가한 것이며, 1980년 봄의 노동자투쟁(총 407건)보다 8배나 증가한 것이었다.
7-9월 노동자대투쟁은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노동자가 남한 사회의 역사 전면에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② 통일운동 고양
대학생, 지식인을 중심으로 하는 통일운동은 직선제 쟁취 및 호헌철폐 투쟁의 한 축을 이루었다. 이미 85년 미상공회의소, 86년의 광주 미문화원, 부산 미 문화원, 일본 대사관 점거 등의 선도적인 민족주의 투쟁들이 있어왔다. 6.29선언 이후, 이들은 대통령 선거에 집중했고, 선거가 끝난 88년 초부터 본격적인 민족주의 운동으로 나타난다.
서총련 출범 및 전대협 출범, 남북한 청년 학생회담 강행 및 무산, 민족문학작가 회의, 민통련 등 재야 11개 단체,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민주단체협의회(조통협)' 발대식 등을 거쳐 1989년 1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발족으로 민족주의 운동이 전국적인 체계를 가지게 된다.
③ 부르주아 자유주의 세력 지분 확보(야당)
87년 대통령선거에서 김영삼, 김대중의 야당통합이 실패하였다. 이후 군사정권의 후신인 노태우 정권이 다시 집권한다. 노태우 정권은 자신의 기반은 군사 정권이었지만, 민주화 투쟁의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이후 남한 자본주의 체제는 형식적인 민주주의의 확장이 점진적으로 이뤄진다. 이를 두고 최근의 노무현 대통령은 “형식적 민주주의, 절차적 민주주의 … 이것은 이제 완성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형식적 민주주의를 요구하던 자유주의 세력들은 과거에 혹독한 탄압만을 받았다면, 6월 항쟁 이후에는 야당으로 입지를 확보하며 지배 권력의 일부로 자리를 잡는다. 최근까지 남한 자본주의 지배 권력들은 정치권의 야당에서 때로는 여당과 위치를 바꿔가면서 현 지배 권력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중 통일운동에 임했던 소위 386 출신들 역시, 여기에 가세해 왔다.
3. 6월 항쟁의 한계와 의의
1) 독점 자본의 성장과 거추장스러운 국가 규제
남한 사회는 해방 이후, 국영 은행(국민은행, 상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산업은행 등)을 통해서 대외 원조의 분배 및 차관을 분배했다.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사적 자본들을 육성하고, 재생산 구조를 확립해 왔다. 그 과정에서 남한 자본은 스스로 증식하면서 점차 독점화 됐다.
“남한자본주의는 국가가 산업에 필요한 자본에 대한 공급뿐만이 아니라 이의 운용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그 발전이 본격화된 것이다. 국가가 산업에 있어서 기반이 되는 기간산업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자본가로서 활동하고 산업발전에 있어서 요구되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투자하고 관리”(김상조,「한국자본주의 분석」, 일빛)
“한국에서 독점자본가 계급은 재벌그룹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 집단들로 드러난다. 이들의 지배력은 특히 80년대 개방화와 민간경제의 활성화라는 흐름 속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서관모, 「한국사회론」, 한울)
6월 항쟁은 군사독재 정권의 폭력과 압제에 저항하는 인민들의 열망과 요구를 담고 있었지만 이 투쟁을 지도하는 자유주의 부르주아 세력들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절차적 민주주의에 갇혀 버렸다.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세력들은 군사독재를 합리적인 자본주의로 바꾸려고 했다. 경제 관계에서 폭압적이고, 자본을 여전히 국가의 그늘 아래에 두려는 군사정권에 대한 ‘경제 민주주의’(당시 표현으로는 “정경유착 근절”, “관치 금융 혁파” 등이 있다) 요구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사회 전반의 구석구석에 파고들어 있는 폭압적 군사정권의 억압을 뚫고 전체 사회적인 ‘민주화’ 요구와 더불어 자본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요구가 더해져서 폭발적인 대중 투쟁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2) 역사적 한계 : 대중의 전망, 변혁정당 부재, 자유주의 세력의 주도
1987년의 6월 항쟁의 시기에도 남한 내의 변혁적 과제를 수행하고자 하는 세력들은 있었지만 미약했다. 이들은 당시 군부독재에 대한 투쟁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투쟁의 흐름으로 조직해 내지 못했다. 오히려 당시의 투쟁은 폭력적인 군사독재 정권에 대한 민주적인 정권의 수립이라는 체제 내적인 흐름에 압도당했다.
국가 주도의 자본 축적 구조(국가 자본주의)에서 독점 자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유주의 세력들과 아직 계급적 내용의 명확한 차이보다는 ‘군사정권 타도’의 공통된 목표에 동의한 다양한 중간계급, 지식인, 도시 노동자들이 6월 항쟁이라는 대중투쟁의 구성원들이었다. 이러한 대중 투쟁을 주도한 것은, 이후 야당으로 자리를 확실히 잡은 ‘자유주의 세력’과 소시민적 입장(투명한 자본주의, 절차적 민주주의)을 대변하는 지식인 등의 중간계급들이었다. 6월 항쟁의 구심이었고 이후 투쟁의 요구가 축소되어도 12월 대선에 집중하자는 것을 주도했던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가 바로 그것이다. 국본은 당시의 신민당(김대중, 김영삼 등), 천주교 등의 종교계, 대학교수 및 각 대학의 학생회 등으로 구성되었다. 투쟁의 지도단위가 이미 체제 내적인 ‘투명성’, ‘절차적 민주주의 확대’ 이상을 넘지 못하였다.
당시 투쟁에 임했던 대중들 역시 아직 자본주의 체제 변혁의 목표를 지니지 못한 한계와 이를 주도하는 세력의 체제 내적 한계, 그것을 극복할 혁명 정당의 부재가 맞물리면서 6월 항쟁은 형식적 민주주의 확장을 위한 ‘정권 교체’의 의미로 축소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중들은 초기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투쟁의 양상에서 6월 10일 투쟁 이후부터는 보다 공격적인 투쟁들을 전개했다. 초기의 요구에서 더 나아가 살인자 처벌, 희생자 보상 등의 요구들이 확장되어 가는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그런 흐름은 전반적인 상황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만약 변혁 정당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면 당시의 전투적이고 공격적으로 발전하던 투쟁들은 노동자의 생존권과 권리쟁취 요구 등으로 심화, 확장되면서 6월 항쟁에서 노동자대투쟁으로 이어지는 국면은 하나의 연속혁명의 과정으로 나타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직선제 쟁취와 호헌 철폐가 가시화되자, 이 거대했던 6월 항쟁은 그 기세가 꺾였고, 투쟁의 흐름은 12월 대통령 선거에 집중하자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1987년 6월 대중들의 거대한 운동은 보다 효율적이고, 자본의 운동을 제약하지 않는 자본주의를 열망하던 ‘자유주의’ 세력(김대중, 김영삼 등 야당 세력)들에게 그 성과가 집중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6월 항쟁은 ‘대중투쟁’의 현실화였지만, 투쟁의 지도단위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양상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장’이라는 한계에 갇혔다.
6월 항쟁의 과정에서 과실을 얻었던 또 하나의 세력은 이후 등장하게 되는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등의 시민운동으로 대표되는 소부르주아지들이다.
3) 계급 간 이해관계 표출, 노동자 계급이 등장하는 계기!
6월 항쟁은 이상의 역사적인 한계에 의해 민주주의 투쟁으로 국한되었지만, 국가권력의 통제력을 약화시키면서 그간 누적되어 왔던 각 계급들의 불만들이 터져 나오는 계기로 작용했다. 즉 노동자 대투쟁, 소 값 파동 등에 대한 농민 투쟁, 통일운동의 강화 등이 누가 먼저다 할 것 없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6월 항쟁의 결과, 민주주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국가의 폭압적인 통제력이 균열이 생겼다. 이것이 남한 전체 대중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노동자가 하나의 계급으로 전면적으로 등장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된다.
다른 한 편에서는 지배계급 내에서 자유주의 세력들이 민주주의 투사라는 간판을 걸고 자신들의 지분을 확보했다. 중간계급들은 시민운동의 터전을 확보하면서 자신들의 거점을 확보하게 되었다.
폭력적 군사정권에 대한 공통된 이해관계 속에 묻혀 있던 각 계급들은, 절차적 민주주의가 일정하게 확장 되면서, 스스로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6월 항쟁의 주요 요구였지만 형식적인 ‘민주 헌법’ 쟁취는 당시에 쟁취되지 못하고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형식적 민주주의가 확장되는 과정을 밟아 왔다.
6월 항쟁은 자신들이 목표로 삼았던 요구보다도 더욱 축소된 ‘직선제 쟁취’, ‘호헌 철폐’에 만족하면서, 자본주의적 선거 흐름에 파묻혔고, 이를 주도했던 당시의 신민당, 민주당 세력들은 현재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형태로 자기 자리를 잡았다.
당시 인민노련, 삼민동맹, 노동계급, 사노맹 등 변혁적 세력들 사이에는 남한 자본주의 발전의 가능성을 회의하는 종속론이 지배적이었다. 이들은 남한 자본주의가 발전의 여지가 없고 후진적인 정치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착취와 억압이 가중되기 때문에 혁명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한 자본주의가 고도로 성장하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장되자 이들은 남한 자본주의에도 개량의 물적 토대가 생겼기 때문에 폭력혁명으로 자본주의를 타도하는 정치노선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소련 사회주의의 몰락과 더불어 합법정당 운동으로 경도되었다. 이들의 일부는 열린우리당이나, 심지어 한나라당에 들어가기도 했다. 소위 386이라 불리는 자들이다.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이러한 흐름들 중의 상당부분은 ‘시민운동’의 이름으로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를 보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로 만들자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4. 6월 항쟁의 경험은 대중투쟁의 전망을 제시할 변혁적 당 건설을 가르친다
분명 군사독재의 그 처절한 탄압과 최소한의 민주주의적 절차마저도 없었던 시기에 비해 지금은 민주적인 형식들은 상당히 진전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에 와서 형식적 민주주의라는 것마저도 국민, 시민으로서의 개인에 대한 파편화된 민주주의의 확장은 있으되, 체제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되는 노동자 계급에게는 더욱 열악해지는 자본가의 독재만이 있을 뿐이다. 노동법, 비정규직 관련 법 등의 제도들은 갈수록 개악되고 후퇴되고 있다.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뭉쳐서 요구하려 하면 고소, 고발, 손배 가압류, 용역깡패 및 공권력의 즉각적인 투입 등이 끊임없이 따라 붙는다. 바로 이런 것들이 지금의 민주화되었다는 남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자 계급이 누릴 수 있는 ‘민주주의’의 본모습이다.
과거의 민주주의 세력들은 체제 내에서 기득권을 누리면서 노동 계급의 단결에 미주알 고주알 참견하고,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여전히 노동운동과 민주노동당에 남아서 ‘노동자’의 향수와 기억으로 대중을 현혹하고 있는 세력들은 “노동자 계급을 지배계급으로 조직”하기보다는 지금의 체제 내에서 안주하도록 우경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6월 항쟁이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당시의 역사적인 한계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단지 과거의 역사를 술안주 꺼리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87년의 그 뜨거웠던 6월 항쟁, 이어 터져 나온 노동자 대투쟁 및 농민, 통일운동 등에서 무엇을 취해야만 하는가?
노동계급은 자본가 계급의 이해관계를 표현하는 자본주의 국가체제의 변혁을 명확히 하는 전망과 그 전망을 현실화하는 변혁적 ‘당’의 건설을 통해서만 자기 해방, 전체 사회의 해방을 이룰 수 있다. 6월 항쟁은 대중투쟁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그 대중투쟁의 명확한 방향타를 잡아야만 한다는 사실 또한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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