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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노동자정치신문 45호 목차/경제공황과 자본주의 국가 -신자유주의의 몰락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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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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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3 02:58:37, 조회:2,733, 추천: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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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황과 자본주의 국가
- 신자유주의의 몰락인가?
“자본주의적 생산의 진정한 장벽은 자본 그것이다.”(맑스, 자본론 3권)
미국 자본주의와 전 세계 자본주의는 파국을 향해 성큼 성큼 달려가고 있다. 작년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메릴린치, 베어스턴, 페니매와 프레디맥, 리만브라더스, AIG 등 초거대 금융업체를 위기로 몰아갔다.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이나 미국이나 할 것 없이 파산하는 금융업체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가가 개입해서 구제금융을 쏟아 붓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미국의회는 7천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지원을 부결시켰다. 이러한 부결조치로 인해 미국 경제와 전 세계경제는 또 다시 대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이번 미국의 경제위기에 대해 언론에서는 신자유주의의 몰락이라고 외쳐대고 있다. 프랑스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9월호에서 “현재의 세계 경제 위기가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왔으며 미국 정부의 강한 개입만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금융 시장의 혼란은 자본이 지배하는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심지어 신자유주의의 첨병으로 자처했던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조차도 “자유방임주의 시대는 끝났다. 시장만능주의도 종말을 고했다"고 외쳐대고 있다. ‘좌파 신자유주의자’로 불리던 노무현도 금융위기가 신자유주의에서 왔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허브, 금융자유화와 규제완화를 통해 금융의 세계화를 외쳤던 노무현이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자기기만이다.
미국 경제의 위기와 전 세계적 경제공황을 앞두고서 부르주아들은 저마다의 해법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하나 같이 미국의 경제위기가 자본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의 문제라면서 국가에 의한 자본통제 강화와 금융 시스템의 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규제완화만이 살 길이라고 외쳤던 이들이 이제는 하나 같이 규제강화만이 살길이라고 변덕스럽게 한 입으로 두 말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국가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인데 구제금융으로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끝난 것이라는 주장도 거짓말이다. 미국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 이전에도 1929년 대공황 당시에 파산한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적극 개입해 왔고, 1971년도에도 록히드 항공사의 파산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을 통해 제공해 왔고, 1979년에도 크라이슬러를 구제했다. 이처럼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이 위기에 빠지면 불 끄는 소방수의 역할을 해왔다.
결국 자본주의 공황은 단순히 경제정책의 문제나 금융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로서는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법칙이다. 신자유주의는 국가가 자유롭게 취사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 70년 초반 공황에 대처하는 자본주의 국가의 생존방식의 변화인 것이다.
케인즈주의,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본질이 다른가?
자본은 신자유주의를 외치면서 국가개입의 최소화와 규제완화를 외쳐왔다. 그러나 자본이 극심한 위기에 빠졌을 때에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적극적으로 국가의 개입을 요청해 왔다. 자본의 위기를 구출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 개입하는 모습을 보고 신자유주의 정책이 몰락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와 국가의 본질을 왜곡한다. 이러한 주장은 자본주의 본질을 은폐하여 위기의 근원이 자본 또는 자본주의 그 자체에 있음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한다.
과연 신자유주의 정책은 끝날 것인가? 케인즈주의를 대신해서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할 것이라던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 위기에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는 점에서는 신자유주의의 파산이라는 것은 옳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국가 개입의 최소화라는 주장은 일면적인 이해이다.
신자유주의는 1974년 세계 대공황 이후 케인즈주의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다. 본격적인 시작은 대처와 레이건 정부로부터 시작됐다. 1929년 세계 대공황 이후 부르주아 국가는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1870년 이전의 자본주의는 자유경쟁 자본주의였다. 독점자본주의가 형성되기 이전에 자본은 국가가 자본의 자유로운 경쟁을 방해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자유방임주의가 당시 국가의 모범적인 모습으로 일컬어졌다.
물론 자유경쟁 자본주의나 자본주의의 이행기인 상업무역의 시대에도 국가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자본축적을 도왔다. 다만 독점자본주의에 비해서 국가의 역할이 작았을 뿐이다. 이러한 자유방임주의는 1870년 독점자본주의로의 변모와 공황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달라졌다. 자본주의 국가는 1929년 이후의 전 세계 공황으로 인해 더욱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대공황을 계기로 레닌이 말했던 국가독점자본주의가 만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국가는 케인즈주의 정책을 썼다. 케인즈주의 세력들은 전후의 케인즈주의 국가정책에 의해 국가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자유주의 국가론’을 주장했다. 이들은 국가가 계급독재의 도구가 아니라 중립적이고 타협적으로 노자간의 계급갈등을 해결하는 다원주의 국가의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흔히 복지국가라고 일컬어지는 수정자본주의다. 1차 세계대전과 공황으로 말미암아 파산을 맞았던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 국가론이 비로소 현실에서 다시 부활한 것이다.
케인즈주의적인 국가는 국가의 적극적 개입으로 사회 보장정책을 썼다. 이러한 케인즈주의에 기반 한 계급타협주의는 사실상 제3세계에서의 초과이윤과 전후의 대호황을 기반으로 해서 가능했다. 그런데 이러한 대호황은 사실은 케인즈주의 정책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살육과 전쟁으로 말미암아 가능했다. 주로 서구에서 사민주의 정부가 취한 복지정책은 자본주의 국가의 성격과 본질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 아니었다. 사민주의 국가는 노동자 계급이 혁명적 요구를 해서 체제를 위협하는 것을 막고 자본주의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케인즈주의 정책을 구사한 것이다. 당시 노동자 계급이 비교적 교섭에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국가와 자본의 일정 정도의 양보를 가능하게 했다.
사민주의 타협체제를 가능하게 했던 전후 대호황은 1970년 초반의 세계 대공황으로 일거에 무너져 내렸다. 이제는 사민주의 정부 스스로도 노동자 계급의 임금을 억제하고 노동법을 개악해서 자본주의 위기를 구출하려 했다. 이후 케인즈주의 국가 정책은 전면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변모했다. 자본주의의 경제위기와 정부의 재정적자, 인플레이션 등이 모두 케인즈주의의 문제로 돌려졌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하는 유일한 정책으로 찬사를 받기 시작했다.
1980년 대처와 레이건 정부의 등장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이었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작은 정부, 규제완화, 국가 개입의 최소화 등으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작은 정부는 전면적인 국가개입의 최소화가 아니었다.
신자유주의는 자본가와 부자들에게는 법인세 인하, 부동산세 인하 등 감세를 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정부의 재정적자는 민영화를 통해 재정을 확충하고 대중들한테 전가하면서 메워나갔다. 신자유주의의 규제완화는 자본운동에 저해가 되는 모든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자본의 요구였다. 이러한 규제완화는 자본의 착취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 환경규제를 완화하는 반사회적 조치를 담고 있고, 노동법 개악, 노동의 유연화를 담고 있다. 이러한 규제완화는 노동자 계급에게는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과 통제의 강화를 의미했다.
작은 정부는 군사분야, 경찰, 관료기구 자체를 작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러한 부분에서 국가는 체제에 대한 노동자 계급의 저항을 막기 위해서 더욱 비대하고 강력해 졌다. 레이건 정부 하에서 소련과의 군사경쟁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군비가 강화됐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오히려 신자유주의 정부를 자처하면서 작은 정부를 외쳤던 레이건 정부와 부시 부자정부에서 더 극심해 졌다. 이번 부시 정권이 금융업체의 파산을 막기 위해 페니메와 프레디맥에 대해 국유화 조치를 검토하고, 막대한 구제금융을 쏟아 붓는 걸 보아도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정부의 규제와 개입 최소화라는 자본의 요구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케인주의 국가나 신자유주의 국가나 자본의 본질과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국가의 정책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자본축적을 근본적으로 방해한 적은 없다. 물론 자본주의 국가의 본질이 언제나 자본을 위해 움직이는 국가라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케인즈주의와 신자유주의라는 국가정책의 특수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1974년의 세계대공황 이후에 자본은 모든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이 케인즈주의의 계급타협 체제에 있다고 하면서 이러한 타협체제를 깨기 위해 노동자계급을 공격해 왔다. 1990년대 이후 소련의 몰락으로 자본주의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이데올로기가 강화되면서 노동자 계급은 더욱 더 위축돼 왔다. 그런데 최근의 전 세계적 경제위기 앞에서 자본은 마녀사냥 하듯 모든 것을 신자유주의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
그렇다면 사실상 구제금융 외에는 자본주의 위기를 구출하는데 속수무책인 신자유주의 정책이 이참에 케인즈주의 정책으로 바뀔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케인즈주의의 물적 토대인 장기호황 국면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장기 불황에 이은 전 세계 대공황을 앞두고 있다. 또한 노동자 계급의 힘이 당시보다도 훨씬 더 약하기 때문에 자본과 정부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노동자 계급은 오히려 자본의 공격에 맞서 현재의 열악한 처지를 방어해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노동자 계급은 이런 상황에서 자본주의 경제위기의 본질이 신자유주의나 케인즈주의라는 국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 모순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 미국의 경제위기에 국가가 취하는 모습을 보면 국가의 본질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국가는 계급지배의 도구다. 그러나 국가는 자본에게 단순하게 수동적으로 봉사하는 도구가 아니라 상대적인 자율성을 가지고 자본에 영향을 미친다. 국가는 자본의 이해에 복무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자본과 독립해 있는 것처럼 보여서 자본가 계급의 국가가 아니라 전체 국민의 국가인 것처럼 끊임없이 애쓴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을 피하지 못하고 자본주의 체제는 끊임없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국가는 때로는 개별자본과 대립하기도 한다. 때때로 국가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쓰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신맑스주의자들은 경제적 토대가 국가 같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맑스주의의 유물론을 단순하게 해석해서 국가의 자율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국가는 언제나 총자본의 이해를 거스르지 않는 수준에서의 상대적인, 제한적인 수준에서의 자율성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자본의 위기 시에 상대적 자율성은 노골적인 국가의 개입으로 상대성마저도 던져 버린다. 국가는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노동자계급에게 억압과 착취의 본성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이번 미국 의회에서의 구제금융 부결 사태는 국가기구인 의회가 대중들의 이해에 복무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국가기구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자본이 위기에 빠지면서 국가는 국가개입의 최소화라는 신자유주의의 주술을 과감하게 내던져버리고 개입을 강화했다. 파산을 앞둔 개별 자본에게는 타 자본의 인수나 국가의 구제금융만이 살 길이다. 그런데도 미국 의회는 부결시켰다. 그것은 대중들의 반발 때문이다.
수백만의 미국 국민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파산하고 주택을 저당 잡혔다. 심지어 국가가 금융업체를 살리기 위해 쏟아 붓는 막대한 금융구제로 인해 통화가 시중에 엄청나게 풀리면서 물가인상으로 고통 받고 있다. 자본가 국가는 기존 실업자들과 구제금융 지원의 조건으로 임금동결과 구조조정을 강요한다. 참기 어려울 정도로 미국 노동자계급은 고통 받고 있고, 국가에 분노하고 있다. 미국 국민들은 이번 금융구제에 대해 “부자만 더 부자 된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지네들이 퍼질러 논 걸 우리 돈으로 갚느냐”며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회 앞에서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이 위기에 빠지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본과 자본주의를 구출하려 한다. 그러나 동시에 자본주의 국가는 이에 대한 계급적 반발을 누그러뜨려서 체제를 안정화 시키려고 한다. 미국 의회에서의 구제금융 부결은 이러한 모순적 상황에서 만들어 졌다.
미국 의회는 자본을 위해 구제금융을 쏟아 붓기를 원하고 있다. 거대 금융업체가 파산한다면 그것은 미국 자체의 파산과 파국적인 전 세계적 공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감을 하면서도 미의회 또는 하원의원 개인들은 동시에 대중적인 저항과 반발을 무마시켜야 한다. 이것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대선에서 표를 의식하거나 이후 하원 선거에서 당선돼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이다. 여기에 근본적으로는 대중적인 저항이 미국 자본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구제금융의 필요성을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인정하면서도 그 조건을 둘러싸고 오랜 논란을 벌인 이유고, 부결된 이유다. 물론 대중들의 반발을 무릅쓰고서라도 미국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출해야 할 필요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금융구제의 조건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서 구제금융이 제공될 가능성은 높다. 더군다나 미국 노동자계급의 혁명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당장 체제를 위협하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될 것으로 보지 않고 있고, 또한 구제금융이 거부돼서 직접적인 위기가 온다면 더 큰 대중적인 저항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로서는 구제금융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지난 2월부터 미국 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벌어질 때마다 재정정책으로 간신히 막아 왔다. 지금까지는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이 발표되면 다시 위기를 벗어나는 듯하다가 다시 위기가 재발하고 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이번의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은 미국 경제의 위기를 일시적으로는 늦출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치유하지는 못한다.
미국은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국가의 부도를 일시적으로 막아 왔다. 한국은 97년에 외환위기 형태로 공황이 발발해서 국가 자체가 파산했다. 그러나 국가의 개입은 위기의 폭발을 일시적으로 늦출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위기를 치유하지는 못한다. 정부의 개입은 내년 가면 1조 달러에 이를 정도로 재정적자를 더 심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겨왔다. 더군다나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뿐만 아니라 대출입을 주로 했던 상업은행도 파산하면서 정부가 구제금융을 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공황, 처절한 계급투쟁에서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현재 미국의 공황은 금융공황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것은 과잉축적이라는 자본의 과잉에 원인이 있다. 과잉축적은 이윤율의 하락을 낳고 이 이윤율의 하락을 이윤량을 늘려서 해결하지 못할 때 자본은 투기적이고 비생산적인 투기로 몰려든다. 금융산업은 과잉자본을 일시적으로 해소하고, 투기를 통해 엄청난 이익을 올리는 하는 카지노업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자본의 투기적 양상에 일반인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든다. 주택자본들은 앞 뒤 가리지 않고 주택건설을 하고 금융업체는 무차별적으로 개인들에게 대부를 하면서 주택구입을 부추겼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비우량주택담보부 대출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그만큼 자본이나 개인 투자자나 위험을 가리지 않고 맹목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본으로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불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보대출을 해준다. 개인 투자자들은 비우량 주택담보부 대출이라는 형태로 주택자금을 빌려 주택을 사고, 주택가격이 오르면 비싸게 팔아 치우고 새로운 주택을 구입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는 빚내서 빚을 막고, 주택담보로 다시 돈을 빌리면 된다. 돈 먹고 돈 먹기 같다. 수년 전부터 서브 프라임 모기지 위기에 대한 경고를 여기저기서 하고 심지어 작년부터는 노골적으로 위기의 신호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이러한 투기의 광란을 제어할 수 없다. 위기의 증상이 나타나면 호들갑을 떨다가 위기가 지나가고 나면 펀더맨틀은 괜찮다, 잠시의 조정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투기를 부추기면서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또 다시 투기의 광란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거품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1990년대 투기의 광란에 빠졌다가 거품붕괴로 장기불황에 빠졌던 일본에서는 또 다시 중의원 선거 연기를 검토할 정도로 금융위기가 심각하다. 1929년의 공황의 전야에도 파국직전까지 미친 듯이 투기광풍이 일어났다.
공황을 앞두고 자본주의 경제는 위험신호가 여러 경로로 감지되지만 자본주의의 호황이 영원할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제어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거품이 터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게 되면 개인들은 파산하고 금융업체의 빚을 갚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금융업체들의 파산이 늘어나고 서로를 담보로 돈을 빌리던 은행들끼리도 돈을 빌려주지 않게 된다. 그런데 비우량 금융업체들은 우량대출을 겸하고 있고, 비우량금융업체, 우량금융업체, 상업은행들은 서로 보증을 통해서 금융상품을 판매해 왔다. 그러므로 어느 한 업체의 손실과 붕괴는 도미노처럼 급속도로 번져나가게 된다. 지금까지 미국의 서브프라임 업체에 대해 전 세계 자본이 투기를 해 왔다. 미국 금융업체의 위기는 전 세계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물물교환에서는 판매 정체와 과잉생산의 가능성이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는 상품의 매매와 현금 지급이 일치하지 않는다. 신용제도가 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신용의 도움으로 자본은 상품의 판매 이전이라도 원활하게 재생산을 하고 자본조달을 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신용의 한 축이 무너져서 지급기일이 다가왔을 때 채무를 갚지 못하면 대부자는 파산하고 자본도 파산하게 된다. 과잉생산이 일반화되면 이것이 개별자본이 아니라 전체 자본의 위기로 나타나게 되면서 자본주의 공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자본의 이윤을 위해 대중들의 삶을 공격하고 임금인상을 제한하려 한다. 그러면 과잉생산과 소비의 제한의 격차가 커지기 때문에 공황이 발생한다.
생산자본의 수익성과 분리된 금융의 자립적 운동은 결국은 거품이라는 형태로 터지게 돼 있다. 금융상품은 생산적 노동이 만들어내는 잉여가치를 가지고 주식, 채권이라는 형태로 나눠가지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가공자본이다. 물론 자본주의에서 원유, 곡물 등 상품의 선물거래는 실물 상품의 거래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상품을 매개로 한 투기에 불과하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는 비생산적인 가공상품을 기반으로 해서 이 상품을 다시 선물, 옵션 등의 파생상품을 만들어서 가상의 매매를 강화한다. 현실 생산과 분리된 가공자본의 극단적인 자립화는 결국 거품형태로 조성되고 이것은 반드시 터지게 돼있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이 지배적인 사회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발전은 가공의 금융상품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다시 새끼를 치는 파생상품을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이것은 생산적인 상품이 아닌 자본주의의 기생성과 부패성이 극도로 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파생금융상품은 자본주의의 화폐 물신성이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러한 물신주의 하에서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의 노예로 더욱 더 비참하게 전락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는 거대한 도박장이고, 금융자본은 갖은 최첨단 금융약탈기구를 만들어서 대중들을 기만하고 약탈해서 엄청난 부를 늘리고 있다. 미국과 같은 제국주의 국가들은 월가에 밀집된 금융기관을 통해 미국의 대중들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인민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 그럼에도 평소에 금융기구를 통한 대중들의 약탈로 부를 축적하던 금융자본은 위기가 오면 국가의 개입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이러한 금융위기 속에서도 JP모건 같은 초거대 금융자본은 파산한 금융업체를 인수해서 독점을 강화한다.
자본주의 국가는 이러한 수탈을 체계적으로 돕고 금융기구가 위기에 빠지면 다시 대중들한테 위기를 폭력적으로 전가시켜서 자본과 자본주의를 구출한다. 자본주의 국가는 금융자본의 대중수탈을 원활하게 하고 대중들의 저항을 가로막는 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자본주의는 생산과 금융의 모순, 자본의 과잉축적에 의한 과잉생산과 대중의 삶의 고통으로 인한 소비의 제한의 모순, 생산과 자본의 사회화는 점점 더 진행되는데 한 줌의 자본이 이것을 차지하는 전유의 모순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위기는 투기, 도박, 사기, 파산 등 자본주의의 생산력의 발전이 자본주의의 생산관계의 질곡에 의해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자본주의 공황은 자본주의가 인류의 마지막 생산양식이 아니라 모순투성이 사회로서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이 필연적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토빈세 부과와 사회책임 자본주의로 전환해서 금융통제의 강화와 신자유주의 정책을 바꾸는 것으로 공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자본주의 모순을 은폐하고 모순의 해결을 가로 막는다.
자본주의는 막다른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공황은 위기의 폭력적인 분출이면서도 과잉자본을 해소하고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으로 이윤율의 하락을 만회하면서 역설적으로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공황은 단순히 자본주의의 경제현상이 아니라 경제적 모순의 극단적인 형태로서 노자간의 격렬한 계급투쟁의 문제인 것이다.
누가 이 계급투쟁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노동자계급이 자본주의 무덤을 파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자본주의의 위기의 희생양이 되어 매장당할 것인가? 노동자 계급과 전체 인민에 대한 폭력과 수탈, 폭정의 전초기지인 자본가 국가에 맞서는 노동자계급의 치열한 정치투쟁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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