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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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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12:05:26, 조회:9,001, 추천: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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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종합대책, 상용형 파견 활성화는 곧 간접고용 확산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노무현 정권은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2006년 8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 이란 것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은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2011년 9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06년, 노동계와 시민사회운동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은 파견법을 개악하고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 위해 별짓을 다하다가 결국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란 것을 발표한 지 몇 개월 후인 12월 기간제법을 제정했다. 2011년, 이명박 정권은 틈만 나면 현재의 비정규악법을 더 개악하고 고용유연화 전략을 완성시키기 위해 <고용서비스활성화법안>을 통과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던 중 올해 9월 9일 추석을 앞두고 이름도 거창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풀지 못하고 방치하면, 사회 통합과 양극화 해소는 물론 지속적 성장의 기반 조성과 공정사회 실현에 걸림돌이 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김황식 국무총리)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고 복지를 말하는 것은 위선이다”(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러한 발언 후에 발표된 대책이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알맹이 없는 비정규직 종합대책”(부평칼럼), “MB정부 최초 발표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비난받는 이유”(경기 비정규노동센터 노동칼럼), “여당의원 눈에도 못 마땅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참여연대), “비정규직 대책이란 이름으로 드러난 유연화전략”(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즉각 전면 적용하라! 산재보험 미적용 특고노동자 당사자들, 정부 ‘9.9 비정규직 종합대책’ 비판(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등으로 대책 없는 대책, 대책이 필요한 대책임이 폭로되고 있다.
‘비정규 없는 세상 만들기’가 참여하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버스가 10월 8일로 5차에 이르러 조직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 사회의 핵심 쟁점이 아니라고 누구도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의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언도 그렇다. 그러나 이 핵심 쟁점을 누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해결책은 달라진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추진배경, 비정규직 실태, 7개 비정규 대책(사회안전망 및 복지 확충, 차별시정 강화, 근로조건 보호, 정규직 이행 기회 확대, 사내 하도급 근로자 보호,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상생협력의 노사문화 확산), 이 7개 비정규대책에 따른 30개 추진대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추진배경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비정규직을 나쁜 일자리로 일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비정규직 실태에서는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하는 노동자가 48%”에 이르고 “일부는 근로조건이 양호한 경우도 있으므로 비정규직 가운데 보호가 필요한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한다.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한단다. 즉 합리적인 차별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실태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함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대책의 기본방향이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한 기업의 탄력적 인력운용과 일, 가정 양립 등 근로자의 필요도 있어 비정규직 활용은 불가피”하고, “다만, 불합리하게 차별하거나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누락이 문제”이므로, “인력 운용의 유연성은 보장하되, 동종, 유사 업무를 하면서도 불합리하게 차별 받는 문제를 해소하고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및 복지를 확충”해야 하며, “근로자의 노력과 필요에 따라 비정규직과 정규직간 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직업훈련 기회를 확충하고 직접고용 관행 유도”하고, “아울러,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 방안 마련”, “제도개선 및 정책적 지원과 병행하여 노사가 사회적 책임을 토대로 양보, 협력하여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등 상생협력의 문화 확산”임을 밝힘으로써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은 불안정 고용과 저임금이다. 물론 정규직 노동자도 정리해고법에 의해 불안정 고용의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중소영세사업장의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최저임금이니 저임금도 비정규노동자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러나 소리 소문도 없이 일상적으로 해고당하는 비정규노동자, 정규직 평균임금의 50%에 불과한 비정규직 평균임금이라는 현실 앞에서,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상이 비정규직인 나라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은 불안정 고용과 저임금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노동자성을 부정당하여 노동기본권마저 가지지 못하는 무수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현실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의 보호조차 받을 수 없는 처지에 있다. 노무현 정권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 이후 정규직 대신에 무기계약직이란 이상한 이름이 등장하였고, 기존의 비정규직은 임금이나 근로조건은 동일한데 고용만 보장되는 이상한 준규직 노동자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고 크게 떠들어대는 많은 기업들에서 분리직군제를 도입하여 기존 정규직보다 처우가 낮은 직급을 신설하여 차별을 영구화하는 사례들이 생겨났다. 또한 차별시정제도가 도입되자 동종, 유사업무는 모두 정규직이거나 비정규직으로 분리하여 저들이 말하는 불합리한 차별은 해소되고 합리적인 차별이 제도화 되었다. 불법파견이 최근에 법원에서 잇달아 노동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고 있자 이제 사내하도급 노동자를 보호하겠다고 한다.
<비정규대책 1. 사회안전망 및 복지확충>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 주 15시간 이상, 최저임금 120%이하인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을 2012년부터 근로자와 기업주 부담분의 각각 1/3씩 지원한다고 한다. 임금 80만원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은 많으면 5만원, 그중의 1/3을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그것으로 사회안전망과 복지가 확충될 수 있을까? 그 대상도 4대보험 미가입 노동자 380만 명 가운데 18%만 해당된다고 한다. 그리고 당연히 노동자로서 4대보험이 보장되어야 하는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일부 산재보험을 적용한 것에 대해 실효성을 제고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산재보험에 대해 예외적 제외 규정을 살려두는 한 산재보험 가입은 요원하다. 현행법은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하도록 돼 있지만, 예외적으로 노동자가 신청할 경우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사업주들이 재계약을 비롯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적용제외 신청’을 강요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전체 특수고용 산재보험 등록 노동자 중 91.5%가 적용제외 신청을 했다. 2009년 11.2%였던 산재보험 가입률도 지난해 8.5%로 하락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지난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사유로 △산재보험 제도를 모름(25%) △계약해지나 해고의 위협(13.4%) △회사가 적용제외신청서 강요(15.8%) △자비 부담(15.3%) 등을 꼽았다.
<대책 2 차별시정강화>는 동일, 동종 업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전의 제도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차별을 시정하겠단다. 특히 간접고용 형태에서 원청의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더라도 사용자가 달라서 차별시정의 대상이 되지 않는데 그런 차별은 합법적이다. 비정규직의 차별의 90%는 합법적 차별이고 법에서 문제 삼는 것은 10%에 불과한데 제도를 아무리 고친들 실효성이 있겠는가?
<대책 3 근로조건 보호>에서는 제도적 개선이 일부 있기는 하나 본질을 건드리지는 못하고 있으며, 특히 “근로여건이 양호한 상용형 파견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하여 활성화 유도”한다는 표현에서는 2010년 9월 15일 입법예고하였으나 제정하지 못한 고용서비스 활성화 법안의 짙은 그림자를 느낄 수 있다. 상용형 파견의 활성화는 곧 간접고용의 확산인데 이것이 그들의 비정규대책이다.
<대책 4. 정규직 이행 기회 확대>는 기업이 정규직을 선호하지 않으며, 비정규직을 고용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더 많은 현실에서 그다지 현실성이 없는 대책이다.
<대책 5. 사내 하도급 근로자 보호>는 원청사용자의 사용자성 인정이라는 노동계의 오랜 요구가 관철될 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아주 부분적으로 원청사용자에게 몇 가지의 의무를 부과함으로서 사용자성을 면제해주는 기만적인 대책이다.
<대책 6.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수립하여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민간부문을 선도”한다고 하면서 실태조사를 해서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공공부문은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데 그동안 민간부문을 선도해왔고, 실제로 정규직 업무를 민간위탁화하는 것을 장려해 왔으며, 용역계약금액의 10%를 부가가치세로 책정하여 중요한 세수확대의 방법으로 활용해왔다. 대학에도 간접고용으로 전환하는 업무가 많은 대학에 보조금을 더 지급하기도 한다. 또한 공무원에 대한 총액임금제는 주요업무를 비정규직화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이 오히려 비정규직만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129개 공공기관의 정원 17만5000명 가운데 2만2000명을 2009년 감축했고 정원 초과 인원도 단계적으로 줄였다. 이로 인해 공공기관들이 정원에 포함되지 않는 비정규직을 대신 고용해 업무 공백을 해소해온 탓으로 풀이된다. 18일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공공기관 전체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4만597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3만7405명)과 비교할 때 22.9% 늘어난 것이다. 참여정부 때인 2006년(4만2096명)보다도 많은 수준이다(mk뉴스에서 인용)”
<대책 7. 상생협력의 노사문화 확산>에서 “대기업 노사 간 양보, 협력을 통해 정규직 과보호 해소 및 정규직, 비정규직 불합리한 차별이 개선되도록 지도”한다고 한다. 이것은 마치 정규직의 양보로 비정규직이 처우가 개선되는 것처럼, 정규직이 고임금을 받아서 비정규직이 저임금인 것처럼 문제를 왜곡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부분적인 제도개선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불안정 고용과 저임금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한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과 노동기본권 보장, 파견법, 기간제법 폐지와 간접고용 규제, 원청 사용자성 인정과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라는 노동계의 오랜 요구만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통로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자본의 선택이었듯이 심화되는 경제위기에서 자본은 스스로 양보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비정규직 대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는데 실제로 경제위기는 정규직을 더 비정규직화해야만, 아니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화해야만 한다고 자본을 압박하고 있으니 응큼한 속내를 감추고 감미로운 립서비스를 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이명박 정권은 앞에서는 비정규직 보호를 이야기하지만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하고, 파견 사용기간도 4년으로 연장하는 비정규법 개악을 준비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비정규보호법이라면서 파견법을 개악하고 기간제법을 제정했듯이, 이명박 정권은 비정규직 종합대책 운운하면서 김대중 정권 때 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을 제도적으로 완성하려고 한다. 특히 김대중의 신노사문화와 이명박의 상생협력 노사문화는 참으로 닮아 있다. 신자유주의 정권으로서의 공통성이 너무나 돋보인다. 그럼에도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진보대통합이란 이름으로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논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짜 비정규직 해결방법은 무엇인가? 비정규직이 다 정규직이 되면 해결되는가? 그럴 수도 없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도 좀 더 건전한 착취에 기반 한 자본주의에 불과할 것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생산력이 발전할수록, 공장과 기계와 원료 같은 불변자본에 대한 노동력 구매에 드는 가변자본의 비중이 줄어든다. 경기변동에 대비한 산업예비군인 상대적 과잉인구의 증가는 자본주의의 인구법칙이다. 상대적 과잉인구는 실업과 반실업, 비정규직과 같은 불안정노동자를 포함하고 있다. 생산력이 발달할수록 실업과 빈곤, 불안정노동은 더 증가한다. 자본의 경제위기는 노동자를 노동력 가치 이하로 구매하여 이윤을 확대하고, 저항하는 노동자의 투쟁을 저지하기 위해 노동기본권을 행사하기 힘든 비정규직을 확산시킨다. 발달한 생산력의 성과가 노동하는 다수에게가 아니라 생산수단을 소유한 소수의 자본가에게 집중되는 한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결국 비정규직 철폐는 자본주의의 극복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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