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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3호] 임투기간에 판치는 기아차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투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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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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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8 13:47:16, 조회:2,754, 추천: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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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투 기간에 판치는 구조조정과 기아차 비정규직 투쟁
- 기아차 비정규직 활동가
금속노조 1사1조직의 모범으로 선전되며 기아자동차사내하청분회(이후 분회)가 출범한지 두해를 지나고 있다. 그러나 1800 조합원에 달하는 사내하청분회는 08년 독자적인 분회 홍보물조차 발행하지 못하고 최소한의 집행간부 체계와 분회 회칙조차 갖지 못한 채, 철저하게 정규직 지부, 지회의 통제 아래 엎드리면서 ‘바지사장’과 더불어 ‘바지분회’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기아차지부로의 직가입을 주도한 비정규직 우파세력은 정규직 지부, 지회 집행부와 함께 분회 집행부로서 한 축을 담당하며 관료적 분회 통제에 일조했다. 검찰 공소장에서조차 정규직 노조가 참여하지 않는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에까지 결합하는’ 강성노조로 분류되던 기아차비정규직 현장은 자주성과 전투성을 상실한 채 그 혹독한 후폭풍을 맞고 있다.
현장투쟁력과 자주성을 상실한 기아차 비정규직 현장에 파고든 자본의 구조조정은 06년 파업투쟁을 통해 쟁취한 기아원청과의 고용보장 확약을 파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07년 주조공장의 하청업체 진성 조합원들을 물량부족이란 이유로 정리해고 했고 당시 기아차 정규직 19대 집행부는 단 한차례의 조합원 간담회나 투쟁 배치도 없이 타 업체로의 재입사 후 1년 고용을 내용으로 이를 합의해 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본의 계약직, 일용직 투입에 대한 용인이다. 07년부터 자본은 정년퇴직 등 자연퇴사자 자리에 상용직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계약직, 일용직을 투입하거나 아예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짧게는 3개월, 일당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8개 전 하청업체 곳곳에 투입되면서 불과 1년 반 만에 200여 명에 이르는 단기계약, 일당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되었다. 자본은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 이후 구조조정 시 계약직, 일용직을 채용해 놔야 대신 정리할 수 있다는 ‘정규직 고용 방패막이로서의 비정규직’ 논리를 똑같이 들이댔고, 기아차지부와 분회 집행부가 이를 용인하고 방치하면서 반노동자적 의식과 행태가 독버섯처럼 현장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09년 현재, 자본은 대대적인 인원감축과 강제전환배치를 통해 마음껏 현장을 유린하고 있다.
PDI 검수공장의 하청업체인 KRC 사측은 올해 분회 조합원 4명에 대한 희망퇴직과 계약직 6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현장의 반발 이후 계약직 4명에 대해서는 이미 정리해고를 자행하고 남은 인원에 대해서는 전환배치를 강요하고 있다. 해고된 계약직 4명에 대한 대응은 전혀 전무한 상황에서 이미 실질적인 인원감축은 관철되었으며 조합원들에 대한 전환배치 사안만이 남겨진 상황이다.
같은 공장 하청업체 인스테크에서는 07년 후반기부터 6명의 자연퇴사자 자리를 지금까지도 신규채용하지 않은 채 버티기로 일관하며 인원감축을 자행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으로 넘겨져 조합원들은 노동강도 강화로 고통 받고 있다. 급기야 사장은 노조에 통보도 없이 조합원들의 개별통장으로 연월차, 퇴직금을 입금 시킨 뒤, 회사를 떠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발생하였다.
조립3공장에서는 오피러스 차종이 타 공장으로 이관되면서 신차종 전개 이전 정규직 70명과 비정규직 14명(하청업체 세방, 신풍)에 대한 강제전환배치가 통보되었다. 집행부가 이를 방치하면서 정규직 현장 조합원들은 자발적으로 퇴근도 하지 않은 채 농성투쟁과 자체적인 출.퇴근 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집행부는 끝내 6월 23일 전환배치 합의를 내주고 사측의 구조조정을 또 다시 용인했다.
28개 전 하청업체에서 자연퇴사자 자리에 계약직, 일용직을 투입하고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원을 감축하며 강제전환배치를 일상화하는 소리 없는 구조조정이 만연하고 있다. 정규직 집행부와 분회 집행부는 근 2년간 전 현장으로 퍼지는 악성종양을 방치하며 현장을 심각한 중병환자로 만들었다. 정규직 조합원조차 집행부 합의 속에 강제로 전환배치 되는 현실에서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다. 자본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벌어진 폐해는 당장의 인원감축과 강제전환배치도 문제지만 조합원들의 의식이 개별적이고 반노동자적으로 추락하고 있으며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타 완성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막아내고 단체협약 체결 등의 성과를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은 업체별로 분열되지 않고 노조차원의 집중된 투쟁을 통해 실질적인 생산타격투쟁을 강력히 전개해 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정규직 활동가 동지들의 연대와 지속적인 공동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었다. 또한 비정규직 투쟁을 부담스러워하고 통제하고자 했던 정규직 집행부의 관료주의와 조합주의에 맞서 자주성과 투쟁성을 지켜내기 위한 목적의식적인 실천이 담보되어야 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 속에서도 분회집행부는 분회 차원의 집중적인 투쟁과 대응을 계획하고 전개하기보다 정규직 집행부에 대한 의존과 소극적인 업체별, 선거구별 협의와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현장투쟁을 모아내지도 쟁점화하지도 않았다. “개별업체의 문제가 있을 수 없다, 한 업체의 문제는 전체의 문제이며 전체투쟁으로 돌파한다.”는 기간 기아차 비정규직 투쟁의 기풍과 투쟁의 정석은 무너지고 ‘내가 속한 업체문제가 아니면, 같은 업체임에도 자신이 속한 라인의 문제가 아니면’ 눈감고 마는 소위 업체주의와 이기주의가 조합원들에 퍼지면서 각종 현안투쟁은 고립 분산되어 각개격파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6월 들어 분회집행부는 분회 건설 이후 처음으로 분회 차원의 중식집회를 개최하고 퇴근선전전을 전개하고 있다. 더 이상 밀려서는 현장조합원들의 신뢰를 깡그리 잃고 활동기반조차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비정규직 우파 세력들로 하여금 정규직 집행부와의 마찰을 일부 감수하고서라도 투쟁을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선택을 만들고 있다. KRC 현장조합원들이 구조조정분쇄를 걸고 자발적인 특근거부투쟁을 전개하고 인스테크 현안문제로 조합원들이 잔업거부를 한 것에 대해 사측이 분회장을 비롯한 대의원 고소고발과 조합원 6명에 대한 징계를 회부한 상태에서 더는 물러설 곳도 없는 현실이 닥친 것이다.
24일, KRC 조합원들과 현장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천막농성장 설치가 고소고발 이후에야 설치되었다. 그러나 분회 농성천막은 관리자들에 의해 쳐보지도 못하고 짓밟혔다. 불과 50미터 떨어진 정규직 농성천막을 버젓이 앞에 두고 사측 관리자와 경비대는 비정규직 천막에 대해서만 공장 내 천막설치는 불법이라고 하고 있다. 전례에 없던 관리자들의 천막침탈은 약화된 현장의 힘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투쟁의 불씨가 자라는 것에 대해 물리력을 통해서라도 원천봉쇄하겠다는 원청자본의 확고한 대응기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임투출정식조차 하지 않은 채 사측과 더불어 판촉행사에 앞장 서 온 현 지부집행부가 쟁의행위찬반투표를 라인을 가동한 채 29일 진행할 예정이다. 조합원들의 현장투쟁을 묵살하며 집행부는 자본의 구조조정에 내주기 합의의 동반자로 일관하고 있다. 현장의 조합원들은 자본과 정권의 경제위기 이데올로기와 집행부의 무투쟁 기조 속에서 불신과 실망, 무기력감을 동시에 키워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여에 걸친 분회의 무기력함과 정규직 집행부의 행태는 현장 조합원들에게 1사1조직의 본질과 현실을 뼈아프게 깨우치고 있다. 비정규직 주체들의 자주적인 투쟁과 조직적 힘이 없이는 1사1조직이 오히려 자본의 구조조정을 용인하고 투쟁을 통제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1사1조직이 계급적 단결과 투쟁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주적이고 독자적인 현장투쟁력을 담보로 해야 한다는 진실이 투쟁이 깨져나가는 아픔과 동시에 함께 자라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현장은 축적된 무기력과 지부, 분회에 대한 불신이 이러한 자각을 압도하고 있다.
임투 기간에 판을 치고 있는 구조조정을 분쇄하는 유일한 길은 전체 분회차원의 집중된 투쟁과 실질적인 생산타격투쟁뿐이다. 이것을 자본도 알고 현장도 알고 있다. 분회 집행부가 정규직 집행부의 관료적 통제를 끊어내고 계급적 단결을 요구하며 집중된 현장투쟁을 전개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러나 자본의 구조조정과 현 집행부에 대한 현장조합원의 극도의 불신이 최소한의 투쟁 공간을 분회 집행부로 하여금 강제하고 있는 지금, 현장활동가들은 무기력을 분노로 전환하고 자주적인 분회투쟁과 실질적인 생산타격투쟁을 현장으로부터 조직해 내는 것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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