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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8호] 구조조정에 맞선 울산과 목포의 공장점거 파업- 현대자동차 98년 투쟁과 한라중공업 99년 투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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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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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2 13:50:22, 조회:2,729, 추천: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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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에 맞선 울산과 목포의 공장점거 파업
- 현대자동차 98년 투쟁과 한라중공업 99년 투쟁
97년 경제위기 이후 고용의 덫에 갇힌 노동자들
97년 자본과 정권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항상적으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노동유연화의 법제도 정비를 완수했다. 특히 경제위기 이후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임금을 양보하자는 개량주의 세력들에 의해서 고용문제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에 갇히게 되었다.
당시 노동자들의 생존권 사수투쟁은 정리해고를 면하기 위한 임금삭감과 노사화합, 무쟁의라는 대폭적인 양보가 아니면 생사를 건 투쟁, 공장점거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지도부의 의지로 시작되었건 현장노동자들의 분노에 떠밀려서 깃발을 들었건간에 말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도 발전노조와 철도 등 공공부문과 화섬, 금속 가릴 것 없이 대중적인 파업투쟁이 전개되었지만 지도부의 자신 없는 태도 혹은 개량주의, 교섭주의적 입장 속에서 준비된, 통제된 파업(선언)만이 강조되는 경우들이 많다.
그나마 힘 있는 사업장의 투쟁마저도 가로막고 단협을 후퇴시켰던 보건의료노조의 경우가 대표적인 2004년 산별교섭 사례다. 그리고 같은 해 엘지칼텍스 노조는 높은 파업 열기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버리고 제3거점으로 떠돌다가 화섬연맹에 의해 파업을 정리했다. 올해 울산플랜트 노동자투쟁처럼 총연맹 지도부에 의해 통제, 종료되고 곧바로 사회적 교섭에 묻히는 양상들도 증가했다.
한편 작은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장기화되거나 연맹, 산별노조의 형식적인 연대에 그쳐 오히려 고립된 채 전개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자본은 변치 않고 합법파업에도 직장폐쇄로, 불법파업도 손배 가압류 지침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압박한다. 노동자들이 백기항복할 때까지 끈질기게 버티고 끝내 노동조합과 현장을 초토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탄압한다. 파업을 해도 생산 가동을 유지하기 위한 대체인력투입과 관리자들을 동원하여 파업을 무력화시키려고 한다.
이런 최근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보면, 98-99년 정리해고 분쇄! 구조조정 저지! 노동자들의 공장점거파업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기에 대표적으로 98년 현대차와 99년 한라중공업(지금의 삼호중공업) 파업투쟁을 소개한다.
고용이냐 임금이냐 선택의 기로에 선 현대 차 36일 투쟁
1998년 봄, 현대자동차에 다니는 D씨는 현장에서 가동율이 40%대까지 급속하게 떨어지자, 고용불안을 심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는 하청노동자들이 이미 업체 사장들에게서 계약해지, 해고당하는 과정을 보고 있었기에 정규직이지만 고용이 불안해졌던 것이다. 며칠 전까지도 같이 근무하던 아들 같은 하청노동자들 몇몇이 얼마 전부터 나타나지 않았다.(97년말부터 하청노동자들 1,800여명이 해고당했다.)
회사는 3천 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97년 11월 인력운영계획에서 밝혔고, 이미 800명 이상의 관리자들이 퇴출당했다.
고용유지와 임금보전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술 안주로 올라왔다. 조합원들은 당연히 우리 과실로 경영상태가 악화되는 것이 아닌데, 고용과 임금 중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열나게 토론하면서도 결국 노조 집행부 입장이라면 고용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임금에 대해서 양보할 것 아니냐며 집행부 입장을 진단하기도 했다.
며칠 후 D씨는 노동조합 김광식 집행부의 요구와 현장조직들의 선전물을 받아보았다. 집행부는 주38시간으로 단축하면서 고용을 유지하여 해고를 방지하고 기본임금은 저하시키지 않을 것을 주장했고, 민투위는 같은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주35시간제(주간연속2교대)로 변경과 더불어 임금 보전을 요구했다.
이미 98년 2월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서 2년간 미루었던 정리해고제를 조기에 도입하는 합의를 덜컥 해오자, 한라중공업 노동자들을 비롯한 전국의 활동가들이 직권조인 된 노사정 합의 부결과 민주노총 지도부를 사퇴시키는데 한 몫 했다. 하지만 2,3일 뒤 민주노총 비대위 마저 총파업을 철회했고, 이 때 대우조선 최대림 노동자는 ‘정리해고 반대! 총파업’을 호소하며 분신했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D씨는 현장조직들이 주최하는 현장토론회에 참여했다. ‘정리해고 철회가 불가능하면 차선책으로 대상자 선정과 일방적 실시 반대하자’( 실노회 등)는 등의 양보교섭 주장도 제기됐다. D씨와 현장 조합원들은 일단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 유지 방안에 동의하면서 그 투쟁을 노동조합이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쌓였다.
하지만 회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두 차례의 희망퇴직을 실시함과 동시에 임금 23% 삭감과 15,000명 감원도 제시했다. 그 과정에서 3,500여 명의 노동자들이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만에 집행부는 3차 희망퇴직을 합의해줌에 따라 조합원들은 노조가 고용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같은 소속인 민투위조차 정리해고의 형태라고 노조를 비판했지만 “6월 희망퇴직 기간 동안 정리해고 추진하지 않는다”는 노사합의는 조합원들에게는 “7월부터 정리해고 하겠다”는 말로 들렸다.
현대차 회사는 곧바로 이어서 임금삭감과 추가 퇴출을 근거로 한 5천여 명의 정리해고를 신고하고 곧 4차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같은 시기 위원장은 민투위를 탈퇴했다. ‘성과급과 수당 등을 1년 유예’하면서 ‘희망퇴직자 외의 나머지를 직영비정규직화 할 것, 순환휴가+임금양보’ 방안을 회사에 제출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정리해고가 통보되었고 회사로부터 무시당한 노동조합은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전직위원장들이 굴뚝농성을 시작했다. 가족대책위가 정문 앞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에 회사는 임시 휴업과 5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렇게 다섯 번의 희망퇴직으로 노동자들은 8천명이 넘게 회사를 떠났다. 동시에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철회하면서 전국적 투쟁전선이 와해되는 것을 확인한 정권은 조직사건(영남노동위원회 사건)으로 활동가들을 구속시키고, 체포영장 발부로 압박했다.
이런 탄압과 파업 와중에도 김광식 집행부는 ‘임금삭감과 노조임원 정리해고 및 노사평화선언’을 내용으로 하는 2차 양보안을 제시했다. 해고통보 받은 D씨를 비롯한 1만여 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휴가도 반납하고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투쟁에 임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이러한 희망퇴직과 임금삭감을 수용하는 노조 집행부들의 양보교섭 기조에 대해서 현자뿐만 아니라, 다른 현장에서도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 혹은 전투적인 현장조직들이 반대하는 입장의 선전물을 배포하기도 했다.
전면파업에 들어간 지 3주가 지나면서 공권력 투입 발표와 함께 회사 주변에 경찰병력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공권력으로 압박하면서 중재(‘정리해고 인원 조정과 무급휴직 및 노사평화선언’)를 시도하고, 하청업체를 동원한 자본측의 반대시위로 파업을 고립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오히려 가족과 함께 모인 조합원들은 긴장감을 더 높여 바리케이트를 쌓는 등 비상상태에 들어갔다.
그런데 파업에 참여한 D씨는 비상대기 3일 만에 정부의 중재를 받아들이겠다는 위원장의 선언을 똑똑히 들었다. 조합원들은 고함을 치면서 항의했고, 식당여성조합원들은 “위원장이 식당조합원들에게 ‘정리해고를 수용하라’고 협박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곧이어 노조로 달려간 조합원과 가족들이 노조 앞에서 항의집회를 통해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현장조직들도 단일한 공동의 반대 의견을 내지 못했다.
다음날까지 계속된 항의집회로 인해 위원장은 양보교섭을 철회한다고 투쟁을 결의했지만, 동시에 ‘타결 임박’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었다. 권영길 전위원장 등이 지도부의 결단을 존중한다는 집회 발언을 하면서 의혹을 남겼지만, 위원장은 합의사실을 부정했다.
그리고 파업현장의 조합원들은 다음날 새벽 텔레비전을 통해 노사합의 소식이 발표된지 4시간이 지난 아침에야 노사의 기자회견을 접하게 되었다.(‘277명 정리해고와 1261명 18개월 무급휴직 및 손배가압류 부분철회, 노사화합, 무분규선언’) 분노한 조합원들이 노조 집기를 부수고 위원장이 짜놓은 관을 불태웠지만 그날 오후 파업대오는 흩어지고 바리케이트가 철거되었다.
이 노사정 잠정합의안은 일주일 후의 총회투표에서 64%로 부결되었지만, 재협상은 이뤄지지 않았고 개악된 내용이 현장에 관철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만도기계에서도 정리해고와 부도에 맞선 해고 철회 파업을 전개했다.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면서 파업에 들어간 만도기계 노동자들은 현대차 파업이 종료되자 공권력 침탈로 구속, 징계, 해고되었다. 이로써 김대중 정권에 대한 환상이 폭력침탈을 통해 폭로됐다.)
이렇게 정리된 후유증은 정리해고자들과 무급순환휴직자들이 정투위와 생계비투쟁을 하면서 현장에 복귀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98년 12월 김광식 집행부는 불신임투표에서 간신히 불신임(사퇴)을 모면했지만 그 후 정갑득 집행부는 16.9% 가이드라인을 정해 비정규직 도입을 인정했다. 게다가 비정규직이 된 식당여성조합원들의 원직복직 투쟁에 대해서 대의원들이 거부한다는 것을 명분 삼아 노조의 투쟁으로 올려놓지도 않았다. 오히려 식당조합원들의 투쟁을 통제하려 했다.
현대차 파업은 노동자들의 학교로서 중요한 것들을 남겼다. 투쟁의 목표와 기조를 지도부가 분명하게 잡는 것의 중요성과 더불어 현장 대중들이 만들어가는 투쟁과정과 교섭, 마무리 과정 전반에서의 파업 대오간의 소통이 중요함을 일깨워주었다.
고용안정과 임금, 생존권 사수를 당당하게 끝까지 지켜낸 한라중공업 80일 파업
한편 한라중공업은 97년 10월부터 50% 감원과 임금 삭감이라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1차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곧 이어 12월 한라가 부도나면서 98년 휴업을 실시하고, 연이은 희망퇴직과 단협 해지를 선언했다. 결국 98년 임단협에서 9대 송관엽 집행부는 임금 21.5% 삭감과 단협 개악 및 복지후생 유보를 수용하게 된다.
2년간 희망퇴직을 통해서 한라중공업에서 일하던 원하청 노동자들은 1만여 명에서 3천 명도 채 안되게 줄었다.(물론 하청노동자들은 거의 다 해고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계속 발생하는 중대 산재로 노동자들이 죽어나갔다.
법정관리 기간 동안의 외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현대중공업으로의 위탁경영이 추진되었다. 이로써 현대그룹 현대중공업은 부채 탕감과 출자전환이 보장된 조건에서 경쟁력과 수익성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98년 10월 출범한 10대 권성원 집행부는 현장투 조직 출신으로서, 고용과 노조 및 단협 승계에 대한 3자 합의를 쟁취하면서 그 후로도 체불임금 청산투쟁을 전개했다. 하지만 회사가 곧 체불임금 청산에 대한 노사합의를 파기하면서 노조는 그동안 빼앗겼던 임금과 단협까지 되찾겠다는 결의로 투쟁을 조직해갔다.
노조는 회사의 현장 공세와 노조 내부 분열로 인해 99년 상반기까지 대중적 투쟁 동력을 조직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집행부는 체불임금 청산과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특별단협 투쟁에 돌입했다. 당시 현장은 90% 이상이 어용 대의원들로 이뤄져 있어서 비대위조차 유회되기도 했다.
99년 상반기에 진행된 두차례의 경고파업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희망퇴직을 강행했다. 그러다 8월 들어서면서 회사는 플랜트 매각 방침을 시작으로 전 사업부의 대대적 감원 방침을 선언하게 된다. 회사에 충성해왔던 직반장들에게도 희망퇴직과 해고의 칼날은 세워졌다.
이에 8월 10일 플랜트 노동자 120여 명의 파업투쟁을 시작으로 일주일 후 1,300여 명의 한라중공업 노동자들이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9월 8일부터는 5개 문을 모두 봉쇄하고 공장안에 텐트를 설치하면서 공장점거투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노조가 집회를 주관해도 40여 명 남짓 모였던 조합원들이 플랜트 노동자 95% 파업 참여를 시작으로 전면파업 이후에는 거의 모두 파업에 참여하는 놀라운 의지를 보여주었다.
공장 안에서는 생산이 멈췄고, 노동자들은 공장 안 낚시대회와 체육대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해방감을 만끽했다. 또한 시내 가두선전전과 서울상경투쟁을 동시에 조직하여 ‘고용승계 없는 매각 반대’ 요구를 주장했다.
파업 지도부는 가장 먼저, 그동안 노조가 전면적인 현장투쟁을 하는데 제약의 요인이었던 어용 대의원구조를 바꾸었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대의원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지고 투쟁하는 대의원들을 선출함으로써, 현장 구조를 탄탄히 해나갔다.
지도부는 일상적인 노조의 요구와 교섭 결렬 이후 파업 돌입의 수순을 겪지 않고도 대중적인 분노를 즉각적이고도 위력적인 ‘불법’투쟁으로 조직해냈다. 정책대안이라는 노동운동의 유행병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부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양보교섭보다는 ‘고용보장과 해고자 복직 및 단협 원상 회복’이라는 공세적인 요구를 갖고 파업 기간 동안 참가한 파업 대오들의 논의와 결의를 통해 투쟁의 목표와 요구를 높여냈다.
공장을 접수한 파업노동자들은 추석기간 동안 공동차례를 지내는 등 투쟁 의지를 확인하고, 자신감을 확보했다. 공장점거파업을 통해서 그동안 생산수단이 자본가들에게 독점되어 있으면서 생산하는 노동자들과 분리되어 있던 현장을 노동자들이 장악함으로써 노동자 해방구로서의 시공간을 누릴 수 있었다. 이 경험은 자본에 의한 통제를 벗어나, 그리고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 스스로가 그 파업투쟁의 지도부의 역할과 자신감을 확보한 것이다. 이는 파업 마무리 과정에서 조합원들 스스로의 논의와 총회를 통해서 결정짓는 과정과 파업 해단식을 통해서 현장에 복귀 후의 조직화를 결의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투쟁결의와 동력이 높았던 파업현장에서 단협원상복귀 유보 등의 내용으로 지도부가 조합원들에게 잠정합의안 토론을 부친 것은 또 하나의 한계로 남게 되었다.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민주파 대의원들을 선출하는 등 투쟁하는 지도부를 스스로 만들어갔다.(파업 이전에 집행부는 대의원대회가 어용들에 의해 무산되고 투쟁을 방해하자 대의원구조보다는 직접 조합원들과 소통하는 총회와 현장토론, 집회 등으로 투쟁을 전개했다.) 그리고 파업 불참한 조합원들 600여명에 대한 제명과 다수 징계도 행해졌다. 이로서 파업 대오는 더욱 강한 동력으로 점거투쟁을 진행했다. 또한 가족대책위는 초기의 간부 남편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서 동별 체계를 갖고 관공서 항의방문과 지역 선전활동 등으로 투쟁의 한 주체로, 동지로 성장했다.
조합원들이 스스로를 동지적 관계에서 단련해 간 것은 이 외에도 다양한 파업프로그램들에서 엿볼 수 있다. 꾸준한 파업교육에 의해서 그동안 연중행사 정도로 시행되던 교육을 넘어서 집중적이고 계획된 교육을 통해 투쟁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노동자계급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도부의 삭발이 아닌, 투쟁 지도부를 엄호하기 위한 전술차원에서 많은 평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삭발하기도 했다.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담아 지도부에게 “우리 이겨서 한을 풀자”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조합원들 스스로가 사수대와 규찰대 활동으로 국가의 본질에 대해 확인하면서 바리케이트를 강화하고 확대시켜 나갔다.
또한 파업 말기에는 공권력의 침탈에 대비한 선상훈련도 이루어졌다. 지도부의 토론 지침에 의해서 현장복귀 이후의 재조직화에 관한 파업 동지회 구성과 활동도 결의되었다.
물론 한라중공업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이러한 성과와 의미들에도 불구하고 가진 한계와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당시 일찍이 한라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결성되었지만, 원청 노동조합과 동등한 관계로서 상호지지 연대하는 관계로 발전하지 못했다. 파업 과정에서 하청노조도 자신의 요구를 갖고 연대투쟁에 참여했지만 개별적 지원연대 외의 조직적 관계는 발전하지 못했다. 물론 노조 준비과정에서의 활동가들과 소통이 부족한 점 등이 이유가 되어 이 문제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식당여성조합원들에 대해서 외주화시키는 것으로 합의한 현대차 사례를 거울삼아 오히려 식당 비정규직화를 저지시킨 점 등은 부분적으로 성과이다. 하지만 당시 몇차례의 희망퇴직 과정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일차적인 해고 대상이 되었기에 비정규직 투쟁 주체들과 함께 조직적 연대와 파업을 통해 관계를 공고하게 하는 것, 투쟁 목표와 요구를 통일시키는 것은 과제로 남게 되었다.
한편 마무리 과정에서 공권력 침탈에 대비한 선상훈련 등을 했지만 결국 지도부의 판단에 근거하여 가합의 정리된 것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다. 공권력 침탈이 있더라도 그 과정에서 다시 힘을 실어 지도부를 재조직하고 요구를 쟁취할 여지에 대해서, 그리고 정리하는 시점에 좀더 버텨서 대우차 투쟁을 앞당기고 투쟁을 연계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아쉬움을 남기게 되었다.
하지만 한라중공업 공장점거파업은 투쟁의 요구와 목표가 투쟁을 준비하고 돌입해서 파업대오를 통해서 풍부해지면서 강고한 투쟁을 만들어갔다는 점에서 노동자 학교로서 역할했다. 상층 연맹들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투쟁력으로 고용과 노동조합을 지켜냈다.
현대자동차와 한라중공업의 공장점거투쟁은 구조조정과 해고, 희망퇴직 공세에 대응했던 생존권사수투쟁이었지만 지도부가 투쟁에 대한 목표와 투쟁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조합원들간, 지도부와의 소통, 노동자 민주주의를 강화해가는 과정에서 분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지도부가 현장 대중들에게 밀려서 파업을 선언하는 것이 아닌, 분명한 의지를 갖고 대중을 믿고 결단하는 것이 더욱 강고한 투쟁 이후 지도부에 대한 구속과 탄압으로부터 더 빠르게 지도부를 엄호해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지도부의 투쟁결의와 의식의 중요성 및 실제 투쟁을 노동자의 계급의식을 향상시키고 단련시키는 장으로 만들어가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끝나지 않은 투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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