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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8호] 목차 / [정세] 2005년 상반기 투쟁과 하반기 투쟁의 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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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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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3 21:11:12, 조회:2,649, 추천: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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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정치협회(노정협) 홈페이지 : http://lmagit.jinbo.net
TEL : 02-6414-1917 / E-mail : labor04@jinbo.net
노동자정치신문 창간8호입니다.
[정세] 2005년 상반기 투쟁과 하반기 투쟁의 과제
[해외]AFL-CIO의 분열, 미국 노동운동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까?
[환경] 자본주의로부터 지구를 지켜라!! -지구온난화, 인류생존의 위기
[정치폭로] 노동자계급의 투쟁만이 X파일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다!!
[현장기고] 2005년 투쟁 속에 사보현장이 왜 무너지고 있는가?
[현장기고] 철도매점의 투쟁평가와 철도비정규직 운동의 과제
[기획연재-조직론] <전진>의 정치는 중앙파의 양날개론이다!
[노동] 패배의 경험을 승리로 조직하는 것이 ‘혁신’이다
[투쟁사] 구조조정에 맞선 울산과 목포의 공장점거 파업 - 현대자동차 98년 투쟁과 한라중공업 99년 투쟁
[정세] 2005년 상반기 투쟁과 하반기 투쟁의 과제
백기항복은 고사하고 아예 펼치지도 못한 투쟁의 깃발
마치 두더지 게임을 하듯, 남한 노동자계급운동은 핵심 사업장이 전선을 형성하다가 패배하면 예상치 못한 투쟁사업장이 튀어나와 또 다시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면서 패배 속에서도 끊임없는 저항을 해왔다. 그런데 2005년에는 자본과 정권을 긴장으로 몰아가고 남한 노동자계급 전체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전국적인 투쟁전선이 좀처럼 형성되지 않고 있다. 특히 대공장이 전선의 중심을 형성하면 이를 바탕으로 전국적 연대투쟁 전선이 광범위하게 펼쳐지면서 자본, 정권과 일전을 펼치는 전통적인 남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양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작년 궤도파업, LG칼텍스파업, 코오롱노조 파업 등 굵직굵직한 투쟁들이 어려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권과 일정정도 긴장감을 형성하면서 전국적 투쟁전선에 활력과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지난 해 이러한 투쟁이 사회적 합의주의자들의 관료적 개입과 협조주의자들의 양보 타협으로 백기항복으로 마무리되었다면 올해는 아예 깃발 자체를 들지 않는 더욱 더 무기력한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삼호중공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조선사업장들은 사실상 조기 무쟁의로 타결했고, 서울지하철과 대우자동차 노조는 천막농성과 단식농성으로 실질적인 생산타격을 대체했다. 현장의 투쟁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파업으로 가기 위한 쟁의전술 중의 하나가 이제는 파업을 회피하면서도 뭔가 투쟁하고 있다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하나의 기만적인 쟁의전술로 둔갑해버렸다. 기대를 모았던 금호타이어노조는 실리주의적으로 투쟁을 마무리했다.
도시철도에서는 지난 해 궤도파업의 패배로 인한 노사협조적인 집행부에 대한 실망이 조합원들로 하여금 어용노조를 다시 선택하게 내몰았다. 사회보험노조는 ‘합법적 쟁의 공간’ 운운하면서 일방적인 양보와 패배를 거듭하다가 원거리전보 수용, 대대적인 해고자 양산, 단협후퇴라는 굴욕을 받아들였다. 철도에서는 새마을호 여승무원투쟁과 홍익매점 투쟁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 서지본 차원의 대응으로 내맡겨진 채 철도 내 비정규직 철폐라는 단일한 요구를 걸고 투쟁을 현장 내부로 확산하는 본조 차원의 투쟁전선은 전혀 형성되지 않았다.
그나마 자본과 정권, 자본가 언론의 노동귀족 이데올로기 공세를 뚫고 아시아나조종사노조가 파업투쟁에 돌입했으나 긴급조정권 발동에 주저앉으면서 전국적 투쟁전선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아시아나조종사노조의 투쟁은 고임금론 악선동 속에서 노동조건과 비행시간 제한의 문제를 전면에 내걸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전계급적인 요구로 부각되지 못하고 자신들만의 요구로 한정되었다. 이로 인해 자본가 언론은 악선동을 통해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서 주목을 한 반면에 오히려 전체 노동자계급의 주목과 관심을 받지 못했다.
지난 해 10장 2조로 대표되는 산별중앙교섭과 지부파업의 질식, 서울대병원 지부장의 징계라는 관료주의적 작태를 보였던 보건의료노조는 직권중재를 정면으로 돌파하지 못하고 예정된 파업일정을 취소해버렸다.
노동자들의 투쟁을 수치로 계량화한다는 한다는 것이 걸리긴 하지만 이러한 상반기 투쟁의 양보와 타협, 굴욕적 패배로 인해 2005년 파업발생 건수와 파업참가자수, 생산타격일수는 2003년, 2004년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해 7월 371건 파업, 148,561명의 파업참가자수, 700,629일의 근로손실일수는 올해 각각 198건, 31,668명, 224,993일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2004년은 파업 건수와 파업참가자수가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백기항복과 양보교섭으로 인해서 생산타격이 오히려 줄어드는 양상이었다고 한다면 올해는 파업건수와 파업참가자수의 현격한 감소와 더불어 생산타격도 동시에 줄어들었다. 노동부에서 발표한 6월 30일 현재 임금교섭 타결현황을 보더라도 임금총액기준 협약임금인상률은 4.7%로 전년 동기 5.4%에 비해서 0.7% 하락하였다. 물론 아직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대형 사업장들의 임금투쟁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수치는 약간 올라가겠지만 지난 해 실질임금 인상률이 7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1.6% 상승에 그쳤던 것을 볼 때 대단히 낮은 수치다.
연초 경총에서 주요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60%이상이 올해 노사관계는 지난해보다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고 나서 환호작약하고 있다.
연초 노사정대화 복원에 대한 노동계내부 갈등, 비정규직 입법을 둘러싼 노사정 대화 등으로 상반기 노사관계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 그러나 당초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년 상반기 개별사업장 임단협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등 안정되는 분위기가 확산되었다(정종수, 노동부 노사협력국장, 「상반기 노사관계 평가 및 하반기 전망」).
이로 인해 현재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만이 관료들 중에서 유일하게 제몫을 하고 있다는 자본가들의 칭찬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이러한 답답한 투쟁의 양상 속에서 울산건설플랜트노동자들의 영웅적인 격렬한 가두투쟁은 전선에 목말라하던 전국의 모든 동지들에게는 계급투쟁의 청량제로 관심과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격렬한 투쟁은 관료들의 개입과 양보타협으로 SK라는 실질적인 원청 자본가와의 교섭도 해보지 못하고 다자간 교섭이라는 사회적 합의주의의 축소판으로 정리돼버렸다. 정권관료들은 울산건설플랜트노동자들의 격렬한 계급투쟁이 확산되어 사회적 교섭에 파국이 오는 것에 다 같이 두려움을 느꼈다. 관료와 자본과 정권의 공통의 이해관계로 인해 울산에서의 노동자대회는 투쟁을 마무리하는데 전시용으로 전락해버렸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투쟁과 함께 비록 고립 분산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하이닉스, 금강화섬, 하이텍 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기아 화성비정규직지회 등 비정규직, 장기투쟁 사업장들이 끈질기게 전선을 형성하면서 계급투쟁에 활력과 투쟁의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사회적 합의주의의 파산과 관료들의 기만
민주노총 관료들은 두 차례의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을 반대하는 연단점거 투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위원장 직권으로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복귀해 들어갔다. 그러나 정권과 자본은 일체의 타협의 여지가 없이 노동자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가지고 투쟁하고 있는 김태환 열사의 타살과 보건의료노조에 대한 직권중재와 아시아나조종사노조에 대한 긴급조정권 발동 등 정권은 사회적 대화의 활성화라는 명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극단적인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권과 자본의 일방적인 탄압에 밀려나면서 어용 한국노총과 이수호 관료주의 집행부마저 노사정대표자회와 노동위원회, 중노위, 최저임금위원회 등 모든 정부 산하 위원회에서 철수하였다. 이수호 위원장 스스로 현 정권이 노동계를 “확실히 짓밟고 가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로써 민주노총 관료들이 말하는 ‘대화와 협상’을 중심에 두는 사회적 합의주의와 사회적 교섭은 자본과 정권의 대대적인 탄압으로 인해서 완전히 파산 났다. 그런데도 이상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미조직, 비정규, 이주노동자 등의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교섭과 투쟁을 배분할 수 있기 위해” 사회적 교섭이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료들의 뻔뻔한 속임수에도 불구하고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를 통해 노동자들의 절절한 요구 중 그 어느 것 하나라도 성취된 게 있는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에 대해 자본과 정권은 김태환 열사의 타살로 답하고 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의 요구는 불법파견 판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 한명도 정규직화 시키지 않고 무자비한 공권력의 탄압과 경비대의 폭력, 지도부의 구속, 손배, 가압류로 짓밟히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단속으로 내몰리면서 강제추방 당하고 있다. 이른바 X파일로 인해 삼성은 사법부, 관료, 정치인들을 매수한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투쟁하는 삼성의 노동자들은 되려 구속당해야 하는 전도된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노무현은 광복절에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양보와 해고유연성 수용으로 기득권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는 도발적인 기념사를 했다.
그러나 이수호 위원장과 민주노총 상층의 관료들은 여전히 비정규직 법안의 국회 상정 유보를 근거로 “사회적 교섭 성공했다”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민주노총의 노사정대표자회의 탈퇴는 객관적인 계급투쟁의 조건에 의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것을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노동부장관 개인의 문제로 돌리면서 “제대로 된 사회적 교섭을 하자”라고 하고 있다.
우리는 계급투쟁의 냉엄한 현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차례의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을 결사적으로 저지하였다. 결국 계급투쟁의 현실은 민주노총 관료들의 허풍과 대중기만이 새빨간 거짓이었음을 생생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지난 해 민주노총 관료들은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일방적으로 들어갔다가 궤도연대 파업에 대한 직권중재 결정과 LG칼텍스노조의 투쟁에 대한 공권력 투입에 항의하여 탈퇴하였다.
자본과 정권의 공세는 사회적 교섭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관되게 폭력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민주노총 관료들은 ‘교섭과 투쟁의 병행’이라는 기만적인 말장난으로 노동자들을 속이면서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 탈퇴, 재복귀라는 어릿광대짓을 반복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료들이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들락거리는 동안 현장의 투쟁동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고, 주요한 투쟁의 국면에서 타협과 양보를 종용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역사발전의 최대의 걸림돌이자 거꾸러져야 할 혁신과 청산의 대상자들이 역사를 바로잡는다면서 ‘혁신과 청산’을 외치는 구역질나는 역사를 수없이 보았다. 마찬가지로 개량주의와 관료주의에 빠져 자본과 정권과 타협하고 대중투쟁을 질식시키고 현장을 약화시킨 결과 노동운동의 위기를 낳은 주범들 스스로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혁신’을 외치고 있다. 그들의 혁신 논쟁 중에는 관료주의와 개량주의에 대한 진실한 자기고백과 반성이 단 한마디도 없다.
전투적인 운동과 최대강령주의적인 노동운동 방식은 다원화된 정치지형에서 그 적합성이 약화되고 있음에도 노동운동의 사업 작풍은 여전히 비타협적인 전투적 조합주의와 최대강령주의에 묶여 있다. 투쟁과 대화의 병행이 절실히 요청되는 현 노사관계 질서에서는 비타협적인 전투주의나 최대강령주의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이상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민주노총 조직혁신 방향 및 과제」)
개량주의 관료들은 이처럼 개량주의에 맞서 노동자계급의 비타협적인 전투적 투쟁을 옹호하고 자본주의 착취질서와 반동적인 국가권력을 폐기하기 위해 투쟁하는 급진세력들을 ‘최대강령주의’라며 청산하려 하고 있다. 관료들에게는 하이닉스, 금강화섬, 하이텍, 현자, 기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여기에 연대하는 정규직 선진 활동가들의 비타협적인 전투주의가 자신들의 관료적 지위와 작태를 위협하고 폭로하는 최대의 적인 것이다.
개량주의 관료들이 말하는 ‘다원화된 정치지형’은 무엇인가? 그들은 자본가권력과 자본주의 사적 소유권 하에서 노동자들과 근로민중들이 여전히 착취 받고 탄압받고 있다는 마르크스의 계급론적인 사회분석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들에게 비타협적인 투쟁은 ‘다원화된 정치지형’ 속에서 시대착오적인 망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들은 문자로 기록된 이래 “인류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라는 계급투쟁론마저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개량주의 관료들에게 사회적 교섭과 사회적 합의주의는 당연한 것이다.
개량주의 관료들은 현장장악을 위한 끈질긴 사업과 대중의 의식을 바꾸기 위한 끊임없는 선전․선동, 작은 투쟁의 불씨를 놓치지 않고 투쟁의 고리로 활용하는 집요한 조직화 사업이 아니라 도박적인 정세인식을 하고 있다. 그들은 2005년 산별추진협의회를 구성하여 산별노조 구획논쟁을 거치고 2006년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을 하고 나서 대산별로 이행하자는 편의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인 공식을 그리고 있다. 이어서 차기 민주노총 선거에서 어용 한국노총과의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어서 1국1노조를 건설하는 큰 그림판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동당의 집권을 옆 그림으로 하여 그들의 그림판은 최종적으로 완성된다. 한국노총과 통합을 하는데 있어서 민주노동당은 주요한 고리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들의 청사진은 우리에게는 한국노총과의 통합을 통한 황색노조의 건설과 관료주의적 산별노조의 고착화, 개량주의의 강화라는 암울한 초상화에 불과하다.
대중투쟁의 불꽃으로 점화되는 대공장 비정규직 투쟁
우리의 음울한 현실진단을 벗어나게 하는 역동적인 변화의 조짐은 비정규직 투쟁 특히 대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으로부터 감지되고 있다. 그 동안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선진 활동가들의 연대 속에서 단식투쟁, 점거투쟁 등 선도투쟁을 전개해왔다. 2005년 대공장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독자적으로 대중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확보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올해 정규직노조, 대의원들과 함께 대대적인 조합원 조직화 운동을 전개한 결과 2000명 이상의 조합원을 확보했다. 물론 최근 현자 비정규직 노조의 조합원의 집단가입은 정규직 대의원의 조합원 확대 노력에 의해 가입했기 때문에 투쟁의 경험이 부족하다. 따라서 아직 진성조합원이 아니다.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현투단 활동과 보성투쟁을 계기로 노조전환을 한 뒤 700명 이상의 조합원이 가입했다. 아산, 전주, GM대우창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독자적으로 생산타격을 가하고 대중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힘을 갖췄다. 올해 대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러한 내적 가능성을 얼마나 현실적인 힘으로 바꿔내는 가에 달려있다.
이러한 투쟁들은 자동차 정규직 노조에도 영향을 미쳐서 무기력한 2005년도 남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물론 정규직 노조에서는 비정규직 투쟁이 확산되어 휴가전 타결, 올해에는 추석전 타결이라는 자신들의 협조주의적 전략이 깨질까봐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 실제 기아자동차 원청 집행부는 비정규직 독자 단협 요구안을 노조활동 보장 수준에서 마무리하고 원청의 별도의 비정규직 임금요구안을 일정 정도 따내는 수준에서 05임투를 마무리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아비정규직지회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나서서 이러한 입장으로 비정규직 지회를 설득시켜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원청노조는 임투 돌입 전에도 기아비정규직 지회에게 05투쟁 동시타결을 종용했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경우에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대해서 임투전에는 임단투에서의 마무리를 요구했고, 임단투 국면에서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전면화 되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12일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원하청 연대회의 수련회에서 “현대자본의 6차례 불법파견 특별교섭 거부에 따라 교섭을 결렬하고 전면적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는 비정규직 3주체의 주장에 대해 원청 노조는 “교섭이 진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교섭결렬 선언을 하게 되었을 시 현대자본은 사용자성을 더욱 부인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임단투 시기의 시기적 목표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인해야 하며, 단기적으로 교섭 성사라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주체들은 “교섭성사를 단기적 목표로 잡았을 경우 투쟁의 수위가 하향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울산노동뉴스, 8월 20일 기사)
금속산업연맹은 불법파견 관련해서 두 차례의 정치파업 일정을 잡아놓고 있으나 비정규직 주체들은 형식적으로 파업이 전개되고 또 다시 10월, 11월로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미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가 전국 투쟁전선의 구심으로 떠오르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정규직 노조의 소극적인 태도에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조가 온전히 제 발로 굳건하게 서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생산타격 투쟁으로 이러한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가 최대한 첨예한 투쟁전선을 형성해서 원청노조가 05투쟁을 협조주의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막아 세워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투쟁이 마무리된다면 비정규직 노조는 전체 공장 생산라인을 멈추겠다는 패기를 가지고 독자파업을 전개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들의 대중투쟁의 가능성은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기아비정규직 지회의 경우는 임투출정식을 힘차게 치르고 93%의 투표율에 97%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시키고 지노위에 조정신청을 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8월 19일 4공장 해고반대 투쟁을 중심으로 주야간조 650 여명의 조합원들이 힘차게 잔업거부를 하고 집회를 개최하였다.
정규직노조에 의존하고 소수의 선도적인 투쟁의 한계를 넘어서 대중투쟁으로 전진하느냐 아니면 확대된 조합원에 만족하여 안주할 것인가가 올해 투쟁에 달려있다. 노조 자체의 와해를 노리고 달려들고 있는 자본의 탄압에 맞서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고 노조 자체를 유지하고 안정화시킨다는 보수적인 투쟁은 노조의 존립마저도 위태롭게 할 것이다.
3대 핵심 요구를 걸고 하반기 투쟁의 돌파구를 열자!
민주노총 관료들은 파견법 국회 상정 유예가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는 사회적 교섭 전술의 승리이고 민주노동당의 환노위 점거 투쟁 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당 내에서 고작 10여 명의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라면 고작 수십 명의 국회 경위들을 동원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파견법 개악을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과 정권이 파견법 국회상정을 머뭇거리는 이유는, 노사정대표자회의의 교섭과 의사당 점거가 아니라 그 밖에서 펼쳐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 때문이다. 폭발적인 대중투쟁은 아직 휴화산처럼 잠자고 있지만 자본과 정권은 상층 관료들을 끌어들여 동의와 합의의 모양을 취하는 노사정합의가 아니고 일방적으로 파견법 개악을 밀고나갔을 때 그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를 지난 96년 노동법 개악 반대 총파업 투쟁에서 목격하였다.
자본과 정권은 올해 하반기에 파견법과 더불어 노사관계로드맵 같은 악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자본과 정권은 이미 손배, 가압류에 이어서 신종악법인 출입금지, 비방금지 등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인 각종 가처분 신청서를 통해 노조나 선도적인 투쟁을 하고 있는 핵심 활동가들의 투쟁을 무력화시켰다. 또한 아시아나조종사노조의 합법파업에는 긴급조정권으로,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에는 특수공익사업장을 이유로 한 직권중재로 모든 파업을 불법화하여 파업권을 무력화시켰다.
노사관계 로드맵은 정리해고 규제완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같은 조항과 더불어 파업의 불법/합법성 관계없이 직장폐쇄 가능, 사업장 무단출입, 점거농성 쟁의행위 찬반투표 시기와 유효기간 설정, 공익사업장의 대체근로 제안 삭제와 신규채용과 하도급 인정 등 대부분의 조항이 파업권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가공할만한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작년 궤도파업에서 보여준 합법주의적 작태와 직권중재 악법 앞에 무릎 꿇는 보건의료노조, 사회보험노조 등에서의 합법적 쟁의공간 확보를 위한 눈물겨운 발버둥, 긴급조정권의 수용 등 온통 합법주의적, 투항주의적 태도로 인해 민주노조운동은 무너져가고 있다. 악법을 투쟁으로 돌파하면서 불법의 영역을 관행으로 만들어서 합법적 영역을 확장하는 전투적인 기풍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드맵이 통과된다면 파업투쟁은 태고적 전설과 신화처럼 사라져버리게 될 것이다.
하반기 대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공장을 핵심거점으로 하여 현대자동차 3사,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대한 투쟁시기와 기조를 통일시켜내야 한다. 비정규직 투쟁 주체들은 이 투쟁의 성과를 굳건하게 구축하고 정규직 노조를 역으로 견인하여 공장을 해방의 요새로 만들어야 한다. 정규직 선진 활동가들은 “비정규직 핵심 요구안 타결 없이 임투(임단투) 종료 없다”는 구호로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단협요구 등을 05투쟁 최대의 쟁점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그럴 때만이 비정규직 투쟁이 정규직 요구안 중에서 별도 요구안이나 기타 요구안으로 주변화 되어 추석 전 타결이라는 틀에 박힌 공식처럼 진행되는 조합주의 책동을 막아 세울 수 있게 될 것이다.
대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중적인 투쟁은 2005년 상반기 남한 노동자계급의 무기력한 투쟁을 극복하고 전국적인 전선을 형성하는 새로운 거점이다. 이 거점이 흔들리지 않을 때만이 파견법 개악과 노사관계로드맵에 맞서는 전국적인 전선이 굳건하게 형성될 수 있다. 또한 자본과 정권은 이러한 전선이 펼쳐질 때 9월 국회에서 파견법 개악과 노사관계로드맵 개악이 가져올 파장을 두려워하여 섣불리 도발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파견법개악 반대! 로드맵 분쇄!!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중심으로 하는 비정규직 노조의 투쟁!!! 이것이 노동운동의 운명과 노동자의 삶을 걸고 싸워야할 05년 하반기 대적전선의 긴급한 투쟁과제이다. 사회적 합의주의에 빠져있는 개량주의 관료들의 폭로와 타격은 이 적대적인 대적전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불가피한 내부투쟁인 것이다. 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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