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본주의적 대장정에 나선 붉은 별, 갈홍의 후예들(2)”
최형록
5. 이것이 과연 ‘노동자 국가’ 인가?
2004년 9월 17일과 18일 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자리 감소와 임금삭감에 항의하여 공장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법과 질서’의 선봉대 경찰이 감시하고 있다. 경찰은 진압에 나선다. 그러나 1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이 항의를 지지하여 동조하자 후퇴한다. 이 장면은 울산도 거제도도 구로동도 아닌 10월 13일로 4주째 파업을 지속하고 있는 샨시성 시안양시 제 7 섬유공장 수천 노동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는 국유기업이었으나 홍콩의 ‘중국자원 그룹’에 ‘사유화’ 되면서 생존권 투쟁은 시작되었다.
9월말 노동자들은 북경정부에 청원 대표단을 파견했으나 경찰에 저지당했다. 관영 언론매체는 이 파업을 보도하지 않는데 그치지 않고 검색엔진 바이두를 동원해서 이 파업을 언급하는 모든 것을 삭제해버렸다. ‘전자봉의 전격제로 작전’ 만만세!
6. 중국 공산당 내 계급투쟁
ㄱ. 장쩌민의 입장
2001년 7월 1일 중공당 창당 80주년 기념식전에서 장쩌민은 중공당에 자본가들의 입당을 옹호하는 연설을 하였다. 이에 4개의 이론적 정간물에서는 이런 조치가 중국에서 자본주의적 사회관계를 확대시키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즉각 비판에 나섰다. 그러자 장쩌민은 ‘반 개혁적 좌파세력’을 싹이 움터 더 성장하기 전에 근절할 것을 명령했다. <진리의 추구>는 폐간되었고 2002년 현재 두개의 맑스주의 정간물만 생존해 있으나 자체검열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한편 강택민의 연설 이전에 이미 개별자본가들이 중공당에 입당해있다는 사실이다. 당내에서는 ‘대장정’이래 당원으로서 혁명투쟁에 생애를 바친 마빈 등 원로 14인이 중공당 중앙위에 서신을 보내 강의 입장은 당의 단결을 해치고 있으며 결국 소련과 같은 붕괴로 이끌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하였다. 이들은 2002년 3월 현재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2002년 5월 중국 자본주의 발전의 심장부인 광동성의 공산당 지부에서는 제 16차 당대회 대의원단에 자본가들을 포함시켰다.
ㄴ. 당원로들의 장쩌민 노선에 대한 비판
이 글에서는 당원로 14인의 서신과 비판의 성격이 동일하되 보다 상세한, 당원로로서 안산 철강회사의 총지배인을 지낸 마빈과 전 중국노조총동맹의 교육선전부장을 역임한 한약시가 장쩌민과 당 중앙위에 보낸 서신(2002년 5월)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비판자들은 국가의 헌법 제 1조에 중화인민공화국은 노동계급의 지도 하에 있다는 규정과 현실 사이의 간격을 지적한다. 노동자들과 기업 사이에 남아있는 것이란 피고용인과 고용인사이의 ‘계약관계’일 뿐이다. “노동은 이미 상품이 되어버렸다.” 노동자들은 기업에서 지극히 보잘 것 없는 민주적 권리를 누리고 있을 뿐이며 그 알량한 것조차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투자든 외국투자든 사기업 노동자들의 조건은 더욱 악화되어 견딜 수 없을 정도이다. 서신의 초점은 강의 연설 중에서 ‘당의 인민적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부분이다. 이것은 새로이 탄생중인 부르조아 혹은 실존하는 착취자들이 입당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강은 새로운 사회계층으로서 “인민이 운영하는 과학기술 기업의 창업자들과 기술자들, 외자기업에 고용된 경영자들, 개별 가족 기업들, 사기업 소유주들, 각종 중개 브로커들, 독립적 전문 직업인들을” 거론하고 있다. 강은 노․농․병 및 지식인들과 함께 이들 역시 ‘중국적 특징을 지닌’ 사회주의적 대의의 건설자들이라고 역설한다. 이에 반해서 비판자들은 ‘중국은 여전히 계급사회’이므로 노동계급을 부르조아지와 그들의 대리인들과는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민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사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헌법 규정과는 달리 광범위한 대중이 정당한 몫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강이 왜곡하고 있는, ‘인민이 운영하는’ 기업의 전문 기술자들과 외자기업에 고용되어 있는 경영자들과 기술자들은 부르조아 계급 내의 한 집단이라고 규정한다.
둘째, 강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 사회주의 시장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으므로…새로운 실천을 결합시키고 사회주의의 사회적 노동과 노동 이론을 연구하고 이해의 심화를 도모해야 한다”. 특히 “경제가 발전하면서, 인민 대다수의 생활수준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으며 그들의 사유재산 역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런 여건 아래, 우리는 어떤 인민이 사유재산을 소유하고 있는지 여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지 여부에 근거해서 그 사람이 정치적으로 진보적인지 혹은 보수적인지를 섣불리 결정해서는 안된다”. 비판자들은 1년 전에 제기했던 세 가지 질문을 다시 상기시킨다. 첫째 가치는 노동뿐만 아니라 토지, 자본을 통해서도 창출되는 것인가라고 물음으로써 맑스주의의 근본적인 노동가치론을 상기시키고 있다. 당의 제 15차 중앙위에서는 “생산의 열쇠가 되는 요소로서 자본과 공학이 이윤의 공유에 참여하도록 고무격려 할 것”을 제안하고 제 10차 5개년 계획에서는 “고위 경영자들과 전문기술인들의 봉급을 그들의 노동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는 수준으로까지 높여야 함”을 제안한 것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복잡한(‘창조적인’) 노동이 단순한(‘반복적인’)노동 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일 수 있음을 맑스가 인정한 것을 지적하는 한편 육체노동자들이 겪는 산재 등 고통을 지적한다. 비판자들은 두 종류의 노동에 있어서 소득차가 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는 한편 자본가들의 산업활동은 노동자의 잉여노동을 착취하는 성격을 띠고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자본가들의 입당을 허용하면 당의 성격이 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마지막으로 이 중대사안을 최종결정하기 전에 무엇보다도 노동계급과 노동인민의 여론을 수렴하여야 하며 전당대회에서 결정할 것을 권하고 있다.
ㄷ. 등소평식 ‘실사구시’ (失思驅是)
앞의 글(1)에서 언급한, 이미 1980년부터 중공이 미국과 함께 ‘합동경제위원회’에서 자본주의 세계경제체제의 주요현안을 다루기 시작하던 무렵인 1980년 11월 루마니아 방문단을 맞은 대화석상에서 등소평은 ‘사회주의의 목표는 나라를 부유하고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02년 현재 연간 평균 소득이 6만5천4백만 달러에 달하는 사람들은 6500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이들 대다수가 공산당 당원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을 제외한 인구의 90%는 등이 말하는 ‘부유하고 강한 인민’에 속하지 못하며 도시 노동자들의 소득은 그들의 몫의 1/5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사실’을 두고서도 <인민일보>(2001년 7월 31일자)는 “우리는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분배의 불공정과 혼동해서는 안된다”라고 ‘위록지마’(謂鹿指馬:말을 가리키며 사슴이라고 말하는 것)를 뻔뻔스레 자행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실사구시’(實事求是:사실로부터 옳음, 진리를 구한다)의 참신성과 함께 그 ‘위험성’을 올바르게 (과학적이고 정의롭게) 인식해야 한다. 이 입장은 청나라 시대 고증학으로부터 비롯한 것이다. 공자와 맹자의 유가사상은 시대가 변하면서 ‘문제틀’을 변모시키는데 성리학은 하나의 거대한 사상을 이룬다. 이 사상이 민중의 절박한 현실적 삶과 완전 유리되면서 반동적 관념론이 된 것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것이 ‘고증학’이었다. 인식론적으로 볼 때 ‘실사구시’사상은 경험론적인 것이다. 그런 만큼 이런 경향성은 ‘변증법적 긴장’의 현(玄)을 ‘정신의 섬섬옥수’가 놓칠 때 ‘우편향’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 관해서는 오세철 교수 회갑기념논문집 <반성과 모색>의 “봄 바다가 깊다기로 한(恨)바다 보다 깊으랴” 참고)
1960년대 중반 모택동은 “공산주의라는 것이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일에 불과한 것일까? 사람이 해야 할 일이란 아무것도 없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이 말은 앞서 (1)에서 지적한 것처럼 상대적으로 ‘생산관계’의 변혁을 강조한 것이다. 등소평의 ‘실사구시’는 맑스 사상의 기초를(思) 잊어버리고(失) 올바른 것(是)을 쫓아버리는(驅) 형국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7. 사상과 실천의 ‘변증법적 통일’을 향하여
삼척장검을 들고/~/요사한 무리들 잡아다가/ 지옥으로 보내고/ 간악한 원수 놈들 쓸어다가/하늘의 체로 체질 하리다/ 동서남북 모든 인민/ 하늘의 도리로 돈독하니/ 해와 달과 별들까지/ 개선가를 부르리라/ 일찍이 범과 용이 노래하는/ 광명한 세계/ 태평천지 통일되니/ 이 즐거움 어떠한가
1843년 28세~9세이던, 7년 후 ‘태평천국’의 봉기를 일으킨 홍 수전의 원대하고 호쾌한 ‘장검을 들고’ 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심성이 좁으며 비판을 받아들일 줄 모르는” 10대들이 1억 명 이상인 중국. 얘들은 한국의 10대처럼 미제국주의적 상품문화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동시에 얘들은 ‘기업형 인간’을 양성하는 교육에 내몰리고 있다. 급기야 중국의 어느 지방에서는 공부하라고 들들 볶는 자신의 어머니를 아들이 살해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태평천지’는 일종의 유토피아다. 종교운동인 법륜공을 탄압한 사태는 당 지도부가 이 운동이 계급갈등과 결합하여 반체제 운동으로 성장 전화할 잠재적 위험성을 느끼고 초기에 진압해야겠다고 결단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 공산당의 물리적 사상적 통제력에 도전할 만한 정치세력은 형성된 것 같지 않으며 1억이 넘는 신세대가 ‘법고창신’(法古創新 : 중국 혁명운동의 거대한 유산을 성찰하여 새로운 혁명을 이룩하는 일) 할만한 결의를 하기까지는 ‘21세기형 장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장정이 한반도의 고난스런 운명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직시해야 할 때가 아닌가? 또한 내가 ‘남산’에 강제초대 되어 들은 바에 따르면 안기부는 1980년대 초반부터 중국의 공안당국과 교류를 시작했다는 사실의 의미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면 이 역사의 미답지(未踏地), 천리는 되는 이 미답지를 한 걸음 한 걸음 나서는 용기와 지혜 덕이 아니겠는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