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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한국노동운동 진로를 둘러싼 논쟁 2(최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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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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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5 02:16:24, 조회:2,806, 추천: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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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운동 진로를 둘러싼 논쟁 2(최종)
――한국·일본·그리스를 연결시키는 길
1990년 1월 22일 창립된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에 대해 노태우 군사정권은 창립 당일에도 공권력을 투입하였고, 핵심 지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작전과 더불어서 단위 사업장 지도부들에 대한 엄청난 협박과 회유를 통해 전노협 탈퇴를 강요했습니다. 1991년 5월 6일에는 한진중공업 박창수 위원장이 안기부의 전노협 탈퇴 공작에 저항하다가 타살 당하기도 했습니다.
박창수 열사가 타살당하기 바로 직전인 1991년 4월에는 당시 명지대학교 학생이던 강경대 열사가 노태우 군사 독재 타도를 외치다 백골단에 의해 쇠파이프에 맞아 타살당하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1991년 5월까지 성균관대 김귀정, 박승희, 김영균, 천세용, 김기설 등 11명이 잇달아 분신을 하거나 타살을 당하는 이른바 ‘분신정국’이 펼쳐졌습니다. 노태우 정권은 정권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김기설 씨가 분신을 하기 전 작성했던 유서를 강기훈 씨가 대필해줬다며 분신 배후로 몰아 구속시키는 희대의 날조극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전위 정당 운동 세력들의 투항과 변절, 청산주의가 계속되는 순간에도 한국의 대중운동은 아직 전투성을 잃지 않고 노태우 군사정권에 맞서 투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청산주의 늪에 빠진 이들 정치세력들은 이후에도 이러한 합법정당 운동을 계속해서 진보정당추진위(진정추), 국민승리21을 거쳐 의회주의 정당인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게 됩니다. 사노맹은 침탈 이후에 ‘능동적 상륙전’ 운운하며 합법정당 운동에 동참하고 나섰습니다.
이후 NL세력들이 대거 민주노동당에 입당하여 다수파가 되고 이들은 NL다수파의 패권주의와 종북주의 노선을 반대로 해서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고 진보신당을 창당하게 됩니다. 나중에 이들 지도부들은 진보신당을 다시 탈당하여 통합진보당을 결성하였다가, 다시 탈당하여 정의당을 창당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들은 지배계급의 ‘종북주의 공세’에 동조했습니다.
과거 동유럽과 쏘련 사회주의 체제에 대해 ‘스탈린주의’ 비판이라는 이름으로 전면 부정하는 태도는 역사를 단순화, 왜곡할 뿐만 아니라 제국주의의 사회주의 비방과 한편으로는 일통(一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반쏘 반스탈린주의는 또한 반북반공주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현 노동당(사회당과 진보신당 합당)과 정의당 등 반공주의 ‘진보파’들이 바로 현재 한국에서 광풍이 일고 있는 ‘종북’(從北)이라는 용어의 창시자들이고, 이들은 극우파 못지않게 악랄한 '종북주의’ 공세에 동참함으로써 종북주의 공세의 진보 내 부역자들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 인민노련의 대표적인 이론가였던 주대환 씨는 국가보안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외치고 다녔습니다. 이 자는 사민주의를 노골적으로 주장하다가 현재는 민주당에 합류해버렸습니다.
얼마 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국회 제명안이 통과될 무렵 정의당 심상정 원내 대표(물론 심상정 씨는 당시의 조직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들 세력들과 입장과 행보를 같이하고 있습니다)는 ‘헌법 내 진보’ 운운하며 이 제명안을 지지하고 부르주아 헌법과 체제의 수호자가 돼가고 있습니다. 반공과 진보는 형용모순(形容矛盾)입니다만 한국사회에서는 이처럼 진보를 자처하는 개인과 세력들이 악랄한 부르주아 사상인 반공반북주의에 물들어 있습니다. 이들이 제국주의 체제의 부속물이라는 또 하나의 사례는 미 제국주의와 나토 제국주의가 리비아를 침공할 시에 UN이 하루 빨리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해야 한다면서 제국주의의 리비아 공격을 촉구하고 나섰다는 데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박윤배라고 하는 삼민동맹 중앙위원이었던 노동자의 드라마틱한 변절 사례를 하나만 더 들어보겠습니다.
박윤배 씨는 노동자 출신으로서 지적 역량이 탁월했습니다. 혁명적 열정도 대단했습니다. <대기업 노동조합과 파업>(신평론, 1990년 1월)을 비롯해 노동운동 관련 책도 여러 권 쓰기도 했습니다. 노동자 출신으로서 사노맹의 핵심 지도자였던 박노해(본명 박기평) 씨가 <노동의 새벽>처럼, 노동자 계급의 삶을 생생하고 선동적으로 묘사한 시로 명성을 떨쳤다면, 박윤배 씨는 노동자 출신다운 생생한 활력에 더해 이론적 역량 까지 겸비한 활동가로 제법 널리 알려졌습니다. 쏘련 붕괴 직후에도 감옥에서 그는 흔들리지 않고 이렇게 말합니다.
… 한반도 남단에 사회주의 사상이 본격적인 모습으로 상륙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사회주의 ‘대동요’의 속보 물결이 휘몰아치고 있다. 태어나기도 전에 사망전갈이 온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자들은 그렇게 순순히 물러설 수가 없다. 무엇이 죽었으며 사망원인이 무엇인가를 확인하기 전에는 우리가 그것을 사회주의 자체의 죽음으로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모질고도 비정한 착취와 억압에 한없이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주의의 사멸과 실패 · 위기를 열렬히 떠들고 알리는 모든 이들에게, 제발 대한민국 곳곳에서 들려오는 군화발소리와 노동자 · 민중의 신음소리가 어우러지는 ‘자본주의가(資本主義歌)’를 경청하며 좀 더 차분한 심정으로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다. … 우리가 잠시 흔들리고 멈칫대는 것은 두뇌 안의 작용이지, 현실의 거대한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문제의 위상은 아니다.(박윤배, “다시 노동해방의 깃발로 우뚝 서기 위하여”, 새길, 1991년 7월)
그런데 이러한 노동자가 석방 뒤에 인생역전을 하게 됩니다. 1995년 당시 대우자동차(현 GM대우) 김우중 회장은 200명에 달하는 운동권들을 특채로 고용합니다. 이 또한 세계 변혁운동사에 있어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집단투항 사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때 선발된 운동권 출신들은 35박 36일 간 동유럽을 비롯해서 장기 해외 연수를 합니다. 박윤배 씨는 이러한 운동권 특채생의 한 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김우중 회장의 노사문제 자문역을 6년간이나 맡았습니다. 이때 당시 대노협(대우그룹노조협의회) 사무실 앞에는 ‘박윤배 출입금지’라는 방(榜)이 붙을 정도로 노동자들의 반감을 사게 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는 뒤에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과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을 거치게 됩니다. 이어서 그는 2002년 투자전문회사인 ‘서울인베스트’를 설립하고 CEO로 화려하게 변신하여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가 됩니다. 그는 쌍용자동차 파산 이후에 투자금 6,000억 원을 향후에 모아서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며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변절과 투항의 시대에 한 혁명적 노동자의 카멜레온 같은 변절의 화려한 이력입니다. 민중당 핵심 지도부였던 김문수가 극우정당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민중당 대표 이우재가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부총재, 민중당 사무총장 이재오가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하고 이명박 정권에서 2인자 실세로 역할을 했습니다.
인민노련 출신의 이력도 화려합니다. 신지호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자 뉴라이트로 변신을 하고, 역시 인민노련 출신 송영길은 민주당 인천시장을 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민노련 주대환은 사민주의 정치를 내걸다가 민주당으로 가고, 사노맹 출신 은수미가 민주당 국회의원을 하는 등 지도적 위치에 있던 노동운동가들이 지배계급의 주류로 편입되는 것이 한국 변혁적 정치운동사의 어두운 과거였습니다.
3. 좌익 청산주의
우익 청산주의와 다르게 여전히 맑스주의와 변혁을 외치는 정치세력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바로 뜨로츠끼주의 정치세력들로 좌익 청산주의라 할 만합니다. 동유럽과 쏘련이 해체되면서 우익 청산주의 세력들의 탈주(脫走)가 거세지는 때에 홀연히 한국사회에서는 IS(국제사회주의자들) 그룹이 나타납니다. 이들은 현재 다함께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회원 수가 수천 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토니클리프의 <소련 국가자본주의>라는 책을 내세워 쏘련 해체 원인을 명쾌하게 규정하고 나섰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이들은 ‘쏘련 붕괴를 환영한다. 쏘련은 국가자본주의였다. 쏘련의 몰락은 사회주의가 아닌 단지 국가자본주의의 몰락에 불과했다. 쏘련 붕괴를 통해 이제 진정한 사회주의를 일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라며 사상적 혼란에 빠져 있던 한국사회에 엄청난 지적,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게 됩니다.
한국사회의 사상적, 지적 수준이 높고, 변혁운동의 역사적 단절이 없었다면 이를 분별 있게 비판할 수 있었겠지만, 제가 자주 쓰는 표현에 따르자면 지적 식민지주의 상태에 있던 한국 사회에서는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들은 일국혁명과 세계혁명을 통일적으로 보지 않고 ‘일국혁명이 아닌 세계혁명’을 모토로 기존 사회주의를 민족주의라고 폄하하기도 합니다. 스탈린 시절에 노동자 민중에 대한 피의 강물이 흐르면서 반혁명이 일어났다는 선정적인 비방을 남발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출판운동을 통해 토니클리프, 알렉스 캘리니코스, 크리스 하먼, 존 몰리뉴 등의 저서를 활발하게 번역하면서 이들을 저명한 국제적인 혁명가들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산주의에 빠지지 않고 다시 맑스레닌주의 깃발을 내걸고 투쟁하던 소그룹들 대다수는 뜨로츠끼 진영 내부의 국가자본주의 정치세력으로 변신을 하게 됩니다. IS를 비롯한 이들 정치세력들은 북과 쿠바가 스탈린주의 반동 착취체제라며 타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거의 존재감이 없지만, 정통 뜨로츠키주의를 자처하는 정치 세력들 역시도 이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이들은 뜨로츠끼의 <배반당한 혁명>을 기치로 타락한 노동자 국가를 방어해야 한다고 립 서비스를 하면서 국유화 된 경제적 토대를 유지한 채 상부구조를 타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상부구조를 타도하자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의 당과 국가를 타도하자는 것인데 이들이 현실에서 국가자본주의자들의 입장과 근본적으로 다를 게 있겠습니까?
결국 뜨로츠키주의 세력들은 주관적으로는 변혁 세력임을 자부하지만 뜨로츠끼가 쏘련이 나찌한테 침공을 당하기 전에 상부구조를 타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파시즘에 복무했듯이, 제국주의의 이해에 복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이 좌익 청산주의인 것은 급진 좌익의 외피를 쓴 채, 쏘련이 1917년 혁명 직후 몇 년을 제외하면 국가자본주의 또는 타락한 노동자 국가라고 하면서 70년 동안 강력하게 존재했던 현실 사회주의를 전면 부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 사회주의 역시 타도해야 한다고 전면 부정하면서 제국주의의 이해에 봉사합니다. 이로써 이들은 사회주의가 현실에서 존재한 적이 없고, 가능하지 않다는 회의감을 대중적으로 심어주기 때문에 이들을 좌익 청산주의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 좌익 청산주의는 반쏘 반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우익 청산주의와 함께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세력들뿐만 아니라 소부르주아를 포함한 지적 세계 전반이 대체로 이러한 반쏘 반공주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영어판 자본론의 번역자인 김수행 교수 역시 최근에는 쏘련이 국가자본주의였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스탈린주의’ 반대가 좌우익에서 공히 상표가 됐습니다. 역사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과학적 분석, 치열한 토론 대신에 ‘스탈린주의’ 반대가 모든 난점을 한방에 해결해주는 주술적 주문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뜨로츠끼 사상과 정치세력들은 일본에서도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이 정도로 끝내겠습니다.
4. 위기를 가중시키는 노동운동 위기 논쟁
노동자 계급 운동이 변혁적 전망을 상실했다는 것은 노동운동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분명한 반증입니다만, 쏘련 해체 이후 전개된 위기 논쟁은 소부르주아 세력들이 주도하면서 오히려 변혁적 전망을 더 어둡게 함으로써 위기를 가중시켰습니다. 한국사회에서도 이들을 중심으로 해서 1차 노동운동 위기 논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들은 먼저 레닌주의와 전위당 노선을 공격하면서 쏘련 사회의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독재가 되었기 때문에 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난을 합니다. 그리고는 그 근거를 맑스주의 계급투쟁론이 제공했기 때문에 맑스주의 역시 위기라고 간주하고 포스트 맑스주의를 운운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초기 맑스의 저작에 주목하여 맑스주의의 인본주의 사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노동자 계급 중심성과 계급모순과 계급투쟁은 종말을 고했다고 떠벌리면서 “계급관계로 환원되지 않는 시민사회의 다원성” 운운하며 계급운동 보다는 성과 가족, 인종, 지역, 환경, 평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시민사회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시민사회론’을 주장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병천과 박형준 교수가 대표적인 논자들로서 이들은 보비오와 하버마스, 알튀세르 등을 한국사회에 소개하기도 합니다. 아마 이러한 흐름들은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1차 노동운동 위기 논쟁은 1992년경부터 김영삼 정권 출범 이후까지 김형기, 박승옥, 최장집 등에 의해 제기됐습니다. 김형기와 박승옥은 ‘진보적 노동운동’, ‘사회발전적 노동운동’을 제기하는데, 그 핵심은 임단협 중심의, 투쟁 일변도의 노동조합주의가 현재 노동운동의 위기의 주범이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대립적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경영참가, 코포라티즘 등 새로운 노사관계를 맺고, 노동조합이 공해문제, 교통문제, 범죄문제, 교육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민주변혁의 학교’로서 자리매김해서 사회발전에 복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이 임단협 중심의 조합주의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하고 사회의 진보적 발전에 복무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방점(傍點)을 찍는 것은 ‘조합주의’가 아니라 ‘전투성’에 있습니다. 그들은 영악하게도 성동격서(聲東擊西) 식으로 노동자 계급의 원칙에 서서 조합주의를 비판하는 체하면서 노자계급 대립에 기초한 전투적 노동운동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논쟁이 가열되는 사이 김영삼은 군부 독재 세력들과 3당 합당 야합을 통해 민자당(민주자유당)을 결성하고 이후 1993년 이른바 ‘문민정부’를 탄생시키게 됩니다. 이때부터 한층 더 본격적으로 개량 논쟁이 불거지고, 군사 파쇼 체제로부터 온전하지는 않지만 부르주아 민주주의 체제가 들어서게 됐다는 것도 노동운동 위기의 주요한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쏘련해체와 함께 오랜 군사 파쇼 정권 하에서 고통을 받아온 한국사회에서 직선제를 통해 들어선 부르주아 민주주의 체제의 등장이 계급운동을 해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발전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노동자 투쟁의 전투성은 군사독재 시대의 산물이고 이제 군사정권이 물러가고 문민정권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에 전투적 노동운동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자신들의 근거를 한층 더 강조하게 됩니다. 김영삼의 등장 이후 실제로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이 급격하게 후퇴하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이들의 몰계급적 운동노선이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90년도 중반에는 현장에서도 노동운동 위기 논쟁이 한창 펼쳐졌는데, 노동자들의 실리주의적 경향으로의 경도가 위기의 한 원인이라면서 당시에 자가용 차량 소유를 그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차량 보유가 일정 정도 노동자의 풍요의 상징인 동시에 차량 보유 때문에 일찍 귀가하면서 개인주의가 싹튼다는 것입니다.
2차 노동운동 위기 논쟁은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4년경에 벌어집니다. 노동운동 위기 논쟁에 현재까지 단골로 등장하는 박승옥은 <당대비평>이라는 잡지에 “한국노동운동 종말인가 재생인가”라는 글을 실었습니다. 이 글을 이번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소부르주아 매체인 <프레시안>에서 다시 게재하면서 대대적인 위기 논쟁이 펼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박승옥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연례행사처럼 임금인상․단체협약 투쟁을 되풀이해 온 한국 노동운동이 과연 민주노총의 선언과 강령이 명시하고 있듯이 '사회개혁과 역사발전의 주체로서'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는가. 이 같은 물음에 "예"라고 대답할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노동해방과 인간다운 삶은 아직도 멀고 먼 피안일 뿐이다. 노동운동은 '때 늦은 개화, 때 이른 조락'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운동으로서의 정당성 위기와 존폐의 위기에 놓여 있다. …
대기업 정규직 남성 노동자 중심의 민주노총은 오히려 기득권 세력으로 매도되기도 하고 이에 대해 동조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더구나 노동운동은 '왕자병 환자'로 치부되는 경향 아래 자신을 옹호해주는 어떠한 사회세력도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에 갇혀 있는 실정이다.(전태일노동자료연구실 전 대표 박승옥, “왕자병 걸린 노동운동, 이대로 가면 죽는다 ― 선배 노동운동가가 본 현 노동운동의 위기, 원인, 해법”, 프레시안, 2004년 9월 2일)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위선적인 장치(裝置)에 주목하는데, 그는 ‘전태일노동자료 연구실 전 대표’라는 직함을 사용하면서 마치 전태일열사의 정신을 대변하는 위치에 서 있는 것으로 자신을 포장합니다. 그리고 프레시안에서는 소부르주아 언론의 목표를 위해 붙인 부제에서 그를 ‘선배 노동운동가’라고 예우를 해줍니다. 이를 통해 그의 목소리는 자본과 정권의 대리자로서의 반노동자적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존경받는 노동운동 선배의 노동운동에 대한 쓴 소리로 위장(僞裝)하게 되는 것입니다. 위의 글도 그의 주장이 자본과 정권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는 것을 위장하는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하지만 서서히 그는 본색을 드러냅니다.
노동조합이 임단협 위주의 '전투적 투쟁'을 해마다 되풀이 해오며 그 성과를 누리고 있는 동안 이를 무로 돌려버리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의 역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 그러나 전투적 노동조합주의는 노동운동을 거꾸로 군사화시켜 노동조합을 전투부대로 만들어버림으로써 민주주의 발전의 핵심 보루 역할에서도 빠르게 밀려나 버리게 만들었다. 끝없이 반복되는 '전투'는 노동운동을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노동자들 자신에게도 납득할 수 없는 정당성의 혼란에 지치게 만들었다. … 사회주의는 노동운동의 대안 이념이 될 수 없음이 이미 현실에서 입증되었다. 사회주의는 성장과 발전 이념이라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쌍둥이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생산수단을 사회화하고 개인소유를 제한한다고 해서 생태적 위기가 해결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같은 글)
아니나 다를까 역시 그는 전투적 노동운동에 대한 비난을 통해 적대적인 자본주의 현실을 은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그의 전망은 무엇이겠습니까?
이제 노동운동은 이주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 등 주변부노동자를 조직하는 풀뿌리 노동운동으로의 전환과 함께 생태적 전환의 녹색운동으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생산협동조합, 소비협동조합, 생활협동조합 등 협동조합운동을 비롯한 공제조합과 생활공동체운동 등 모든 조직 형태를 창조와 도전정신으로 폭넓게 모색하면서 정책과 일상생활의 실천까지 생태적 전환이라는 시각으로 재편해야 한다. … 비폭력 평화의 운동방식이 바로 생태적 대안 모색의 운동방식이다. 대화와 설득, 자치와 자결의 민주주의가 생태적 대안모색의 운동방식이다.(같은 글)
그가 제시하는 전망은 협동조합과 공동체 운동으로의 전환입니다. 자본주의를 철폐하는 노동운동을 배격하고 자본주의 생산관계 내에서 자본주의 모순을 개선하는 운동을 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는 한편으로 이주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 주변부 노동자의 조직화라는 전망을 제시하지만, 그것이 위선적인 것은 이주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하는 고통이 바로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자본의 무한한 착취욕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간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의 착취가 더 가혹할수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더 강렬하고 전투적으로 벌어지고 또 이를 통해 조직화 되고 조직된 노동조합을 힘겹게 유지하고 있는데 '전투적 노동운동'을 없애자고 하면 결국 투쟁과 조직화를 포기하고 노예처럼 살아가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독점자본이 생산과 유통 전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소생산과 소매점 그리고 생활 공동체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그는 독점자본주의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정권의 노동자에 대한 총공세가 펼쳐질 때면 어김없이 출몰하여 '노동운동 위기론'을 유포하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혼란, 마비시키며 노동운동 위기를 심화시키는 반동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03년에 대통령이 된 노무현은 김대중에 이어 노사정위원회를 내세워 노동운동 상층 지도부를 회유하고 대중적으로는 고임금 노동귀족론을 앞세워서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 노조를 강력하게 공격합니다. 물론 이 공세는 당연하게도 비정규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열시키고 노동유연화를 한층 더 가속화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됐습니다. 박승옥이 개시하는 2차 노동운동 위기론은 이러한 자본과 정권의 목적에 철저하게 부합하는 반동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참으로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그는 최근에는 다시 노동운동 위기의 대안으로 협동조합론을 들고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노동운동 일각에서는 스웨덴의 연대임금제를 예로 들며 정규직이 자발적인 임금양보를 통해 임금삭감을 통해 비정규직의 임금을 높이자는 친자본적 주장들이 운동진영에 널리 퍼지게 합니다.
이들 소부르주아가 노동운동 위기 논쟁에서 제기한 운동의 재편은 현장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이라는 일견 타당한듯하면서도 그러나 실은 몰계급적인 운동으로 대중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들은 ‘국민파’라고 지칭되는 노골적인 노사협조주의 세력들로서 자본과 정권의 이해에 직접적으로 복무하게 됩니다.
김대중 정권은 노사정 협조주의 공세를 가하게 되고 당시 민주노총 개량주의 지도부는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가서 정리해고 근로자파견제를 동의하게 됩니다. 이로써 이를 반대하는 현장 활동가들이 민주노총 사무실을 점거하고 대의원대회에서 극렬하게 반대투쟁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노동운동에서 특징적인 운동은 현장조직 운동입니다. 변혁 정치세력들이 떠나고 난 현장을 지킨 것은 전투적인 현장 활동가들이었습니다. 특히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는 전국적인 전투파 현장조직 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했습니다. 1998년 2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수용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노사정 합의를 부결시키게 되면서 전국적인 노동운동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1998년에 밀어닥친 고용불안의 회오리 속에서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 소속 단위 현장조직들은 대공장 선거에서 연거푸 승리를 거두고 집행을 하게 됩니다. 이 조직 소속 현장조직 집행부들은 현대차노조 38일 파업투쟁, 한라중공업 72일 파업투쟁, 만도노조 파업 투쟁, 대우자동차 파업 등 정권과 자본의 정리해고 공세에 맞서 전국적인 투쟁을 전개합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양보교섭으로 일관하다가 희망퇴직을 수용하고 정리해고를 일부 수용하기도 합니다만, 이러한 투쟁은 전국적인 전선을 형성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이 전부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서 노사협조주의 반대, 현장권력 쟁취, 관료주의 반대를 내걸고 투쟁했던 현장조직 운동이지만,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다수 활동가들은 운동의 궁극적인 정치적 전망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전투적 조합주의는 집행부 장악 이후에 조합주의로 전락하여 무쟁의를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대기업 현장조직과 활동가들 상당수는 보수화 되거나 현장에서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한국 노동운동의 또 하나의 특성은 비정규직 투쟁입니다. 2000년부터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의 517일 장기 투쟁을 기점으로 해서 전국적으로 비정규직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게 됩니다. 비정규직 투쟁은 전투적이지만 고립분산적으로 진행되다가 기아차비정규직지회는 2005년부터 대공장 사내하청 최초로 대중파업을 전개하고 이후 몇 차례 전체 공장 생산을 타격하는 투쟁으로 원청과 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합니다. 현대자동차에서도 지금까지 격렬한 비정규직 투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전국적인 지역노조 운동과 더불어 이랜드, 화물연대, 건설노조, 플랜트노조 등은 전국적인 투쟁을 격렬하게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기륭과 학습지에서는 장기투쟁이 끈질기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노동운동 위기 논쟁과 관련 없이 한국사회에서 계급모순은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들어서서 이 계급모순은 더 날카롭게 깊어지고 있지만, 그 이전의 이른바 자유주의 정권이라는 민주당 정권 하에서도 노동자 민중의 빈곤과 양극화는 더 깊어지고 국가권력은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96년 97년 노동법 개정 총파업 투쟁, 2009년 쌍용차 노조의 77일 공장점거 파업, 한진중공업 투쟁, 2013년 12월 철도파업 등 한국에서는 거대한 노동자 투쟁이 계속해서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들은 단사 중심으로 고립되고 민주노총은 이제는 실질적인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거대한 촛불 투쟁이 벌어지고, 한진중공업 김진숙 동지의 크레인 농성을 엄호하고,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을 엄호하기 위한 희망버스, 최근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투쟁을 지원하기 위한 희망버스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들은 ‘프레카리아트’라는 신조어로 새로운 계급운동의 전형이라고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노동자 계급운동의 주도성이 약화되어 나타나는 소시민적 투쟁의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의 철도파업을 보듯이 한국의 노동자 투쟁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비정규직 투쟁도 활발하게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운동 위기를 부채질하는 위기론자들과 다른 관점에서 한국의 노동운동은 근본적으로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그것은 노동자 계급 운동이 여전히 전투성과 역동성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조합주의와 경제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독점자본주의의 일 분파인 민주당에 의존하면서 독자성을 상실한 측면도 큽니다.
현재 박근혜 정권의 노조 무력화 공세에 맞서 투쟁을 전개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특정 정권에 반대하는 투쟁에 머물러 있고 독점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반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의회주의 세력들이 노동자 계급의 정치세력화를 부르주아 체제 내로 제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5. 나오면서
결국 한국 노동운동의 진정한 위기는 과학적, 변혁적 노동운동의 전망 상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그것을 어디로 갈지 도착지도 모르고 항해를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과학적, 변혁적 노동운동의 기치가 선진 활동가들의 자기 전망으로 자리 잡고 더 나아가 대중운동의 확고한 목표가 되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당면한 목표가 되도록 분투해야 할 것입니다.
쏘련이 해체된 지 20년이 더 됐습니다. 그 이후 자본주의는 두 번의 거대한 세계적인 공황을 맞았습니다. 두 번째 공황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황의 파국을 유예하고 진정시키기 위한 국가 개입은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부채위기를 낳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계급투쟁이 강화되고 자본주의의 경제적 위기는 정치적 위기로 폭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이 없다면 자본주의는 그 위기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공세를 한층 더 강화하는 것으로 살아남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한국에서는 사상적 혼란에 빠지고 정치적 전망을 상실한 변혁운동이 대중운동 보다 먼저 청산주의에 빠졌습니다. 이후 대중운동도 약화됐습니다. 일본에서 일찍이 <사상운동>의 기치를 내걸고 싸우고 있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맑스레닌주의의 사상적 기치를 다시 대중적으로 세우는 것이 중대한 과제라고 봅니다. 특히 좌우익 청산주의에 맞서는 투쟁이 필요합니다.
우익 청산주의의 산물인 협동조합 운동, 사회적 기업, 기본소득제, 나눔운동, 자율주의 같은 소부르주아 개량주의 운동과의 이데올로기 투쟁이 필요합니다. 민족문제와 반제국주의 문제를 계급문제와 분리해서 해결하려고 하는 세력들의 몰계급성에 대해서도 폭로해야 할 것입니다.
여전히 변혁을 갈구하고 있는 선진 활동가들한테는 주로 뜨로츠끼 사상에 대한 정치적 폭로와 타격을 통해서 정치적 전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운동의 변혁적 전망을 밝히기 위해서는 왜곡되지 않고 과학적으로 쏘련 사회주의의 해체 원인을 밝히고 현실 사회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른바 ‘좌파’라는 이름으로 민족문제와 반제국주의 투쟁에 기권하고 반북반공주의에 빠져 있는 세력들을 지속적으로 폭로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좌익 청산주의가 거리낌 없이 판을 쳤다면 최근에 와서는 지속적인 맑스레닌주의적 비판 앞에서 이론적으로 주눅이 들어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들이 리비아에서 제국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제국주의와 결탁한 반란군들을 ‘민주주의 투사’로 묘사하는 등 제국주의의 어릿광대짓을 하면서 실천적으로 이들의 반동성이 적나라하게 폭로되기도 했습니다.
앞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한국의 변혁운동의 쇠퇴는 쏘련 해체와 긴밀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한국 속담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습니다. 한국의 정치상황이 그렇게 몰아간 측면이 강하지만, 우리 내부적으로 국제적 논의에 대해 둔감했습니다.
만약 한국의 변혁운동이 국제적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쟁점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면 이토록 처참하게 그것도 일순간에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고, 설사 무너졌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전망을 더 빠른 시간에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 봅니다. 결국 이를 통해 국내적 운동은 국제적 차원에서의 운동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언어는 이해와 상호소통의 출발점인 것 같습니다.
과학적 변혁적 사상이 부족한 한국 변혁운동의 현실에서 일본의 변혁운동으로부터 사상적으로 더 많이 배우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은 분단과 국가보안법의 존재로 인해 현실 사회주의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통로가 완전 차단돼 있습니다. 좌파는 현장투쟁, 자주파는 통일투쟁이라는 분리된 운동이 경제주의와 몰계급적 운동으로 한국 운동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한국 노동자 계급운동의 분열상을 극복하고, 노동자 투쟁과 민족문제, 반제국주의 문제를 통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라도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태도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점에서 이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일본 동지들의 과학적이고 객관적 인식이 한국 사회에도 많이 알려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식민지와 제국주의 경험은 대중적으로 한일 간 배외주의(排外主義) 감정을 고취시키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를 내걸고 있는 변혁 운동 진영이 이러한 역사적 관계를 청산하고 진정으로 한일 노동자계급의 단결의 견인차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제공산주의 운동을 통일하는 중심 세력으로서 그리스공산당의 활동과 정치적 입장에 대해서 연구하고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자리는 이러한 과제들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용두사미(龍頭蛇尾) 격으로 결론이 났는데, 부족한 부분은 토론 자리에서 더 풍부한 얘기로 채워질 것이라고 믿고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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