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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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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7 00:21:20, 조회:7,492, 추천: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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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사람을 살리는 길
- 강원대 법학과 이다솜
“소리통! 소리통! 안녕하세요. 서울 시민 여러분. 저희는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들입니다. 저희는 가난하고 가진 것이 없이 힘들게 사는 대학생입니다. 너무 비싼 등록금을 감당하기 힘들고 청년실업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저희는 이렇게 여기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반값등록금과 청년실업 해결을 촉구하는 4만 명 이상의 학우들의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하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희를 지금 경찰이 이렇게 둘러싸고 친구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하면서 우리를 막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반값등록금과 청년실업이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5월 30일, 그 날의 가장 뜨거웠던 시간에 광화문 한가운데서는 경찰에게 빽빽이 둘러싸여 얼굴도 보이지 않는 여학생들의 서러움과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민들에게 알리는 소리통을 하던 한 여학생은 1년에 사립대 1000만원, 국립대 500만원의 ‘미친 등록금’을 돈이 없어서 내지 못하고, 공부하고 싶어 들어온 대학에서 꿈을 찾고 학문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에 미쳐 살아가게 만드는 이 잔인한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러자 함께 온 여학생들도 온통 눈물범벅이 되어 목소리가 갈라질 때까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같은 시각, 광화문역부터 보신각, 명동성당에 이르기까지 수 백 명의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과 청년실업 해결을 외치며 달렸다. 이 날, 광화문에서는 73명의 학생들이 웃옷이 모두 찢기고, 사지가 들리고, 바닥에 내팽개쳐져 질질 끌려서 연행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사람들은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연행자를 석방하라는 촛불을 들고 새벽이 되어도 경찰서 앞을 떠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열흘이 넘도록 광화문에는 촛불이 활활 타올랐다. 처음에는 400명으로 시작해서 1000명, 3000명, 5000명 점점 촛불의 숫자는 많아져 갔고, 대학생들이 들고 있던 촛불은 어느덧 졸업생, 고등학생, 아주머니, 아저씨 심지어는 연예인에게까지 전해졌다. 그렇게 전해진 촛불은 6월 10일, 5만여 개의 촛불을 모아 큰 횃불을 만들었다. 지난 날 광화문에서 힘없는 학생들을 몰아넣고 꼼짝할 수 없게 만든 경찰도 그날만큼은 4차선 도로를 내어주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5만개의 촛불이 갑자기 타오른 것은 아니다. 몇 천 명의 숫자로 거리에 나오던 학생들이 5만 명의 숫자로 불어나게 된 것은 각 지역에서의 실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6월 1일부터 서울에서는 매일 저녁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하고 야간에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부산에서도 역시 매일 저녁 부산대, 부경대, 동아대 정문 앞에서 촛불행동을 하였다. 강원도 역시 지역 실정에 맞는 실천을 해 나갔다. 강원대, 한림대, 상지대 학생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매일 학교의 거점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반값등록금 실현과 ‘B학점 이상 반값등록금’이라는 한나라당의 기만적인 정책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알려나갔으며, 6월 7일에는 춘천, 원주에서는 명동에서 대학생들이 직접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개최하였다. 서울에서 그랬던 것처럼, 춘천과 원주에서도 졸업한 선배들, 일명 ‘날라리 선배부대’가 양 손 가득 치킨과 음료수를 가지고 후배들의 투쟁을 응원하였다.
이렇게까지 촛불이 타오르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가 높을 수밖에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요구한다. 하지만 그것은 학문을 탐구하고 실천하면서 학생들의 꿈을 키워가는 것이 아니다. 상대평가를 통한 끝없는 학점경쟁, 토익, 자격증 등 높은 스펙(spec.)과 소위 말하는 좋은 일자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대학을 다니기 위한 1000만원 또는 500만원의 고액의 등록금을 요구하는 것이다. 바로 그것을 위해 대학생들은 낮에는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4,320원의 한 끼 밥값도 안 되는 최저임금을 받아가며 술집, 편의점,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하지만 하루에 6시간씩 꼬박꼬박 매일을 일해도 한 달에 70만원이 고작이다. 결코 이 돈으로는 대학을 다닐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학자금 대출. 하지만 매년 신용유의자가 2만여 명씩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이것 역시도 대학생들에게 대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국에는 생동성 아르바이트(시판중인 약과 성분 면에서 동일한 약물을 피험자에게 투여해 기존 약과 생체 반응이 같은지를 입증할 목적으로 실시하는 생동성 시험으로 한 번에 고액의 대가가 지급된다.) 일명 ‘마루타 알바’까지도 인기몰이를 할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러나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이 모든 것을 견디지 못하고 매년 230여 명의 대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이제는 학부모마저 세상을 등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알기에 6월 10일, 그 날의 촛불은 더욱 뜨겁게 타오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날, 소셜 네트워크와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메인을 장식한 것은 바로 ‘반값등록금’이었다. 반값등록금은 진정 전사회적 문제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었다. 반값등록금의 문제는 이해당사자인 대학생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곧 대학생이 될 고등학생의 문제이기도하고 이러한 자녀를 둔 부모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국민 대다수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전사회적 문제인 등록금에 대해서 거리로 나온 대학생들이 요구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것은 반값등록금 실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내세웠던 공약이었던 반값등록금은 약 5~6조원으로 충분히 가능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사대강 사업에 22조, 부자감세에 96조라는 어마어마한 재원을 낭비하면서도 정작 이 나라의 가장 중요한 교육에는 단 5~6조원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더욱 분노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여당인 한나라당이 내놓은 ‘대학등록금 부담완화 종합대책’은 2년간 등록금 동결 대학에 한해 고지서 상의 등록금 10%가 인하될 수 있도록 정부재정을 각 대학에 지원하고 이를 위해 1조 2천억 원을 편성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한, 정부재정 3천억 원과 대학 부담금 5천억 원을 투입하여 차상위 계층까지 장학금을 확충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한나라당의 등록금 정책은 애초에 내놓았던 'B학점 이상 반값등록금’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정책이다. 1000만원의 등록금이 900만원이 된다고 해서 대학생들이 ‘마루타 알바’를 그만둘 수 있고,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복권을 옆에 두고 자살을 택하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건 그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미친 등록금의 나라’, ‘등록금 천만 원 시대’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OECD국가들 중에서 등록금이 2위로 높지만 장학금 제도마저도 부실해 실질적으로 등록금 부담이 1위이고, 고등교육 재정의 공공부담률이 OECD국가의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다. 게다가 ‘자살공화국’이라는 딱지까지 붙게 된 이유 중에는 매년 등록금과 청년실업으로 자살하는 230여명의 대학생들이 있다.
대학생들의 진정한 바람은 반값도 비싸지만 일단 반값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일 것이다. 일단 반값등록금만으로도 매년 고액의 등록금으로 자살을 택하는 230여명의 대학생을 살릴 수 있고, 몸을 팔고 피를 뽑아 등록금을 내는 대학생들의 비참한 삶이 인간다운 삶으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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