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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11호] ‘문화다양성 협약’과 자본의 이해대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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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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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30 19:06:56, 조회:2,306, 추천: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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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다양성 협약’과 자본의 이해대립
‘군사문화’, ‘386문화’, ‘노동자문화’ 등 우리는 그야말로 다양한 표현의 문화를 접해왔다. 지역적으로는 ‘강남의 문화’와 ‘강북의 문화’가 같을 수 없는 것처럼 여겨왔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를 외형적으로나마 동일한 모습을 띄게 만든 것은 맥도날드 햄버거, 스타벅스 커피점 등 대표적인 미국자본이 국내시장에 파고들면서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미국 자본주의의 폐해와 전국을 동일하게 묶어가는 자본의 위력을 보았다.
그것이 한 국가 안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적 차원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문화다양성 협약’을 둘러싼 국가들의 이해차이이다.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문화다양성 협약)’은 01년 문화다양성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03년 7월 제안되었다. 그리고 미국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논란끝에 지난 10월 20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된 제33차 총회에서 채택되었다. 협약채택을 반대한 국가는 미국과 이스라엘 뿐이며, 그 외 148개국이 협약을 찬성했다. 물론 한국 대표 또한 찬성에 기꺼이 한 표를 던졌다.
‘문화획일주의’, ‘문화패권주의’ - 미국 자본의 독점적 지배를 반대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문화다양성 협약 채택을 찬성하는 입장을 몇 단어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문화획일주의”, “문화패권주의”(국내 각 언론)에 대한 “전세계 문화의 혁명”(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며, “코끼리와 독수리가 쥐와 대화할 수 있게 한 사변”, “세계화에 대한 참다운 해독제”(로동신문 11.7)이라고까지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편 문화다양성 협약을 둘러싼 국가들의 태도는 크게 두가지로 나타난다.
찬성하는 국가는 문화적 측면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이유로, 자국의 문화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문화의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현한다. 미국 자본이 세계시장에서 독점적 우위를 갖고 이윤을 확대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자본의 이해가 미국에 맞선 대항전선을 펼친 것이다.
미국이 보여주는 협약채택 반대입장은 명확하다. 헐리우드 문화로 대표되는 방식으로 각국에 정치, 군사적 패권을 넘어 문화적 지배의 관철로 지속적인 이윤의 확대를 원한다.
결국 협약을 찬성하는 국가이든 반대하는 국가이든 자본의 이해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가 단지 ‘국가의 정체성’만이 아닌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자본은 계급적 본능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폭로하고 있다.
문화를 둘러싼 국가와 자본의 이해 - 문화도 상품이다.
한국 자본과 국가가 문화에 대해 취하는 태도는 이중적이다. 한편에서는 ‘문화’를 상품으로 명백히 인정하고 타국에서의 이윤의 일부를 가져올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할 것을 말한다.
“2003년 한국은행이 영화의 경제효과를 분석한 적이 있다. ‘살인의 추억’의 경우 경제적 부가가치가 303억원으로 중형 승용차 2,800대를 생산한 것과 같고, 그 해 상반기 영화 수출액 181억원은 승용차 1,419대 수출과 맞먹는다는 것이었다.”(한국일보 2005-11-14)
“2004년 한류효과로 상품, 관광, 영화․방송프로그램 등으로 벌어들인 외화는 총18억 7000만 달러(2조 1440억원)다.”(내일신문 2005-10-14)
삼성경제연구소와 같은 자본의 두뇌집단은 ‘문화’상품의 개방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자본의 입장에서는 일시적인 손해가 오더라도 대비책을 마련하여 장기적 이익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국가의 정체성’ 운운하면서 다른 상품과 차별하여 독자적으로 취급할 것을 주장한다. ‘아직 타국의 이윤을 강탈해 오기 위한 준비가 덜 된’ 영역이 ‘문화다양성’이라는 우산 아래에서 보호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문화가 ‘상품’인가 ‘국가정체성’인가는 전적으로 자본에게 유리한 측면으로 부각된다. 결국 이중적 입장 또한 세계 자본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논리를 어떻게 관철시키며, 각국 자본이 처한 ‘특수한 조건’에서 어떻게 최대한의 이윤을 확보할 것인가를 표현하는 것이다.
문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자본에 의한 노동자계급의 직접적인 착취로부터 자유로운 위치에 놓여있다는 외면을 갖는 것 같지만, 그 본질은 민족․국가 차원의 지배전략의 하나로써 지배계급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유지․강화하며, 자본주의의 모순을 정당화하고 은폐하는 데 기여한다.
자본의 세계화에 맞서기 위한 ‘문화다양성’ 투쟁?
자본이 때로는 문화를 ‘상품’으로써가 아니라 상품과 독립적인 것처럼 구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운동 진영 내에 동일한 논리를 적용하는 태도가 존재한다. 스크린쿼터를 둘러싼 국내 단체들의 대응이 그러한 데, 이번 문화다양성 협약 채택의 의미를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 양기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WTO 문화의 영역을 시장화, 사유화 하려는 것에 대해서 저지를 시킨 것으로 더 이상 WTO, GATT 그리고 FTA 등 국제협상에서 문화를 일반상품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을 저지시킨 쾌거”이며, “이런 협약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교육, 보건, 의료 등 상품이 될 수 없는 공공 영역들의 싸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레이버투데이)
국내 영화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영화시장의 무차별적 개방을 반대하고 한국영화를 일정한 기간 동안 의무상영할 것을 요구하는 이들의 입장은 한편으로는 자본의 ‘문화적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기여하면서 ‘문화적’ 차원의 국가, 민족 살리기에 나선 것에 다름 아니며, 따라서 “문화에 있어서만큼은 미국의 지배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부여는 스스로의 위안에 그치고 만다.
노동자계급이 주도하는 다양한 문화의 실현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과정이다
황금의 마이다스 손과 같이 무엇이든 상품으로 둔갑시키는 자본의 손아귀에서 ‘문화’ 또한 상품으로 변하지 않고서는 유지되기 어렵다.
초국적 자본이 문화를 세계화 시키는 것은 자본의 물적, 생산력 발전을 관철시키는 과정과 맞물린다. 따라서 어떤 자본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이에 저항하는 것은 상대적 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다. 세계화는 자본주의를 극복할 사회의 물적토대를 세계적 차원에서 형성하는 데 일정하게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노동자 계급 또한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다양성’을 얘기하며 자국의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든, 무역의 대상이 되는 ‘문화상품’을 추구하든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국가의 이해 또한 자본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며, ‘문화’라는 측면으로 한정해서 접근하는 투쟁은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국가가 문화영역에서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며 경쟁하는 것은 결국 자국과 타국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의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며, 자국을 넘어 전세계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착취를 공고히 하려는 시도는 문화다양성 협약의 존재를 의미없게 만들 것이다. 역으로 이는 노자간의 계급대립이 모든 영역에서 명확해지는 것이며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더욱 밀어가는 데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준다.
‘문화의 다양성’은 자본주의를 넘어선 노동해방 사회를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계급에 의해 주도되어야 하며, 그 때에야 비로소 실질적이고 제대로 된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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