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보험노조의 7월과 12월 선거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사회보험노조(전사노)는 2004년 두 번의 선거를 치렀다.
한번은 지난 7월에 있었던 위원장 선거이고, 또 하나는 12월 초에 치러진 본부장 선거이다. 이 두 가지 선거는 우리 노조의 가능성과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7월 위원장선거는 무쟁의, 무투쟁 2년을 끈질기게 고수했던 협조적인 어용 집행부를 끝장내고 나름대로 민주파 후보를 당선시켰다. 그러나 민주파(?) 당선 4개월 뒤에 치러진 본부장 선거에서는 그동안 사회보험노조를 투쟁적으로 견인했던 수도권(서울, 경인) 양대 본부 선거에서 현장회 후보가 참패하고 투쟁회피적인 협조집행부가 당선되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이 두개의 선거는 각기 나름의 의미로서 조합원대중들의 의식을 반영하고 조응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주고 있다. 왜 그런가를 좀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우리의 실천적인 대응들이 어떠해야 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1. 7월 선거(위원장 선거)
전사노는 96년부터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2000년 84일 파업까지 매년 파업투쟁을 진행시키면서 매우 활발한 현장을 가진 노조가 되었다. 아마도 전국에서 현장권력이 나름대로 강력히 유지되었던 몇 안 되는 사업장이었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98년 의료보험 통합 이후 사측놈들은 중앙집권 경영형태로 전환하면서 노조에 대한 노무관리도 전문화 되어갔다. 공단은 98부터 2000년까지는 노무관리에 있어서 아직 초보형태에 지나지 않았다. 이 시기에 구조조정에 맞서 전사노의 강력한 파업들이 연이어 일어났지만 노조집행부(파업지도부)는 매 파업마다 굴욕적일 정도의 결과만 가져올 뿐, 투쟁을 끝까지 밀고나가지 못하고 현장조합원의 저항을 받고 중도하차하는 시기를 거친다. 그 정점이 2000년 84일 파업이다.
파업의 패배 이후 사측놈들과 노조내에 협조적인 투쟁 회피 세력들은 현장 조합원 대중을 상대로 ‘투쟁무용론’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유포시켰다. 투쟁이 실패로 끝난 원인을 투쟁파 동지들에게 덮어씌우는 소위 ‘투쟁지상주의’ 이데올로기를 유포시켰다. 그러면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술 소위 ‘정책대안’과 ‘제도투쟁’으로 그 활로를 찾으려는 투쟁회피적인 제도주의자들이 노조를 장악했다. 그것이 바로 무쟁의를 넘어선 무투쟁 기조의 8대 어용 집행부이다.
8대 어용 집행부는 사측놈들이 진행하는 모든 구조조정에 협조해왔고, 단협의 후퇴로 노조활동과 현장권력을 극도로 위축시켜왔다. 구조조정에 협조한 대표적인 것이 ‘직제개편’이다. 이는 일반직만 있는 직제에 ‘보건직’을 신설하여 일반직의 노동 강도를 강화시키고, 보건직의 분사화 근거를 마련해주었다. 당시에 서울, 경인의 수도권본부와 해복투는 당연히 이에 대한 반대투쟁을 분명히 하였고 현장조직 공투위에서 1000명 조합원 서명운동을 벌여 평조합원들의 자발적인 투쟁으로 8대 어용 집행부를 강하게 견제해왔다.
또한 8대 어용 집행부는 2003단체협약에서 전임자 축소, 노조 활동 시간 축소, 성과급 폐지 조항 삭제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후퇴조항을 받아들이면서 투쟁집회 한번 하지 않고 단체협상투쟁을 끝내버렸다.
2004년 6월 30일에는 노동법 개악에 따른 노동시간단축투쟁에서 연월차휴가반납, 생리휴가반납과 동계단축근무에 대한 애매한 규정 등 모든 것을 후퇴시키고 해고자들이 자발적으로 투쟁하고 있는 해고자 텐트 자진철거라는 반노동자적인 것까지 넣어서 투쟁집회 한 번 하지 않고 또다시 굴욕적으로 합의하였다. 이 8대 어용 집행부 2년의 시간 동안 사측놈들은 현장을 끊임없이 조여오면서 현장을 장악해왔다. 노조 집행부의 간, 쓸개 내놓는 협조 하에 손 안대고 코풀면서...
세 번의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는 처음 60%대에서 53%로 차츰 하향곡선을 그려 조합원 대중들 의식 변화의 일부 지표를 보여준다. 6.30 노동시간단축 합의 이후 곧바로 한 달 후에 치러진 7월 선거에서 8대와 맥을 같이하는 후보와 당시 서울, 경인 본부장이었던 민주파 진영 후보가 나선다. 선거결과는 60표 차이의 신승이었다. 그러나 이는 어용노조를 중단시켰다는 의의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또한 조합원 대중은 현안 투쟁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평가한다는 증거 또한 보여주는 것이었다. 한편 현장투쟁을 열심히 조직하고 행동한 실천들의 반영이기도 하다. 바로 당선된 후보가 8대에 맞섰던 서울, 경인 본부장 러닝메이트였기 때문이다.
2. 12월 선거(본부장 선거 - 수도권 중심으로)
12월 선거는 7월 선거의 반대 현상을 보여준다. 즉 노조 집행부가 투쟁으로 올바로 배치하지 않는 한, 노무관리(현장통제)의 결과로 현장 조합원 대중들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7월의 선거는 어용을 물리치고 투쟁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9대 집행부에게는 8대 집행부가 저질러놓은 아주 불분명한 합의들을 관철시켜내야 하는 책무가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사측놈들은 비웃기라도 하듯 합의를 하나씩 하나씩 ‘정부승인권’을 핑계 대며 어겨갔다.
당연히 9대 집행부는 투쟁의 형태(간부농성)를 띠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싸우다가 ‘너무 강한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이기에 단지 ‘저항했다는 것’을 위안삼아 투쟁하다 접기를 두세 차례를 진행한다. 그때마다 조합원대중은 실망해간다. 또한 사측놈들은 보란 듯이 제 놈들의 ‘인사경영권’을 내세워 노사간 전보원칙인 노조간부 협의 조항 무시, 노조와 약속한 승진에서 사용자의 자의적인 승진할당량을 어기면서 현장을 이간질시켜갔다. 노조는 또 투쟁하지만, 파업공간이 없다는 핑계로 간부 농성하다가 투쟁을 접어버린다. 9대 집행부 또한 비타협적인 태도를 견지하지 못하고 일반 대공장의 협조적인 집행부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만다.
2000년 투쟁 이후 ‘파업 무용론’을 사측과 어용놈들이 끈질기게 이데올로기화 시키면서 현장에서는 어느새 파업은 합법 공간(임단투)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생각들이 조합원대중과 노조간부들의 심리를 지배하고 있다. 이 틈을 사측 노무관리는 집요하게 파고든다. 무시로 떨어지는 업무 공문들, 조직 진단이라는 이름으로 조여 오는 구조조정, 노동 강도 강화에 대한 노조의 무기력한 대응들은 조합원 대중들이 현장에서 누구한테 줄을 서야하는지 저울질해야하는 현실을 만들었다. 그 잘나가던 현장권력은 옛 일이 되었고, 몇 안되는 튀는(?) 지부와 튀는 활동가들은 외롭게 투쟁하지만 전체 전사노 노동운동을 좌우할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적들의 표적이 되어서 해고, 징계되면서 현장은 더욱 위축된다.
이런 과정에서 본부장 선거가 치러졌다. 서울, 경인의 양대 본부에 현장회 후보를 선거에 내세웠다. 결과는 참패다. 서울은 특히 “조합원 눈높이에 맞춰가겠다.”, “97부터 5년 투쟁해서 무엇을 얻었느냐”, ‘노조원이기 이전에 생활인’이라는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들이미는 협조 후보가 현장회 후보를 제치고 당선되는 서울본부 최초의 오명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단지 선거운동을 잘못한 결과라고 단정짓기 보다 좀더 본질적으로 그동안 자본의 노동탄압공세로 현장의 뿌리부터 자본에 오염당하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민주파 집행부라는 9대집행부가 적들의 공세에 대항해서 투쟁을 하다가 벽에 부딪히면 파업을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있는 투쟁마저 중도하차하는 투쟁회피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투쟁적인 후보를 낙선시킨 원인의 하나일 것이다.
현장회 동지들 또한 선전 중심의 관성을 벗어나 현장밑바닥으로 더 내려가서 더 철저하게 평조합원 동지들과 호흡하며 활동하라는 메시지일 것이다. 선거의 패배로 그만큼 조건은 어려워졌다. 현장회와 전사노의 투쟁적인 동지들에게 그만큼 두 배의 노력과 헌신적인 행동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선거결과는 말해주고 있다.
7월의 선거와 12월의 선거는 두 가지를 보여주고 있다.
7월의 선거는 어용노조에 맞서 투쟁해왔던 현장의 투쟁적인 동지들의 한계는 있지만 나름대로 그 의미가 있다면, 12월의 선거는 현실 계급투쟁에서 적들의 공세에 철저하게 덤비지 못하고 타협하고 주저앉은 결과 현장이 사측에 압도당하고 조합원 대중들이 사측의 질서에 편입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불철저한 투쟁은 현장을 몰락시킨다는 것을 말이다.
또, ‘노동자는 투쟁하는 만큼만 존재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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