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 :
Category |
 |
![]() |
 |
![]() |
제목 : [88호(통합100호)] 격화되는 공황과 전쟁의 시대 |
![]() |
 |
![]() |
 |
|
노정협
|
2012-10-02 10:47:57, 조회:3,706, 추천:320
|
격화되는 공황과 전쟁의 시대
화폐남발과 ‘시중’(市中)공급의 진짜 의미
부채위기가 전 세계 자본주의 공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그리스는 부채규모가 2000억 유로(우리 돈으로 약 287조)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IMF(국제통화기구)가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채무위기가 해결될 가능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그리스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 이탈리아와 스페인마저도 파산 상황에 내몰리면서 남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경제는 부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형국이다. 남유럽만이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는 영국도 남유럽 국가보다 부채가 높을 수 있다는 모건스탠리 발표가 있었다. 물론 이것을 발표한 모건스탠리 자신도 부채위기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내부적으로 붕괴조짐이 보이는데도 짐짓 태연한체하는 촌극을 펼치고 있지만 말이다. 독일도 상대적으로 재정문제가 양호하다고 하지만 유럽 각국의 채권자로 군림한다고 하는 것은 채무국가, 채무은행이 파산하면 동반파산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럽 전체가 점점 더 파국적인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2012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는 유럽 부채위기 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도 7%대 초반으로 성장이 하락하고 있으며, 올해 초만 하더라도 회복 운운하던 미국 경제 역시 여전히 고실업(8.1% 실업률, 16% 실질 실업률)에 빠져 있으며 하반기에는 더욱더 성장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고 있다. 이제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는 2012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경제가 회복하고 2013년에는 공황을 벗어나 다시 호황에 접어들 것이라는 가상적인 바람을 사실상 완전 포기하고 있다.
이미 자본주의 주요 국가들이 초저금리(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국내적으로 재차 임박한 파국의 유일한 국내적 해결책이라도 되는 듯 마구잡이로 화폐를 찍어내고 있다. 이른바 요즘 유행하고 있는 양적완화(Quantative Easing)다. 유럽중앙은행(ECB), 미국, 일본, 중국 등 각국 중앙은행들은 요즘 인쇄기를 돌려 무차별적으로 화폐를 찍어내느라 바쁘다.
미국에서는 2007년 말 공황이 촉발한 뒤에 2009년 1차로 1조7000억 달러(우리 돈으로 1890조 가량)를 찍어낸데 이어 2010년에는 2차로 6000억 달러(667조 가량)를 찍어 냈고 이어 지난 9월 13일에는 매달 400억 달러(44조 가량)를 찍어내서 ‘시중’에 공급하기로 했다. 3차 양적완화 규모는 1, 2차에 비해 적은 규모인 것 같지만 경기가 활성화 되는 시점까지라고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를 예고한 것이다.
물론 ‘시중’(市中)이 보통 평범한 사람들이 생활하거나 활동하는 곳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시중이라는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미국 중앙은행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1, 2차 양적완화를 통해 대중 약탈과 착취자들인 리먼 브라더스, 페니매, 프레디맥과 GM, 크라이슬러 등 파산한 거대 은행과 독점자본을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구제해 왔다. 이 공적자금으로 독점자본을 살리는 조건으로 정리해고와 임금삭감, 복지후퇴, 연금삭감 같이 노동자 민중을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이러한 미국 자본주의에 반발해서 1% 대 99%라는 미국 노동자 민중의 대대적인 저항이 벌어졌던 것이다.
세 번째로 찍어낸 화폐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사용하기 위해 ‘시중’에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중앙은행이 세 번째로 찍어낸 화폐는 주로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주택저당증권 또는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사들이는데 쓰인다고 한다.
MBS 역시 자본주의 경제학에 관심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로서는 처음 들어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증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본주의 기업들은 사기와 조작술로 상상하기 어려운 투자 상품들을 계속적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MBS는 기존 금융 상품을 담보로 해서 새끼를 쳐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낸다는 파생금융상품이다. 부동산 관련 기존 금융상품은 바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다.
자본주의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기관은 주택을 담보로 잡아 대출을 해주고 주택소비자들은 은행 대출로 신규 주택을 구입한다. 여기서 은행은 신규 주택을 담보로 잡고 장기 대출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받는다. 그런데 보통 주택담보대출은 채무자들이 장기신용으로 10년, 20년 거치로 해서 이자와 원금을 갚아 나간다. 자본주의 금융기관은 빌려준 원금에다가 이자까지 포함해서 빨리 현금화해서 화폐순환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장기신용을 마냥 기다릴 수가 없다. 그리하여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모아서 유동화중개회사(SPC)에 팔고, 이 유동화증권회사가 이를 담보로 MBS라는 새로운 파생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택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은 장기에 걸쳐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을 수밖에 없는 채권을 단기간으로 유동화(증권 유동화)하여 자금을 확보하여 새로운 대출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채권의 유동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97년 IMF 이후에 주택경기를 활성화 시킨다는 명목으로 금융기관이 MBS발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정부는 이처럼 3차 양적완화를 통해 막대한 신규발행 화폐를 MBS를 발행하는 투자은행에 무차별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MBS를 발행하여 정부로부터 막대한 달러를 공급받은 투자은행은 풍부한 자금을 가지고 저금리로 주택수요자들에게 돈을 빌려줘서 주택을 구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택구입이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건설업체는 다시 주택건설에 나서게 되고 건설업체와 연관산업이 활력을 찾게 되면 신규 고용이 늘어나서 고용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비도 활발해져서 상품구입도 늘어나서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부르주아 경제학자나 부르주아 정책 담당자들이 유력하게 실시하는 공황 탈출 정책이다.
부채와 빈곤 확대가 공황 대책인 기막힌 현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라는 미국발 공황은 부동산 호황의 정점인 2007년 말에 발생했다. 건설자본은 앞 다퉈 주택, 상업건물을 지어댔다. 금융기관들은 건설산업에 자금을 빌려줬다. 게다가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하는 개인들에게도 돈을 빌려줬다. 심지어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라고 해서 신용이 좋지 않은 개인들에까지 주택구입을 하라고 돈을 빌려주고 주택을 담보로 잡았다. 여기서 신용불량자라고 하는 자본주의 식의 용어는 빈곤한 사람들을 말한다. 한 마디로 모기지업체가 제공한 부채로 주택을 구입했으나 빈곤으로 인해 언제든지 부채를 갚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는 빈곤한 노동자 민중을 말하는 것이다.
부채와 투기로 인위적으로 부양된 부동산 산업은 부동산 호황 상황에서 주택을 지어놓으면 팔릴 때는 괜찮았다. 금융기관은 부채로 만들어진 부동산 호황이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고 마구잡이로 건설산업과 개인들에게 대출에 나섰다. 부동산 호황 국면에서는 건설자본이 주택을 짓고 팔리면 금융기관에 빚을 갚아 나갈 수 있었다. 그러다가 미국에서는 수백만 채 주택이 과잉생산 됐다. 아파트 가격이 갑자기 폭락했다. 2007년 말 드디어 과잉생산 된 주택이 팔리지 않은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부채로 주택을 구입한 주택 구입자들은 담보로 잡힌 주택의 가격 보다 부채가 더 나가는 배 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벌어졌다. 주택가격의 폭락에다가 여기에 빈곤으로 인해 금융기관에 진 주택구입 이자도 갚지 못하게 되었다. 주택담보를 가지고 파생상품을 만들었던 투자은행들도 파산하기 시작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나 페니메, 프레디멕 같은 거대 금융기관들이 파산하게 된 이유도 모기지 파생상품 투자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당했기 때문이다.
부채와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왔다고 하는데 그 이면에는 주택의 과잉생산이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동차뿐만 아니라 주택과 연관산업인 전자, 철강 등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과잉생산 공황이 있었다. 이것이 부채와 투기로 인해 주택산업의 거품이 터졌다는 현상 이면의 과학적 진상(眞相)이다.
미국에서 재정위기는 제국주의 전쟁을 치르기 위한 막대한 비용이 누적된 이유도 있지만 국가가 구제금융 명목으로 막대한 돈을 투입하면서 더 심각해졌다. 미국뿐만 아니라 각국의 재정적자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파산한 자본을 살리고,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경기부양을 명목으로 재정을 무차별적으로 쏟아 부었기 때문에 더 심각해졌다.
미국에서 2007년에 발발한 공황은 지금까지도 미국경제를 저성장, 고실업으로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친 막대한 재정투자로 인해 2009년 중반 이후부터는 미국 경제가 일시적으로 호전됐다. 파산한 기업이나 금융기관도 공적자금으로 다시 살아났다. 반면에 공황이라는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를 맞아 자본과 국가는 노동자 민중에게 그 위기를 일방적으로 전가했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주택 과잉생산이 해결되지 않았다. 자본과 국가는 공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 민중에게 위기를 전가하면서 임금삭감, 정리해고, 복지에 대한 공세를 취했다. 비정규직은 더 확대되었다. 2007년 공황 직후 보다 오히려 현상적인 ‘회복기’에 임금소득은 더 감소했다. 이는 일시적인 경제‘회복’의 반노동자적인 계급적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이후 미국에서 모기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은행에 압류된 주택은 400만채가 넘는다. 앞으로 500만～600만채가 더 압류될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지금도 집을 팔아서 대출금을 다 갚을 수 없는 '깡통 주택'이 1100만채나 된다....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근 3차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하는 등 아낌없이 돈을 풀고 있는데도 미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집값 하락으로 자산이 줄어들고 그만큼 빚 부담이 커지는 바람에 대부분 가계(家計)가 소비 지출을 늘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주택 구입에 대한 세제(稅制) 혜택과 모기지 연체(延滯) 가구에 대한 금리 인하, 상환 기간 연장 등의 지원책을 펴 왔지만 기대한 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자 미 재무부는 모기지 연체 가구의 대출 원금을 일부 탕감해주는 방안을 내놨다. 대선을 앞두고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심(善心)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 기구인 연방주택금융감독청(FHFA)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FHFA는 "다른 사람도 똑같은 혜택을 요구하며 원리금 상환을 하지 않을 위험이 크다"며 주택금융 공기업을 동원한 원금 탕감 방안을 거부했다. 당황한 재무부가 재고(再考)를 요구했지만 FHFA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막아야 한다"며 일축했다. 미국보다는 덜한 편이지만 우리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원리금 상환 압박에 허덕이고 있는 하우스푸어(house poor) 문제가 심각하다.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 부채와 맞물려 내년에 우리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조선일보, 거래 숨통 터줘야 '하우스푸어' 산다, 김기천 논설위원, 2012.09.23.)
이처럼 한쪽에서는 과잉생산 된 주택이 팔리지 않고 남아돌고 있는데 다른 반대편에서는 미국 노동자 민중들이 은행의 채무노예가 되어 주택을 강탈당하고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주택소비가 늘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대출원금 일부를 삭감해주겠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이러한 미봉책마저도 금융기관의 채권 즉 사적소유권이 침해당할까봐 채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돈폭탄이 터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부채위기국 채권을 ‘무제한’ 매입한다고 발표했다...정말 양적완화는 작동한다고 믿는 걸까. 은행과 자산시장은 살려냈다.... 양적완화란 개별 은행이 보유한 국채 등 자산을 중앙은행이 사들이는 행위다.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해 시중 금리를 끌어내리는 게 목적이다. 이를 통해 은행의 풍부해진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흐르도록 하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민간의 부채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이다. 부채 가격이 싸니 빚을 내 소비와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위 논리가 거의 먹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은행의 현금이 아무리 풍부해도, 시중의 금리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져도 대출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민간 부문은 부채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아니, 차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이미 과도한 부채에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주택가격이 오르면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을 갖게 되고 더 소비하려 한다. 가격이 계속 오르면 향후 기대수익 때문에 더 사려 한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자산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난다. 기업 운영의 가장 큰 장애는 충분한 수요의 부족이다. 금융 포지션이 개선된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더 많이 소비하려 할 것이다.”
놀랍지만 세계 최대 중앙은행장의 말이다. 자산시장 부양을 통한 ‘부의 효과’가 이들의 꿈이다. 자산시장이 폭등하면 부자가 된 듯한 느낌에 소비와 투자를 늘릴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경기는 자연스레 회복될 거라 믿는다. 현대 중앙은행이 종종 써온 방식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언제나 일시적이었다. 실물경제의 뒷받침이 없는 자산시장의 공중부양은 그 끝이 뻔했다. 2000년이 그랬고, 2007년도 마찬가지였다. 버블화된 자산시장이 현실을 따라 추락했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양적완화를 통한 ‘부의 효과’론 결코 경기 회복을 이끌어낼 수 없다. 자산시장의 고공행진이 실물경제를 부양할 수는 없다. 설사 돈으로 대서양을 덮는다 해도 말이다.(한겨레, [세상 읽기] 양적완화, 그 무모한 꿈, 윤석천 경제평론가, 2012.09.17.)
오바마 정부가 채택한 양적완화 정책은 부동산 호황이 정점에 이르렀던 2007년 말의 상황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개인 부채를 키워서 주택구입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정책으로 공황을 촉발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리가 없다. 그러나 저들은 미치지 않았다.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공황을 해결하는데 어떠한 재정적, 정책적 수단도 무용지물임을 보여주는 사례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 지난 6월에는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파생상품에 투자하여 최대 90억 달러(약 10조4000억원)나 손실을 보기도 했다.
미국은 부채위기를 해결해야 하는데 재정투자를 줄이면 인위적으로 부양된 경기마저도 위축하고 더 심각해지면서 또 다른 위기를 맞아야 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들었다. 이 때문에 연방부채 한도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재정 삭감을 할 수밖에 없는 재정절벽(fiscal cliff)이 오면서 미국 경제가 다시 ‘경착륙’에 빠진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채위기에도 불구하고 대선까지 겹치면서 재선을 위해 경기부양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오바마 정부는 또 다시 3차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유럽은 물론이고 일본과 한국 등 모든 부르주아 정부가 취하는 정책이다. 공황을 극복하고 독점자본을 살리기 위해 자본가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의 일반적인 특징이기 때문이다.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가 막대한 화폐를 찍어내서 공황을 극복하는 방식은 일시적으로는 공황의 심각성을 유예시켰지만 지금의 부채위기처럼 더 큰 위기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경제 회복이라는 것도 국가의 적극적 개입으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공황을 근본적으로 극복한 것이 아니었다. 1929년 당시에도 대공황 발발 이후에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 금융정책으로 중간에 잠깐 ‘회복기’가 있었으나 세계 대공황도 1930년대 후반까지 계속됐다. 1940년대 접어들어서도 공황의 여파가 계속되었고 실질적인 호황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나 가능했다. 전쟁으로 인한 참혹한 파괴로 과잉자본이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공황 역시 미국과 똑같은 경로를 걸어 왔다. 그 해결방식도 미국과 동일하다. 2007년 말 한국 경제 역시 부동산 호황의 정점에 있었다. 건설자본은 부동산 붐을 타고 너나없이 아파트와 상업건물 건축에 나섰다. 은행은 건설산업에 무차별적으로 돈을 빌려줬다. 심지어 PF(Project Financing)라고 해서 여러 업체가 컨소시엄을 맺고 대규모 건설계획서만 제출해도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줬다. 그러다보니 ‘서민대출기관’이라고 하는 저축은행조차도 부동산 대출에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부동산 호황 거품이 터지자 오늘날 저축은행 파산 사태가 터진 것이다. 부동산 과잉생산 공황이 촉발하자 한국에서도 건설산업 부도가 속출하면서 집중적인 타격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력 없는 건설자본은 대대적으로 파산하고 규모가 있는 건설자본이 이들을 인수하면서 건설자본의 집중도 가속화 됐다. 정부 역시 건설산업 구조조정 명목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건설자본에게 구제금융을 몰아 줬다. 그러나 최근에는 웅진그룹이 인수한 극동건설이 최종 부도처리되면서 웅진그룹도 타격을 받았는데 국내 건설 수주 규모가 2007년 128조원에서 2011년에는 111조원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명박정권은 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4대강에서 20-3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으면서 건설자본을 살리고 경기부양책을 써왔다. 현재 공기업과 지방정부까지 합치면 한국 국가부채는 1,310조원으로 2011년 국가부채는 GDP대비 99%에 달한다. 여기에 2012년에도 8조원과 3조원 정도씩 두 차례 재정확대 정책을 취했다.
한국 역시 개인부채가 1000조에 달하고 있다 이 중 개인부채의 70% 이상을 주택부채가 차지하고 있다. 최근 주택부채로 인한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사는 하우스 푸어가 급격하게 생겨나고 있다. 2007년 부동산 호황 때까지 투기용으로 빚을 내서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한 주택 소유자들은 주택가가 폭락하고 은행 원금과 이자가 더 비싸지자 50% 이상 전세비를 올리는 것으로 전세 세입자에게 빚을 전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 세입자들은 더 규모가 작은 전세로 이사를 가거나 은행 빚을 더 내서 오른 전세비를 충당하면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IMF 사태 이후 주택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주택저당증권을 활성화 시키는 정책을 취했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주택담보 대출을 받을 때 대출자가 현재 월급 수준에 비해 25% 더 많은 액수의 대출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DTI규제완화라는 이번 조치의 핵심은 10년 간의 장래소득을 감안해서 대출액수를 더 높임으로써 주택구매를 더 촉진시키겠다는 것이다. 미래에 예상되는 소득을 담보로 주택 구입을 더 하라는 것이다. 이 정책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결국은 주택부채를 더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임금노예 신세도 모자라 금융기관에 채무노예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신용카드를 남발해서 외상거래로 소비를 촉진시키는 정책과 마찬가지로 결국 장기적으로는 개인부채를 늘려서 소비를 더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
제국주의 전쟁 위기 고조와 반동적 공세 강화, 그리고 선거
전 세계 공황이 발발한지 이제 5년이 지나고 있지만 공황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황은 노동자 민중 전체에게 빈곤과 실업, 저임금, 복지후퇴를 강요하면서 죽음과 같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자본과 정권의 대책이란 것은 공황해결은 고사하고 기껏해야 노동자 민중에게 부채를 잔뜩 더 안겨서 빈곤을 더 가중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화폐남발은 인플레이션을 심화시켜서 임금소득자의 실질임금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연금소득자들의 실질연금 소득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으로 한국 공황은 아직 유럽만큼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개입에 의해 인위적으로 공황을 유예시키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더 큰 위기를 부를 뿐이다. 빈곤이 심화되면서 대중들의 소비는 더 감소하고 있으며 경제연구소에서는 하반기에는 1%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자본이 공황을 해결하는 길은 노동자 민중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제국주의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본 간, 자본주의 국가 간에는 모순과 경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천연자원 약탈에도 더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다. 중동에서 이러한 정세는 더 극심해지고 있다. 미제국주의와 나토는 리비아에 대한 제국주의 침공을 가하고 리비아에 괴뢰정부를 세워놓고 리비아를 지배하고 있다.
미제국주의와 나토의 다음 목표는 시리아와 이란이다. 리비아에 대한 공격은 리비아에서 기존 이권을 재분할하기 위한 저마다의 속셈 속에서도 미제국주의와 나토 침략군의 협조 속에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시리아, 이란은 양상이 다르다. 중국과 러시아가 시리아와 이란에 대해 직접적인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러시아, 이란과 시리아가 합동으로 지중해에서 해군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시리아와 이란을 둘러싸고 중국, 러시아가 긴밀하게 개입한 가운데 그 반대편에서는 미제국주의와 유럽 제국주의, 이스라엘, 중동 내 친미 국가들이 결집하여 양측 사이에 대립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동북아에서 역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동북아에서의 대립은 한미일 동맹과 북과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의 독도분쟁이 더 격화되고 있다. 러시아와 일본, 중국과 영토분쟁은 전쟁 직전의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에서는 연일 반일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한국에서 독도분쟁이 식민지 경험을 가지고 반일 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것 이상으로 중국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중국의 반(半)식민지 경험이 영토분쟁으로 더욱 격화되어 촉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에서의 반일감정은 과거 식민지, 반식민지 경험이라는 역사적 근거가 있으나 이 역시 우익 세력들에 의해 애국주의 감정을 고취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 내에서의 영토분쟁을 둘러싼 상황은 일본이 과거 식민지 지배 국가였기 때문에 군국주의 세력들의 일본군 ‘성노예’ 불인정, 역사왜곡, 평화협정 폐기와 자위대 해외 분쟁 개입 확대 시도 같은 우경적 공세와 함께 진행되면서 훨씬 더 위험하다.
중동에서 시리아와 이란을 둘러싸고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 제국주의와 대립을 하고 있다면 동북아에서는 영토분쟁을 둘러싸고 중국과 러시아가 일본과 대립하고 있다. 한국은 독도를 둘러싸고 일본과 대립하지만 이명박정권이 뼛속 깊이 친미적이고 친일적인데다가 기본적으로 중국, 러시아, 북과의 대립의 반대편에 있는 한미일 동맹의 틀이 유지, 강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 역시 한미일 동맹이 균열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영토분쟁은 제한적 수준에서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중국의 일본과의 영토분쟁은 일본의 배후에 미국이 있기 때문에 중동에서 시리아, 이란과의 분쟁의 연장선에 있다.
공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심화되면서 미제국주의와 나토 제국주의의 침략성이 강화되고 있고, 일본 제국주의 역시 군국주의화 강화, 여기에 기존의 미국의 경제적, 정치적 패권을 위협하며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대립과 충돌이 강화되면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독점자본주의 체제는 밖으로는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치르고 있고 안으로는 자국 노동자 민중들에 대한 적대적인 계급전쟁을 동시에 치르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미대사가 암살되고 이슬람교를 모독하는 영화가 만들어진 것을 계기로 이슬람 전역에서는 반미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는 총파업과 더불어 가두시위가 몇 년째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체제는 경제 위기와 노동자 민중의 저항으로 막다른 길목에 처해 있다.
전 세계적 공황의 심화에 따라 노동자 민중의 저항이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노동자 민중은 폭발적인 투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정권은 총자본의 입장을 충실하고 효과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 형성 이래로 부르주아가 입버릇처럼 외치는 ‘작은 정부’, ‘값싼 정부’가 노동자 민중에게는 절대적인 힘을 사용하는 강력한 정부, 폭력적 정부였다.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는 임기 말 권력누수가 생기는 상황에서도 노동자 민중에 대한 탄압에서는 자본의 대리인이라는 본분에 충실하고 있다. 복수노조 관련 악법 통과로 인해 현장은 자본과 자본의 하수인인 어용노조에 의해 장악당하고 있다. 공권력의 사주를 받는 합법적인 백색테러단인 용역깡패가 노동현장을 피로 물들이고 있다.
백색테러단의 배후에는 현대자본과 경총 같은 자본과 여기에 결탁한 공권력이 있다는 사실이 폭로되고 있다. 이명박정권은 대선이라는 권력교체 시기에 공권력이 전면에 나섬으로써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저항이 일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백색테러단을 비호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유럽에 비해 노동자들의 저항이 격렬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불타오르지 않기 때문에 사적 폭력테러단만으로도 노동자 투쟁을 잠재울 수 있고 고도로 조직된 공권력은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대선이 진행되고 있고 박근혜가 유신 독재자의 딸답게 반동적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고 사형제 부활 발언 등 우익적 입장을 고수하자 민주통합당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다시 부각시킴으로써 자신들의 반노동자성, 반민중성을 은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박근혜 진영이나 문재인, 안철수 진영도 독점자본의 합리화 요구에 불과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복지공약 확충, 일자리 확보를 말하는 대선 공약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각 당이 앞 다퉈 내세웠던 장밋빛 공약은 이제 미래의 실현과제가 되어 대선공약으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 공황이 심화되고 부채위기가 폭발하면 재정적자를 빌미로 정리해고, 공기업 사유화, 비정규직 확대, 임금삭감, 복지삭감 같은 노동자 민중에 대한 더욱 노골적이고 전면적인 공세가 강화될 것이다. 공약은 대선 당선을 위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뿐 자본주의 경제법칙이 자본주의 정치를 지배할 것이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반노동성, 반민중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동자 민중은 정치적, 조직적 독자성을 분명히 하면서 공황으로 더 격화될 독점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후보자, 정치세력 교체로 세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대중적 환상을 폭로해야 한다. <노/정/협>
|
|
|
![]() |
![]() |
 |
|
![]() |
|
전국노동자정치협회
(150-898)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15-3 301호
노동자정치신문 Tel. 070-8254-1917 / E-mail labor04@jinbo.net
copyleft by 노정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