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협
|
2006-04-25 19:44:17, 조회:2,572, 추천:371
|
![]() |
|
|
![]() |
노동해방연대는 왜 여전히 조직노선의 혼란을 겪고 있는가?
노동해방연대(당시 미래연대)의 현장정치조직론에 대해서 우리는 노정신 12호 ‘현장조직운동은 어떻게 강화되어야 하는가?’에서 비판을 했다. 이에 대해 노동해방연대는 ‘노동해방 정치활동의 단호한 전진을 위하여’라는 글에서 우리의 비판을 반박했다.
우리는 노동해방연대 동지들이 반박을 했지만 여전히 우리의 비판의 핵심적인 논거에 대해서 해명을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재비판을 싣는 이유는, 이 논쟁이 단순히 현장조직운동에 대한 쟁점을 넘어서서 공장세포론 일반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 노동해방연대가 현장조직, 노조 등을 포함해서 각종 대중조직과의 결합에 있어서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 반박을 하면서 우리의 입장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점 등 때문이다.
노동해방연대가 이후 현장조직 내에서 활동을 하든, 현장조직을 분화시켜서 정치조직 중심의 독립적인 활동을 하던 그것은 노동해방연대의 자유다. 단 그 자유가 잘못된 정치, 조직노선에 기인하여 조직노선상의 혼란을 가져다준다면 혁명적 정치활동의 전진을 위해 풍부하게 논쟁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노조, 현장조직에 대해 왜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가?
노동해방연대는 지금의 현장조직이 타락했기 때문에 새롭게 떠오르는 대안으로 현장정치조직론을 내세우고 있다. 노동해방연대는 우리가 현장조직과 현장정치조직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혼란의 기원은 노동해방연대에 있지 우리가 개념을 잘못 파악한데서 온 것은 아니다. 노동해방연대는 현장정치조직론이 아직은 추상의 수준이고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노동해방연대는 현장정치조직이라는 인위적으로 만든 개념으로 전투적인 현장조직을 정치조직으로 분화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여기서 혼란이 오는 것이다.
노동해방연대는 기존의 현장조직(노조운동 중심으로 결집)-현장정치조직(정치운동을 전망으로 하나 아직 정치조직과 결합하지 않은 조직)-정치조직을 나누고 있다. 아직 조직적으로 결합하지 않은 상태에 있는 현장 노동해방 정치조직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이러한 조직을 정치조직이 아니라 전투파 현장조직이라고 본다.
이 점은 실제 노동해방연대가 현장정치조직론을 고안해낸 계기가 됐던 한 대공장 현장조직의 “… 조직관 정립을 위해서”라는 글에서 확인된다. 현장 활동가들은 기존의 현장조직 운동의 타락과 폐해에 혐오감을 가진 나머지 자신들의 조직에 현장조직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물론이고 조직운동 자체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보였다. 이에 대한 우려로 작성된 글에는 “어떤 노동조합이 민주노조의 원칙을 버리고 타락했다고 해서, 우리가 노동조합 자체를 거부할 것입니까? … 현장조직운동도 마찬가집니다. … 현장조직의 이름을 걸고 있지만 사실 현장조직의 본래의 취지와는 동떨어졌던 기존 현장조직들과는 완전히 단절하면서, 진정 현장조직다운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라고 하고 있다. 결국 이는 현장조직 운동을 혁신하자는 말에 다름 아니다. 다만 노동해방연대는 이 전투파 현장조직과 단일한 조직적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해방연대는 전투파 현장조직을 인위적으로 현장정치조직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노동해방연대는 “현장정치조직이 그대로 남아서 공동의 정치적 실천의 그릇으로 존재하면서도 각각의 성원들이 자신이 희망하는 노동해방 정치조직에 속할 수 있는 권리는 부여하는” 제3의 길을 상정했다. 이러한 조직 내에서 여전이 무당파를 고집하는 조직원이 있다면 이 조직은 무엇인가? 현장정치조직인가? 전투파 현장조직인가?
우리는 이러한 상태의 조직이 있다면 그 자체를 현장조직과 정치조직의 과도기 조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를 인정하면서 일부 인자들을 정치적으로 조직해 들어갈 것이다. 그러한 조직의 상태는 과도기로 불안정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러한 조직 내에서의 활동가들은 여전히 불균등하기 때문에 무당파, 정치적 소속의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노동해방연대는 지금 시점에서는 현장조직 운동에 조건부로 결합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 점에서는 우리도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우리는 현장조직 운동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장조직 운동론을 쟁점으로 이야기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장조직 내에서의 활동을 강조했던 것이다. 다만 우리는 현 시기에 있어서 현장조직 운동은 여전히 유효한 활동의 거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대중운동이 급진화 하여 공장위원회, 소비에트와 같은 조직이 출현했는데 여전히 현장조직만을 읊조리며 현장조직 내에서의 활동을 강조하는 정치조직은 없을 것이다.
노동해방연대와의 논쟁에서 핵심 논점은 노동해방연대가 현장조직의 한계를 언급하면서 그 대안으로 현장정치조직론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보여 지는 노조나 현장조직을 바라보는 중립적 태도에 있다.
노동해방연대는 “현장조직은 노동조합운동 속에서 태어난 조직입니다. 이 조직의 목적과 활동은 전적으로 ‘노동조합운동’을 더 잘 펼치기 위한 것에 제한”, “노동조합운동을 나름의 견해에 따라 전개하기 위한 현장 활동가들의 조직”, “현장조직은 정치활동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 아니며, 대개의 경우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전적으로 노동조합운동을 중심으로 실천을 전개하는 조직”이라고 하고 있다.
노동해방연대는 현장조직이 노조운동의 쟁점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만약 현장조직의 성격이 노동조합운동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정치활동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정치적 성격이 전면에 부각된다면 바로 그 순간 분열을 피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장조직은 이 조직이 ‘노동조합운동’ 수준에만 머물러 있을 뿐 ‘정치운동’ 수준으로 도약하지 않은 단계 혹은 의도적으로 정치활동을 배제하고 노동조합운동 수준에만 자신의 활동을 제한하는 상황(즉 여러 정치조직 활동가들이 노동조합활동 차원에서 공동전선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라고 하고 있다.
노동해방연대 식으로 말하면 현장조직 같은 모든 대중조직 내에서의 정치활동은 불가능하다. 대중조직 내에서 활동하는 정치조직 활동가들이 저마다의 정치를 대중조직 내에 관철시키려 한다면 그 대중조직은 깨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노동해방연대는 노조 내에서의 활동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강조한다. 하지만 노동해방연대가 노조 내에서의 활동을 한다면 자신의 논리와 모순된다. 왜냐하면 이들의 논리대로 노조 내에서의 활동을 하면 노조 내의 쟁점에만 갇히거나, 이를 거부하고 정치활동을 하다보면 대중조직이 분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정치조직원이나 당원만으로 노조를 추구하거나! 이보다 더한 넌센스는 없다.
노동해방연대의 노조나 현장조직에 대한 태도는 노조는 태어날 때부터 경제투쟁을 위한 조직이기 때문에 정치투쟁을 할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없고 필연적으로 개량화될 수밖에 없다는 식의 노조 태생적 한계론이거나 노조에 당파적인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중립성이론이다. 이는 노조는 경제투쟁, 정당은 정치투쟁을 도식으로 하는 노동해방연대 식 양날개론이기도 하다. 물론 노동해방연대는 이런 주장을 노골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논리적 귀결이 그렇다는 말이다.
노동해방연대는 사물을 변증법적으로 보지 못하고 한 단면만을 보고 있다. 현장조직운동은 노조를 민주화시키기 위한 노민추 조직에서 출발하여 노민추의 한계를 자각하여 일상적인 현장투쟁을 강화하기 위한 현장조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장조직 운동 내에 각종의 다양한 정치조직이 개입하여 정치성, 계급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의 결과로 현장조직 운동의 전국적 구심체였던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전국회의)는 개량주의, 관료주의 반대, 노사협조주의 반대, 현장권력 쟁취를 내걸었다.
물론 전국회의가 내거는 구호가 분명한 정치적 전망 속에서 표현된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인 슬로건들이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조직의 결합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결합이 충분하지 않았고, 정치조직의 수준이 일천했기 때문에 개량주의 반대가 구체적인 정치적 흐름으로 나타나지 못했던 것이다.
노동해방연대는 현장조직의 조합주의적 수준만을 강조하다 보니 현장조직운동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노동해방연대는 80년대 말 정치그룹이 파산하고 이후 등장한 민주노동당이 현장의 전투적 선진노동자들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비정치적, 비당적 현장조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조직운동은 민주노동당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사업장별로 존재했고, 97년 민주노동당의 전신인 ‘국민승리 21’의 개량주의적 모습에 반발하여 노동자대회 전야제에서 전국회의 독자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노동해방연대는 현장조직이 정치활동을 배제하고 노동조합 활동으로만 제한하는 상황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현장정치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노동해방연대는 과거 현장조직 운동이 잘 나갈 때나 지금처럼 속칭 맛이 갈 때나 언제든지 현장조직에 개입하지 말았어야 한다.
이러한 노동해방연대의 논리를 노조로 확장하면 마찬가지 논리가 만들어진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활동을 배제하고 노동조합 수준에만 자신의 활동을 제한하는 상황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 정치를 전면에 내거는 순간 분열을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노조나 현장조직이 본래적 목적을 넘어서서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위한 투쟁에 복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노동해방연대는 노조운동의 영역과 정치운동의 영역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임협, 단협, 구조조정, 해고자 복직 이런 것들은 노조운동 내의 사안인가? 그렇다면 이와는 대비되는 정치운동의 사안은 무엇인가? 노동해방, 착취근절, 국가타도, 전위당 건설 이런 것들인가?
레닌은 ‘노동조합의 중립성’이라는 글에서 “사회민주당의 임무는 자본주의적인 관계들을 철폐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확립하는 데에 있다. 노동조합의 임무는 노동자에게 유리한 노동력 판매 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자본주의 체제의 틀 내에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다”라는 멘세비키의 주장을 비판했다. 레닌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이라는 이 요구를 조합의 무당파성 문제와 혼동하든가, 정치와 사회주의 혁명의 임무라는 분야에서 조합과 당의 긴밀한 접근 문제와 혼동한 어릿광대가 있었던 것이다”라고 신랄하게 중립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노동해방연대는 대중조직의 조직 형식과 정치조직과의 결합과의 관계에 대해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지난 번에 우리가 말했듯 정치조직은 대중조직의 대중적 성격을 존중하면서 대중조직 내에서 자신의 정치를 관철시키기 위해 활동한다. 우리는 현장조직 내에서 정치운동을 배제하거나 노조운동 수준에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조직의 계급적, 정치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투쟁한다.
지금 현재 현장조직 운동이 보이는 조합주의적 성격이나 선거주의화 등은 현장조직 자체의 태생적 한계가 아니라 정치조직의 지도력 부족과 무능력, 정치적 전망 제시의 실패 등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장조직 운동의 조합주의적 타락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결합하여 현장조직을 혁신하려는 것이다.
현장조직이 조직원리상 민노당원이나 무당파 조직원을 포괄한다고 해서 이 때문에 현장조직 내에서 정치적 성격을 약화시키거나 후퇴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현장조직 내에서 활동하면서도 정치적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실천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치열하게 투쟁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주도권을 잡은 현장조직 내에서 민노당원이 정치적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고 이것을 빌미로 현장조직을 탈퇴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승리를 의미할 뿐이다. 노조 내에서의 활동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노조 내부의 관료나 개량주의자들을 대중적으로 고립시키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투쟁한다. 그리고 노조가 ‘비당적 기구’라는 이유로 노조운동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노조 내의 경제적 요구투쟁을 정치투쟁으로 상승시키기 위해 투쟁한다.
공장세포의 독립성은 무엇인가?
우리는 노조운동이 맛이 갔다고 노조운동으로부터의 기권을 말하지 않는 것처럼 현시기 현장조직 운동의 침체와 타락에도 불구하고 현장조직 운동에 더욱 더 적극적으로 결합해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해방연대는 노조와 현장조직은 조직적 성격이 다르다고 하고 있다. 물론 노조는 사상과 이념을 떠나 노동력을 판매하는 노동자들을 조직 대상으로 하고 현장조직은 전투적인 현장 활동가들을 조직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다르다. 그럼에도 이 두 조직은 정치조직이 아니다. 현장조직은 선진노동자 중심의 대중조직인 것이다.
노동해방연대는 전투적이고 민주적인 현장조직, 선봉대나 문화패, 부서 소식지 등 노동조합의 다양한 조직 등 ‘노동해방현장조직’ 주위의 조직에 결합하여 학습이나 선전 책자 배포 등으로 간접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노동해방 현장조직의 독립성을 더 분명히 드러내는 방향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해방연대는 여기서 조직상의 혼란을 겪고 있다.
노동해방연대는 각급 대중조직 내에 직접 결합하여 활동하는 것을 간접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독립성’을 더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 “타 현장조직과 섞이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현장조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우리는 노동해방연대와 정반대로 공장세포가 대중조직 속에 직접 침투해 들어가서 활동하는 것을 직접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해방연대는 공장세포 조직을 직접적으로 대중적으로 전면에 드러내서 정치조직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을 직접적 영향력으로 보고 이것이 독립성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노동해방연대는 공장세포의 정치적, 조직적 ‘독립성’을 대중조직 바깥에서 활동할 때에만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공장세포의 ‘독립성’을 대단히 형식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공장세포의 독립성은 대중조직과 분리돼서 독자적으로 활동을 한다고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공장세포가 대중조직과 분리돼서 활동을 한다면 그 독립성은 자족적인 모임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 또는 공장세포를 나 홀로 존재하는 선전조직으로 떨어뜨린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공장세포가 아니다.
공장세포는 당이나 정치조직이라는 유기체의 근간으로서 대중조직 내에서의 활동을 통해 세포확장을 한다. 공장세포가 대중조직과의 결합에 실패하고 홀로 떨어져 나온다면 세포는 말라 비틀어져서 죽어버릴 것이다.
공장세포의 독립성의 진정한 의미는 대중조직에 긴밀하게 결합해서 공장세포의 정치적 내용으로 대중조직을 획득해 내서 대중운동을 혁명적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대중조직 내에서 공장세포의 정치적, 조직적 독립성은 더더욱 발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장세포는 대중조직 속에 용해되어 대중, 대중조직의 후진성에 영합하는 꽁무니 활동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노동해방연대처럼 공장세포의 독립성을 말한다면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대중조직으로부터 선명하게 분리해서 활동해야 한다. 문화패는 문화운동을 중심으로, 노래패는 노래운동을 중심으로, 조기축구회는 취미를 중심으로, 선봉대는 노조운동을 강화하기 위해서, 현장조직도 마찬가지로 노조운동을 강화하기 위해서 모였기 때문에 각각 정치적 한계가 있다. 노동해방연대는 정치조직 운동을 강화하기 위해 그 대안으로 현장정치조직론을 내세울 것인가? 물론 그러한 극단적인 주장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각급 대중조직 내에서의 활동을 거부하지 않으면서 현장조직 운동에 대해서만 유독 분화나 새로운 대안인 현장정치조직을 대안으로 내세우는가?
우리가 여전히 현장조직 운동에 대한 개입과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현장조직 운동은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대중조직보다 더 선진적인 활동가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현장조직 운동이 운동적으로 퇴행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현장조직 내에 전투적인 활동가들이 집중돼 있다. 대공장 내에서 여전히 현장조직을 매개하지 않고 활동하는 활동가들은 거의 없다.
볼셰비키는 금연클럽, 스포츠 클럽, 사격클럽, 연극서클, 각종 공제회, 보험기구 등 합법적, 공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모든 활동공간을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장세포의 독립성은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공장세포는 다양한 대중적 조직을 해방의 요새로 활용했다.
볼셰비키당의 공장세포가 각급 대중조직 심지어는 농민조직, 상이군인 조직, 군대 내에까지 파고들어 활동을 하면서도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았던 이유는 강철 같은 규율과 정치적 통일성, 영웅적 헌신성을 가지고 있었고, 신문 등을 통해 대중과 직접적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노동해방연대는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개입한 직장위원회의 사례를 들어 독자적 정치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해방연대는 SWP(당시에는 IS-국제사회주의자들)가 직장위원회 운동 뒤로 숨어서 직장위원회 운동을 추수했기 때문에 직장위원회 운동의 몰락과 “함께 바로 시들어버렸다”라고 주장한다.
노동해방연대의 주장과 다르게 당시 IS는 직장위원회 운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들어갔기 때문에 “1974년 9월경, IS는 약 4천 명의 조직원과 40개의 공장 지부”(알렉스 캘리니코스, 「노동조합 속의 사회주의자들」)를 거느린 조직으로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다. 노동해방연대는 SWP가 “현장위원회와 현장신문을 통해 평조합원들에게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는 명백한 왜곡이다. 오히려 당시 IS는 “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이러한 영향력 증대는 IS 조직원들이 기존 직장위원 조직의 토대 위에서 투사들을 함께 결속하기 위해, 혹은 병원 같은 부문에서는 직장위원 조직의 건설을 개시하기 위해 많은 평조합원 신문을 창설함으로써 이루어졌다”(같은 책)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IS가 직장위원회 운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평조합원 운동을 펼치던 시기에 가장 현장과 밀착해 있었고 건강했다. 그러나 이후 SWP는 현장 바깥에서의 반전, 반세계화 운동을 중심으로 노동현장과 분리되면서 소부르주아적 조직기초를 가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개량주의적으로 변해버렸다.
직장위원회 운동의 쇠퇴 이후에 IS에 가입했던 활동가들이 대거 운동을 정리한 것은 IS가 철저하지 못한 활동을 한 것에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노동해방연대의 주장처럼 단순하게 직장위원회 운동 뒤로 숨어버려서 활동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노동해방연대는 역사를 단순화 시키고 있다.
대중운동의 고양과 더불어 성장했던 조직이 대중운동의 후퇴와 더불어 쇠퇴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IS는 당시 직장위원회 운동을 주도했던 영국 공산당에 비해 세력이 훨씬 약했고, 1973년-74년에 걸친 대대적 해고물결로 인해 핵심적인 자동차공장의 지부들이 붕괴되면서 약화됐다. 또한 대처정권이 들어서면서 노동법 개악, 대량 정리해고, 임금삭감과 경쟁적 임금체계로의 변화, 작업장 합리화 정책 등 대대적인 탄압에 노동운동이 위축되면서 계급역관계가 자본에 유리하게 전개됐다. 이밖에 직장위원회 운동의 약화는 영국노총, 영국노동당, 영국공산당의 타협주의적, 개량주의적 태도, 영국노동운동을 오랫동안 사로잡아 왔던 부문주의적, 경제주의적 특성, 전세계적 차원에서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자본과 권력의 공세에 대한 계급운동의 약화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공장세포는 공개적으로 활동하는가?
노동해방연대는 현장조직 등 대중조직과의 결합력을 강화한다는 것을 “현장조직 뒤에 숨어서 대중적 영향력을 확보하는데 집착”하는 것으로 사고하고 있다. 노동해방연대가 말하는 대중조직 속에 숨는 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자!
‘공산당 선언’에서 말한 “공산주의자들은 자신들의 견해와 의도를 숨기는 것을 경멸한다”는 것의 의미가 시도 때도 없이 조직을 드러내서 활동한다는 것이 아니다. 선언의 기초가 된 공산주의자 동맹의 규약을 보라! 얼마나 철저하게 보안을 준수하면서 활동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가? 자신의 정치적 내용을 드러낸다는 것과 조직관계를 전면에 드러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 같은 의회주의 정당은 지구당으로 법적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적들에게 자신의 조직관계를 전면에 드러낸다. 공장세포는 조직관계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으면서 철저하게 자신의 정치적 내용을 관철시키기 위해 투쟁한다. 물론 계급운동의 고양과 상황에 따라서는 제한적으로 또는 전면적으로 자신의 조직적 깃발을 전면에 내걸 수도 있다. 반면에 계급운동의 침체나 반동기에는 전면적으로 숨어서 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공장세포가 숨어서 활동한다고 해도 주변의 믿을 만한 노동자에게는 자신의 조직관계를 드러낼 수 있다. 어차피 조직의 신문이나 기관지, 선동 등을 통해 이런 점은 제한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위에서 예를 든 금연클럽, 스포츠 클럽 등 노동자가 모여 있다는 것 외에는 정치적 색깔을 전혀 띠지 않는 집단 내에 공장세포가 들어가서 활동을 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조직관계를 드러낸다면 제대로 활동도 하기도 전에 왕따를 당하거나 쫓겨났을 것이다. 또한 대중적 신뢰가 공고해지기 전에 무턱대고 자신을 드러내도 마찬가지의 경우가 생길 것이다. 정치적 내용을 드러내는 경우에 있어서도 때로는 제한적으로 때로는 전면적으로 상황과 조건에 따라 그 수위가 달라질 것이다. 결국 숨어서 활동한다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독립성을 상실하는 것도 정치를 숨기는 것도 아니다. 오직 정치적 능력에 달려 있을 뿐이다.
노동해방연대는 “공장세포는 개량주의 정당, 반동적인 어용노조 등에서 활동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문장 하나를 가지고 ‘항시적인 활동노선으로 격상’, ‘배신적 타협’ 등의 수사를 동원하여 장황하게 비판했다. 노동해방연대의 이러한 논쟁 태도는 정직하지 못하다. 우리는 이러한 프랙션 임무를 항시적인 활동노선으로 격상시킨 적이 없다. 우리처럼 민노당 내에서의 활동에 대해서 비판을 하고 독립적인 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한 조직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공장세포가 어떠한 극단적인 조건 내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는 정치적 수사의 의미로 사용됐다.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항시적인 활동노선이 아니라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는 지극히 예외적 표현에 다름 아니다.
노동해방연대는 “정치활동의 여건이 조금이라도 허락하는 경우라면 현장 대중 앞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고 본다”라고 한다. 이것이 “‘노동해방의 독립성’을 수호하는 데 관건적 측면 중 하나”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해방연대는 “현장 동지들의 정치활동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을 만큼의 현장 내 세력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우리는 선전물만이 아니라 현장 활동가까지 공개적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해방연대는 전면적 공개 활동을 할 수 있는 만큼의 힘을 단사 내 현장 내 세력관계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가? 대공장 특정 단사에서 전면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해도 국가권력과 전계급적인 세력관계를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단사 내에서의 세력관계 또한 부단히 변모한다. 현 정권 하에서의 정치활동의 자유도 조건적이고 제한적이다.
현 정권이 정치활동에 대해 상대적으로 용인하는 것도 권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정도로 힘을 가지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측면이 크다. 반면에 현 정권은 현장 내에서의 투쟁이 자본운동의 안정성을 타격한다면 언제든지 구속이나 민사상의 법률을 동원하여 대대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공장세포는 합법적 활동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되 이것이 조직을 전면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나서는 안된다. 언제든지 퇴각의 가능성과 조직 기초가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공장세포의 전면공개는 전술운용의 폭을 대단히 협소화하고 정치지형의 변화에 따르는 조직 운영상의 탄력적 폭을 제한한다.
노동해방연대의 공개주의는 세력관계의 역관계가 약화되면 퇴각하지 못하고 괴멸되거나 변화된 정치지형에서 괴멸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내용을 합법주의로 타락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노동해방연대의 현장정치조직론이 합법적, 공개적 조직사상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던 것이다.
정리하면 노동해방연대의 현장정치조직론은 정치조직과 대중조직의 경계선을 흐리면서 명확하게 정치조직의 상을 정립하지 못한다는 것, 대중조직의 폭을 줄이고 대상화하여 정치조직의 활동범위를 축소시킨다는 것, 조직 보안을 노출시킨다는 것이다. <노/정/협>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