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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3호] 소득, 임금연대전략! 개량된 개량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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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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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9 16:18:56, 조회:2,349, 추천: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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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주의의 아버지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베른슈타인은 사회주의라는 목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직 운동 자체가 목표라고 했다. 베른슈타인의 이 말은 자본주의 착취질서를 전면 거부하고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를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건설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개량주의와 의회주의는 쌍둥이라 할 수 있다. 개량주의에서 추구하는 노동자의 물질적 조건을 향상하는 개량을 성취하는 수단은 의회이고 목표는 집권이다.
그런데 이 베른슈타인의 개량주의는 자본주의가 자신의 모순에 의해서 붕괴할 것이라는 붕괴론을 거부한다. 베른슈타인은 신용의 발전, 독점과 정보화의 발전 등으로 인해 무정부적 생산이 감소되고, 자본주의의 공황이 줄어들면서 자본주의가 위기에 대한 적응능력을 발전시킨다고 보았다. 이로 인해 자본주의의 계급모순과 적대가 완화되고 노동자 계급은 중산층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의회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꽃피울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원시적인 혁명적 수단에 의존해서 자본주의와 싸울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적 입장에 반해 붕괴론은, 과잉생산과 과소소비의 모순, 생산의 사회화와 자본가들에 의한 생산물의 독점적 차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에 의해 사회가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하고 자본주의는 금리, 재정 정책 등 어떠한 정책적 수단에 의해서도 자신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는 경제적 법칙에 의해서 붕괴한다는 본다. 그러나 이 붕괴론 또는 붕괴법칙은 자본주의가 자동으로 자신이 모순에 의해서 붕괴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맑스주의 철학에서 법칙은 필연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필연성이라는 것이 어떠한 주체적인 노력과 조건 없이 운명적으로 결정된다는 말은 아니다. 가령 맑스는 대공장의 형성과 자본의 독점은 필연적으로 노동자를 하나의 자본, 하나의 공장 내로 집중시켜 노동자를 단결시키고 이를 통해 자본주의는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자본은 점점 더 독점화 되고 노동자를 거대 자본 밑으로 집결시키지만 이것이 자동적으로 노동자의 단결을 만들어 내고 자본에 저항하도록 만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자본은 노동자를 하나로 집중시키는 경제적 법칙성에도 불구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정규직 내부의 1, 2, 3차 사내하청으로의 분할, 여성과 남성, 이주노동자와 국내 노동자, 실업노동자와 취업 노동자 등으로 분열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의 독점으로 인해 노동자가 집중되고 하나로 단결된다는 필연성은 이러한 자본의 분열책동과 탄압에 맞서 노동자가 의식적으로 단결을 도모하고 정치적으로 각성되어 투쟁할 때 비로소 현실성으로 이뤄진다.
자본이 자신의 필연적인 붕괴법칙을 막아내는 핵심적인 수단은 노동강도, 노동통제 강화, 노동시간 증대, 임금삭감, 비정규직 증대 등 노동자에 대한 가혹한 공격이다. 자본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노동자에게 가하는 혹독한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 자본의 위기는 곧바로 노동자의 생존권의 박탈과 파멸로 전가될 뿐이다.
결국 자본주의의 붕괴의 법칙은 하나의 경제적 필연성이지만 이 경제적 필연성을 구체적인 현실로 만들어 내는 것은 노동자 계급의 투쟁이다. 단 이 투쟁에 있어서 어떤 투쟁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체제를 대신해서 사회주의에 대한 확신과 전망을 가지고 노동자 계급이 투쟁할 때만이 자본주의는 운명을 다하고 새로운 사회가 도래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넘어서는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전망과 확신을 가진 운동과 자본주의 내에서 운동이 전부인 것과는 운동 목표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운동방식에 있어서도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인다. 오늘 날 개량주의는 바로 자본주의 내에서 노동자들을 물질적 조건의 향상을 목표로 운동을 한다. 조합주의는 이 보다 더 협소하게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의 임금과 단협, 고용 등의 향상을 목표로 운동한다. 정규직 노동조합에서 나타나는 비정규직 운동에 대한 패권주의와 배제, 멸시와 탄압은 바로 조합주의 운동이 보이는 방식이다.
그런데 만약 개량주의가 노동자들을 배부르게 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한다면 사회주의를 목표로 내걸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가?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와 이어서 카우츠키의 개량주의는 수천만 명의 인류를 죽음으로 내몰고 인류 전체에게 혹독한 삶을 살게 한 1914년 제국주의 전쟁과 대공황 등으로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1945년부터 1973년 기간 동안의 장기호황으로 인해 개량주의는 번성했다. 물론 호황기 동안에도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제3세계 국가 노동자들을 초과착취 했다. 이 초과착취 분으로 최소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 내부에서 개량주의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의 저항이 체제를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량을 허용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체제에 순응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1973년의 자본주의의 대공황과 이후 자본주의의 장기불황은 개량주의의 모든 환상을 앗아갔다. 케인즈주의에 바탕을 둔 복지국가라는 수정자본주의의 모토는 신자유주의로 말을 갈아탔다. 미국과 영국에서 신자유주의는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에 대한 대량해고와 노동법의 개악, 노동조합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세를 가해오고 있다. 독일에서는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을 이유로 노동자에 대한 복지의 박탈과 임금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가해오고 있다.
더 이상 개량주의는 노동자 계급에게 개량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있다. 조합주의자들은 비정규직 확산과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를 합의해줌으로써 정규직 조합원들만의 이해만은 지키려고 하고 있으나 결국 정규직의 희망퇴직, 정리해고, 구조조정을 수용함으로써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다.
소득과 임금 양보를 요구하는 신종 개량주의
남한에서 개량주의는 1990년 소련의 몰락과 함께 운동의 목표를 잃어버림으로써 전면에 나타났다. 김형기, 박승옥 등 남한의 개량주의자들은 전노협의 평등세상, 노동해방에 대한 이상과 전투적 노동운동을 비난하면서 사회발전적 노동운동, 진보적 노동운동을 부르짖었다. 15년이 넘은 지금에 와서는 이들은 또 다시 ‘노동운동 위기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임금이 문제이기 때문에 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을 양보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나눠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노동귀족론을 이야기하면서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를 주장하는 자본과 노무현 정권의 입장과 똑 같다.
실제 자본과 정권, 여기에 발맞춘 개량주의자들의 주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에 남한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인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인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로 돌아가지 않고 오로지 자본의 탐욕만을 채워주고 있다. 자본과 정권은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운운하면서도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구속, 수배하고, 손배, 가압류를 때리고 용역깡패와 구사대를 동원하여 악랄하게 탄압하고 있다. 정부는 비정규직 대책을 말하면서도 공공부분에서도 비정규직을 확산시키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 양보론은 이렇게 현실 앞에서 그 허구성이 적나라하게 폭로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변형된 정규직 노동자 양보론이 제출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진보정치연구소는 지난 10월 24일 ‘소득 임금 측면에서 노동계급 연대 전략의 모색’이라는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소득, 임금 연대전략은 조직 노동자들이 근로소득세 추가 부담을 결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영업자에게는 공평과세를 자본, 부유층에게는 전반적 증세를 통해 국가로 하여금 추가된 재정을 복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등에 투입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 연대전략에 있어서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임금양보는 보조 수단이고 근로소득세를 더 내는 소득전략이 주가 된다.
이 연대전략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난 11월 10일 국회 연설에서 권영길 원내대표는 ‘고소득 노동자의 소득세 인상과 미래 급여 인하를 통한 저소득 노동자 지원’을 제기했다. 민주노동당 내 전진은 지난 11월 28일 “민주노동당의 ‘연대전략’ 제안과 논의를 환영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저소득층을 위한 8조 5천억 원의 재원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800만 국민연금 가입 노동자 중 600만 명의 국민연금 가입 노동자들이 미래 급여 일부를 인하하여 3조원을 마련하고 연금보험료 상한 소득인 360만원을 넘는 소득에 누진적 부가보험료를 노사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소한 3조원이 넘는 구체적인 액수를 노동자가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어떠한 정치세력도 증세를 주장하지 못하는 이 때에 노동자 계급을 설득하여 정규직 노동자들이 솔선수범해서 세금을 더 내는 양보를 함으로써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기가 막힌 것은 이들은 이 주장이 진정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서민이 어렵게 모은 돈을 기부하는 것이 재벌의 억지 춘향식 기부보다 더 감동적이듯, 경제적 약자인 노동계층이 먼저 희생하겠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정책방향이라 할 수 있다.”(프레시안 11/15, 윤종훈/시민사회경제연구소)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정책을 위해서 노사정, 산별교섭에 있어서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과거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의 계획을 연상케 한다.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공동생산, 공동분배라는 이상촌 계획을 세워놓고 여기에 동정과 자비심을 가지고 투자해줄 자본가들을 기다렸다. 그러나 냉정한 자본가들은 비웃으며 단 한명도 나타나지 않음으로써 이들의 계획은 처참하게 실패로 돌아갔다. 과거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 자본주의의 처참한 현실에 대한 분노와 노동자들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가지고 이러한 계획을 세웠다면 최근 개량주의자들의 주장은 노동자 계급에게는 대단히 악의적인 공격에 다름 아니다.
노무현도 세금인상에 대한 대중적인 분노와 저항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노동자 세금인상과 연금지급 축소를 이들은 자신들이 나서서 하겠다고 한다. 이들의 주장은 과거 자본이 주장한 노동자 고통분담론에 다름 아니다. 다른 것은 노동자 고통분담론의 주체가 이른바 노동운동을 한다는 개량주의자들 스스로에 의해서 먼저 제기됐다는 점이다.
이들의 주장이 공상적이고 헛소리인 것은 첫째, 도덕적 호소 이외에 자본의 추가 분담에 대한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분담 액수 대부분을 노동자 계급이 부담한다는 점이다. 둘째, 이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 개량주의자들은 재분배 이전에 비정규직의 확대, 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 임금동결, 노동강도, 노동통제 강화 등 자본의 착취와 모순의 증대 등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완전히 눈감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재분배론은 현실의 모순을 은폐하면서 자본주의의 지속가능한 발전, 자본주의의 천년왕국을 꿈꾸는 완전히 반동적인 주장이다. 과거 개량주의자들이 자본의 장기호황을 바탕으로 복지국가를 약속하면서 노동자 계급을 파고들었다면 오늘날의 개량주의자들은 노동자 계급의 것을 뺏어서 나눔운동을 하겠다고 주장한다. 결국 자본주의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체제 내에서 개혁과 개량을 가져다주겠다는 오늘날의 개량주의자들은 과거의 개량주의보다도 더욱 더 무능력하고 그 방법론에서도 철저히 반노동자적이다. 노동자 계급에게 개량이 아닌 소득과 임금의 양보를 요구하는 개량된 개량주의가 오늘날 신종 개량주의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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