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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4호] 쌍용차 투쟁평가3 - 쌍용차 투쟁은 무엇을 가르치는가? - 관료들의 교훈과 우리의 교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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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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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2 13:55:36, 조회:2,326, 추천: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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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투쟁은 무엇을 가르치는가?
- 관료들의 교훈과 우리의 교훈
쌍용차 노동자 투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옥쇄파업이 마무리 된 이후에도 자본과 정권의 탄압에 의해 쌍용차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쌍용차 투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77일간 완강하게 지속됐던 쌍용차 투쟁이 미치는 파급력이 전국적이었기 때문에 노동운동 진영은 물론이고 자본진영에서도 투쟁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
쌍용차 투쟁에 대한 평가는 쌍용차 투쟁의 연속선상에 있고, 또 하나의 노자간의 이데올로기 전쟁이다. 쌍용차 옥쇄파업이 마무리 되자마자 부산. 울산 예인선 노동자들의 파업이 시작되었고, 광주 금호타이어에서는 또 다시 정리해고를 신고하면서 제2의 쌍용차 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쌍용차 투쟁에 대한 평가는 과거의 평가가 아니라 현재와 우리 운동의 미래를 좌우하는 투쟁 그 자체이다. 쌍용차 투쟁평가는 도장공장 옥상에서의 전투만큼이나 치열하게 전개되어야 할 또 하나의 전투이다. 쌍용차 투쟁 평가를 통해서 어떤 교훈을 이끌어내고, 투쟁의 전망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투쟁을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우리는 과학성과 당파성을 동시에 견지해야 한다. 투쟁을 패배주의적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을 비판하고 성과를 강조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이 투쟁의 객관적 결과를 과장해서도 안 될 것이다.
“희망퇴직금을 거의 두 배로 늘린 것, 복지 삭감 중에서 학비 지원을 지켜낸 것, 비정규직 고용 승계를 약속받은 것 등도 초인적인 투쟁이 낳은 성과일 것이다”(다함께, 아쉽지만 선방한 77일간의 영웅적 파업’)
이러한 태도는 자칫하면 투쟁의 정치적 의미와 과정 전체를 두고 보기보다는 합의문만을 놓고 투쟁을 평가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투쟁은 결과적인 합의문만 아니라 투쟁의 패배에서도 성과와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쌍용차 투쟁은 패배했다. 그것도 노동조합 스스로 끝까지 싸웠던 정리해고자들 중 절반을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으로 나누는데 합의하고 임금과 상여금을 양보할 만큼 철저하게 패배했다. 옥쇄파업 마무리 이후에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고 지부집행 간부를 포함한 70여 명의 노동자들이 적들의 포로가 되어 있다. 투쟁에 동참했던 비정리해고자들에 대한 자본의 탄압도 극심하다.
우리는 이 패배의 객관적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쌍용차 투쟁이 패배했다고 이 피어린 투쟁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 투쟁의 패배를 통해서 이 투쟁의 약점을 보강하고 성과와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파리꼬뮌이 처절하게 패배했지만 그것이 노동자 투쟁의 역사에서 패배를 통해 승리한 것으로 기록되는 것처럼 쌍용차 투쟁도 합의안만을 보면 처절한 패배지만 이 투쟁을 통해 우리는 운동의 승리의 전망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쌍용차 투쟁은 비록 거대 국가권력과 자본의 앞잡이들인 용역깡패와 구사대의 폭력에 의해 깨졌지만 이 투쟁은 ‘위대한 패배 만세!’라고 할 것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77일간의 초인적 투쟁은 두 가지 의미로 노동자들한테 다가갈 수 있다.
정리해고 투쟁을 앞두고 있는 노동자들은 “저렇게 목숨을 걸고 77일 동안이나 처절하게 투쟁했는데도 결국 남은 것은 구속과 부상,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의 합의뿐이다. 결국 남은 게 무엇인가?”라고 패배주의적으로 이 투쟁을 받아들일 수 있다. 바로 이런 측면 있기 때문에 이명박정권과 쌍용차 자본은 단지 구조조정 인원의 문제를 넘어서 전체 자본 차원에서의 이후 구조조정의 선례로 쌍용차 투쟁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반면에 자본과 정권의 입장에서는 고작(?) 1천여 명도 안 되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려고 하는데 수백, 수천억 원의 비용손실을 부담해야 했고, 공권력과 구사대를 총동원해야 하는 출혈을 감수했다. 이 과정에서 정권은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존권적 요구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반동성과 폭력성을 만천하에 드러내야 했다.
노동자들은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6백여 명의 노동자들이 77일간이나 버티면서 결사항전 하는데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결사투쟁 한다면 공권력의 침탈을 막아내고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사물이 그렇지만 쌍용차 투쟁에서도 이 두 가지 측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총자본에 대항한 실질적인 총노동의 완강한 전국적인 투쟁이 되었다면 이 투쟁은 반드시 승리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다.
합리적 노동운동은 자본에 대한 일방적 굴종이다!
이미 자본진영에서는 "쌍용차 사태는 1987년식 전투적 노동운동의 무덤이 돼야 한다. 민주노총은 불법과 폭력을 불사하던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며 이 투쟁을 계기로 노사협조주의적이고 타협적인 노동운동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전투적인 공장점거 투쟁이 자본의 질서를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자본진영에서는 이참에 전투적 노동운동을 말살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이 투쟁에 대해 민주노총 임성규위원장도 배신적이고 패배주의적, 타협주의적인 방식으로 자본에 의도에 부합하고 있다.
“정부나 자본을 상대한 투쟁방식도, 예를 들면 러시아.쿠바 혁명처럼 폭력을 동원해 정권 엎겠다는 사회적인 분위기 아니라면 자본주의 구조를 인정할 거냐 말 거냐 이것부터 정리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조합으로서 자기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정부든 자본이든 협상이 중요하다. 민주노총이 무조건 강경투쟁만하는 것으로 비춰졌는데 노동운동도 변신해야 한다”(서울신문 8/8,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임성규의 이러한 배신적인 발언은 결국 자본주의를 인정하면서 자본주의 내에서의 조합주의 운동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쌍용차 노동조합은 정부와 자본과의 협상을 하려 하지 않고 교섭과 협상이라는 노동조합으로서의 자기임무에 충실하지 았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임성규는 이제는 노동운동도 전투적 노동운동에서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자본과 타협하려 하지 않는 전투적 노동운동은 이제 끝나고 교섭과 협상을 중심에 두는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게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쌍용차 투쟁에서 얻은 결론이다.
그런데 과연 쌍용차에서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쌍용차 노동자들이 교섭을 거부해서인가? 자본과 정권이 공권력과 구사대, 용역깡패를 동원해 공장을 에워싸고 노동자들을 고사시키면서 노조의 항복을 요구하고 노조를 말살시키려 했기 때문에 교섭이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닌가? 만약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공장 밖에서 실질적인 진입투쟁과 총파업 투쟁을 전개했다면 자본과 정권도 손들고 교섭장에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임성규는 총노동의 대중적 집결체인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의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구축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적반하장식의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결국 자본진영과 임성규가 말하는 합리적 노동운동은 자본과 정권에 대한 노조의 타협과 굴종, 항복을 의미하는 노사협조적 노동운동으로의 전환을 말하는 것이다.
“회사 쪽이 승리한 거다. 정리해고 및 희망퇴직자 2464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갖고 회생하려는 게 회사 측의 처음 계획이었다. 그 전에 노사 간에 구체적인 수치 얘기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협상제의가 있었던 걸로 안다. 당시 노동조합은 사람 자르지 말고 개인이 조금 희생하더라도 나눠서 함께 가자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회사 목표 인원인 2464명보다 더 많은 인원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노조는 손해를 본 거다. 노조가 당초 사 측의 안보다 후퇴한 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략과 전술의 미스로 볼 수 있다(같은 기사)
임성규는 쌍용차 투쟁에서 노동조합이 애초부터 타협적으로 나갔다면 지금 보다 더 많은 성과를 챙길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임성규는 교섭권이 민주노총에 있었다면 보다 합리적인 교섭을 가져갈 수 있었을 텐데 “한 보름 전쯤 쌍용차 노조지도부와 안을 만들었는데 쌍용차 내부 농성자들이 이걸 안 받아들였다. 지금 안은 그때보다 후퇴한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투쟁 당시에 이성재와 한국노동사회연구소(한노사연) 김영두 등은 노동조합이 애초부터 동의서를 쓰고 희망퇴직을 수용했다면 회사가 부도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조의 완강한 태도 때문에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성규가 투쟁을 대하는 태도는 이러한 협조주의적인 태도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임성규가 말하는 전략과 전술은 투쟁의 전략과 전술이 아니라 교섭의 전략과 전술이다. 그런데 임성규는 교섭의 전략과 전술이 투쟁을 바탕으로 해서가 아니라 교섭능력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협조주의적이고 교섭주의적인 태도이다.
임성규의 교섭전략은 결국 노조가 총고용 보장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미리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양보교섭을 합리적으로 했다면 지금 보다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자본이 애초에 희망퇴직에 그치지 않고 9백 74명 전원을 정리해고 하려 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자본과 정권은 단순히 쌍용차에서 고용조정의 수를 가지고 교섭하려 하기 보다는 구조조정의 선례를 만들고 노조 자체를 파괴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임성규가 말하는 합리적 교섭은 총자본의 의지를 관철하는 시험장으로 쌍용차를 여겼다는 것을 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법정관리인의 여러 발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사실이다.
금속노조의 상층 관료들도 이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위원의 평가도 “해고를 한다면 어떤 절차와 기준에 따라 하고 어떤 보상을 해야 한다는 노동계 내부의 가이드라인을 진작 만들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태도는 “만일 노사가 정리해고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한편으로는 기업회생을 위한 노조의 협력 조치에 대해 논의하고, 다른 한편으로 실직자의 소득보조나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 등에 대한 문제를 논의했다면 쌍용차 노사협상의 양상은 180도 달라졌을 것이다.”(뉴시스, 8.17, 쌍용차의 교훈-전문가 진단 ⑤, 쌍용차 노사분쟁,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태도와 다를 바가 없다.
대우자동차 파업과 구조조정 사업장에서 정리해고 뒤 고용안정망을 구축하기 위해 리콜이나 재취업 교육과 취업알선을 통해 고용조정의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자본과 정권의 태도와 일치하는 것이다. 대우자동차에서 대량 정리해고가 발생한 뒤 만들어진 ‘희망센터’에서의 전직 알선과 재취업 교육은 고용조정의 충격을 완화하기는커녕 정리해고 노동자를 일용 노동자로 전락시켰다. 그럼에도 자본은 희망센터를 설립해 놓고 노동부로부터 나오는 고용안정기금 등을 유용함으로써 노동자들의 분통을 사기만 했을 뿐이다.
운동 목표와 원칙 상실이 교섭주의를 낳았다!
오랫동안 금속노조 정책국장을 맡으면서 대우자동차 투쟁이나 쌍용차 투쟁에서 노동자와 자본과 정권 사이에서 교섭 거간꾼 역할을 했던 조건준도 쌍용차 투쟁을 합리적 노동운동의 기회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다.
“어설픈 판단으로 ‘후퇴 불가’만을 주장할 경우 해고도 당하고 임금과 후생복지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생존게임’에 휘말려 노조의 조직력과 정신.가치를 상실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쌍용차에서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후생복지나 임금을 양보하면 다른 사업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래서 쌍용차에서 ‘양보교섭은 안 된다’고 외친다. 난센스다. 쌍용차와 같은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인 기업이라면 이 패턴을 따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 어설픈 계급주의적 시각으로 볼 때 정리해고를 막기 위한 양보교섭은 반노동자적인 행위다. 그러나 결국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한 채 ‘생존게임’에 빠져 든 결과 한국사회에서 계급은 해체되고 말았다. 쌍용차에서도 마찬가지다. 관념적이고 고리타분한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쌍용차의 투쟁은 ‘경제위기 시대의 계급투쟁의 전형’이 아니라 사실은 ‘생존게임’의 전형일 뿐이다”(조건준, 「보론 생존게임인가 계급투쟁인가」, 『아빠는 현금인출기가 아니야』, 307-308쪽)
조건준은 이러한 입장을 바탕으로 해서 매시기 구조조정 투쟁에서 양보교섭을 종용하고 노동자의 양보안을 제출해 왔다. 그것이 바로 노조가 후생복지기금, 노조출연비 등으로 1천 억 원 투자, 실질임금의 30%까지 축소하는 근무형태 변경, 무급순환 휴직과 생산성 향상 안 등 총 2천629억 원이라는 노동자의 전면적인 양보가 담긴 금속노조의 ‘쌍용차 모델’이다. 이 모델은 쌍용차 지부에 의해 나중에 거부당했다. 조건준은 노조가 어설픈 계급투쟁 시각으로 양보안을 거부하고 투쟁함으로써 더 큰 패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건준은 그 동안 현대자동차, 대우자동차 등에서의 양보교섭이 결국은 임금과 단협, 후생복지도 양보하고 정리해고마저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패배로 돌아간 냉정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대우자동차에서 자신과 어용들이 종용한 희망퇴직안을 노조가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가 강행됐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 쌍용자동차가 그나마 정리해고자 대부분과 비정리해고자까지 포함한 조직력을 가지고 장기간 투쟁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정리해고 통보서가 나오기 전에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책에서도 6월 3일 임금삭감과 근무형태 변경 등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을 보장하자는 노조의 자구안을 법정관리인이 냉정하게 거부했다는 사실을 써놓고도 딴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조건준은 현대차 지부에서의 주간연속2교대 관련해서도 똑 같은 얘기를 한다.
“회사에서는 일정한 임금양보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량을 맞추자고 한다. 그런데도 노동조합운동의 일각에서는 실질임금삭감도 없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강도 강화도 없고, 고용불안도 없는 이른바 ‘3무 원칙’을 들이댔다. 그것은 완전무결한 주간연속 2교대제를 꿈꾸는 것이다 .... 주간연속 2교대제는 심야노동을 없애는 것을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것이다. 이를 전략적 목표로 두고 임금이나 생산성 관련협상에서 부분적 타협을 하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다(같은 책, 206쪽)
조건준에게는 운동의 원칙이나 목표가 없다. 3무 원칙은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할 운동의 원칙이자 목표다. 이 원칙과 목표를 가지고 투쟁할 때 100% 다 성취하지는 못할지라도 전체 노동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야간노동 철폐의 기준과 준거가 생기는 것이다. 비록 한 번의 투쟁으로 이 원칙을 관철시킬 수 없을지라도 이 원칙과 목표를 가지고 끊임없이 투쟁할 때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은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노동자가 오늘날 누리는 권리나 생존권 등 아직도 남아 있는 개량의 성과는 이러한 원칙과 목표를 가지고 끊임없이 투쟁해 왔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운동의 이러한 원칙과 목표가 무너지고 양보와 타협이 우리 운동을 지배하면서 현장이 무너지게 되면서 이러한 개량의 성과를 자본은 야금야금 다시 빼앗고 있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에서 타협적이고 일방적으로 양보한 결과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조건준은 ‘아무리 기억력이 나쁜 물고기라 해도 어설픈 미끼는 물지 않는다’면서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것도 대충 어설프게, 어정쩡한 시점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버려야 한다”, “쌍용차를 바라보는 언론과 사회를 향해 감동을 던지겠다는 각오로 버려야 한다”며 어설픈 양보가 아니라 화끈한 노동자의 양보를 주문하고 있다. 조건준은 “쌍용차지부의 자구안은 어설픈 미끼였을 뿐만 아니라 시기도 늦었다”면서 “끝물에, 그것도 어설픈 미끼를 던진 결과 처절한 생존게임으로 내몰린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이런 자들이 상층의 관료직을 장악하고 우리 운동을 패배와 양보, 굴욕적 항복으로 내몰고 있다. 선출직 관료들은 임기가 끝나면 현장으로 내려가거나 이른바 ‘진보정치인’이 되기 위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기웃거리지만 이런 작자들은 영구적인 관료직을 수행하면서 관료주의와 교섭주의를 강화시키고 있다. 이런 작자들이 금속노조 상층 관료직을 영구적으로 유지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우리 운동의 현실태이다.
관료들은 이번 쌍용차 지부의 영웅적인 투쟁이 단사 내부로 고립되어 실질적인 전국적인 정치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에서 패배의 원인을 찾고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여론이 감동할 정도로 사전에 확실하게 양보하지 못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 작자들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77일 간의 목숨을 건 피 흘리는 전투를 교섭과 확실한 양보로 끝낼 것을 “어설프게 계급투쟁을 외치고 ‘원칙’을 주장하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것으로 비하하고 비아냥되고 있다.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과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과 금속노조 조건준 정책국장 같은 조합주의 관료들은, 임성규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운동의 목표와 전망을 상실하고 자본주의 내에서의 조합주의적 전망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 졌다. 이들 관료들은 ‘계급투쟁’이 자본주의의 객관적 현실과 물질적 조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모르는 앙상한 원칙과 관념에 사로잡힌 ‘선무당’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
우리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과 패배, 절망으로부터 투쟁의 뼈아픈 교훈을 얻는다. 쌍용차 투쟁은 비록 패배했지만 지금도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감옥 안에서도, 노조를 탈환하기 위한 투쟁 속에서도 살아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처절한 패배 이후에도 또 다시 예인선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전개하고 있고,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의 벼랑 끝에서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쌍용차의 처절한 패배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존권 요구에 대해서도 공권력을 투입해서 잔인하게 진압하는 자본주의 국가권력의 폭력성과 반동성, 노동자들을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누어 인간성을 타락시키고, 이 인간의 타락과 분열을 이용하는 자본에 대해 분노와 적개심을 안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이고 이 적대적 모순은 누가 발견해서가 아니라 객관적인 자본주의의 현실에서 더욱 더 깊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자본에 착취를 당하다가 쓰레기처럼 버림당하고, 국가권력은 이 최소한의 삶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야만적 폭력을 자행할 것이다. 쌍용차 투쟁으로부터 패배주의와 타협과 굴종, 항복을 선동하는 관료들과 다르게, 노동자들은 자본주의를 철폐해야만 착취와 정리해고의 악순환을 끊고 완전한 해방을 이룰 수 있다는 거대하고도 과학적인 결론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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