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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 14호] 열차를 멈춰 전국 총파업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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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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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9 00:11:01, 조회:2,187, 추천: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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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를 멈춰 전국 총파업으로!
2월에는 노동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노동 현안문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단체의 굵직한 선거와 사건들이 며칠을 간격으로 줄을 이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의 이상수 내정자가 새로운 노동부장관에 취임했고, 자민통의 지지를 업고 문성현 후보가 민주노동당의 대표로 선출되었으며, 두 번의 대의원대회를 열고서야 우파의 조준호 후보가 민주노총의 9개월짜리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힘겨루기, 눈치싸움, 줄다리기를 하는 중심에는 ‘비정규직법안’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놓여있다.
1. 2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관련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남아있는 쟁점
대부분의 언론들은 현재 비정규직법안이 국회 환노위의 법안심사소위에서 계속 계류되었던 이유를 첫째는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간을 제한하자(열우당)’와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사용할 사유까지 제한하자(민노당)’가, 둘째는 불법파견 적발 시 ‘직접고용으로 간주하는 고용의무를 적용하자(열우당)’와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고용의제를 적용하자(민노당)’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상은 큰 차이가 없다.
열우당의 주장처럼 기간제 노동자들의 사용기간을 제한하고 이후 무기 계약 노동자로 ‘간주’한다는 것은 별 강제력도 없을 뿐더러, 계약기간이 끝나고 반드시 재계약을 하게 하던가, 정규직으로 채용하게 한다는 확실한 보증수표가 되는 것도 전혀 아니다. 민노당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사용기간을 1년으로 하되 사유제한을 두자고 하지만, 사유제한의 예외 사유를 10가지를 들어 이미 자본가 마음대로 기간제 노동자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
불법파견도 그렇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쟁취는 작년 한해에 어느 사내하청노조 투쟁조끼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구호이다. 그러나 불법파견으로 판정 받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판정의 기준도 까다로울 때로 까다로워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원청이 실사용자인 것을 뼈저리게 느끼지만 정작 불법파견 판정은 꿈같은 얘기였다. 또한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의 예처럼 불법파견으로 대거 판정이 났어도 자본의 입장에서는 정규직화 채용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벌금 조금 내고 합법도급(진성도급)화 추진으로 이어지므로 법의 판정과 집행, 처리라는 법 테두리를 뛰어넘는 투쟁 없이는 불법파견 판정이 났어도 단 한 명의 정규직화 쟁취도 요원한 일이다.
결국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열우당과 점거를 불사하는 투사 민노당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을 갖고 대단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여도 어떤 법안이 통과되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이 없이는 정규직화는 물론, 비정규직 철폐는 염원에서 그칠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비정규직관련법안 처리는 대체 왜 이렇게 질질 끌리고 있는 걸까?
2.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자본과 정권의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산물을 위하여!
○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취임 후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발 빠른 행보
지난 10일 취임한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취임 직후 13일 양대노총과 대한상공회의소, 경총 등을 방문하여 전 김대환 노동부장관보다 자신은 대화와 토론을 중시하며, 노동계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노사정대표자회의’ 복원을 촉구했다. 또한 21일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이 당선 된 후 23일 재차 민주노총을 방문하여 다시 한 번 ‘사회적 대화’를 부탁했다. 더불어 김금수 노사정위원장도 “민주노총 집행부가 구성되면 노사정대표자회의를 개최하자”고 강조했다.
○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달라 보이지만 결국 함께 가는 길, ‘사회적 대타협’으로!
이미 작년 11월 연내 입법화를 촉구하며 아무 내용도 없는 누더기 수정안을 제출하고 현 임시국회를 둘러싼 비정규직법안 처리에 관해서는 침묵하면서 관망하고 있던 한국노총은 이상수 노동부장관에게 “노사 화합 관계로 합께 나아가길 바란다”며 노골적인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일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결정하며 노사정위원회와 노동위원회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거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결국 지난 20일 1년 반만에 노사정위 상무위원회가 열리면서 노사정위는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민주노총까지 함께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모양새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노총 상황은 어떠한가?
당장에 비정규직관련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이라는 중대한 현안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덥썩 대화테이블에 응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민주노총이 21일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한 투쟁계획은 25일 전국노동자대회에 3만 명 동원과 ‘비정규직법안 강행 처리시’ 2월 28일 총파업돌입이었다. 그러나 전면 총파업이 아닌 13시부터의 하루 부분파업이었다. 2월 임시국회가 끝날 때(3월 2일)까지 총파업을 지속하자는 안은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게다가 비정규직관련법안 처리가 3월 임시국회로 넘어가자 총파업지침은 아예 철회되었고 25일 전국노동자대회 집회만이 공허하게(그것도 서울집중이 아니라 지역별 집중으로 변경됐다) 상징적으로 잡혀있을 뿐이다.
노동자들의 총파업 선언이 언제부터인가 자본과 정권의 일정에 매달려 ‘한다, 이번에는 진짜 한다’ 했다가 ‘다시 철회, 또 철회’ 되어버리는 양치기들의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하면 총파업 하겠다가 으름장을 놓고, 처리를 연기하면 총파업도 같이 연기되어버린다. 이것은 비정규직 관련법안을 폐기시킬 의지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아무 것도 안하고 있을 수는 없어서 선언하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진정 투쟁 의지가 있다면 3월 20일 국회에서 처리될 것이 뻔한 너덜너덜한 비정규직관련법안을 폐기시키기 위해 당장에 3월을 전국적인 총파업으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 테이블 복원’은, 이렇듯 투쟁의지도 없는데다가, ‘사회적 교섭’를 이뤄내고 노사정대표자회의도 참석하며 노동부장관도 뻔질나게 만났던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노선을 계승하고 있는 지금의 민주노총 지도부라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 비정규직법안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
지난 7일 이후 계속 연기되던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일정이 17일로 잡혔었다. 그러나 17일 민주노동당의 점거로 무산되고 난 후 20일 다시 열린 소위도 민노당이 소회의실을 점거해버리면서 무산되었다. 그 이후 비정규직관련법안 처리는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환노위 전체회의로 넘어가버렸으나 이경재 환노위원장은 21일에는 전체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이 회의 시작 전에 회의실에 들어가 문을 잠가버리거나 의장석을 차지해 앉아버리는 것이 ‘점거 투쟁’이라고 한다. 그러나 ‘질서유지권’이 발동되어 경비들이 출동하면 끝인 일이다. 문제는 왜 ‘질서 유지권’을 발동하면서까지 민노당의 충분히 예측가능한 회의실 점거를 막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비정규직관련법안이 환노위 전체회의로 넘어갔음에도 민주노총 임원보궐선거일인 21일에는 전체회의를 열지 않겠다던 이경재 환노위원장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하면서 강하게 밀어부치지 않아도 새로운 민주노총 지도부가 선출된 후 충분히 비정규직관련법안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제, 민주노총 위원장이 선출되고 모든 것이 안정적으로 구색을 갖추게 되면서 3월 20일로 예정되어있는 3월 임시국회 전까지 어떻게 해서든 자본과 정권, 그리고 관료들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비정규직관련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 관련한 합의의 틀거리를 도출해내고자 애쓸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미리 알고 약속이라도 한 듯, 민주노동당에서는 지난 17일부터 ‘사유제한 도입시기 차등적용론’이 불거져 나왔고, 19일 민주노총 중집회의에서 단병호 의원 등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은 “사유제한과 고용의제 등에 대한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보자”라며 구체적인 비공개 논의를 진행했다. ‘사유제한 도입시기 차등적용론’은 작년 민노당이 ‘사유제한 도입하되, 10가지 인정사유’를 두는 수정안을 제출한 이후 다시 제출된 수정안이라고 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에서 계속적으로 사유제한을 도입하는 반대근거로 들고 있는 “사유제한을 도입하면, 이미 전반적으로 양산된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지불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도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반해 제출된 것이다. 즉 “지불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공공기관과 대기업부터 사유제한을 먼저 도입하고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시행시기를 늦춰 기업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 그 핵심이다. 결국 절충안의 윤곽도 갖추게 되었고 남은 것은 적절한 시기에 합의하는 일만이 남았다.
민주노총 역시도 ‘강행처리 반대=합의처리’를 강조하면서 국회일정에 맞춰 2월 총파업투쟁지침을 위에 언급 했던 대로 변경했다.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은 “비정규직 개악 일방적으로 입법화하면 노사정위에 안들어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럼 합의하에 처리하면 노사정교섭 하겠다는 건가? 게다가 이경재 환노위원장을 앞세운 한나라당까지 비정규직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경총 이수영 회장은 계속적으로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면서 비정규직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논의 시작한 것이 비정규법안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후퇴돼선 안 된다. 노동관계법안이 노동계 편향으로 가면 기업도 스트라이크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 벌이는 사업을 접고 해외로 떠나겠다는 협박(?)을 보내고 있다.
자본과 정권, 그리고 양대노총 지도부 … 그 모든 것들이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질주하고 있다.
3. 사회적 합의주의자들을 현장의 투쟁으로 몰아내고 전국적 총파업으로!
총파업을 선언해놓고는 현장을 전혀 조직하지 않는 모습이나, 뒤에서는 총파업을 ‘살살’할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은 어떤 단위사업장 지도부나 민주노총 지도부나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노동자의 목숨이 걸린 문제를 어떻게든 쉽고, 조용하게 풀어보고자 하는 노사협조주의자, 노사정담합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은 그렇지 않다. 하루가 멀다 하고 현장통제 속에서 탄압받고, 어중이떠중이 들려오는 구조조정 소문은 불안감만 더해주고, 갈수록 강화되는 노동 강도에 일은 힘들어지고 노동력의 대가는 줄어들기만 한다. 여전히 튀는 비정규직은 ‘사장과 악수를 안 하는 등 태도가 불순했다’는 어이없는 이유로도 재계약되지 않는 현실이다(GM대우 창원비정규직지회의 사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 토대가 우리를 투쟁의 대열에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든다. 지도부의 강철같은 의지가 있다면 총파업투쟁의 위력과 그 파고는 더욱 높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것은 없다.
당장에 눈앞에 투쟁들이 펼쳐져있다. 2월 28일 총파업 전야제를 시작으로 서울지하철과 철도 노동자들이 3월 1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화물연대, 택시 등 운수 노동자들도 연대투쟁의 수위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금속노조 역시 3월 중순에는 하이닉스-매그나칩, 기륭전자지회, KM&I지회 등 장기투쟁사업장의 문제해결을 위해 총파업도 불사하는 집중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기아비정규직지회를 비롯해 GM대우창원비정규직지회, 현자비정규직노조, 현자아산사내하청지회 등 전국의 굵직한 사내하청비정규직노조들이 올해 임단협 투쟁의 기조와 시기, 전술 등에서 공동행보를 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노동자들은 일어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료들은 분명히 3월 20일이라는 국회일정에 매달려 비정규직법안, 로드맵분쇄 투쟁과 당장의 궤도총파업투쟁을 단사만의 투쟁으로 고립시키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서울지하철과 철도의 총파업이 재작년 궤도총파업 때처럼 노사정협조주의자들에게 의해 통제되고 각본대로 움직이는, 교섭력 강화만을 위한 쇼가 되어서는 안된다. 치열하고 폭발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우리의 투쟁은 각개격파 당하지 않고, 서울지하철과 철도총파업이 승리할 때 그 전선을 이어나가 비정규직법안과 로드맵분쇄투쟁이 전국적 총파업으로 번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당장에 벌어질 서울지하철과 철도 총파업에 총력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한 번 마라톤 협상으로 기약 없는 공문구만 남발한 합의서로 공공총파업 전선이 깨지고 관료들의 양보로 막을 내리게 된다면, 3월의 비정규직법안 폐기․로드맵분쇄투쟁은 더욱 조직화되기 힘들어진다.
절차만 중시하는 자본가 민주주의에 갇혀 가슴에 불만은 가득한데 두 손 두 발 묶이지 말자.
거침없는 현장투쟁, 관료들의 통제에서 벗어난 예측 불가능한 전투적 투쟁
을 통해 노동자의 목숨을 갖고 거래하는 기만적인 노사정 협조주의자들을 현장에서 축출하자. 3월의 첫 날을 운수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으로 시작하여 3월 20일 임시국회가 개회될 때까지 전국적 총파업 물결로 나아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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