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협
|
2006-08-29 17:42:36, 조회:2,786, 추천:273
|
전국노동자정치협회(노정협) 홈페이지 : http://lmagit.jinbo.net
TEL : 02-6414-1917 / E-mail : labor04@jinbo.net
노동자정치신문20호입니다.
[정치폭로] 법조비리! 누가 이들의 지배를 받겠는가?
[노동1] 정리해고를 빌미로 한 쌍용차 자본의 구조조정
[노동2] 사내하청노조 공동투쟁이 채워가야 할 것
[경제] 양극화와 계급투쟁
[분석1] 자본주의와 건강
[기고] 오늘날의 경제공황(번역)- 최상진(노동운동가)
[서평] 마오쩌둥의 ‘모순론’을 읽고 -자역 현장활동가
[노동3] 노동자를 제물로 삼아 조직을 보존하려 하는가?
-노사정 대화 즉각 중단하고, 총파업을 조직하자!
[분석2] 임투를 어떻게 해방의 지렛대로 사용할 것인가?
[노동4] 노사협조로 점철된 대우차 노조 06 임단투
[현장기고] 허울뿐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안과 철도공사의 외주화 계획!
이제는 철도비정규직노동자들이 직접 일어나 투쟁해야 한다! -철도 현장 활동가
법조비리! 누가 이들의 지배를 받겠는가?
1. 허가 낸 범죄집단
자본주의의 추악한 비리는 도대체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이번에는 법조비리 사건이 터졌다. 이번 사건에는 현직 고법 부장판사, 전 검사, 전 총경, 대법원 재판연구과,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등 법조계의 고위직 관료가 모조리 포함돼 있어서 분노와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이번에 구속된 조관행 부장판사는 억울하다고 했다. 이런 비리와 사기사건이 지천에 널려 있는데 사상 처음으로 비리로 구속됐으니 참으로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조관행은 다른 판사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한다. 혼자 죽기는 싫다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입을 열면 여럿이 다칠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그런데 이 말은 모든 거대 비리사건이 그랬던 것처럼 사실이다. 이번 사건의 중심인물인 법조브로커 김홍수의 살생부 수첩에는 또 다른 100여명의 연루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법조인들이 더 포함되어 있을까? 김홍수의 폭로에 대해 법조계 일부에서는 증언한 것이 치명적 실수라고 한다. 괘씸죄로 중죄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한다. 단지 압박용에 그치지 않고 자본주의의 성역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이들 비리 법조관료들의 범죄행태도 파렴치하기 이를 데 없다. 조폭이나 전문 사기꾼을 나무랄 게재가 아니다. 이번에 구속된 검찰 수사관은 김홍수의 이름을 대고 2000만원 외상 술값을 먹었다. 이 외상술값을 법조 브로커인 김홍수가 대신 갚아줬다. 검찰 수사관이 이 정도면 검사나 판사에 대한 로비 규모는 얼마나 될지 짐작이 안간다. 실제 이번 사건을 보면 판사가 법조브로커한테 직접 돈을 받거나 변호사한테 청탁을 받고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이번 법조관료 비리 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난 아주 작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97년 10월에는 의정부 지청에서 판사 15명이 변호사들로부터 수백만 원씩 돈을 받은 사건이 터졌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브로커를 고용해서 1년여 만에 17억 원대의 사건을 수임했다. 이 돈으로 현직 의정부지청 판사들을 매수해서 판결을 유리하게 끌어갔던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직무와 구체적인 관련이 없다며 기소유예 판정을 내렸다. 이 사건 이후인 99년 1월에는 대전 법조비리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2005년 11월 브로커 윤상림 사건은 39건의 범죄행위가 포착됐지만 아직도 사건의 전모가 다 드러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군산지원 비리판사가 지역유지와 결탁해서 접대골프를 치고 APT 전세 무상임대로 특혜를 받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은 대선자금을 수사하면서 비리와의 전쟁을 펼쳤다. 그런데도 정치, 경제, 종교, 언론 모든 영역에 걸쳐 거대 비리사건은 그치지 않고 있다. 지배계급은 자본가들의 거대한 비리와 부패, 불법행위를 ‘화이트칼라 범죄’라고 하여 명백한 자본가 범죄를 마치 사무직 노동자 범죄인 것인냥 은폐하고 물타기 하는 파렴치한 연막술을 펼친다. 법조관료들의 전관예우는 관행이란 이름으로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영속적인 특권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특권이다.
이번에도 법조비리 관련한 각종 대책이 비리만큼이나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법은 법관윤리위원회 설치, 검사비리 적발 시 파면이나 해임가능, 비리검사 민간감찰, 비리검사나 판사의 변호사 등록 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안은 10년 전 의정부 법조비리 때 제출했던 안이다. 심지어 비리 연루 판검사의 대부분은 변호사로 등록하고 있다.
연이은 비리 대책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법조비리는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도 각종 비리대책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고 새로운 비리가 생겨날 것이다. 얼마 전 퇴임사에서 이우근 서울지법원장은 “부패는 악취가 아니라 향기를 풍기며 온다”며 “그 유혹은 차마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힘으로 이성을 제압하고 도덕성을 무력화 한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검찰은 이번 법조비리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것은 희대의 법조브로커 김홍수를 주연으로 해서 김홍수의 매수에 넘어간 일부 판검사 등 법조인의 도덕성의 붕괴, 윤리의식의 부재에서 이 사건이 비롯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관예우라는 잘못된 관행, 일부 제도의 문제 등이 덧붙여진다. 그런데 법조관료들의 이성을 제압하고 도덕성을 무력화시키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한 언론에서 검사의 말을 빌려 표현한 것처럼, 법조비리가 ‘바다’(성인 오락실 ‘바다 이야기’)아래 가라앉기 전에 실체의 근원을 파헤쳐야 한다.
2. 법조비리의 온상은 독점자본과의 유착
윤상림, 김홍수가 개인이라면 ‘김앤장’, ‘광장’, ‘세종’, ‘태평양’ 등 합법적 형태의 더 거대한 법률회사 집단의 사기적 형태는 철저하게 은폐되고 있다. 이 중 ‘김앤장’은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로펌)로 법조계의 독점자본이라 할 수 있다. 김앤장에는 국내변호사 255명, 외국 66명 등 모두 1500여명 인력이 소속돼 있다.
김앤장은 최태원 SK 회장의 분식회계 사건을 맡으면서 1심에서만 30억 원의 수임료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97년 대통령 비자금 관련 형사사건, 한보비리 형사소송 사건 등 독점자본이 연루된 대선자금 수사를 담당하고 최근에는 797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정몽구의 변론을 맡기도 했다. 김앤장은 독점자본을 위한 소송에서 현대그룹에 부과된 1000억 원 상당의 법인세 전액을 취소케 하고, 현대산업개발에 부과된 토지초과이득세 위반과 관련한 50개 소송 모두를 승소하게 했다.
이런 김앤장의 힘은 모두 로비에서 비롯된다. 김앤장의 변호사들은 현직 판검사와 선후배 관계로 밀접한 인적관계를 유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김앤장은 1980년 후반부터 현홍주 전 주미대사,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 국세청 조사국장 등 고위 관료들을 고문이나 전문위원으로 고용하여 각종 로비에 활용하고 있다. 이 법률회사의 영업사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국세청, 재경부, 금감위, 노동부, 한국은행, 국방부, 감사원 등 전직 고위 관료 출신들은 5월 현재 44명에 달한다.
김앤장은 현직 관료들의 퇴직 후 일자리 보장 약속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고, 김앤장 소속 고문이나 전문위원으로 또 다시 현직 관료로 진출하기도 한다. 이헌재는 김대중 정권 시절 초대 금감위원장을 지낸 뒤 김앤장 고문으로 있다가 노무현 정권 들어 다시 경제부총리를 하다가 퇴임 뒤 다시 김앤장 고문을 맡았다. 후임 한덕수 경제부총리도 김앤장 고문 출신이다. 김앤장은 이헌재를 고문으로 하여 외환은행을 매각하는데 개입하여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법무부 장관 출신인 강금실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기 전에 ‘지평’이라는 법률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것을 볼 때도 이들 거대 법률 회사와 권력과의 유착관계를 잘 알 수 있다. 이들의 합법성 뒤에는 이렇게 철저한 정치권력, 사법부와의 유착이 있고, 이 유착 뒤에는 검은 돈이 오가게 마련이다.
「“한 정부 부처 산하 기관장은 ‘내가 보기에 김앤장의 힘은 돈보다는 자리에 대한 약속 또는 암시가 더욱 매력적이다. 어떤 고위공무원한테 김앤장에 있는 전직 장·차관이 기사 딸린 승용차를 타고 나타나 ‘심심할 때 골프나 치자’고 한다. ‘너도 김앤장에 갈 수 있다’는 암시를 주는 거다. 그리고 어떤 사안을 부탁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한겨레 8/15, 「새로운 권력 ‘김앤장’ - (상)로펌 베일 뒤 로비 그림자」)
현대가 자체적으로는 규모가 작은 법률팀을 가진 대신에 거대 법률회사를 통해 막대한 수임료를 주고 법적 분쟁을 처리한다면 삼성 같은 독점자본은 그룹 내에 거대한 법률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삼성그룹 내의 자체 법률팀에는 120명의 전직 고위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즐비하다. 윤영철 전 헌법재판소장은 97년-99년 사이에 삼성 법률고문으로 활동했다. 이것도 모자라 삼성은 국무총리, 장관, 차관출신 등 고위 행정관료와 경찰 출신 등으로 법률팀을 보강하고 있다. 삼성의 법률팀에 소속된 전직 검사출신 14명 중 과거 기업 수사담당 특수부 출신이 10명이나 된다. 대검찰청 중수부나 고검, 지검의 검사들은 삼성의 구조조정본부 부사장이나 상무 등으로 취업하기도 한다. 이들은 직무상 알고 있는 기업비리들을 독점자본의 비리를 은폐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삼성법률팀에서 역으로 행정관료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처의 업무 관련 기업 등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공직자윤리법을 피해가는 전직 관료들의 신분세탁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맑스는 독일이데올로기에서 “사유재산 소유자들은 조세라는 수단을 통해 점차 근대 국가를 매입해 버리고, 국채 제도를 통해서 완전히 그들의 손아귀에 장악해 버린다. 그리하여 이 근대 국가의 생사는 재산 소유자 즉, 부르조아가 베푸는 상업적 신용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며 정부의 안위는 증권 거래소의 시세를 반영하여 오르락내리락 하게 된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근대 국가는 자본의 국가가 되었다. 현대자본주의 국가는 독점자본과의 유착이 강화되고 완전히 지배되고 있다. 남한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본을 위한 국가에서 독점자본의 성장과 더불어 자본에 의해 지배되는 자본에 의한 국가가 되었다.
보통선거를 통해 집권한 정당과 정치권력이 법을 통해 지배한다는 민주공화국은 실제는 이러한 방법과 수단을 통해 자본의 공화국이 되었다. 재판, 절차와 형식은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법정의 배후에서 모든 재판의 거래는 이뤄지고 있다. “삼성의 인력으로 국무회의도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렇게 독점자본은 행정부, 사법부, 국회, 언론과의 직간접적인 유착을 통해 이 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삼성은 이것도 모자라서 수년 내에 현재의 변호사를 500명으로 늘리려고 한다. 현대그룹은 정몽구의 구속 사태를 거치면서 삼성처럼 직접적으로 그룹 법률팀을 강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배계급의 억압과 착취의 수단이라는 법의 본질과 성격은 독점자본과의 직간접적인 유착을 통해 형식적인 공정성마저도 갖추기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노자간의 계급투쟁에 연루된 노동자재판에 있어서 자본주의는 점점 더 뻔뻔하고 노골적으로 자본의 편을 들고 있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재벌 노동자 탄압백서' 제작 및 인터넷에서 삼성의 부당노동 행위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삼성에 의해 고발되어 3년 8개월의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X파일 사건을 통해 삼성자본의 불법대선 자금 제공과 추악한 비리가 만천하에 폭로됐다. 삼성SDI노조 탄압 및 핸드폰 불법 위치추적 사건에 대해서 검사는 각각 무혐의와 참고인 조사 중지 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이 사건을 담당한 이 검사는 삼성법무팀 담당 변호사와 선후배, 연수원 동기에다가 수원지검에서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삼성전자가 형사고발한 삼성전자 소속 노동자를 기소한 검사가 퇴직한 뒤 곧바로 삼성에 취업하는 사례도 있었다.
현대미포조선 김석진 동지의 경우에는 미포조선 자본이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를 임명하였다. 이러한 인적관계 때문에 대법은 통상적으로 5개월 만에 이뤄지는 재판을 대법원 계류 3년 5개월만에야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신길운수 투쟁과 관련해서 박한용 동지는 구속전과가 없고 집행유예 상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1심에서 무려 검사구형 5년을 받았다. 버스 노민추는 이 사건에 대해서 “신길운수 당시 경찰들은 신길운수 사장의 친인척이 광주지검장으로 있다는 사실과 5월 5일 연행작전을 광주지검장의 지시에 따라 이례적으로 양천경찰서장이 직접 지휘했다는 사실을 서슴없이 이야기하곤 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2005년 6월 28일 박일수 열사 투쟁과 관련해서 벌금 기소된 강창원 동지의 증인에 대해 검찰은 위증을 강요하고 황종민 동지를 구속시켰다. 박일수 열사투쟁 관련해서 재판부가 부과한 벌금액수만 해도 1억 원이 넘는다. ‘공갈협박’, ‘금품갈취’ 등의 명목으로 지역건설노조에 대한 검찰의 악질적인 공안탄압과 포스코 본관을 점거한 포항건설노조의 58명 노동자 전원에 대한 구속조치, 태광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판결 등에서 사법부는 노골적으로 독점자본의 편을 드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해 노무현 집권 3년 6개월 동안 803명의 노동자가 구속됐고 1천여 명의 양심수가 감옥에 수감되었다.
3. 지배계급의 위기의식과 법의 본성
“법의 일반이론은 법을 다른 현상으로부터 구별할 수 있게 하는 규준을 제공하고 나아가 법규범들이 어떻게 법관 자신이나 자기편 사람들의 물질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하여 해석,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설명하려고 한다. 이러한 이론이 법적 지배라는 이상을 최우선적 근거로 삼는 정치적 정당화의 방식에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다는 것은 명백하다.”(휴 콜린즈, 마르크스주의와 법)
자본주의 국가기구의 본질은 자본주의 착취체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조직된 폭력이고 법은 이러한 국가기구의 지배의 수단이다. 법조항은 감옥, 경찰, 군사기구 등 국가기구의 폭력적, 물리적 힘에 의해서 죽은 문서가 아니라 물리력으로 살아나 억압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지배계급은 이러한 주장을 거부한다.
자본주의는 폭력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법의 지배이고 국가는 법에 의해 통치를 하는 법치국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법은 특정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만인에게 공평무사한 정의를 담는 법률의 보편정신에 바탕을 두고 공정한 재판절차를 거쳐서 행사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부터도 대중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자본주의의 법적 정당성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법조비리는 법치국가, 법의 지배라는 자본주의의 법적 정당성을 송두리째 허물어뜨렸다. 이미 이번 법조비리 사건 이후에 비리판검사에 의해 진행된 사건에 불복하고 진정을 넣는 비율이 3-40% 늘어나고 있다. 판결에 불만을 품고 법정소란을 피우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이미 구치소에, 교도소에서 형을 살고 있는 각종 경미한 사기사건, 무전취식이나 좀도둑 등 생계형 범죄자들의 대부분은 당장 억울해할 것이다. 자본에 맞서 투쟁하다가 감옥에 갇혀 있는 노동자들이 느끼는 분노와 적개심은 이 보다 훨씬 더 할 것이다.
대법은 이번 사건으로 “국가 체제 유지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 대법관 출신인 강신욱은 이 사태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두렵다고 했다.
“법치국가에서 사법은 사회의 각종 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하고, 국가의 법질서를 유지하는 최후의 수단이므로 사법이 불신을 받아 국민이 수사나 재판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현상이 심화된다면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는 마지막 보루가 허물어지는 것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동아일보 8/21, 「사법위기 온 몸으로 느껴진다.」)
이렇게 지배계급은 이번 법조비리 자체에 분노하는 게 아니라 법조비리가 가지고 올 후폭풍으로 밀어닥칠 대중들에 대한 지배 헤게모니의 위기, 정당성의 위기에 몸서리를 치며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지배계급은 법에 대한 복종을 강요할 수 없다. 누가 이 자들의 지배를 기꺼이 받으려 하겠는가?
지배계급은 법이 억압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개인의 인격과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보편적인 성격을 가진 무수히 많은 법률조항들로 이루어져 있고 심지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도 있기 때문에 법이 억압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거부한다. 그러나 법이 지배계급의 억압과 착취의 수단이라는 것은 수천, 수만 개의 법조항 하나하나를 놓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법률의 지배적인 성격과 법이 수행하는 근본적 역할을 두고 착취와 억압의 수단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법의 본질은 자본주의의 사적 소유권을 강화하고 자본주의 체제의 질서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복무하고 있다. 이러한 법질서, 사실은 자본주의의 착취질서에 저항하는 자들은 자본주의 법률의 엄정한 처벌을 받는다.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실현을 위한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는 “법조비리는 불공정 재판의 근원이다”라는 성명을 통해 “법과 정의를 수호한다는 법원의 부패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돈과 인맥, 권력과 유착된 법조인들의 비리로 억울하게 당하고 불공정한 피해를 보는 것은 오직 힘없는 국민들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진실의 일면을 담고 있고, 법조비리에 대한 너무도 당연한 대중적인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불공정 재판의 근원은 단지 비리 때문만은 아니다. 자본주의의 법률 자체가 자본주의와 지배계급의 이해를 유지, 강화하는 데 복무하고 있다. 법조비리는 이러한 자본주의 법률의 본성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국가가 사회적 발전을 촉진하는 보편적 이해관계를 지닌 다양한 기능을 떠맡는다면, 그것은 단지 이 이해와 사회 발전이 지배계급의 이해관계와 일치하기 때문이며 또한 그것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한에서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노동자 보호법은 사회 전체의 이해관계인 동시에 계급으로의 자본가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이기도 하다.”고 했다. 노동자보호법은 노동자계급의 지난한 투쟁의 성과인 동시에 체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을 막으려는 자본가 계급의 이해도 담겨져 있다.
맑스도 자본론에서 10시간 노동제의 도입이 대공장에서 노동자계급의 자본에 대한 반란으로 인해 대공장 자본가들이 양보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동시에 대공업에서 이미 10시간 노동이 실시되고 있는데 중소 자본들은 여전히 12시간, 15시간의 노동을 통해 노동자 착취를 하기 때문에 10시간 노동제를 법제화하여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노동자계급에 대한 자본의 양보는 체제의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지배계급의 이해와 일치하는 한에서만 이뤄졌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점점 더 사회 전체의 이해와 자본의 이해가 극단적으로 대립되면서 이러한 일치는 사라지고 있다. 자본주의는 사회 전체에 대해 점점 더 반동적으로 변해가고 있고, 기생적으로 되어 가고 있다.
이번 법조비리는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얼마나 기생적이고 얼마나 파렴치한 범죄 집단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조직적 범죄 집단에 의해서 법이 해석되고 법이 집행되고 있다. 이러한 기생적인 집단을 위해서 독점자본은 엄청난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사회적 부의 상당부분이 대중들의 물질적 이익을 도모하는데 쓰여 지지 않는다. 부르주아는 전체 사회의 지도자이기를 포기하고 파렴치하고 반사회적인 집단으로 군림하고 있다.
법제정은 혁명의 산물이다. 혁명으로 정치권력을 장악한 새로운 지배계급은 법제정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갔다. 자본주의 법은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강화하는 상부구조이다. 이 상부구조가 법제정을 통해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강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법에 명시돼 있지는 않다. 로자는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에서 자본주의 국가와 법률을 개혁함으로써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한다고 하는 베른슈타인에 대해 “임금 노예제가 법률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임금 노예제를 단계적인 ‘법적인 방법으로’ 폐지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자본 간의 경쟁과 잉여가치를 늘리려는 자본축적의 경제적 법칙에 의해 자본은 노동자를 착취한다. 자본주의의 법은 이러한 자본이 경제적 법칙을 더 원활하게 수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법개정을 통해 착취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법만을 개정한다는 것은 공상이고 허구이다. 물론 악법철폐투쟁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계급은 악법철폐 투쟁과 법개정 투쟁이라는 정치투쟁을 통해 계급적으로 단결하고 법률개정 투쟁을 넘어서 법의 물질적 기반인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투쟁을 해야 한다는 계급적 자각을 하게 된다.
자본주의의 법률 집단들은 자본이 노동자를 착취해서 나온 잉여가치의 일부를 분배받아서 살아가고 있다. 법률 집단들은 자본주의 지배계급의 일원으로서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 강화하는 반동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특권적이고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법을 전문영역으로 특화한다. 이들은 본인소송(本人訴訟)으로부터 개업변호사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난해한 법률용어와 문장을 사용하고, 복잡한 법적절차를 통해 일반대중이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고 있다. 법률가들은 법조 인력을 늘리려는 사회적 노력에 대해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사건건 반대하고 있다.
법관에 대한 모든 특권적 지위와 혜택은 폐지되어야 한다. 법관은 노동자의 평균임금을 받고 사회적 존경 외에는 어떠한 특혜를 받지 말아야 한다. 법관은 노동자가 직접 선출하고 언제든지 대중의 요구에 의해 소환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노동자국가의 재판소는 법률처리의 단순화가 이뤄질 것이다. 노동조합의 법률담당 정도의 법적 지식 정도만 있으면 누구나 재판이 가능하다. 물권, 채권, 지적재산권 등 자본가들의 사적소유권을 보호하는 온갖 민법 조항들이 사라지면서 법은 단순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주의를 극복한 사회에서는 궁극적으로 착취와 억압의 성격으로서의 법이 국가와 마찬가지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나머지는 새로운 사회를 지배하는 규범, 도덕률 등이 법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법의 본질이 지배계급의 착취와 억압을 위한 수단이라면 이러한 성격이 사라진 행동규범을 법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노/정/협>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