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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9호]김동윤 열사와 화물연대 파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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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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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2 16:37:05, 조회:2,834, 추천: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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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단신] 김동윤 열사와 화물연대 파업
9월 한 달이 다 가기도 전에 자본과 정권에 의한 살인사건은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9월 4일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조합원 류기혁 열사가 자결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화물연대부산지부 조합원 김동윤 열사가 “기름값이 너무 올라 힘들어서 못 살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몸에 불을 댕겼다. 또한 서울에서는 경찰청고용직 조합원들이 고공철탑 농성 중 경찰의 강제진압에 맞서 싸우다 30m의 관제철탑 위에서 투신하는 목숨을 건 투쟁을 전개했다.
그런데 이처럼 참다 참다 못한 분노가 곳곳에서 폭발하고 있는데도 대중투쟁은 조직되지 못하고 현장은 각개격파 당하고 있다. 현자 정규직노조는 류기혁 열사에게 ‘열사’칭호조차 거부하는 배신행위로 투쟁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열사투쟁은 아직 죽지 않았다. 14일 부산청사 앞 집회에서 철제문을 부수고 진입투쟁을 전개하는 조합원들의 모습에서 보듯 화물연대 현장은 분노로 들끓고 있는 것이다. 열사투쟁이 대중투쟁으로 점화될 가능성, 그 불꽃이 화물연대 현장에 살아있다. 이제 그 분노를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가 우리의 고민인 것이다.
먼저, 김동윤 열사 분신대책위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을 전면에 걸고 싸워야 한다. 현재 김동윤 열사 분신대책위는 ‘유류가격을 인하하고 면세유를 지급할 것’, ‘유가보조금 압류를 즉각 해제 전액지급 할 것’, ‘화물운송특수고용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안으로 걸고 있다. 유류가격 인하와 유가보조금 지급이 열사투쟁의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고유가에 늘어만 가는 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그나마 받는 유가보조금마저 압류당하고, 운전대를 잡고도 빚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현실이 김동윤 열사가 죽게 된 직접적인 배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왜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그렇게 뼈 빠지게 일하고도 눈 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에 허덕여야 하는가? 왜 화물차량까지 자신의 돈으로 장만하고도 부가세, 기름값 까지 걱정해야 하는가?
그것은 차량은 노동자가 구입해서 등록은 화물운송업체 명의로 해놓고 운송업체로부터 일감을 받아 일하는 ‘지입제’가 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입제로 차량과 차량유지비는 노동자가 모두 부담하면서 일감을 얻기 위해 다단계 알선 등의 중간착취, 온갖 더러운 비리가 판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이러한 ‘지입제 폐지’를 반대하면서 차량은 노동자의 소유이기 때문에 특수고용직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대고 있다.
얼마 전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을 걸고 전개됐던 김태환 열사투쟁도 확대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다. 합의사항은 휴업철회 후 운송단가 인상, 중식 제공 조출 및 야간근무 시 조식과 석식 제공 등이다. 이것으로 그동안 화물연대 노동자들에게는 식사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고, 컵라면조차 노동자들이 돈을 걷어서 사먹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폭로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열 받는 것은 이 투쟁에 대해 전국건설운송노조 태안/서해레미콘분회에 대한 ‘업무방해금지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그 이유인 즉 “노동자로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노동자로서 인정하게 되면 노동자들의 가장 큰 무기인 파업권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만큼 자본가들에게 무서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김동윤 열사투쟁 역시 우리가 노동자성 인정문제를 전면에 걸지 않는다면 적들은 알량한 처우개선 정도만을 내놓을 것이다. 김동윤 열사투쟁으로 이미 건설교통부에서는 “유가보조금 압류를 해제하고 전액 지급 하겠다”는 조치를 내놓았다. 그러나 유가보조금은 높은 유류비를 감당하기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당연히 운송회사에서 무상으로 지급해야 할 유류를 노동자의 돈으로 지불하게 만들려는 기만적인 술책일 뿐이다.
더 이상 우리의 투쟁은 이렇듯 적들에게 농락당해서는 안된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을 전면에 걸고 싸워야 한다. 더 이상 내몰릴 곳 없이 벼랑 끝에 서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그나마도 노동자성 조차 인정받지 못해 노동자의 마지막 권리인 파업권마저도 빼앗기고 있다면, 이제 그것을 우리 손으로 되찾아 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노총 일정을 따라가는 식이 아닌 현장으로부터 총파업을 조직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를 통해 투쟁을 확대강화 해야 한다.
현재 화물연대 지도부는 열사투쟁의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 총력저지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지도부가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데도 파업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은 정권과의 전면전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물연대 파업 당시 정권과 자본이 자행한 악선동은 화물연대 투쟁이 고립돼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강력하다는 증거이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아무런 대책이 서지 않자 정권과 자본은 그들의 갖은 수단 TV, 신문 등 부르주아 언론매체를 동원하여 화물연대파업을 ‘집단이기주의 행동’으로 매도했던 것이다. 오히려 화물연대 2차 파업이 실패한 원인은 지도부가 그러한 악선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1차 파업 때와 달리 주요 물류항을 봉쇄하지 않은 채 파업 중에도 계속 대화를 시도하며 ‘선복귀후협상’을 받아들인 결과이다.
반대로 1차 파업에서는 여론의 악선동에도 아랑곳없이 컨테이너 물량의 80%를 차지하는 부산항을 마비시키는 등 주요 물류항을 굳건하게 파업으로 지켰기 때문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던 정부도 결국 대책이 서지 않자 “아무 전제조건 없이 대화를 재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시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 구호를 현실화 시킨 것은 포항지부로부터 불붙은 파업을 지도부가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국으로 확산시킨 조합원들의 힘이었다.
정권과 자본도 특수고용직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이번 노사관계 로드맵 추진 계획에서도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개악 부분은 뒤로 미루고 나머지 부분을 추진하겠다면서 하반기 일정에 올려놓고 있다. 그러나 한번 죽은 열사의 목숨을 다시 살려낼 수 없듯이 현장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분노를 다시 주어 담을 수는 없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분노는 이미 머리끝까지 올라와있다. 현장에서는 당장 총파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화물연대 지도부도 “추석이후에도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돌입 하겠다”고 선포했던 것이다. 따라서 지도부는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김동윤 열사의 분신으로 들끓는 현장의 분노를 밑바탕으로 단호하게 파업을 조직해 갈 때 우리의 힘은 가장 위력적일 수 있다!!
현장으로부터 올라오는 분노로 총파업을 조직하자!!
현대기아차 사내하청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투쟁을 통해 전선을 더욱 확대강화 시키자!!
그럴 때만이 적들의 기만적인 술책과 악랄한 착취를 박살내고 진정 열사들의 뜻을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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