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주택시연맹의 반나절총파업’ vs 분신, 자살,
벼랑 끝의 택시노동자
◎ 택시노동자의 현실
택시업계(법인택시, 이하 택시업계)에는 분신, 음독자살을 한 노동자들이 유난히 많다. 열사의 명부에 오른 동지들만 84년부터 지금까지 약 30여명에 달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과로와 생활고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버리고 있다. 절망의 삶. ‘택시노동자의 현실’을 짚어 본다.
△월평균 271.3시간 장시간 노동
대부분의 운수노동자들이 장시간 운전에 따르는 극심한 피로 축적과 야간운전, 휴식시간 부족, 불규칙한 식사시간, 긴장의 연속, 그리고 교통체증과 배기가스, 소음공해 등으로 만성화된 위장병, 신경성 질환, 근골격계 질환,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고 과로에 의한 사망과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는 사례도 빈번하다.
△살인적 교통사고율
서울시 소재 법인택시의 경우 사고율이 40%에 달해 개인택시보다 무려 18배에 달하고 사고건수는 9배, 사망인원은 6배에 달한다.
유류비, 사고처리비, 차량수리비, 사납금미달 시 임금공제 등 노동자에게 비용전가
유류비만 보더라도 하루 12시간 택시를 운행하려면 LPG가스 40리터가 필요하나 회사에서 공급하는 가스는 고작 25리터이고 나머지는 택시기사들한테 자부담시킨다.
△사납금 등 저임금의 구조, 월급제는 ‘월간사납금제’에 불과
택시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임금체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임금은 '기본급+성과급'으로 구성된다. 택시업계의 통상임금은 정부가 고시한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며 정액급여(기본급+제수당+상여금)가 4인 가족 최저생계비보다 부족하다.
택시노동자들의 임금착취와 건강권 상실은 ‘사납금제도’에 의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사납금제도는 법인택시 경우 1인 2교대로 일하여 번 하루 운송수익 중에서 약 10만원을 회사에 입금시키는 것이다. 그 나머지가 택시기사의 몫이지만, 여기에서 다시 유류비, 차량수리비 명목으로 이리 저리 떼인다. 게다가 주간근무의 경우엔 사납금을 내기에도 부족해서 야간에 생명줄을 놓고 곡예운전과 승차거부, 합승으로 겨우겨우 채워 넣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한 달 동안 뺑이쳐서 번 돈이 약 100만원에 불과하다.
△정부의 택시운송수익금 ‘전액관리제’ 시행, 안 지키는 사업장이 90%, 불법도급 만연
택시업계는 열악한 임금체계 및 노동조건으로 인력난이 심화되고 택시노동자들의 투쟁이 잇따르자 1997년에 ‘사납금제도’를 전액관리제로 바꾸었다. 전액관리제는 회사로 1일 사납금입금이 아닌, 운송수입금 전액을 입금시키고 택시기사에게는 기본급에 초과수입분을 나누어 주는 제도인데 사실상 기존의 사납금제도와 별반 다르지 않은 ‘월간사납금제’이다. 그나마 이것조차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90%나 된다고 한다. 또 저임금, 살인적인 노동강도 등 택시자본가들 스스로 자초한 인력난을 핑계로 일용노동자들을 불법적으로 고용해서 택시운행을 하고 있다. 이렇게 불법도급이 만연한 택시업계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구분 지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전반적인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 민주택시연맹의 반나절짜리 총파업은 가라! ‘못다핀 투쟁의 꽃’-극적타결 기만이다!!
민주택시연맹은 6.16총파업을 선언,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건교부와의 면담 후에 파업을 철회하였다. 교섭결과는 1. 지역별 택시총량제 도입과 관련해 신규면허 공급을 일시 중지, 04년 개인택시 공급계획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지역에 대해서는 종전대로 공급, 2. 지입, 도급 등 불법경영에 대하여는 면허취소, 퇴출 방안을 강구, 단속반에는 노조가 추천하는 시민단체가 참여, 3. 대리운전에 관하여는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여 관계부처 협의, 4. 유류비 운전자 부담 사례, 1인1차제, 분할매각 등에 관하여는 행정지도를 실시, 5. 부가가치세 경감분의 투명한 사용과 경감세액의 전액을 운전자들에게 지급을 보장 등을 재경부에 적극 건의, 6. 유류세 인상분에 관한 보조금 지원에 관하여는 조속히 관계부처 협의를 마무리 하며, 보조금 전액 지원 시 택시요금인상은 시행 안함. 7. 기타 제도개선 방안에 반영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는 실무협의를 통해 계속 논의 등 이었다.
교섭안 어디를 봐도 구체적인 현안문제 해결은 없고, 관계부처와 건의하고 논의하겠다는 ‘추상적인 성과(?)’로 가득하다. 이번 투쟁의 핵심이었던 부가세경감분의 전액지급도 재경부에 건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16일 민택은 이같은 극적(!!!) 타결을 생존권의 위협에서 투쟁하고자 여의도로 달려온 4000여명의 조합원들이 채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발표했다. 게다가 광주지역, 강릉 창영운수 등 5개사, 서울 문화교통 및 웅진교통 등 지속적인 파업투쟁을 전개하는 단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방안도 없이 추후교섭에서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추가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민택 소속 사업장 자본가들은 수익금 나눠먹기식으로 담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몇몇 사업장만의 고립된 투쟁으로는 사측에 전혀 압박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실질적인 공동투쟁, 공동파업이 지속되지 않는 이상, 개별단사의 투쟁은 거의 승리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연맹차원의 총투쟁을 접으면서 개별단사에게 계속 투쟁하라고 하는 것은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며, 이미 투쟁사업장을 고립시켜서 자체적으로 항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택시해고자 동지는 “초기에 민주택시연맹은 택시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물이었다. 그러나 현재 민택은 한국노총의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이하 전택)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현재 민주노총의 강승규 부위원장이 과거 민택 집행부가 되면서부터 노동조건이 더욱 저하되었다. 업체투쟁을 고립화시키고 총파업을 매번 이번과 같이 정리하면서 24일에서 26일 만근제로, 7대절에서 6대절휴무로, 사납금은 꾸준히 상승시켜 왔다. 오히려 교섭을 통해서 근로조건 저하와 함께 임금수준을 하락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사실 민택 소속 업체의 조합원들은 부가세경감분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택이 부가세경감분 쟁취투쟁에 사활을 거는 것에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민택이 교섭과정에서 사납금을 올리는데 합의해주어 전택도 사납금을 올리는 등 사납금경쟁을 부추겼다고 본다.”며 이번 총파업철회에 대해 민택의 뻔한 투쟁스토리라며 허탈해 했다.
◎ 5월 7일 조경식 동지의 분신과 정오교통의 파업
‘택시회사 부가세 부실운영 국세청 규탄대회’가 열리던 지난 5월7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조경식 동지가 ‘노동탄압중단’ ‘사측의 불법근절’을 촉구하면서 분신, 지금까지도 병상에 누워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옥쇄파업 중인 방남철 정오교통 노조위원장의 인터뷰를 통해 파업전개과정과 투쟁과제에 대하여 들어 보았다.
<정오교통 방남철 위원장과의 인터뷰 >
1. 5월 7일 조경식 동지 분신 이후 지금까지의 투쟁 경과를 짧게 말씀해주신다면?
5월 8일 비상임시총회를 열어 총파업 투쟁을 결의, 돌입했다. 파업 투쟁 돌입 이후 지금까지 “현장 사수”를 가장 중요한 슬로건으로 걸고 싸우고 있다. 또한 매주 수요일 집중집회에서는 자체 동력인 정오교통 조합원들과 함께 중랑구청, 사장이 경영하는 모텔과 집 등을 집중 타격하는 집회를 진행해오고 있다.
2. 택시 역시 도급과 지입 등 불법근로형태가 만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연관선상에서 파업 중 대체근로투입이나 도급차 투입 등 사측의 파업 방해공작은 없었나요?
5월 8일 비상임시총회 이후 파업돌입 시각인 3시에서 4시 사이 교대시간에 입고가 되지 않은 차량이 약 15대 정도 있었다. 관리과장이 배차를 담당하고 있고 하루에 1만원 정도만 내면 나머지는 다 조합원들이 먹고 있는 것으로 안다. 6월 1일 일요일 오전 6시 50분 외부에서 정오교통 차량을 발견한 타 회사 조합원에 의해 한 대가 입고된 상태로 현재 총 14대의 차량이 운행 되고 있다.
3. 정오교통 택시 노동자들의 삶, 즉 전액관리제와 사납금제 문제, 부가세 경감액 탈취문제, 평균임금 수준 등은 어떤가요?
2001년 8월에 성과급식 월급제로 바뀌었다. 그런데 2002년 김종우 사장이 오고 이 사람이 강원창 관리자를 채용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운송수익금 전액을 납부하는 전액관리제이긴 하나 10%정도는 음성적으로 도급 등으로 쓰인다고 본다. 또한 경기가 안 좋고 손님이 없다는 이유로 임금은 갈수록 낮아져 현재 100～120만원 정도 수준이다. 우리는 모두 정규직이라고 할 순 있으나 비정규직과 비교할 가치조차 없을 정도로 비정규직만큼이나 노동력의 대가를 받고 있지 못한 열악한 상황이다.
4. 민주노총과 민주택시는 비대위를 꾸렸고 민주노동당은 진상조사단을 꾸려 공통적으로는 제도개선 투쟁 중심으로 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택시 전체의 구조와 제도를 갈아엎자!’는 의미에서 제도개선 투쟁을 얘기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부세경감분과 전액관리제와 월급제를 철저하게 시행토록 하고 법안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하라는 얘기다. 법은 있으되 지켜지고 있지 않으니 처벌규정을 강화하라는 말이다. 또한 악덕사업주에 대해 정부와 노조와 합동단속을 벌이는 것도 주장하고 있다. 합동 단속을 벌이면 훨씬 더 많은 사업주가 고소고발 될 수 있다.
5. 앞으로의 각오는?
현장에서 혹자가 이런 말을 할 때가 가끔 있다. ‘위원장, 차 대놓고 불 싸질러 버리자’고. 이 싸움이 쉬운 싸움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민주택시연맹의 조직 상황이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앞으로 조경식 동지를 끝으로 적어도 택시 업계에서는 더 이상의 분신하는 동지들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 이 싸움을 끝으로 끝내고 싶다.
◎ 민택의 총파업철회, 정오교통의 파업으로 보는 앞으로 택시투쟁의 과제
정오교통 파업투쟁이 40여일을 넘기고 있다. 40여일 동안 꿈쩍도 않던 놈들이 민주택시의 반나절 총파업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하고 구청장 면담도 성사되었다고 조합원들은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그것은 당장에 택시노동자들의 분노와 투쟁을 잠재우기 위한 기만적인 술책일 뿐이다. 민택은 현장노동자들의 힘에 기대지 않고 자본과 정부의 말만 철썩 같이 믿으면서 그들의 술책을 따랐다. 그러나 이후 이것을 현장에서 강제할 수 있는 것은 현장 노동자들의 힘이다. 다시 공은 현장노동자들에게로 돌아왔다.
그동안 수많은 택시노동자들의 목숨을 대가로 얼마나 많은 권고사항들이 있었는가? 그럼에도 택시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을 뿐이다. 이제 현장 노동자투쟁을 기반으로 권고사항을 실질적인 강제조치로 바꿔내야 한다. 이는 투쟁주체들이 바로 설 때만이 가능하다. 택시노동자의 자살이 유난히 많은 이유는 그만큼 택시업계구조의 문제들에 대한 항거가 단사투쟁으로, 개인의 투쟁으로 철저히 고립되어져 돌파구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서비스업계 개방화와 ‘요금인상을 핑계를 한 고급택시화’를 통해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다.
현재 미약하나마 민택의 타협주의와 노사협조주의를 비판하고, ‘민주노조’란 간판을 걸고 제대로 된 임투 없이 직권조인을 시도하는 것을 지적하는 단위들이 있다.
이러한 흐름을 확대시켜나가자!!
각 현장에서부터 임금유연화, 노동유연화와 노동탄압에 맞서 일상투쟁을 조직하자!!
그럴 때만이 저들의 기만적인 술책을 박살내고, 진정한 열사들의 뜻을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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