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정국에서 표출된 전투적 조직간의 쟁점분석
1. 무엇을 쓰려고 하는가?
급속하게 달아올랐던 열사정국은 급속하게 냉각됐다!
현재, 노동자의 투쟁을 만드는 것은 노동자의 의지나 활동가의 준비가 아니다. 관료주의자들의 지도가 아니다. 자본이다! 자본은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한다. 자본의 위기는 노동자의 삶의 전반적 위기로 전화한다. 노동자는 생존을 지키기 위하여 자본이 노동자에게 전가한 위기의 굴레를 깨뜨려야 한다. 계급적대상황의 지속과 심화는 역동적인 노동자투쟁이 일어나도록 만든다. 그러나 노동자 투쟁을 준비하고 조직하고 이끌어 갈 주체 곧 지도력의 부재와 관료주의적 지도력의 강한 영향은 역동적인 투쟁의 지속적 발전을 저해하고 급격하게 타올랐던 투쟁이 급격하게 꺼지도록 만든다. 열사정국도 이 노동자 투쟁의 패턴을 따랐다!
이 열사정국에서 <노동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사회주의자들>(이하노투사)은 <현장노동자>를 비판하고 <사회주의노동자신문>(이하사노신)은 <노투사>를 비판하는 글을 발표했다. 이 논쟁은 직접적으로는 열사정국에 대한 전술적 행동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활동론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녹아있다. 이 활동론에 대한 전면적 검토는 정세관, 전술관, 대중관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요구한다. 그러나 논쟁은 체계적인 형태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실천적 문제에 대한 필요에 따라서 일방적인 형태로 그것도 일회적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여러 가지 내용이 뒤섞인 채 어떤 것은 부각되기도 하고 어떤 것은 파묻힌 상태로 진행되었다. 이런 논쟁의 형식적?내용적 한계와 지면의 한계때문에 이 글에서도 심층적인 분석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글은 핵심적 쟁점에 대한 간단한 이해를 도모하는데 한정한다.
주요한 비판의 대상은 <노투사>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당시의 '정세'에서 이들의 견해가 주요한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여러 가지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2. 정세와 주체역량의 관계
정세와 주체역량에 대한 노투사의 주장을 살펴보자.
노투사는 <허튼소리 남발하기로 끝난 "무기한 총파업">을 비판한다. <좌익들이 지금까지 파업과 관련해서 한 것이라고는 "말로만 총파업"이 아니라"실질적인 총파업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진짜 실질적인 총파업을 조직한 것이 아니라 말로만 "실질적인 총파업"조직화를 했다는 것뿐이다.>
노투사의 주장은 단순하게 말하면 '"실질적인 총파업"을 조직할 수 있는 주객관적 상황이 아니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노조의 조직률이 10%밖에 안된다. 노무현을 비롯한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에 대한 환상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이 노무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대공장 노동자들의 파업찬성률이나 참여도가 떨어지고 있다. 대공장과 중소공장에는 실리주의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40-50대 노동자들은 아직도 후진적이고 반동적인 색깔론에 휩싸여 있다.'
이 근거를 하나씩 살펴보자. 노조의 조직률이 10%밖에 안된다는 것이 "실질적인 총파업"을 할 수 없는 객관적인 조건인가? 아니다! 10%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다면 아니 민주노총 60만명만 파업을 하더라도 남한 자본주의사회는 마비된다. 이 파업이 길어지면 자본가 국가는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다. 그리고 파업은 민주노총에 머물지 않고 한국노총 소속 현장이나 미조직 노동자 현장에도 강력한 지진을 일으킬 것이다. 그래서 파업대오를 확대하고 파업의 열기를 상승시킬 것이다. 파업은 산술적인 형태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기하급수적 형태로 확대될 것이다. 왜 그럴까? 지난 창간 준비1호에서 말한 것처럼 노자적대는 누적되어 있고 계급적대가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강력한 자극을 주는 위력적인 파업이 일어나고 노자대결구도가 형성되면 노동자의 내면에 흐르고 있는 계급적 울분과 분노(계급적 본능)는 강력하게 표출하게 된다.
이것이 "실질적인 총파업"아닌가!
문제는 전체 노동자의 선봉에 서서 노동자 파업을 시도하고 주도할 민주노총 노동자들과 조직노동자들의 파업이 조직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묻고 싶다. 동지들은 어떻게 노동자의 의식을 향상시키고 조직을 강화하고 조직률을 높일 것인가? 대중들의 직접적 행동 대표적으로는 파업을 통한 경험의 조직화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나 노무현에 대한 환상은 깨어졌다. 이것은 이미 투표율이나 국회와 당에 대한 지지도, 노무현에 대한 지지도에서 이미 드러났다. 불과 6개월 정도가 지난 후에 초스피드로 노무현에 대한 환상은 깨어졌다. 따라서 노투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현재 문제는 노무현에 대한 환상이나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에 대한 환상이 아니라 이들을 대체하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이끌 수 있는 대안세력의 부재이다. 또 노무현에 대한 환상을 깨는 데에는 전투적 파업과 전투적 시위가 효과적이다.
그럼 현장의 실리주의나 대공장의 파업찬성율과 파업참가율의 하락이 실질적 총파업 불가능의 근거가 될 수 있는가? 대공장과 현장의 노동자들은 노동강도강화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대공장의 노동자의 실리주의도 물적토대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고용불안의 왜곡된 표현이다. 능동적으로 고용불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동자를 인도하는 주체의 부재가 "내가 알아서 내 문제는 챙길 수밖에 없다", "언제 짤릴지 모르니까 벌수 있을 때 최대한 벌어놓자"는 식의 실리주의를 낳은 것이다. 현상적인 실리주의 내면에는 계급적대가 누적되어 있다. 파업의 객관적 조건이 존재한다.
노동자의 의식은 대단히 복합적이고 모순적이다. 파업을 하면서도 정치의식에서는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일 수 있다. 현재 이런 의식은 전국적 파업을 통한 직접적인 대중경험과 이와 연결된 선동과 선전 그리고 조직화를 통하여 변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노투사는 폭력시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그리고 "적들의 추적을 물리치고 역량을 보존하는 것이 긴급한 과제"라고 주장한다. 이 노투사의 주장에 우리는 세 가지를 제기한다.
첫째, 11월 9일의 폭력시위는 평화적이고 합법주의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일단 끊어내었다. 이날의 폭력시위는 노동자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고 이 자발적 투쟁이 가능했던 것은 누적된 분노를 자결투쟁을 한 동지들이 터트렸기 때문이다. 이 계급적 감정은 현재의 노자관계의 현주소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둘째, 언제 어디에서 노동자의 투쟁이 터져 나올지 모른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소강상태를 보이던 노동자 투쟁, 현상적으로만 본다면 침체기나 퇴조기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는 상태에서 열사들의 목숨을 건 투쟁이 발생했고 이 투쟁은 소강상태를 급속하게 노자의 집중적인 대립상태로 끌어 올렸다.
셋째, 11월9일의 폭력시위는 그날 당일의 우발적인 현상이 아니라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의해 누적된 노동자 대중의 분노의 폭발이다. 11월 9일 이전에도 집회와 시위는 계속있었다. 집회와 시위때마다 시위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비명과 아우성으로 가득찼다. 노동자 대중은 치미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너무 기가차고 억울했다.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는 없었다. 무장을 원하는 강력한 분위기가 아주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그 결과가 11월9일 화염병과 쇠파이프로 무장한 폭력시위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그날의 폭력시위는 쇠파이프를 들고 화염병을 든 선봉대만의 시위가 아니라 전체 시위참가자의 폭력시위였다. 선봉대는 전체 시위참가자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대중적인 폭력시위였다.
이런 대중적 폭력시위는 새로운 전선을 형성함과 동시에 그것이 대중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현장의 동력을 조직하는 능동적 계기의 가능성이 있다. 이날의 집회와 시위뿐만 아니라 열사들의 잇단 죽음으로 형성된 국면도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필연적인 것이었다. 노동자의 자결투쟁은 계급적대적 상황과 대중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었다. 따라서 대중적 공분과 공감을 형성하고 현장의 대중을 조직할 수 있는 능동적 계기였다.
그런데 노투사는 정세가 주체역량에 미치는 영향 즉 정세와 주체역량간의 상호관계를 이야기 하는 자리에서 양자를 따로 따로 분리해서 현상과 결과만을 나열하고 있다. 그 결과는 창백한 냉소주의다! 정세와 유리된 냉소주의를 가지고 일상적 활동의 진지한 조직화가 잘 이루어질수는 없다. 그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만 할 뿐이다.
3. "정치쇼"와 두시간 파업
노건투는 <노힘> ,<현장노동자>와 좌익의 구호주의를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노힘>이나 『현장노동자』와 같은 좌익들은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의된 투쟁계획을 "실망 그 수준 이하", "이 무슨 여유?", '조퇴하듯 파업"' "이걸 투쟁하는 걸로 느낄 수 있겠는가?" "관료들의 쑈"등으로 비난만 할 줄 알았지 실제로는 현장에서 그것조차 투쟁을 조직하고 준비하기 위해서는 매우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시해버렸다.>
노투사가 여기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쇼'라는 표현자체가 아니라 파업의 문제를 너무 쉽게 주관적 열망으로 대체하는 것 그리고 그런 편리한 규정을 통해 냉소적 태도로 현장실천의 조직화를 방기하는 기권주의적 태도에 대한 비판한 것이다. 우리도 이 점에서는 노투사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측면이 있다. 파업의 조직화는 일상적인 실천의 조직화, 대중의 신뢰확보에 기초하여 이루어질 때 파업의 지속성과 발전이 보장될 수 있다. 즉 일상적으로 투쟁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역동적인 파업의 파괴력에 조직력과 지속력을 결합시킬 수 있다. 우리는 현실에서 준비되지 못한 파업의 역동성이 급격하게 타올랐다가 급격하게 식어 내리는 것을 처절하게 경험하고 있다. 특히, 개량주의와 관료주의가 현장과 민주노총의 상층을 장악하고 있고 다양한 세력의 분화가 이루어져 있고 대중들의 파업에 대한 패배주의적 경험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에서는 단순한 구호나 선동만 가지고 파업이 조직될 수는 없다. 조직이 필요하고 투쟁의 주도세력의 확고한 의지와 투쟁의 전망제시가 필요하다.
또한 4시간 부분파업에 대한 태도에서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것과 현장의 노동대중에 대한 것은 명확하게 구별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다른 수준의 문제이다. 동일한 수준에서 취급해선 안된다. 이 두가지가 혼합되면 냉소주의와 기권주의를 낳는다. 냉소주의와 기권주의는 현장의 대중을 방치하고 현장대중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킨다. 대중의 지지를 상실한다. 그 자리에 관료주의자들의 영향력이 들어서도록 만든다. 현장에서 4시간 부분파업 또는 준법투쟁을 할 경우에 그 한계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러나 적극적인 대중의 참여를 조직해야 한다. 4시간 부분파업이나 준법투쟁을 통해서 대중의 의지와 열정을 모아내고 자본가 정권과 자본과의 대립지점을 명확하게 부각시켜야 한다.
중요한 것은 4시간이나 준법투쟁이 아니라 그 투쟁에 '어떻게 대중의 적극적인 의지와 요구를 담아낼 것인가', '어떻게 노자대립을 첨예하게 담아낼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 지도부의 결정이 아니라 현장이고 현장의 대중이다! 현장대중의 조직화이다!!
그런데 이것을 망각하고 4시간부분파업과 준법투쟁에 대해서 그 자체로서 판단하고 규정하여 투쟁을 포기하는 것은 투쟁에 대한 형식주의적 접근태도이자 투쟁자체를 물신화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노투사의 문제제기에 동의한다! 그리고 <현장노동자>는 현장의 문제를 '관료주의'문제로 단순화시켜서 반복하는 것에는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노투사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선동의 정치'에 매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조합주의의 문제를 관료주의로 단순화시켜서 노동조합주의를 넘어서는 정치적 전망의 제시를 망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노투사는 다른 집단에 대한 오류나 한계와 상관없이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4시간 파업이나 준법투쟁을 하기에도 어려운 상태에서 민주노총 지도부의 결정은 '그것도 버거운 것'이 되어 버린다. 따라서 민주노총 지도부의 결정은 하자가 없고 도리어 "무기한 전면 총파업"을 주장하는 좌익들이 '철모르는 짓'을 하는 것이 된다.
4. 우리의 할 일
정세와 주체역량을 따로 분리해서 고립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정세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주체역량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결정과 그 결정의 현장적용은 구분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나 혐오가 현장활동의 조직화 즉 현장대중을 투쟁의 주체로 조직하는 것을 방기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현장에 맞는 현장투쟁을 조직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정치적 반동화와 파시즘의 등장 가능성에 대비하여 노동자의 대항조직인 '정당방위대'를 구성하고 '일상적'인 교육과 훈련을 조직해야 한다. 정당방위대는 파업 때 급조된 일회용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경찰과 용역깡패에 맞서는 훈련을 조직하고 일상적 현장투쟁의 선봉에 나서야 한다. 현장의 대중적 전선을 형성하는 선봉대의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투쟁과 조직화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 이 간극을 없애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전투적 구심을 형성해야 한다. 이 구심은 의식적인 활동가와 건강한 계급적 본능을 가진 노동자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 구심은 현장에서 전투적 조합주의의 한계를 돌파하고 현장에서 근본적인 노동자의 전망을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현장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건강한 노조활동가를 조직하여 대중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고 현장의 대중 지도부로 성장해야 한다.
·조직과 분리된 선전과 선동은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대중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조직 또는 세력과 결합된 선전과 선동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대중 스스로의 경험을 통한 의식의 변화를 추구하자.
·다양한 개량주의․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은 직접적인 노동자 투쟁의 조직화와 결합되어 노동조합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능동적 전망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극소수의 선진 노동자만이 존재하고 있는 오늘의 현장현실에서 선진 노동자와 그 조직은 "나는 옳다", "너는 아니다"가 아니라 공동투쟁을 통한 대중의 경험을 조직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현장조직의 질이 확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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