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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62호] 금타를 보라! 굴욕적 양보를 말하지 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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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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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1 10:07:11, 조회:2,760, 추천: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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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타를 보라! 굴욕적 양보를 말하지 말라!
금호타이어에서 2차 잠정합의안이 가결되었다. 180여 명의 희망퇴직자를 제외한 189명의 정리해고는 철회(취업 규칙과 사규를 준수한다는 개별확약서를 제출한다는 조건으로)하였지만 597명 단계적 도급화 합의와 기본금 10%삭감, 5%반납과 상여금 200%(올해는 100%) 반납 등 부결되었던 1차 잠정합의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큰 폭의 임금 삭감 뿐 아니라 도급화로 인한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는 굴욕적이고 위험한 합의안이었다.
합의에 앞서 금호타이어 자본의 노골적이고 대담한 정리해고 진행과 대규모 도급화, 임금 삭감의 요구에 이미 노동조합은 상당수 도급화를 받아들이는 양보안을 제출했었다. 그러나 노조의 양보안마저도 금호타이어 자본은 받아들이지 않고 193명 정리해고자와 1006명의 도급화 명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었다. 언론에서는 연일 ‘제2의 쌍용차 사태’는 막아야 된다며 금호타이어 노조의 전면적 투쟁을 압박하며 경계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다.
- ‘제 2의 쌍용차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금호타이어가 현재 봉착하고 있는 유동성위기의 극복방안과 고용유지를 전제로 한 비용절감방안에 대해 노사정 모두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지원조치 및 고통분담방안을 협의하고 합의해야 함.
- 노조 또한 타의에 의해 발생한 기업위기라고 하더라도 경영상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파국을 막기 위한 전향적인 조치로서 고통분담방안에 참가해야 함. 기존 임금 및 복리후생에 대한 한시적 ‘삭감’ 및 ‘유예’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최대한의 고용유지와 노조기본활동에 대한 보장을 확보해야 함.
-......노조 또한 금호타이어 상황의 심각성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구조조정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함. 금호타이어가 현재 워크아웃 상태이지만,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법정관리로 넘어갈 가능성 또한 상존함. 작년 쌍용차사태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시간은 결코 노조에게 유리하지 않음.
-...... 노조 또한 희망퇴직의 전면적인 거부가 아니라, 정년예정자를 중심으로 한 노동친화적인 명예퇴직방안을 고려하는 동시에, 비핵심부분에 대한 도급화방식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함.
(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의 모색'- 이상호 연구위원)
자본가 경제단체 연구소에서 나온 내용이 아니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에서 부르주아 언론이 운운하는 ‘제2의 쌍용차 사태’를 마찬가지로 말하며 노동조합의 통 큰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서를 작성한 이상호 연구위원은 작년 쌍용차 투쟁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다.
“노사가 정리해고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한편으로는 기업회생을 위한 노조의 협력 조치에 대해 논의하고, 다른 한편으로 실직자의 소득보조나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 등에 대한 문제를 논의했다면 쌍용차 노사협상의 양상은 180도 달라졌을 것이다.”(노정신54호 재인용)
이는 쌍용차 투쟁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이며 뻔뻔하게도 쌍용차 투쟁을 자신들의 ‘투쟁 없는 교섭만능주의’의 근거로 삼으려 하는 것이다. 쌍용차의 77일 점거 투쟁 이후 임성규 위원장 또한 쌍차 노조가 애초에 타협적인 태도로 나갔더라면 더 많은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며 투쟁의 의미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이들에게 쌍차 투쟁은 어떤 교훈을 주었던가? 이들은 ‘쌍용차 사태’에서 봤듯이 ‘시간은 결코 노조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말한다. 때문에 노조는 주저하지 말고 전향적인 태도로 ‘고통분담’에 참여하는 것이 낫다. 솔직히 말해 투쟁 해봐야 남는 것이 없으니 일찍이 타협적 태도로 교섭에 들어가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따낼 것은 따 내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금타 노조에서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되었을 때에도 드러났다. 189명의 정리해고 ‘유보’와 상당수의 도급화, 엄청난 임금 삭감이라는 굴욕적인 합의안을 조합원들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부결 이후 이상호 연구위원은 노조 내부의 갈등이 불러온 ‘제 살 깎아먹기 식의 무책임한 합의안 부결’이라고 비판하며 ‘앞으로는 지회 차원보다는 금속노조가 교섭권을 가지고 광주지역의 노사민정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프레시안, 4월 19일)며 도급화를 포함하는 합의안을 받아들일 것을 압박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는 몇 년간의 무분별한 금호 그룹의 인수 합병과 이로 인한 부채 증가, 세계적인 공황에 따른 상황 악화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책임은 전적으로 경영진, 자본가들에게 있음에도 금호타이어 자본은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과 고통을 지우려 하고 있다. 자본이 바라는 양보와 고통분담은 노동자들에게는 생존권의 박탈이다. 쌍용차 때 그랬던 것처럼 자본은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에게 삶의 모든 것을 내 놓으라 했다. 한편 또 다시 쌍용차와 같은 투쟁이 벌어질까 두려워하며 ‘쌍용차처럼 투쟁하고 반성문 쓸 것인가’라는 식의 은근한 협박으로 금호타이어 투쟁을 막으려고 했다.
이처럼 모든 것을 내 놓으라는 자본의 공격에서 이미 ‘제2의 쌍용차 사태’는 시작된 것이다. 희망퇴직, 정리해고, 도급화와 엄청난 임금 삭감, 그리고 노동조합의 근간을 뒤흔들기 위한 단협해지 통보와 전임자임금지급금지 등의 노동법 개악 등 이미 자본은 제2, 제3의 쌍용차 와 같은 생존권 말살과 노동조합 파괴 공격을 자행하며 이미 전쟁은 시작된 것이다. 단지 그들이 두려워하는 ‘파국’이란 노동자의 거센 반발과 저항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본의 공격과 이데올로기적 공세 속에 노동조합 관료들은 앵무새처럼 자본의 말과 주문을 되뇌이며 ‘제2의 쌍용차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쌍용차 투쟁의 교훈이랍시고 합리적인 교섭과 협상에 임해야 하며 ‘고통분담’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한다. 노동자의 일방적인 양보와 굴종을 합리적 노동운동의 대안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열린 마음으로 협상과 교섭에 임한다면 파업과 투쟁이라는 고통과 파국 없이 상생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이야기 한다.
워크아웃, 법정관리, 직장폐쇄,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자본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노동자의 희생과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교섭만능주의와 조합주의에 빠진 관료들은 노동자의 통 큰 마음으로 협상을 통해 얻어낼 것을 얻어내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게 또한 이제 파업과 단결 투쟁은 노동자의 계급적 무기이며 자신감이 아닌 파국적 과정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투쟁 없는 협상과 타협은 일방적인 양보이며 굴종이다. 모든 것을 내 놓으라는 자본의 태도에서 이미 자본주의 파국은 시작되었다. 자본과 노동조합 관료들의 생각과는 달리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과 굴욕은 더 큰 노동자들의 분노와 적개심을 만들어 낼 것이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저항과 투쟁에 온갖 악선동과 탄압을 하는 자본의 태도, 자본의 요구에 따라 폭력적 국가기구의 물리력으로 노동자를 때려잡는 정권과의 날카롭고 첨예한 계급투쟁 속에서 관료들의 환상과 바람은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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