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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노동자정치신문 75호 목차/ 전 세계 경제위기 심화는 정치위기를 재촉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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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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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7 00:28:27, 조회:8,715, 추천: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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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경제위기 심화는 정치위기를 재촉한다!
나비와 바다 -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젖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3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전 세계 공황의 양상을 보면 김기림의 ‘나비와 바다’라는 시가 연상된다. 바다의 그 깊이와 넓이를 알지 못하고 청무우밭인양 착각하고 내려앉았다가 날개가 젖은 나비처럼, 전 세계 자본주의는 도대체 이 공황이 얼마나 깊은지 얼마나 더 오래갈지 도무지 모르고 있다. 2007년 말, 2009년 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촉발된 전 세계 자본주의 공황이 2009년, 2010년 들어 회복될 기미를 보이자 부르주아 국가는 이제부터 공황국면으로부터 회복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1년 6월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하자 또 다시 더블 딥이니 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흰 나비가 구중심처의 공주처럼, 세상물정에 어두워서 바다를 청무우밭으로 착각했다면 부르주아는 자본주의 위기의 가장 극단적 표출인 전 세계 공황 앞에서도 자본주의 체제가 영원한 생산양식이라는 계급적 이해관계로 인해 과학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물론이고 그 폭과 깊이조차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부르주아는 자본주의의 필연적인 자기모순의 폭발로 나타나는 공황이라는 표현을 한사코 거부하고 경제위기, 경제침체라는 등의 표현으로 그것의 필연성을 거부한다.
전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공황은 회복기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부르주아 경제학자인 루비니 교수는 "늦어도 오는 2013년 최악의 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부르주아 일각에서는 여전히 루비니를 ‘비관론자’라고 치부하면서 애써 위기를 감추려 하지만 이제는 전 세계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분석이 늘어나고 있다.
인류역사에서 여전히 대공황은 그 출발단계에 있다. 언론과 많은 정부 관계자들은 종종 전 세계적 금융위기의 후유증이라고 언급하지만 실제로는 이제 시작이다. … 주류 언론은 마침내 ‘경제회복’이라고 하는 신기루의 실재를 인식하자, 언론보도는 심각한 전 세계 상황에 대해 피상적으로 다루고 있다 … 글로벌 리서치가 가장 최근에 출간한, ‘전 세계적 경제 공황 : 21세기의 대공황’(미셸 초스도프스키와 앤드류 가브니 마쉘)은 세계가 직면한 위기의 진정한 본질을 역사적 기원뿐만 아니라, 그 깊이와 미래의 영향까지 검토하고 있다.(글로벌 리서치, 대공황은 이제 시작되었다, 2011년 6월 2일)
최근에는 부르주아 언론도 위기가 일시적일 것이며,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이 위기의 심각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유럽의 금융적 전염병: 그리스가 재채기를 했을 때, 지금 대부분의 유럽은 감기에 걸려 있다. 유럽재정 위기는 이미 그리스에서 아일랜드로, 그리고 다른 국가들도 자금 위험에 처해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것은 ‘전염 효과’라고 부르고 있다.(워싱턴포스트, 오바마: 그리스 채무불이행은 ‘재앙’이 될 것이다, 2011년 6월 7일)
6월 7일 독일 앙겔라 메르켈 수상과의 회견에서 오바마 역시 그리스의 부채에 대해 유럽이 경감시켜 주지 않으면 부채문제는 미국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이러한 주장은 전 세계 공황의 진원지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라고 하는 미국 발 공황을 진원지로 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해서 부도직전에 놓여 있다는 점을 은폐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고로 심각하다. 미국은 올해 8월까지 14.3조 달러라는 재정적자 법적한도를 인상하지 않으면 국가부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위기의 본질은 과잉생산 공황과 국가독점자본주의
현재 전 세계 공황은 자본주의의 과잉생산 공황과 공황을 구제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스를 중심으로 하는 남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해서 재정위기가 표출되고 있지만 이 재정위기는 단지 그리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과잉생산 공황에 빠진 자본주의 특히 독점자본을 살리고 경기부양책을 위해 국가가 화폐를 추가로 발행해 무차별적으로 쏟아 부은 결과 막대한 재정적자 위기가 나타난 것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오랫동안 누적되어 왔지만 특히 2007년 말부터의 공황 이후에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은행 구제금융으로 280억 달러, 경기 활성화를 위해 6,340억 달러를 살포하였다. 여기에 실업급여는 07년 305억 달러에서 09년에는 76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수치는 삼성경제연구소 2011. 6. 14, 34호 참고) 재정적자에는 실업급여의 지급이 부분적으로 작용하지만 그것 역시 거대한 실업으로 인해 자본주의에 반란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국가독점자본주의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거부하는 맑스주의 경제학자들이나 정치세력들 역시 재정적자는 눈에 보이는 현상이기 때문에 공황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들이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거부하는 한 현재의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결코 제대로 된 분석을 할 수 없다. 현대 자본주의 공황의 몇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과잉생산 공황을 근본적 원인으로 하여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문제를 넘는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로 나타나고 있고, 이 위기는 국가의 전면적인 개입에 의해 일시적으로 공황의 파국을 유예시켰으나 그것이 더 크고 파국적인 위기를 낳고 있다.
현재 위기가 전 세계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인 것은, 그리스는 물론이고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 전체와 영국, 미국, 일본, 한국 등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가 재정적자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현재 그리스가 유럽 연합 국가 내에서 눈총을 받고 있지만 소국인 그리스에 비해 세계에서 13번째, 유럽에서 5번째 경제규모인 스페인에서 재정위기가 폭발한다면 그 파급력은 훨씬 더 치명적이다. 스페인은 2008년 부동산 공황이 터졌고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도 07년 말 133억 유로에서 2011년 1월 1,015유로로 급증하였다. 이탈리아 역시 국가 부채가 유럽 평균 79.5%보다 높은 119.0%에 달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국가채무가 상호지불 연쇄로 물려 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재정적자가 심각한 포르투갈에 대해 스페인은 대외투자자금의 6.2%인 864억 달러가 물려 있어서 포르투갈의 위기는 스페인으로 전염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역시 280억 달러에 달하는 스페인 투자자금이 부실화되면 파산을 면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독일, 프랑스, 영국은 어떠한가? 영국에 비해 프랑스는 재정적자가 심각하지 않고 특히 독일은 재정 흑자국이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 영국은 스페인에 5,065억 달러, 이탈리아에 1조7,990억 달러나 투자하고 있다.(유럽 재정통계는 현대경제연구원 통권 443호, 2011. 4.29 자료 참고) 부르주아 언론에서 ‘금융적 전염병’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자본의 국제화, 독점의 세계화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막대한 구제금융을 통해서도 자본주의 위기가 해결되지 않고 더욱 심각한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과잉생산 공황은 국가 개입으로 인해 09년, 2010년 기간 내에 잠시 유예됐으나 국가 개입으로 인한 막대한 재정투자는 이제 와서 위기를 더 심화시키는 주범으로 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2차 양적완화(달러 추가 발행)에 이어 3차 양적완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 해 5월 EU(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1천5백8십억 달러(현재 환율로 17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구제금융 제공을 약속받고 이 중 절반 정도를 지급받았다. 그러나 이자 지불 기일이 다가옴에도 그리스 공황이 더욱 더 심각해지는 채무불이행 사태에 직면하자 또 다시 2차 구제금융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구제금융을 하자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이고 안하자니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위기가 연쇄적으로 자국을 위협하고 있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것이다. 국가에 의한 무차별적인 화폐발행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것이 물가인상, 실질임금 삭감, 연금삭감 등으로 나타나면서 노동자 인민의 삶을 더욱 더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둘째, 이러한 자본주의 위기는 또한 전 세계 독점자본의 경쟁을 격화시키면서 제국주의 국가의 군사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데 이러한 전쟁경제는 재정적자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미제국주의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략, 한반도에서의 위기격화, 유럽 제국주의에 의한 리비아 침공 등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셋째, 기생성의 증가다. 레닌은 제국주의론에서 독점자본주의 하에서는 이자를 먹고 살아가는 부패한 금리생활자 계급이 늘어난다고 했다. 중동은 물론이고 남유럽에서의 부채위기는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구(IMF) 등 제국주의 국가가 주도하는 금융 기구에 의해 전 세계가 약탈당하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노동자 인민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의 부르주아 국가들은 구제금융과 공동파산의 위협 앞에서 서로를 협박하고 있다. 부르주아 국제주의인 유럽통합이 유럽 전체의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찬사는 이제 온데 간데 없고 국가 간 불신과 대립이 극심해지고 있다. 전 세계 경제의 공황은 끝난 것이 아니라 그 깊이를 알지 못할 정도로 막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 역시 부동산 과잉에 직면해 있으며 화폐남발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서 공황이 언제 전면적으로 터질지는 아직 분명하게 알 수 없으나 이들 국가의 높은 성장에 의해서 전 세계 공황이 마지막 출구를 찾으려 했음을 봤을 때, 당장 이들 국가들의 성장속도가 감소되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심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맑스의 주장처럼, 자본주의 체제 공황의 근본적 원인은 과잉생산과 대중의 빈곤의 심화인데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본과 정권의 노동자 인민에 대한 공격은 대량실업,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임금삭감, 정리해고, 연금축소와 전반적인 복지공격 등으로 인해 수요를 위축시키면서 공황을 더 격렬하게 만들고 있다.
위기 전가와 격렬해지는 전 세계 노동자 인민의 투쟁
부르주아 국가들의 모순의 첨예화는 부르주아 국가 간 대립과 투쟁을 격화시킬 뿐만 아니라 자국의 노동자 인민에 대한 공세를 가중하고 있다. 구제금융을 받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구제금융 제공의 대가로 ‘도덕적 해이’ 운운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위해 노동자 인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로 인해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나라의 인민들이 혜택을 입는 것은 아니다. 구제금융 자체가 자국 인민들의 피와 땀의 결과물일 뿐만 아니라 채무연장이나 채무불이행 위험 등으로 구제금융 제공 국가들의 재정 역시 불완전해지면서 자국 인민들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이미 파산한 거대 금융자본과 독점자본을 살리기 위한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수백만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대다수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삭감과 복지삭감 조치를 자행했다. 이미 디트로이트, 밀워키, 플랜트 등 자동차 도시는 절반이 넘는 수십만 노동자들이 잘려나가면서 도시는 폐허로 변했다. 금융권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독점자본은 구제금융으로 인해 살아남아서 막대한 배당을 나눠가지고 있다. 오바마는 앞으로 12년 간 재정적자를 4조 달러나 줄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 말은 4조 달러에 해당되는 만큼의 노동자 임금, 복지, 연금을 줄이고 노동자를 잘라내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리스 사회당 파판트레우 총리 역시 지난 해 유럽연합과 국제금융기구(IMF) 등으로부터 1차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대대적인 노동자 인민들에 대한 공격을 한데 이어서 2차 구제금융을 앞두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하는 전 산업에 대한 대량 정리해고, 임금삭감, 연금 개악, 노동강도 강화, 노동의 유연화 등 총체적인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스 사회당 정부는 2차 구제금융의 대가로 앞으로 5년 동안 내핍생활을 감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부르주아 언론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리스 생산이 그 부채를 갚기에 충분하도록 되기 위해서는, 그리스 국민들은 30-40%의 생활수준의 후퇴를 견뎌야 한다.(머니 모닝, 왜 그리스 채무불이행은 리만 브라더스 붕괴 보다 더 심각할 수 있는가? 2011년 6월 1일)
스페인에서는 이미 20.7%로 최악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아일랜드는 14.7%, 포르투갈은 11.1%, 그리스는 14.1%의 실업률이 나타나고 있다. 자본주의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비공식 실업률은 이 보다 훨씬 더 높다. 문제는 이들 나라들에서 재정위기로 인해 구제금융을 제공받으면서 실업이 더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실업률은 공식적으로는 9%대이지만 실질 실업률은 15%대로 치솟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 인민들의 빈곤과 절망은 깊어지고 있다.
전 세계 공황은 전 세계 노동자 인민들을 투쟁으로 떨쳐 일어서게 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전 세계적인 정치적 격변을 낳고 있다. 이미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에서는 반독재 민주주의 투쟁이 전면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민주주의 투쟁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러한 투쟁의 이면에는 전 세계적 공황으로 인해 파괴되는 생존권 요구가 담겨져 있다. 1940년대 이후부터 노동운동의 불모지로 변한 미국에서도 위스콘신을 중심으로 재정적자를 빌미로 노동자를 공격하려는 주정부에 맞서 10만 이상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투쟁이 전개됐다. 유럽에서도 지난해부터 그리스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지에서 수백만 노동자들이 총파업으로 떨쳐 일어섰다. 스페인에서는 사회당 정부가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전 세계적 투쟁은 공황이 심화되면서 올해에도 끊이지 않고 전개되고 있다. 영국에서도 지난 3월에는 재정적자를 빌미로 긴축재정(노동자 인민에 대한 공격)을 실시하려는 정권에 맞서 25만이 총파업에 나섰다.
2차 구제금융을 앞두고 또 다시 노동자에게 재정적자 위기를 전가하려는 그리스에서는 지난 6월 15일 전국적인 총파업 투쟁이 터져 나왔다. 경찰은 무자비하게 최루탄과 곤봉을 휘두르며 진압에 나섰고 노동자들은 화염병과 돌을 던지면서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 투쟁으로 노동자 수십 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그리스 집권 사회당 파판트레우 총리는 국가파산이냐 내핍이냐 양자택일하라고 협박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인민들은 사회당 정부의 이러한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투쟁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이 투쟁의 중심에 그리스 공산당이 서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 공산당 산하 노동조직인 전노동자투쟁전선(PAME) 사무총장인 알레코스 아르바니티디스는 아테네 신태그마 광장 집회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우리는 노동자계급의 가족들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 빈곤으로부터 인민들을 구하기 위하여 투쟁하고 있다. 더 이상 위협과 속임수는 없다. 금권정치와 자본주의는 파산되어야 한다. … 우리는 어떠한 부채도 인정하지 않는다. 부채는 전적으로 불법이고 금권정치가 떠안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단 한 푼이라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금권정치가 지불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유럽연합으로부터 철수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우리는 독점자본의 약탈적 동맹을 벗어나야 한다. 인민은 유럽연합 내에서 어떠한 것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인민의 삶을 자신의 수중으로 접수하기 위한 인민을 위한 시대가 왔다. … 당신이 일터에서, 민주주의가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고, 어느 계급에게 봉사하는 민주주의인가를 동시에 요구하지 않는다면 특히 독점자본의 독재에 맞서 투쟁하지 않는다면, ‘나는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그리스 공산당, 인민의 파산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스에서는 구제금융을 받고 노예의 삶을 사느냐 독점자본주의 체제를 타도하느냐 양자택일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스만큼 급진적인 수준과 요구로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영국에서도 또 다시 재정적자를 빌미로 한 공기업 사유화, 공공부문 노동자 정리해고, 임금, 복지삭감에 맞서 6월 30일 75만 명을 주력으로 하는 공공부문 노동자 총파업이 예정되어 있다.
전 세계에서는 ‘불만의 여름’, ‘뜨거운 여름’이 펼쳐지고 있다.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되는 만큼 노동자 인민에 대한 공격이 가중되고 계급적대감과 격렬한 저항의 물결이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적 수준에서 정세가 고양되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는 아직 정세가 고양되지는 않고 있다. 대신에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개량주의 정당 간의 통합 문제가 중심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스페인에서의 노동자 인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바로 사회당 정부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을 봤을 때, 개량주의 정당의 근본적인 한계는 분명하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진보대통합 과정에서 독점자본의 정당인 국민참여당과의 통합논의까지 전개되고 있고, 최종적으로는 민주당과의 연립정권을 지향하는 반노동자적이고 배신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 공황의 심화로부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건설산업의 부도가 속출하고 있고,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는데 이어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는 검찰, 금융감독원 등 지배기구와 부르주아 정치권 전반이 연루되어 있다. 지배계급은 저축은행의 파산으로부터 자신들의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가난한 인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 공황은 노동자계급에 대한 초과착취와 수십조 원의 재정투자로 전면적 공황은 연기되고 있으나 이제 그것이 재정적자와 인민들의 빈곤에서 오는 부채문제를 불러오면서 더 심각한 양상으로 터져 나오려 하고 있다.
이미 쌍용자동차에 이어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서서 투쟁을 계속하고 있으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전북 버스 노동자들이 힘찬 투쟁을 전개한 바 있고, 이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인천에서는 전북버스 노동자 투쟁에 이어서 새로운 버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예정되어 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자본과 정권, 용역깡패에 맞서 야간노동 철폐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하고 있다. 자본과 정권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선도적인 야간노동 철폐투쟁이 가진 전국적인 파급력을 두려워하여 신속하게 공권력을 투입하고 용역깡패를 내세워 이 투쟁을 진압하려 하지만 투쟁의 불길은 오히려 더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에서는 타임오프 노동법 개악으로 인한 임금지급 금지와 자본의 현장활동 통제에 맞서 박종길 동지가 자결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비록 무쟁의로 임단협을 치르려는 현대차 이경훈집행부가 서둘러서 반동적인 합의를 했지만 박종길 열사의 자결은 타임오프와 곧이어 시행되는 복수노조 관련 노조법 개악 등으로 대공장에서도 노조파괴 공작과 현장탄압에 대한 분노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재정적자를 지방정부에 대한 예산삭감으로 메우자 지방정부는 그러지 않아도 저임금인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의 임금을 수십만 원씩 삭감하려는 기도를 자행하고 있다. 이러한 악랄한 임금삭감 기도에 맞서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전국적인 집회를 개최하고 강력한 파업투쟁을 예고하며 투쟁하고 있다.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의 대대적인 저항이 전개되자 정부는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재정적자를 빌미로 한 전체 노동자에 대한 정권의 공세는 더욱 노골화될 것이다. 건설 노동자들 역시 체불임금과 노조 탄압에 맞서 대규모 집회와 총파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청년실업과 빈곤, 과중한 등록금, 서울대 법인화에 맞서서 학생들도 떨쳐 일어서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노동3권 말살 정책을 악랄하게 자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전면적인 공기업 사유화, 임금삭감, 복지삭감 등의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역시 경제위기는 정치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이미 권력 내부의 알력과 다툼이 빈번해지고 임기가 후반부에 이르면서 부패와 사기, 권력 약화로 레임덕에 빠지고 있다. 한국에서 공황의 양상이 전면적으로 심화되면 이러한 경제위기는 정치적인 정세변화를 낳을 것이다. 노동자계급은 심화되는 전 세계 공황과 정치적 격변이라는 정세변화를 포착하여 담대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침체와 패배주의를 떨쳐버리고 이명박정권과 자본주의에 맞서는 강력한 투쟁을 펼쳐나가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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