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협
|
2013-02-28 23:57:21, 조회:3,442, 추천:282
|
![]() |
|
|
![]() |
나는 삼성의 ‘MJ사원’이었다
한용기/ 삼성화재 해고자
삼성의 무노조경영의 허상은 삼성 방계사(편집자 주: 범삼성가를 아우르는 말)인 신세계이마트의 노동자탄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신세계이마트는 노동조합이 건설되자 전수찬위원장과 김만중회계감사를 곧바로 해고하였다. 그리고 훨씬 이전부터 신세계이마트는 노동자들의 기본 권리인 노동조합 건설을 철저하게 막아 왔고, 노동자들을 등급을 나누어 관리하면서 사찰하였다는 유출 문건 내용을 보면 얼마나 노조탄압이 악랄하고 철저한지 알 수 있다. 또한 경쟁사들인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코스트코가 적이 아니고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이마트 내의 노동자들을 최대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마트 문건을 보면 범삼성가의 노조에 대한 생각이 어떠한지 잘 알 수 있다.
나도 삼성계열사인 삼성화재에 근무하면서 신세계이마트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던 전수찬위원장과 김만중회계감사가 당하였던 탄압을 그대로 받았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부서가 2009년 05월에 단행된 직군통합에서 배제되었고, 그러던 중 자회사로 아웃소싱 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서장과 본사 인사담당자에게 우리부서가 직군통합에 배제된 것에 항의하였으나 그뿐이었다. 오히려 회사로부터 MJ(문제)사원으로 찍히게 되었다. 2008년도에는 일을 혁신적으로 잘하고 회사의 이익을 내는데 큰 공을 세웠다고 2008년 ‘올해의 명인상’을 받기도 했지만 회사의 구조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하루아침에 MJ사원이 되어 버린 것이다. 노조가 없는 회사에서 사측의 구조조정을 군소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겪으면서 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 후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방문하여 삼성화재 노동조합 건설을 상담하게 되었다. 그런데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는 삼성화재에 이미 노동조합이 있다고 하였다. 일명 유령노조였던 것이다. 삼성화재에 다니는 5,500명의 임직원 누구도 삼성화재에 노동조합이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본사 핵심인력만이 노동조합의 존재를 알고 있다). 내용은 간단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삼성화재의 전신이었던 안국화재에서도 노동조합을 건설하려는 노동자들이 있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 1사 1노조의 법규를 교묘히 이용하여 유령노조를 만든 것이었다(얼마 전 트위터에서 알게 된 ‘트친’으로부터, 삼성생명에 다니면서 1987년도 삼성화재 전신 안국화재에서 노동조합이 건설되고 할 때 구사대로 동원이 되었다는 사람과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 건설을 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고 2010년 01월 01일부터 복수노조시대가 열리게 되어 있어서 그때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하고 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여야 정치권의 합의로 2010년 01월 01일 복수노조 시대는 1년 6개월 다시 유예가 되었고, 나는 복수노조 유예 다음날인 2일, 본사로 강제 발령이 났다. 본사에서 나는 철저한 ‘왕따’ 근무와 식사도 혼자서 해야 했고, 일도 주지 않았으며, 상사와 주변 동료들로부터 이유 없는 시비와 욕설을 들었다. 그에 대응하여 같이 언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면 오직 나에게만 상사, 동료 폭언으로 견책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그러던 중 2월경 민주노총 사무금융서비스노조에 개인으로 조합원 가입을 하였다.
회사는 이런 나를 해고시키기 위한 수순으로 상사, 동료에 대한 폭언으로 2차 징계를 하겠다고 징계위원회 참석을 요구하였다. “이제는 끝났구나!” 하는 생각에 그동안 삼성화재에서 행한 국가기관들(국과수, 검찰, 경찰, 도로교통공단)에 대한 로비의혹을 MBC '휴플러스'에 제보를 하게 되었다. 내가 근무하는 삼성화재 특수조사팀에서 불법적으로 국가기관을 로비한 내용과 실질적으로 내가 하였던 일을 문건으로 주고 취재에 응했다. 회사에는 사표를 쓰겠다고 이야기하고 “귀농을 하기 위해 고향을 내려갔다 오겠다” 는 사유로 장기휴가원을 내고 집에서 칩거하였다.
MBC '휴플러스'에서 삼성화재의 비리를 방송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회사는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집으로 보내 나를 감시하고 미행하였다. 또 회사에서 친분이 있던 지인인 고문을 동원하여 나를 만나게 하고는 회사 임원과 가까운 회사 동료를 동석시켜 술자리로 데려가서 술을 마시게 하였다. 이 자리에서 “회사의 잘못이 있었다. 아무 일 없이 회사 생활을 하게 해주겠다. 조만간 중국주재원으로 보내주겠다.”라는 말로 회유를 한 후, “방송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줄여서 내보내야 하고, 그 뒤에 이어지는 ‘줄기사’를 막아야 한다.”고 하면서 “그러려면 집에 있어서는 안 되고 임원인 자기와 외국이든 어디 먼 곳으로 가 있자.”고 하였다.
삼성화재 김유상 상무는 회사의 요구를 거부하는 나와 아내에게 자기는 “구조본 출신으로 어설픈 상무가 아니다. 내가 삼성에 있는 동안 책임져주겠다. 절대 회사에서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설득하였다. 그러나 아내는 계속 반대하였고, 나 역시 처음에는 회사의 요구에 반대를 하였으나 이미 집 앞에는 계속 회사 놈들이 지키고 있고, 차로 이동을 하여도 여러 대의 차량으로 미행을 하는 등 도저히 회사 놈들 손아귀는 벗어나기 힘들 것 같은 상황에서 회사 말을 들어보자고 내가 아내를 설득하였다. 이에 아내는 김유상 상무로부터, 일이 끝나도 절대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 경기도를 벗어나지 말고 7일 안에 집으로 돌려보내줄 것을 약속받고서야 회사의 제안을 수용하였다.
결국 나는 상무를 따라 가게 되었는데, 회사는 처음 이야기와는 다르게 약 3주 동안을 강화도, 석모도, 평창, 용평, 제주도 등으로 끌고 다녔다. MBC ‘휴플러스’ 방송이 회사가 원하는 대로 방영이 되고, 다른 언론사의 ‘줄기사’를 다 막은 후에 회사는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 중국주재원으로 보내어 주겠다.’고 했던 처음의 약속을 완전히 어기고, 2010년 5월에는 감급을, 6월의 중징계에 이어 부산으로 강제 발령을 내렸으며, 부산으로 내려가서는 철저한 관리와 감시, 악랄한 탄압을 받아야 했다. 이러다가 얼마가지 못해서 해고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2012년 초에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에게 연락을 하여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2012년 4월 22일, 삼성 무노조경영 유지를 위해 활동하는 삼성 지역대책위에서 근무하였던 삼성SDI 최주성 전 인사차장을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과 함께 부산에서 만나게 되었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삼성 무노조경영의 무서운 뒷모습을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삼성은 무노조경영 유지를 위해 판사, 검사, 경찰정보과, 국정원, 노동부, 지방자치단체, 언론사기자, 노동계인사 등 국가기관 전체를 돈과 술, 여자로 로비를 하여 삼성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건설을 원천봉쇄 하고 있었으며,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노동자가 있으면 MJ사원으로 분류하여 동향파악을 하면서 미행, 감시, 납치, 감금, 폭행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휴대폰 불법복제, 위치추적, 도감청도 자행하였으며, ‘주동자’, ‘핵심인물’은 결국 해고시키고, 구속시키는 등 말 그대로 조폭집단보다 더 불법적이고 악랄한 짓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주성 전 인사차장 본인이 삼성그룹의 지시를 받고 직접 이 일을 자행하였던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지금도 삼성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최주성 전 인사차장은 “로비를 하면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병이 들어 삼성을 그만두었다”며 “산재 처리를 해달라고 하였지만 삼성에서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순간 나는 이 사람도 삼성의 ‘피해자’라는 생각에 측은한 마음이 들어 나의 명함을 주고, 양심선언을 하여야 한다는 이야기와 언제든지 연락을 주고 자주 만나자고 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나의 명함이 삼성SDI 상무한테, 그리고 미래전략실로, 다시 삼성화재 부사장한테 전달되었고, 그룹에서 노조를 만들려고 하고, 그러면서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과 삼성 지대위 최주성 전 인사차장을 만났다고 하여 결국 나를 해고한 것이다.(최주성 전 인사차장은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과 나, 언론 등을 이용해 삼성과 협상하여 돈을 뜯어내려고 한 것을 추후 알게 되었다.)
최주성 전 인사차장한테 듣게 된 이야기들은 신세계이마트의 노동자 사찰 및 탄압, 국가기관 로비 등 유출 문건과 글자 토시 하나 틀리지 않는 똑같은 내용이었다. 이렇듯 범삼성가의 무노조경영은 온갖 불법을 동원하여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신세계이마트의 유출 문건을 언론을 통해 보면서 내가 삼성화재에서 당해왔던 일이 범삼성가 전체에서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는 노동자들에게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정말 치가 떨렸다.
2012년 06월 28일 해고가 된 후 지금까지 삼성본관, 삼성화재 본사, 삼성SDI울산공장, 부산 삼성화재 사옥 등에서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작년 12월 13일부터 올해 1월 4일까지 23일간 서초동 삼성본관에서 무노조경영 철폐와 반도체백혈병 등 삼성직업병피해노동자문제 산업재해 쟁취를 외치며 24시간 연속집회도 하였다.
물론 삼성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범삼성가들의 불법성과 부도덕성이 계속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고 있고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신세계이마트의 노동자 불법사찰, 삼성 이재용 아들의 '사회적 배려대상' 국제중 특혜입학, CJ의 약값 리베이트, 삼성화성반도체 불산유출, 삼성가 이맹희, 이건희의 상속재판, 삼성엑스파일사건으로 인한 노회찬 의원 의원직 상실 등 올해가 두 달도 채 가지 않았음에도 삼성가들의 썩은 내부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은 전혀 반성하지도 변하지도 않고 있다.
삼성의 무노조 아니 반노조경영은 삼성노동자들이 원해서 유지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금도 삼성계열사에서는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노조건설을 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삼성의 악랄한 노동자탄압과 핵심노동자 해고 등의 방법으로 이를 강제적으로 계속 막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아무리 지금은 추운겨울이라도 따뜻한 봄은 올 수 밖에 없다. 나는 삼성의 무노조경영은 반드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삼성의 심장부에 민주노조 깃발이 펄럭이는 날을 이 나라 국민들은 조만간 보게 될 것이다.<노/정/협>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