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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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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2 22:12:53, 조회:4,122, 추천: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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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대 청소노동자 투쟁이 남긴 과제
천연옥(민주노총 부산본부 비정규위원장)
2012년 11월 28일부터 2013년 1월 11일까지 해를 넘기며 45일간 진행된 전면파업, 그 중에서도 2012년 12월 10일부터 2013년 1월 11일까지 진행된 32일간의 본관로비점거농성. 대학청소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이 진행된 최근의 일련의 사례들 중에서 임단협을 체결하기위한 파업투쟁이 이렇게 길게 진행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많은 지역 언론과 중앙의 언론들이 동의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취재와 보도를 했지만 미조직비정규운동을 하는 활동가의 한사람으로 동의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 기회와 지면을 제공해주신 ‘노동자정치신문’에게 감사드린다.
동의대 청소노동자들의 조직화 과정은 민주노총 부산본부 비정규위원회 실천단의 대학청소노동자조직화활동의 성과이다. 실천단은 2011년 5월부터 미조직된 부산지역의 대학청소노동자 실태조사를 했고, 그중에서 4개 대학을 전략조직화 대학으로 선정하여 주1회 계속해서 현장을 방문하였다. 그 결과 2012년 6월 신라대에서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신라대현장위원회가 출범하였고, 2학기 개강 첫날인 9월 3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 8박9일 동안 신라대 총장실 앞 복도를 점거 농성한 결과 용역업체와 상당히 진전된 임단협을 체결하면서 파업투쟁은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이미 비공개로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었던 동의대 청소노동자들은 신라대 투쟁의 결과에 고무되어 노동조합 가입을 공개하고 업체에 교섭을 요청하였다.
신라대는 청소노동자 46명 가운데 노동조합에 38명이 가입되어 있었고, 용역업체도 한 개밖에 없었으나, 동의대는 3개의 용역업체에 28명, 27명, 12명으로 나뉘어서 고용되어 있었고 그 중의 한 업체의 16명의 노동자만이 노동조합에 비공개로 가입되어 있는 조건이어서 망설임과 두려움이 많았다. 신라대 투쟁의 영향이 없었다면 쉽게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다. 그러나 노조를 공개하면서 나머지 2개 업체 노동자들의 가입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전체 67명 가운데 45명이 노조에 가입하게 되었다. 결국 3개 업체는 노조와 공동교섭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 이후 노조는 11월 27일 파업권을 획득하게 되었다. 신라대는 부산지역일반노조 집행부의 계획 속에 전면파업이 진행되었지만, 동의대의 파업은 좀 다르다.
11월 27일 일반노조 집행부는 동의대학교 측과 가진 면담에서 용역업체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서 학교 측이 정리해줄 것을 요구했고, 학교 측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12월 5일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11월 27일 진행된 조합원총회에서는 12월 5일 학교 측의 답변을 기다리며 매일 1시간 정도 집회를 하면서 학교를 압박하자는 안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11월 28일 새벽부터 현장의 조합원들은 자발적으로 일손을 놓았다. 겨울방학이 다가오는데 12월 5일까지 기다리자니 미치겠다는 것이다. 현장의 조합원들이 일손을 놓고 집행부에게 연락을 했다. “우리는 일 못 하겠소! … ” 그리하여 동의대의 파업은 시작되었다.
12월 5일 학교 측은 지노위에서 정리된 것에서 한발자국도 진전된 것이 없는 안을 들고 나왔다. 12월 10일 본관로비를 점거하는 것으로 전술은 변경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32일간의 점거농성. 그러나 동의대는 아직도 임단협을 체결하지 못했다.
부산지역 대학청소노동자들의 현실과 동의대
<부산지역 주요 대학 청소노동자 실태비교표>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노조가입 유무에 따라 임금과 기타 근로조건에서 차이가 너무 심하다.
신라대는 노조가 없었을 때에도 주5일 근무와 1,003,000원(최저임금 +연월차수당)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신라대는 정년을 58세에서 65세로 연장한 것과 상여금과 2013년 임금에 차비와 식대, 물가인상률을 반영한다는 것이 투쟁의 성과이다.
노조가 없는 다른 대학의 경우 아무리 휴게시간이 길어도 17시에는 퇴근을 하고, 전체가 토요일에 출근해도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쉬는 것이 일반적인 것에 반해, 동의대는 토, 일, 공휴일에도 2교대로 출근했으며, 평일도 8시 출근에 17시 30분에 퇴근한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 또한 동의대는 학교 직원에 의한 관리감독으로 인하여 불법파견과 인권유린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용역업체는 학교 안에 사무실 하나 없고, 상주하는 관리자 한 명 두지 않고 가끔씩 왔다 갔다 하면서 모든 업무의 지시와 출퇴근 관리, 건물별 전보배치까지도 그동안 학교직원들이 해왔다. (이것은 명백한 불법파견으로 현재의 노동법 상으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과 마찬가지로 원청인 동의대학교가 정규직화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담당 관리직원(1명이 두세 개 건물을 관리한다)에 의한 성희롱, 개인적 심부름, 언어폭력, 친분여하에 따른 차별대우 등이 일상화 되어 있었다. 준 고령이라 하더라도 여성노동자들이 쉬는 공간에 남자 직원이 드러누워 있거나 손으로 몸을 만지고 말도 함부로 하고 여름에 등목을 요구하고 자신과 술자리를 같이한 사람에게만 쉽게 조퇴를 시켜준다든지 하는 일들도 있었다.
또한 청소 이외의 온갖 잡무들도 그동안 청소노동자들에게 시켰다. 일반적으로 다른 대학에서 조경이 담당해야 할 학교의 잔디밭, 꽃밭, 정원 등을 가꾸는 일을 그동안 청소노동자들에게 학교 직원들이 빵하고 우유하나 사 주면서 시켜왔다. 무거운 돌을 골라서 끙끙거리며 들고 날라도 남자 관리직원은 팔짱을 끼고 지시만 했다고 한다. 야구장 옆에 배추밭, 고추밭을 만들게 하고 그 고추밭에 고추가 열리면 자신의 부인을 불러서 따가게 하기도 하고, 자신이 키우는 개를 목욕시키고 훈련시키는 일까지 시킨 직원도 있었다고 한다. 노조가 결성되자 노조탈퇴를 종용하고 조합원들은 다 해고될 것이라고 협박한 사람들도 동의대에서는 용역업체가 아니라 학교의 직원들이었다.
동의대 청소노동자들은 파업투쟁 과정에서 학교 측의 직원에 의한 관리와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인권유린과 성희롱에 대해 문제제기했고, 국가인권위에도 구제신청을 했다. 학교는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국가인권위도 현재 조사 중이다. 그러나 일반노조는 불법파견에 대해 공세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투쟁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다.
관행화된 투쟁을 벗어나 싸우고자 한다!
동의대는 12월 21일부터 교섭국면이 열렸다. 그동안은 대학 측에서 총장이 중국에 출장을 가고 없음을 이유로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섭에서는 용역설계금액의 인상(1인당 138만에서 158만원으로 20만원 인상), 근로일수와 근무시간 조정, 청소 외 업무 금지, 학교 측의 관리자 문제 등은 빠르게 정리되었으나 파업기간중의 임금지급문제로 교섭은 난항에 빠졌다.
결국 해를 넘기고 1월 6일, 노조와 학교 측 모두 양보하여 파업기간 중 임금 일부 지급으로 타결의 실마리를 찾고 보니 이제는 용역업체가 다시 문제를 일으켰다. 단체협약 사항 중 유니온 샾과 징계위원회 노사동수를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매년 최저임금 인상시점이 1월인데 용역업체의 임금인상 시점이 3월이므로 지난 3년간의 1,2월 최저임금인상액을 요구했으나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3개의 용역업체는 2013년 2월 28일까지 계약기간만 채우고 동의대에서 철수하겠다며 노조와 합의를 거부했다. 노조는 학교 측에 2월말이 아니라 즉시 계약해지하고 새로운 업체를 선정 할 때까지 학교가 직접관리 하라는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노조가 파업을 풀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을 만들어준 확인서 한 장으로 대답했다.
1월 10일 동의대학교 사무처장 김민식이 싸인한 학교 측의 확인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동의대학교는 대학 내 청소용역업무 용역계약 시 원칙적으로 전체용역대금을 기준으로 계약하나 편의상 현재인원을 기준으로 산정하면 1인당 용역대금 158만원이 됨을 확인한다.(2013년 3월부터)
2. 동의대학교는 용역회사와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과의 임금 및 단체협약 타결 시 격려금으로 조합원 1인당 20만원을 용역회사에 지급하기로 한다.
3. 동의대학교는 용역회사와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과의 임금 및 단체협약 타결 시 2012년 11월(28일-30일)분과 2013년도 1월(1일-10일)분에 대하여 유급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용역회사에 2012년도 용역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함을 확인한다.
4. 동의대학교는 새로운 용역회사와 계약 시 현재 근무하는 청소용역 조합원이 우선채용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5. 본 확인서는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에 확인해준 내용임"
이 확인서 한 장으로 동의대는 45일간의 파업, 32일간의 점거농성을 풀었다. <민중의 소리> 등에 실린 기사를 보면 동의대 투쟁이 대단히 성과 있다는 듯이 보도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더 이상 파업과 점거농성을 진행하기 힘든 나이든 여성비정규노동자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직도 동의대는 단체협약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합의서에 도장을 찍지는 않았지만 현장은 주말근무를 없애고 8시에 출근해서 16시에 퇴근한다. 학교직원의 간섭과 통제도 없고 청소 외 업무도 하지 않는다. 12월 임금은 한 푼도 못 받았지만 조합원들은 그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지도 않는다.
45일간 ‘노동자의 학교’를 다녀온 조합원들의 의식은 많이 성장해 있다. 눈에 보이는 돈 몇 푼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파업기간 중에 개사곡을 두 개 만들었는데 그 가사를 잠시 소개하면 "다른 사람들이 우릴 무시해 한 참을 생각해 보았다가 우리는 노조 만들었다네. 무조건 단결했다네… 노조를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노조를 통해서 달라졌다네. 노동자로 태어났다네(무조건)", "멋쟁이 총장님은 으스대지만 청소부 아줌마는 억울하다네. 우리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네… 저 높은 총장님아 직접고용 실시해라 비정규직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고 싶네(님과 함께)" 이런 내용이다.
동의대 현장의 조합원들의 의식도 성장했고 45일간 부산지역의 여러 단위들의 연대도 정말 활발했다. 그러나 이제 10년을 경과하고 있는 대학 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이 관행화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철폐를 걸고 투쟁하지 않는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쟁취를 걸고 투쟁하지 않는다. 용역업체와 임단협 체결해서 약간의 임금인상과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면 처음 몇 년은 열심히 지역의 다른 사업장 투쟁에도 연대를 가고 민주노총의 집회에도 참석한다. 그러나 3,4년이 지나면 그냥 자판기노조, 해결사노조가 되어 버린다. 서울의 경우 집단교섭을 하기도 한다. 어떤 용역업체는 노조의 요구를 100% 수용하고 노무공급권까지도 노조에게 양보한다. 원청인 대학당국의 책임자들이 확인서를 써 주기도 한다. 연세대학교 총무부 처장, 고려대학교 총무처 차장, 동의대학교 사무처장이 확인서에 서명을 했다.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은 노동조합을 통해서 경제적인 권리를 향상시킴과 동시에 노동자계급의 의식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노동해방을 쟁취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7년을 투쟁했는데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를 찍었다고 한다. 결국 민주노총의 위기라고 이야기하는 모든 현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물론 현대차 비정규직의 경우처럼 목숨을 걸고 현재의 틀을 깨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전국의 지하철과 철도의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대학의 청소용역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서 교섭을 하고 투쟁을 하는 과정을 보면 그 투쟁이 아무리 치열하고 장기간에 걸친 것이라 해도 이런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만큼 하기도 정말 어렵다. 아직도 실천단이 전략대학으로 선정한 나머지 2개 대학은 다수의 노동자들이 노조가입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에서 장기적인 관점과 계획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직접고용 쟁취투쟁,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 노동해방을 위한 투쟁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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