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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0호(통합102호)] 정권교체와 자본주의 변혁 - 대공황기 시대정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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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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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30 20:59:24, 조회:3,167, 추천: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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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와 자본주의 변혁 - 어느 것이 시대정신이 되어야 하는가?
교체된 정권의 계급적 성격과 노동자계급 독자성
정권교체인가? 자본주의 변혁인가? 현 시기 정권교체 혹은 진보적 정권교체 요구가 자본주의 변혁을 앞당기게 할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계급의 독자성과 변혁성을 상실하게 하고 독점자본 특정 분파에 철저하게 포섭되도록 하는 요구인가? 2012년 대선정국은 노동자계급에게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이제 20여일 남은 시간이 지나면 한국 자본주의를 5년간 지배할 새로운 통치자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안철수가 후보 사퇴를 한 이후에 새로운 권력은 천지개벽할 이변이 없는 한 박근혜나 문재인 양자로 압축되고 있다.
이제 한국사회에서 현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고 박근혜로의 재집권을 반대하는 개인과 정치세력들은 하나가 되어 ‘정권교체’를 내세우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과거 대 미래의 대결’,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를 되살리면서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독재와 반독재 구도를 되살리려 하고 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은 대선 후보 공식 등록 전에 문재인 후보 지지를 하며 ‘진보적 정권교체’를 주장하며 사퇴했다. ‘노동기반대중정당’이라는 형식적 구호와 함께 ‘시민참여진보정당’, ‘현대적 생활정당’을 외치며 노골적으로 ‘국민정당’을 부르짖는 진보정의당이 민주통합당 속으로 흡수되지 않고 얼마나 독자적인 정당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역시 ‘진보적 정권교체’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자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선대위 김미희 대변인은 지난 11월 23일 “안철수 후보의 백의종군 살신성인의 자세에 대하여 경의를 표한다. 정권교체를 여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진보민주개혁세력의 단결을 통해 반드시 정권교체가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미 부르주아 정치, 독점자본주의 정치인이 된 안철수가 아무런 정치적 대가없이 “백의종군, 살신성인”했다는 표현의 문제는 일단 차치하자! 노동자의 변혁성과 독자성에 비해 완주하는 후보가 그 자체로 전략적 목표는 아니지만 안철수가 단일화를 포기하고 백의종군 살신성인을 했다고 찬사를 보낸다는 것은, 언제든지 ‘정권교체’라는 목표 하에 자신들의 독자적 요구를 내팽개치고 민주통합당한테 양보하겠다는 것 아닌가? 통합진보당이 최소한 반제자주를 내건 ‘진보정당’이라면 무조건적 후보 사퇴를 공공연히 내세울 것이 아니라, 국가보안법 철폐, 양심수 석방, 한미FTA, 미군철수, 한미일 제국주의 동맹,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 등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입장을 폭로, 타격하고 독자적 요구를 분명하게 내걸어야 할 것 아닌가?
이처럼 이번 대선에서는 정권교체가 ‘시대정신’이 되었다. ‘진보정당’이라고 자처하는 정치세력들은 여기에 ‘진보적’이라는 수사를 덧붙여 교체될 권력에 진보적 성격을 부여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그렇다면 정권교체가 됐든 진보적 정권교체가 됐든 전 세계 자본주의 공황으로 말미암아 그 반동성과 노동자 민중에 대한 적대성을 더 노골화하는 자본주의 권력과 근본적으로 다른 권력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인가? 이 교체된 권력이 노동자 민중의 착취와 억압, 빈곤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이제 정권교체, 진보적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개인과 정치세력에게 이렇게 물으려 한다. 과거 군사 파쇼 독재자의 딸로서 반동적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고 이명박의 직접적 승계권력이자 조중동 같은 우익 언론과 극우 세력의 지지지원을 받는 박근혜는 이명박 정권과 같이 반동적일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교체된 정권, 여기에 더해 정책연합이 됐든, 진보정당의 몇몇 인사가 참여해서 장관 자리 몇 개를 차지하는 부분적인 연립정권의 형태로 ‘진보적’ 정권교체가 됐다면 그 교체된 정권의 계급적 성격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삼성, 현대, SK 같은 한국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재벌에 종속되어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권이다. 이것이 바로 80년대 중반 이후에 과학적인 사상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을 당시 ‘운동’세력이라고 하면 누구나 인식하고 있었던 ‘국가독점자본주의’다.
독점자본이 지배하는 한국자본주의에서 권력의 면면, 권력자의 의지, 권력자의 정책과 이미지, 과거 경력에서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박근혜가 되든 문재인이 되든 독점자본의 정권이라는 점은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 지엽적 차이가 있다면 독점자본을 대변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정권교체에 ‘진보적’인 수사를 부친다고 해서 교체된 정권이 독점자본의 정권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 대선 정국은 한 때 ‘정치혁신’을 내걸고 바람을 일으켰던 안철수 후보마저 사퇴시킬 정도로 한국사회에서 독점자본 부르주아 양당체제가 얼마나 견고하고 굳건하게 유지 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박정희 정권은 반공주의 체제를 강화하여 노동자 민중에 대한 끔찍한 억압과 탄압을 자행했다.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저항하는 인사들을 납치, 살해하고 고문하는 악랄한 파쇼 통치 체제였다. 박정희 정권의 병영적 반공 통치로 말미암아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저항을 봉쇄하고 안정적으로 자본축적을 할 수 있었다. 박정희 정권이 이룩한 ‘산업화’와 발전은 바로 한국 자본주의 발전, 특히 그 시기에 대한 판단은 다르지만 한국 독점자본주의 형성과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1987년 정권교체와 김대중 김영삼 단일화 요구는 장기 군사파쇼통치에서 부르주아민주주의로 전진하는 부분적으로 진보적인 성격을 지녔다. 그러나 물론 그때에도 80년대 중반 이후로 꿈틀거렸던 전위적 성격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성과 위에서 형성된 노동자계급의 독자성이 중요했다. 설사 단일화로 군사독재가 아닌 자유주의 부르주아 권력으로 교체된다고 하더라도 그 권력에 환상을 가져서라기보다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하에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변혁역량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2012년 후보단일화와 정권교체는 노동자계급의 변혁적 정치의식과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가로막는 87년 이전으로의 퇴행이다. 자유주의 권력으로의 정권교체가 변혁의 토대를 마련하고 앞당기는 상황이 아니라 변혁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박정희 군사 파쇼의 딸인 박근혜로의 권력교체를 반대하는 것은 바로 독점자본주의 체제 위에 성립된 권력에 대한 반대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박근혜에 반대하면서 새로운 독점자본 권력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바로 독점자본주의 권력에 투항하는 것 아니겠는가?
노동자계급의 변혁적 사상이 이미 오래전에 무너져 내리면서 형식적으로 남아 있던 조직의 독자성마저도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민주노동당에 이어 통합진보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비판했던 것은 상층에서 패권적, 관료적인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특정 의회주의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배타적 지지가 무너지자 민주노총 내 노동조합 관료들은 거리낌 없이 대거 문재인이나 안철수 캠프로 넘어 갔다. 과거에도 개별적으로 부르주아 진영에 투항하는 세력들이 있었지만 민주노총 전 위원장으로부터 출발해서 지금은 조직적으로 ‘투항과 변절’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 투항과 변절 세력들은 이미 자본과 정권과의 관계에서 변혁성과 독자성을 상실한 관료주의 세력들이었다. 이들은 그 동안 노동조합 내에서 노사 협조주의와 조합주의의 온상이었다. 이것이 이번 대선을 전후로 해서 노동조합 간부, 활동가로서의 최소한의 독자성을 저버리는 ‘변절과 투항’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자유주의 야당과의 의회주의 야권연대, 서울시장 박원순과의 협조주의 정책연대, 과거 지배계급 출신이었던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정권교체, 혹은 ‘진보적 정권교체’가 마치 시대적 요구인 것으로 간주되면서 정책연합, 연립정권 시도 등 일련의 반노동계급적이고 친자본주의적 행보가 이들 배신과 야합을 정당화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의 전 세계적 위기상황과 지배계급 내부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 양당체제는 오히려 굳건해지는 상황에서 이념적, 사상적으로 과학성과 변혁성을 굳건히 하지 못하는 ‘운동진영’ 내부, 특히 진보정당 진영이 더욱 더 요동을 치면서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에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불러 일으켰던 기회주의 출세분자들은 탈당하여 진보정의당을 창당하여 문재인 진영과 정책연대를 빌미로 연합하려 하고 있고 또 일부는 각각 문재인, 안철수 캠프로 개별적으로 숨어들었다가 총선 비리 문제가 드러나면서 구속되기도 했다. 총선 직전 진보신당과 사회당은 하나로 통합되었지만 총선 결과가 나쁘자 다시 극심한 내부 분열에 빠져들었다. 이어서 진보신당 지도부가 ‘변혁모임’ 김소연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구 사회당 계열은 김순자 후보를 무소속으로 내세워 대선에 임하고 있다. 진보신당의 분열은 의회주의 내부의 분열에 불과하다. 대선 이후에 진보신당은 독자적 생존 자체를 기약하기 어렵게 되었다.
‘재벌 자산 몰수와 사회화’
소부르주아적이거나 반동적 성격
‘변혁모임’이 주도하여 만들어진 김소연 노동자대통령 선거투쟁본부는 대선 후보전술을 의회주의가 아니라 투쟁전술임을 분명히 하면서 대선을 치르고 있다. 대선에서 진보정의당 심상정이 문재인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사퇴하고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진보적 정권교체’를 외치면서 중간 사퇴를 공공연하게 외치는 상황에서 재정적, 조직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투쟁하는 노동자 후보임을 분명하게 내세우면서 선거투쟁을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다. 노동자들이 다시 ‘정권교체’를 빌미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사퇴하지 않는 투쟁하는 노동자 후보 전술은 노동자계급의 변혁성과 독자성을 다시금 세우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소연 선투본은 과연 자본주의를 철폐한다는 그 자신이 내세운 변혁성과 과학적 사상에 입각해서 선거투쟁을 하고 있는가?
김소연 노동자대통령 선투본은 이번 대선에서 ‘선거강령’을 내걸고 있는데 ‘변혁정치’를 말하는 정치세력은 별도의 선거 강령을 가지지 않는다. 원래 근본목표와 당면 요구로 구성되어 있는 강령이 있을 뿐이고 선거에 참여해서는 주로 노동자 민중의 사활이 걸린 당면 요구들을 중심으로 후보전술을 구사한다. 그러나 당면 요구를 중심으로 해서 선거전술을 구사한다고 해서 자본주의 철폐에 대한 선전선동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당면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자본주의를 적극적으로 폭로하고 철폐하는 선전선동을 적극적으로 구사한다.
김소연 선투본은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라는 요구를 적극 부각시키고 있지만 이 요구가 자본주의 철폐라는 목표와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투기와 경쟁과 삶의 불안이 없는 세상!’에서는 세제 개편, 투기자본의 불로소득 몰수와 불로소득 중과세처럼 자본의 투기성에 대한 규제만 있지 이러한 자본의 기생성이 바로 자본주의 생산관계 자체 내에서 발생하는 착취체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명확하게 부각되지 못하고 분리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자본주의 생산관계 자체의 변혁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기형성, 투기성, 기생성의 해결이라는 개량주의로 나타날 수 있다.
김소연 후보가 투쟁하는 노동자 출신이고 사퇴하지 않을 후보라는 변별력을 가지고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와의 차이는 부각시킬 수 있지만 이점만 가지고는 청소 노동자 출신 김순자 후보와 선명한 차이가 부각되지 않는다. 김순자 선대본이 내거는 ‘기본소득제’의 개량주의 공상성과 반동성을 폭로할 때 그 차이를 부각할 수 있다.
김소연 선투본에서는 재벌개혁과 재벌해체가 아닌 “재벌 자산 몰수와 사회화하여 노동자 민중이 통제”하는 것을 다른 선대본과 선명하게 차별이 있는 급진적 요구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요구는 그다지 급진적이지 못한 요구일뿐더러 과학적이지 못하고 때로는 반동적인 요구로 전락할 수 있다.
김소연 선투본의 ‘선거강령’ 작성은 사노위가 주도했는데 사노위 강령이 김소연 선투본의 ‘선거강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사노위 강령작성을 주도했던 남구현은 김소연 선투본의 선거 요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재벌의 자산 몰수’주장은 재벌들의 행태가 범죄적이며, 이제까지의 대처 방식으로는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데 근거하고 있다. … 어디 삼성뿐인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지 않고 있는 현대, 회계 조작, 기획 부도로 헐값 매각을 하고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내몬 쌍용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재벌들의 각종 불법, 탈법 행위는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비호를 받으며 초과 이윤을 사취해 축재를 해왔다. 이들의 지속적인 범죄에 대해 죄를 묻고, 일단 불법, 탈법으로 축재한 자산을 몰수해야 한다는 것이다.”(남구현(한신대),삼성과 재벌몰수, 김소연과 사회화 [칼럼]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해는 사회화하는 재벌, 참세상, 2012.11.28)
남구현은 여기서 재벌들의 불법, 탈법적 범죄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으면서 “불법, 탈법으로 축재한 자산을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이 주장은 그다지 급진적인 요구가 아니라 투기자본 근절, 불법적 정경유착 근절, 회계 조작 책임자 처벌처럼 ‘투명한 자본주의', '착한 자본주의’ 같은 독점자본 합리화 관점에서 소부르주아 진영에서도 늘상 해 왔던 주장에 불과하다. 몰수라는 말이 과격하게 들려서 그렇지 사실 재벌해체를 주장하는 ‘진보정당’에서도 해 왔던 주장과 근본적 차이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몰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재벌이 소유한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소유권을 몰수하고 생산을 사회화하는 요구가 아니다. 재벌의 자산몰수는 부도덕하고 불법적으로 이뤄진 재벌의 부동산, 금융자산에 대한 몰수 요구다. 그런데 사실 이 법적근거는 모호하다. 재벌의 부동산, 금융자산은 사적소유권을 바탕으로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의 경우도 투기라고 하여 불법성, 부도덕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재벌들의 경우에는 특히 업무용 부동산이라고 하여 생산적인 목적으로 부동산을 합법적으로 소유하여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 불법성, 투기성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자본의 투기적 현상도 자본주의 신용제도에서 비롯된 것이고 주가 시세차익, 불법탈법 경영세습도 사적소유권과 주식회사 제도를 통해서 벌어지는 문제다. 이러한 사적소유권과 자본주의 신용제도를 건드리지 않고 다만 그 불법성, 일탈성만을 문제 삼고 있을 뿐이다.
착취는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 생산관계 내에서의 이윤추구의 경제법칙에 의해 ‘합법적’으로 이뤄진다. 재벌이 생산을 장악하고 더 나아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자본주의 생산관계 내에서 노동자를 착취하는 이윤체제 자체에서 비롯된다. 결국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변혁을 할 수가 없다. 맑스주의의 핵심사상이 ‘사적소유 철폐’인 것은 개인 소유 일반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내에서 생산수단을 배타적으로 장악하고 노동자 착취를 통해 이윤을 불리는 자본주의적 사적소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점에서 남구현이 말하는 ‘자산몰수’라고 하는 것은 자본주의 생산관계 변혁을 위한 요구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이 요구는 소부르주아 개량주의 요구나 심지어 반동적 요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전 사회적 관계 속에서 축적된 부를 가족/혈연 관계를 매개로 사유화한 것, 끝없이 이윤을 사유화하고 손해를 사회화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커온 것이 재벌이라면 이제 그 해법도 그 결과물을 ‘사회화’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사회화의 형태는 다양할 수 있다. 최근에도 미국에서 부도가 난 금융/투자사들을 공적 자금을 투하한 뒤 사실상 국유화한 경우가 있다. 국가가 나서지 않는다면, 노동자 소유 등 사회적 소유의 형태도 가능할 것이다.(같은기사, 참세상)
이미 본 것처럼, 여기서 말하는 ‘재벌자산 몰수’는 독점자본의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에 대한 몰수와 사회화가 아니다. 남구현은 사회화한 근거로 미국의 사례를 들고 있다. 미국에서 공황이 닥치고 독점자본이 파산하자 미국 오바마 자본가 정부는 공적자금으로 파산한 은행과 자본을 살렸다. 이 공적자금 자체가 노동자 민중의 피와 땀으로 거둬들인 세금이다. 아니면 화폐를 추가로 찍어낸 것인데 이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해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고 연금소득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미국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파산한 자본을 살리면서도 노동자 정리해고 임금삭감, 단협과 복지 후퇴를 강요했다. 미국 사례가 아니더라도 자본주의 국가는 공황 시에 파산한 공적자금 투하로 파산한 독점자본을 살리고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이 회생하면 다시 사유화 하는 만행을 저질러 왔다. 이것이 공황 시의 공적자금 투하와 자본주의 국유화의 본질이다. 반동적 요구를 마치 급진적인 요구인 듯 포장하는 것은 과학성의 부족일뿐더러 ‘변혁운동’에 대한 모독이다.
남구현은 “국가가 나서지 않는다면, 노동자 소유 등 사회적 소유의 형태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국가가 나서지 않으면”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독점자본의 국가이기 때문에 파산한 독점자본을 살리기 위해 국가는 국유화에 나서는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를 중립적 기구로 보는가?
자본주의에서 사회화의 한 형태로 제기하는 노동자 소유는 무엇인가? 자본주의에서 노동자소유 기업은 노동자 또는 노조가 우리사주 등으로 기업지분을 장악해서 기업 지배권을 차지하는 경우와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 소유도 있다. 이 요구는 여기서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소부르주아적 요구에 불과하다. 재벌 자산 몰수와 사회화 요구는 자본주의 국가권력을 문제를 전면적으로 부각시키지 못하고 은폐한다. 사민주의 정권도 국유화 조치를 했던 적이 있다.
삼성 앞에서 김소연 후보는 “재벌의 자산 몰수”, “사회화”를 외쳤다. 다분히 무모하고, 현실성 없는 구호로 들릴 수 있으나, 지금까지의 개혁 조치에도 불구하고 재벌의 문제가 점점 커져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볼 수 있다.(같은 기사, 참세상)
재벌 자산 몰수와 사회화 요구는 “무모하고, 현실성 없는 구호”가 아니라 자본주의 내에서의 요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재벌의 생산수단 몰수와 국유화는 자본주의에서 실현 가능한 요구인가? 자본주의체제에서는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근본적 변혁 요구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확대 같은 재벌의 노동자 착취와 탄압, 불법성, 투기성, 기생성, 범죄적 사기와 비리, 소자본의 몰락 등으로 인해 노동자뿐만 아니라 영세상인, 소자본가들도 재벌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있다. 현재 경제민주화 요구가 대선에서 유행하면서 재벌개혁이나 재벌해체 요구가 유행처럼 일어나고 있는데 그것은 재벌에 대한 전 사회적 분노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요구는 재벌체제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재벌을 합리적으로 재편하여 재벌에 대한 전 사회적 분노를 가라앉히고 재벌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자본주의에 포섭되는 요구와 달리 재벌 몰수와 국유화(국가가 사멸하는 높은 수준의 공산주의 이전 사회에서 국유화는 사회화된 기업의 가장 보편적 형태이다.)는 자본주의에서는 전혀 실현될 수 없는 요구이다. 재벌의 탐욕과 착취, 비리와 사기에 분노한다면 변혁을 해서 몰수하고 국유화해야 한다고 선전해야 한다. 독점자본주의 체제와 독점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 국가권력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폭로해야 한다.
취약한 조직력을 가지고 어렵게 수억씩이나 들여 부르주아 선거 공간에서 변혁을 선전하고 조직하기 위한 목표로 뛰어들었으면 그 귀중한 공간에서 변혁사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선전하고 조직해야 한다. 투쟁하는 후보와 선투본의 구속결의는 상징적인 투쟁 한번만으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부르주아 선거법과 선관위가 촘촘하게 만들어 놓은 각종 법적 제한과 제약을 과감하게 무시하고, 자본주의를 철폐하는 선전 선동 조직화를 할 때 진짜로 의미가 있는 것이 된다.
세계 대공황기 시대정신
전 세계 대공황을 벗어나기 위해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국 노동자 민중들에게는 긴축정책이라고 하여 자신들의 위기를 전가하고 리비아, 시리아, 이란, 팔레스타인에 이르기까지 제국주의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전 세계 노동자 민중들은 자본주의에 맞서 계급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공황이 가장 극심하게 파급력을 미치는 유럽 특히 남유럽에서는 수백만 노동자들이 여전히 총파업에 나서고 격렬하게 투쟁에 나서고 있다.
쏘련 붕괴 20년이 지나면서 영구번영과 승리를 외치던 자본주의는 두 차례의 공황을 맞았다. 1997년 촉발된 공황은 아시아와 러시아를 강타했다. 2007년 말 2008년 초에 격발한 세계 대공황은 전 세계를 초토화 시키고 있다. 자본가들은 이제 스스로 자본주의의 위기,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외치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과 비슷한 시기에 주택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과잉생산 공황이 발발하고 5년차에 접어든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 국가의 전면적 개입으로 공황의 폭발성이 누그러뜨려지고 지연되어 왔다. 이 말은 한국이 공황이 덜 심각하다는 것이 아니라 과잉생산 공황이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라 국가개입으로 공황의 폭발이 인위적으로 지연되고 억눌려져 온 만큼, 더 전면적으로 강도 높게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줄 따름이다.
남유럽처럼 한국 공황이 보다 전면적으로 폭발한다면 ‘진보적’으로 교체된 정권이라 할지라도 반노동자적이고 반민중적 공세를 더욱 노골적으로 자행할 수밖에 없다. 사회당, 사회민주당, 노동당 같이 노조의 직접적인 기반을 가진 개량주의 정당마저도 그리스, 스페인처럼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출하기 위해 노동자 민중에 대한 반동적 공세에 앞장섰다. 그런데 독점자본주의 정당인 한국의 민주통합당이 이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그건 독점자본의 나팔수들인 부르주아 언론이 떠들어대는 대로 정권교체로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이미지 정치를 하는 부르주아 정치에 또 다시 속는 것이고 저들이 내건 공약놀음에 다시 놀아나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유럽 노동자계급처럼 수백만이 참여하는 위력적인 총파업과 격렬한 가두시위를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의 정리해고 공세와 비정규직 탄압, 복수노조를 빌미로 한 현장탄압에 더해서 용역깡패가 현장을 유린하고 있다. 쌍용차 정리해고, 현대차 비정규직 철폐, 유성 야간노동 철폐와 민주노조 사수를 내걸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한국 자본주의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 추위에 목숨을 걸고 아슬아슬하게 철탑고공농성과 굴다리 농성을 전개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상황은 붕괴된 현장과 고립된 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열, 전국적 투쟁전선의 파괴 같은 노동운동의 적나라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권력에 의해 타살을 당하고 투쟁에 나섰던 용산철거민들은 아직도 투옥되어 있다. 자본주의와의 투쟁에 앞장서고 전선의 중심에 서야할 노동자 투쟁이 약화되다 보니 농민 투쟁을 비롯한 민중 전체의 투쟁전선이 약화되어 있는 것이다.
변혁적 전망과 투쟁 기풍을 강화하여 노동자들을 배신하고 권력에 투항하는 출세분자, 타락분자들을 엄중하게 단죄해야 한다. 과학적, 변혁적 사상으로 무장하여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지 말고 사상적 기풍을 쇄신해야 한다.
전 세계 대공황으로 인해 자본주의는 막다른 길에 내몰려 있다. 자본주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자본과 권력은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박근혜가 됐든 문재인이 됐든 누가 권력을 잡든 더욱 더 가혹해질 것이 분명한 노동자 민중에 대한 거대한 반동적 공세에 대비해 투쟁진지를 강력하게 복원, 구축하여 죽음의 행렬을 끝장내는 것이다. 자본주의 대붕괴의 시대에 ‘시대정신’은 정권 교체 따위가 아니라 자본주의 변혁이 되어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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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르주아사회주의 |
2012-12-02 |
11: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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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점에서 남구현이 말하는 ‘자산몰수’라고 하는 것은 자본주의 생산관계 변혁을 위한 요구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이 요구는 소부르주아 개량주의 요구나 심지어 반동적 요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전 사회적 관계 속에서 축적된 부를 가족/혈연 관계를 매개로 사유화한 것, 끝없이 이윤을 사유화하고 손해를 사회화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커온 것이 재벌이라면 이제 그 해법도 그 결과물을 ‘사회화’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사회화의 형태는 다양할 수 있다. 최근에도 미국에서 부도가 난 금융/투자사들을 공적 자금을 투하한 뒤 사실상 국유화한 경우가 있다. 국가가 나서지 않는다면, 노동자 소유 등 사회적 소유의 형태도 가능할 것이다.(같은 기사, 참세상)'
이미 본 것처럼, 여기서 말하는 ‘재벌자산 몰수’는 독점자본의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에 대한 몰수와 사회화가 아니다. 남구현은 사회화한 근거로 미국의 사례를 들고 있다. 미국에서 공황이 닥치고 독점자본이 파산하자 미국 오바마 자본가 정부는 공적자금으로 파산한 은행과 자본을 살렸다. 이 공적자금 자체가 노동자 민중의 피와 땀으로 거둬들인 세금이다. 아니면 화폐를 추가로 찍어낸 것인데 이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해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고 연금소득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미국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파산한 자본을 살리면서도 노동자 정리해고 임금삭감, 단협과 복지 후퇴를 강요했다. 미국 사례가 아니더라도 자본주의 국가는 공황 시에 파산한 공적자금 투하로 파산한 독점자본을 살리고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이 회생하면 다시 사유화 하는 만행을 저질러 왔다. 이것이 공황 시의 공적자금 투하와 자본주의 국유화의 본질이다. 반동적 요구를 마치 급진적인 요구인 듯 포장하는 것은 과학성의 부족일뿐더러 ‘변혁운동’에 대한 모독이다."
여기서 더 언급하지 않았지만, 남구현의 말대로 재벌이 이윤을 사유화하고 손해를 사회화 즉 사회로 전가하는 것이 바로 미국 등 독점자본주의 국가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하해서 국유화해서 파산한 독점자본을 살리는 방식이었다. 사노위와 남구현의 소부르주아 사회주의 사상과 더불어 트로츠키주의자들이 당면 이행요구로 주장하는, 국가권력의 문제를 회피하는 '재벌몰수와 국유화', 또는 '노동자통제'가 합쳐쳐서 이러한 반노동자적 요구가 '변혁'을 말하는 선투본의 주요 '선거강령'이 되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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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움 |
2012-12-04 |
17: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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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순자 후보 정책에 대한 언급은 없네요~. 기본소득 비판으로 대체하시는 건가...30 몇 만원이던가 기본소득하고 최저임금 1만원 주장하던데...
2. 뜬금없지만, 노정협의 이번 대선 방침은, 뭔가요? 김소연 선본 비판 말고...투표는 그럼 어케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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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프스키 |
2012-12-14 |
17: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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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현 교수 자신은 유명한 경력도 있죠...^^ 아마 지난 2002년 대선에선 분명 권영길 후보를 보고 너무 오른쪽이라 지지를 못하겠다고 하다가 2004년 탄핵기엔 노무현 정권의 구출을 지지한 바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당 건설/결당에 참가하고 (선거) 강령을 작성하고 참 요G경입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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