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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86호] 인도의 아이럼 샤밀라, 그녀는 왜 12년 동안 단식투쟁을 할까? - 이병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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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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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9 11:11:02, 조회:24,864, 추천: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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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아이럼 샤밀라, 그녀는 왜 12년 동안 단식투쟁을 할까?
이병진
2007년에 5.18 기념 재단에서 광주인권상을 받은 아이럼 샤밀라(Irom Sharmila)는 끝내 광주에 오지 못했다. 12년 동안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그녀는 병원에 감금되어 있다.
그녀는 1958년부터 지금까지 마니뿌르(Manipur)주(state)에서 인민들의 인권과 생존을 짓밟는 무장군대 특별법(Armed Forces Special Power Act; AFSPA)을 폐지하라며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그녀는 굳은 신념을 갖고 이렇게 말한다.
“지금 마니뿌르는 세상천지가 온갖 문제들로 가득합니다. 정치인들은 폭력에만 의존합니다. 그들은 권력에 굶주려 있습니다. 나의 투쟁은 정의, 평화 그리고 사랑입니다. 나는 그런 것들의 단순한 상징이에요. 나의 투쟁은 순박합니다.”1)
그녀는 왜?
2000년 11월 2일, 마니뿌르의 주도 임펄(Imphal)에서 몇 킬로 떨어진 마롬(Malom)마을의 버스 정류장에서 10명의 주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18세(S. Prakash Singh), 19세(T. Shantikumar Sing), 23세(Inaocha Singh), 25세(G. Bapu Sharma), 27세(S. Robinson Singh)의 젊은 청년들과 마을 주민들이다. 바로 그때, 아쌈부대(Assam Rifles)가 갑자기 나타나서 그 10명의 주민들을 사살하였다. 인도의 정규부대가 무고한 양반을 죽인 끔찍한 사건이다. 그 날 오전에 아쌈부대에 폭탄이 터지자 이와 같이 무고한 마을 주민들을 사살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아이럼 샤밀라는 다음날 마롬 마을로 가 무장군대특별법(AFSPA) 철폐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시작한다. 그녀는 28살에 불과한 꽃처럼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녀의 용기에 많은 시민들과 시민운동가들이 동참하면서 무장군대특별법(AFSPA) 폐지 목소리가 커졌다.
인도 중앙 정부는 무장군대 특별법(AFSPA)을 1958년 만들어 인도 동북지역의 소수민족독립운동을 탄압하였다.
1960년대 까지만 하여도 마니뿌르 주의 일부 지역에 이 법이 적용되었는데 1980년대에 전 지역으로 확대되어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은 영국 제국주의자들이 인도를 식민지배하기 위한 것에서 유래된 법으로, 인도군 무장병력이 시민들을 마구 살해하고 부녀자들을 성폭행하는데도 인도정부는 어떠한 처벌이나 지휘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래서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많은 피해자가 있는데도 인도 정부는 공식적인 조사와 단 하나의 보고서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다. 오직 진실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하다.
아시아 인권위원회(Asia Human Rights Commission)와 인권위원회(Committee on Human Rights)에서 확인한 것만도 14 곳에서 양민들이 100명이나 학살되었고(1980~2000년), 75명이 재판 없이 바로 총살 당했으며(1980~2005년), 83명이 가혹한 고문을 당했고(1994~2004년), 10건의 성폭행 사건과(1974~2004년) 18명이 강제로 납치되어 실종되었다(1980~2000년). 2)
이와 같이 점령군처럼 행동하던 인도군대의 폭력에 짓밟혀 지내던 마니뿌르 인민들이 아이럼 샤밀라의 용기있는 단식투쟁에 침묵을 깨고 단결하여 일어난 것이다.
아이럼 샤밀라의 단식투쟁에 마니뿌르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큰 ‘메이라 파이비스(Meira Paibis; 노예들의 횃불이라는 뜻)’라는 여성조직이 결합되면서 광범위한 시민대중운동으로 발전하였다.3)
마니뿌르에서 인도군대의 만행에 분노한 여성들의 단식투쟁에 마니뿌르 민심이 동요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란 인도 정부는 2000년 12월 그녀를 자살기도 혐의로 체포하여 감옥에 가두어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였다. 그러나 무장군대특별법(AFSPA)이 폐지될 때까지 단식투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결심은 단호하다. 인도정부는 그녀가 죽으면 더 큰 국내와 국제적 비난을 받을까봐, 코 속에 고무관을 넣어 강제로 영양제를 맞히고 있다. 이렇게 그녀는 12년 동안 감금되었는데도 굴복하지 않고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4)
마니뿌르의 독립, 다시 인도에 재합병
평화롭고 풍족하게 살던 마니뿌르의 비극은 영국제국주의의 침략에서 시작된다.
히말라야 산맥의 동쪽 끝인 마니뿌르 지역은 고산지역의 울창한 숲지대로 자연자원이 풍부하다. 또한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국 본토를 연결하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마니뿌르는 독립된 작은 왕국이었는데 1891년 영국제국주의자들이 침략해와 영국령 인도에 편입되었다.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 버마까지 진출한 일본군과 영국군의 전투가 치열했던 버마-인도 전쟁 때에 마니뿌르의 임펄은 영국군의 주요 거점 지역일 만큼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었다. 영국 제국주의자들의 지배에 마니뿌르 인민들은 무장독립운동을 벌였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1945년 영국제국주의자들이 인도에서 떠나자 마니뿌르는 독립적인 입헌군주국가가 되었다. 마니뿌르는 1947년 입헌군주국 헌법을 만들고 1948년 제헌의회 선거도 하였다. 그런데 1949년 8월 15일 마니뿌르의 국왕(Maharaja)은 인민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독단적으로 주권을 인도에 넘겼다.
국왕의 배신에 인민들은 항의했고 독립을 요구하는 인민들의 저항이 일어났다. 인도 중앙정부는 채찍과 당근 전략으로 마니뿌르에게 자치권을 인정하면서도 ‘혼란지역(Disturbed Area)'으로 지정하여 1958년부터 현재까지 폭력적으로 인민들을 지배하고 있다. 몇 십 년 동안 이런 상태가 지속되다보니 마니뿌르의 사회, 경제적 발전은 인도의 다른 지역보다 낙후되었고 열악하다. 이런 사회적 모순들이 심해지면서 무장 독립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5)
끊이지 않은 인도군의 성폭행 그리고 인민들의 저항
2004년 7월 11일 늦은 밤, 아쌈 제17연대 병사들이 댄그잠 마노라마(Thangjam Manorama)의 집에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그들은 잠자던 그녀를 베란다고 끌고 가 성폭행하였다. 그들을 말리던 어머니와 남동생들은 폭행을 당했다. 1시간 가량 동물처럼 성폭행을 한 인도 병사들은 집을 뒤져 5천루피와 귀중품을 빼앗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서류에 서명을 강요하였다. 그리고는 그녀가 인민해방군과 관계가 있다며 데려가 조사하겠다고 강제로 끌고 갔다. 그녀는 가지 않겠다고 저항했는데도 인도병사들은 그녀를 질질 끌고 갔다. 다음날 그녀의 옷은 찢겨져 있었고 생식기 주변과 온 몸이 상처 투성이였다. 경찰은 그녀의 시신을 가져가 부검을 했는데도 여태껏 공식적인 발표를 안 하고 있다. 마니뿌르 인민들은 격분했다. 특히 여성단체들은 아쌈부대 앞에서 대규모 나체시위를 벌이며 항의했다. 여성들의 나체 시위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자 인도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당시 인도 내무부 장관이었던 자이스와(Sriprakash Jaiswal)는 강그라 성(Kangra Fort)에 주둔하던 아쌈부대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여성군대를 파견하며 무장특별법(AFSPA)도 검토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마니뿌르에서 무장특별법을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은 전혀 없다. 마니뿌르 인민들은 인도정부의 거짓말을 분명히 깨닫고 있다. 아이럼 샤밀라의 12년 동안의 단식 투쟁은 그런 인도 독점지배계급의 더러운 거짓말을 폭로하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아이럼 샤밀라가 단식투쟁을 해야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20년이 걸릴지 30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르는 이 외로운 투쟁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의 맑고 순결한 영혼과 정의로움은 어둠의 세계에 빛이 될 것이다. 평화를 위한 그녀의 투쟁에 경의를…….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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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Andrew Buncombe, "A decade of starvation for Irom Sharmila; Woman on World's longest hunger strike vows to 'continue fasting' over human rights abuses in Manipur", , Thursday 04 November. 2010.
2) O. Kulabidhu Singh, 「Sharmila: A Mission of Peace」
Imphal: Oinam Ongbi Gulabmachu Devi, 2006 P.46-66, citing Ranjit Singh, "Unrest in Manipur, L. Ibomcha, Manipur under AFSPA; Committee on Human Rights and Human Rights Alert. Deepti Priya Mehrotra, 「Burning Bright : Irom Sharmila and The Struggle for peace in Manipur」 Penguin Books, 2009, 71쪽에서 재인용.
3)Meira Paibis는 역사가 깊은 여성 운동 조직이다. 마니뿌르는 여성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큰 모계 중심의 부족사회였다. 이런 전통 때문에 여성들의 사회참여 의식이 높다. 1970년대 정부가 자유롭게 주류판매를 허용했는데 술 취한 남편들에 의한 가정폭력이 일어나자 여성들이 술 추방 운동을 하였다. 그 때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조직이 니사번드(Nisha Bundh; anti-alcoholism)이다. 이 여성조직이 점점 발전하여 강력한 여성들의 정치 조직체인 Meira Paibis 로 발전했다. 이 여성조직체의 유명한 지도자 Meira Paibi와 Mangol Devi가 아이럼 샤밀라의 단식투쟁에 동참함으로써 그녀의 투쟁은 마니뿌르 전체 여성의 투쟁으로 번졌다.
4) 아이럼 샤밀라의 비폭력 단식투쟁을 막기 위해서 인도정부는 자살기도 혐의로 그녀를 체포하여 가두고 있다. 그런데 자살기도죄는 최고형량이 1년이라서 매년 그녀를 석방하고 그날 또는 그 다음날 그녀를 다시 체포하여 가두어 놓고 강제로 영양제를 주입하고 있다. 그녀에 대한 국제, 국제적 관심이 커지자 인도정부는 교정당국의 통제 속에 외부 병원에서 감금 생활을 시키고 있다. 2006년 10월 3일 잠시 석방되어 뉴델리에서 몇 개월 지내면서 인도정부의 부당함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였지만 2007년 3월 4일 다시 체포되어 병원에 감금되었다. 그녀는 2011년 3월 12일에 형집행 만기로 풀려났지만 그 다음날인 13일 또다시 체포되어 지금 현재까지 병원에 갇혀있다.
5) 인도 동북지역에서 무장투쟁조직은 1956년에 생긴 나가랜드 연방정부(The Federal Government of Nagaland; FGN)와 나가랜드 민족사회주의 위원회(The National Socialist Concil of Nagaland; NSCN)가 있다. 이 조직의 영향으로 마니뿌르에서도 무장독립투쟁 조직들이 결성되는데, 통합민족해방전선(The United National Liberation Front; UNLF)가 1964년에 조직되었고 강레이파크 인민혁명당(The people's Revolutionary Party of Kangleipak; PREPAK)가 1977년 창당되었다. 인민해방군(The People's Liberation Army)는 1978년에 만들어졌다. 이후 현재까지 마니뿌르에는 30개가 넘는 무장조직들이 비합법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 가운데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는 ‘The Revolutionary People's Front(RPF)', 'Kangleipak Communist Party(KCP)', 'Kanglei Yagol Kanna Lup(KYKL), 'NSCN(IM)', 'NSCM(K)', Kuki National Organization(KNO)', 'Kuki National Army(KNA)', 'Kuki Liberation Organization(KLO)', 'Kuki Liberation Army(KLA)', 'Zoumi Revolutionary Army(ZRA)', 'Hmar people's Convention/ Democratic(HPC/D)' 등이 있다.
이렇게 많은 무장투쟁조직들이 있다는 것은 인도 중앙정부의 무력통치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인도 군인들이 폭력으로 억누를수록 마니뿌르 인민들은 더욱 강고히 무장투쟁조직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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