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협


	제목 : [정세와 노동]리비아에 대한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규탄한다

보스코프스키

2015-09-20 10:15:19, 조회:2,033, 추천:393

리비아에 대한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규탄한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이른바 “리비아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초기에는 그 성격을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사태가 전개되면서는 그 성격이 분명해지고 있다. 주변을 휩쓸고 있는 인민들의 투쟁에 영향을 받아 2월 13일부터 16일까지 벵가지, 다르나, 바니 왈리드 등 도시에서 공공주택건설, 정치부패척결 등을 요구하는 소규모시위가 발생했다. 그리고 2월 17일부터는 갑자기 가다피 정권퇴진, 경찰서 방화 등 폭동으로 급변했다1). 순식간에 제2도시인 벵가지를 근거지를 서부를 장악한 반군들은 동으로 진격하여 급기야 수도인 트리폴리를 압박하였다. 그러나 가다피 리비아 정부군의 반격에 다시 밀려 벵가지함락을 목전에 두고, 정부군의 승리가 분명해지는 순간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제국주의의 개입이 시작되었다. 리비아전역에 공습이 시작되었고, 이를 틈타 반군의 재공세가 시작되고 4월 중순에는 서로 간에 밀고 밀리는 교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앞으로 제국주의자들이 지상군을 투입하여 침략전쟁을 끝까지 끌고 갈지, 아니면 현재의 상태로 휴전이 되고 리비아가 분단이 될지, 리비아 정부군이 승리할지 불명확하다.

“리비아 사태”는 그 지역을 휩쓸고 있는 “민주주의 혁명”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전”도 아니라는 사실을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은 분명하게 폭로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제국주의 강도들의 공습은 리비아에서의 이른바 “내전”이란,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외피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른바 반란군은 제국주의자들의 앞잡이라는 것이 폭로되고 있다.

지난 2009년 9월 가다피는 유엔 총회에 처음 참석해 무려 1시간 36분의 긴 연설을 했다. 그는 핵무기로 무장한 나라들로 구성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그 조직 자체가 테러조직이라고, 유엔안보리는 “테러 이사회”라고 비난했었다. 안타깝게도 그 말이 한치도 틀림이 없다는 것이, 인구 600여만의 작은 나라를 유린하고 있는 최첨단 무기들의 굉음, 그 공포2)가 증명하고 있다.

이 글은 국내외에서 발표된 몇 가지 글을 요약ㆍ소개하는 수준에서 “리비아 사태”를 파악해 보고자 한다.

리비아의 간략한 역사3)

1911년부터 이태리의 식민지였던 리비아는 2차대전 이후 해방되었다. 그러나 서구제국주의자들은 리비아에 꼭두각시 이드리스왕조를 세우고, 미국과 영국은 이들을 조종했다. 식민지해방투쟁이 고양되던 1969년에, 범아랍민족주의자들인 젊은 장교들은 이드리스왕을 몰아냈다. 이 쿠데타의 지도자는 27살의 가다피였다. 리비아 왕국은 리비아 아랍 공화국으로, 나중에는 대사회주의 리비아인민 아랍 자마히리아4)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가다피는 리비아에 있는 미국과 영국의 군사기지를 폐쇄했다. 미국의 대규모 공군기지도 폐쇄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이 통제하고 있던 석유와 많은 기업들을 국유화하였다. 그는 혁명적 대중운동을 통해 권력을 잡지도 않았고, 물론 사회주의 혁명을 한 것도 아니었다. 리비아는 여전히 계급사회였다. 그러나 리비아는 더 이상 외세에 지배되는 사회는 아니었다.

많은 진보적인 변화들이 추진되었다. 새로운 리비아는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대중의 삶은 급격하게 개선되었다. 생활필수품들에는―식료품, 주택, 연료, 보건, 교육―커다란 보조금이 주어지거나 완전히 무료였다. 보조금은 국부를 재분배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여성의 지위는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20년 내에 리비아는 아프리카에서 최고의 인간개발지수―기대여명, 교육수준, 순수입―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1970년대와 80년대 전체에 걸쳐서  리비아는 강력한 반제국주의 입장을 견지하는 나라로 국제적으로 유명했다. 남아공의 아프리카민족회의,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아일랜드 공화국군5) 등의 혁명적인 투쟁을 지원했다.

미국은 가다피 암살을 수없이 시도했고, 쿠데타를 획책했다. ‘리비아 구국 민족전선(National Front for the Salvation of Libya: NFSL) 같은 반대세력에게 자금을 지원했다. 직접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1986년 4월 15일에는 수도 트리폴리와 2번째 도시 벵가지에 경고도 없이 66대의 제트기로 폭격을 했다. 가다피의 집이 폭격을 당해 그의 어린 딸과 수백명의 사람들이 사망했다.

1980년대와 90년대를 통틀어 미국은 리비아를 경제제재를 통해 고립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리비아의 경제를 파괴하고 정부를 약화시키는 데 미국의 모든 공작이 집중되었다. (여기까지 <사라 프룬더스의 “리비아 침략 반대”>)

유엔을 통한 미국의 제재에 대해서 한호석은 다음과 같이 보충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리비아를 지원해준 소련이 해체되자, 미국은 리비아에서 ‘급변사태’와 ‘정권교체’를 일으키기 위한 봉쇄와 압박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미국은 유엔안보리를 움직여 리비아를 압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공작하였다. 1992년 1월 21일 유엔안보리 결의안 731호, 3월 31일 유엔안보리 결의안 748호, 1993년 11월 11일 유엔안보리 결의안 883호가 잇달아 나왔다. 거기에 더하여, 1996년 8월 5일 미국 연방의회는 ‘이란-리비아 제재법안(Iran-Libya Sanctions Act)을 의결하였다.6)

비극의 시작―미국에 굴복

온갖 고난 속에서도 반미 반제국주의 투쟁을 굽히지 않던 리비아의 노선에 변화가 일어난다. 쏘련이 해체되고, 미국의 패권이 강력해지면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리비아의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다시 사라 프룬더스의 “리비아 침략 반대”를 계속 보자.

미국의 협박에 의해 강제된 양보

미국의 “충격과 공포”로 명명된 (2003년―인용자) 이라크 침략전쟁 이후, 리비아는 마침내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게 된다. 수십년 동안 전투적으로 반제국주의 전선을 지켜왔던 리비아는, 이후 극적인 변화의 과정을 밟게 된다. 가다피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하게 된다.

미국의 요구는 굴욕적인 것이었다. 스코틀랜드 상공에서의 팬암기 추락사건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인정할 것과 27억불의 손해보상을 미국은 리비아에게 요구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미국의 제재를 풀기 위해서는 리비아는 시장을 개방해야 했고, 그리고 경제를 “개혁”해야 했다.

가다피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이어진 유럽정상들의 (가다피에 대한―인용자) 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그의 완전한 굴욕과 몰락을 획책하고 있었다. 가다피의 대중적 지지도를 어떻게 갉아먹을지, 그의 대중적 뿌리를 어떻게 잘라버릴지를 미국의 정책가들은 수없이 연구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모사가들이 리비아를 덮쳤다. 모든 개발도상 국가에 강요한 프로그램을 그들은 처방했다. 그러나 리비아는 외채가 없었다. 무역흑자가 1년에 270억불이었다. 그러함에도 국제통화기금(IMF)이 생필품에 대한 보조금을 중지시킨 유일한 이유는 가다피체제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도려내기 위한 것이었다.

리비아에서 “시장자유화”는 매년 50억불의 보조금을 중단하는 것을 의미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정부는 여러 생필품, 특히 연료에 대해 가격의 93%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프로그램을 받아들임으로 인해 전기요금은 2배가 되었다. 연료값은 갑자기 30%나 인상되었다. 이것은 또한 다른 여러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인상을 촉발시켰다.

리비아는 360개의 국유기업들―철강공장, 시멘트 공장, 기계제작소, 식료품 공장, 트럭과 버스 공장, 국영농장―을 사유화하여야 했다. 그래서 수천명의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어버렸다.

리비아는 국영석유회사 지분의 60%를 팔아야 했고, “국영 밀가루ㆍ가축사료 회사”를 사유화해야 했다.

미국의 카네기 재단은 이미 리비아의 “경제 개혁”의 충격을 기록하고 있었다. 2005년 에먼 와비는 “경제개혁에 리비아 시민이 분노하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경제개혁을 통해 이루어진 또 다른 하나의 것은 수입규제의 철폐이다. 외국회사들이 리비아에 대한 수출허가를 지방당국으로부터 얻어냈다. 그 결과 이전에는 보호되었던 리비아 시장으로 세계전역의 생산물들이 밀려들어왔다.” 이것은 리비아 공장노동자들에게 재앙이었다. 그들은 경쟁할 만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40억불이 리비아로 밀려왔고, 이것은 아프리카에 대한 최대의 외국자본 투자금액이었다. 은행가들이 잘 알다시피, 이 돈은 대중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빈곤하게 한다.

그러나 가다피가 아무리 양보를 하더라도, 미국에게는 결코 충분하지 않았다. 그들은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신뢰는 없었다. 가다피는 수십년 동안 미국에 반대했고,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중략>

리비아는 사회주의 사회인 적이 결코 없다. 항상 상속된 커다란 재산이 있고 낡은 특권이 존재하고 있다. 수백만의 노동자가 있는 계급사회이다. 그들의 많은 부분은 이주노동자들이다.

서구의 투자가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제개혁은 기존의 관계들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지배계급 내부의 관계들도 불안정해졌다. 사유화되는 주요산업을 누가, 어느 가문이 어느 부족이 가져갈 것인가. 누가 쫓겨날 것인가? 오래된 경쟁자들 다시 나타났고, 경쟁ㆍ갈등이 표면화되었다.

미국이 얼마나 주의 깊게, 이러한 강요된 변화들을 추적하고 있었는가 하는 것이, 최근에 위키리스크에 의해 폭로된 트리폴리 주재 미국대사의 전보문에서 드러난다. “리비아에서 일어나는 인플레이션, 2009.1.4 발송.”이라는 제목의 전문에서 “정부개혁과 사유화에 대한 급진적 프로그램”의 충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식료품 가격이 매우 증대했다. 예전에는 보조금을 받던 설탕, 쌀, 밀가루 가격이 보조금이 중단되자 최근 2년 동안 85% 인상되었다. 건축자재값도 현저하게 인상되었다. 시멘트, 콘크리트용 쇄석, 벽돌은 지난해에 75%인상되었다. 일년 동안 50kg 시멘트 한 부대는 5리비안 디나르에서 17 디나르로, 철강 가격은 10배가 인상되었다.

리비아정부가 경제개혁과 사유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보조금을 중단하고 가격통제를 중지한 것은 확실히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불평불만을 증대시켰다. ...

높은 인플레이션, 보조금축소와 가격통제의 약화는, 그동안 시장의 힘에 대해 완충작용을 하는 정부의 역할에 익숙한 리비아 대중에게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대사의 전보는 다음을 확인시켜준다. 한편으로는 이집트에 있는 리비아 반대그릅들을 유지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동안,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 영국은 자신들의 정책으로 초래된 대중들의 불만의 온도를 지속적으로 재고 있었다. (여기까지 사라 프룬더스 같은 글)

한편 직접적으로 리비아의 군사력을 무력화시키는 작업도 진행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한호석의 글을 보자.

굴욕적인 비밀협상과 무장해제

1999년 봄에 시작된 비밀협상에서 리비아는 리비아군 화학무기를 자진해서 폐기하겠다고 미국에게 공약하였다. 리비아가 화학무기를 폐기하는 것은 무력침공을 막을 전쟁억지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인데도, 리비아는 자국의 주권을 지킬 마지막 군사적 수단까지 포기하면서 미국에게 굴복하였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리비아가 전쟁억지수단을 포기한 것은 회복하기 힘든 치명적 실책으로 되었다. 리비아를 얕잡아본 미국은 화학무기를 폐기하겠다고 공약한 리비아에게 이번에는 생물학무기 의혹을 들이대면서 계속 압박하였다. 2001년 11월 19일 생물학무기 국제협약(Biological Weapons Convention) 검토회의(Review Conference)에 나타난 당시 미국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 존 볼튼(John Bolton)은 리비아가 국제협약을 위반하고 생물학무기를 개발 또는 배치하려고 한다고 주장하였다. 2002년 5월 6일에도 그는 리비아가 생물학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사태가 그처럼 심각해지고 있었는데도, 리비아는 미국과의 굴욕협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2003년 3월 초 리비아는 자국의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문제를 다룰 포괄적 협상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에 따라 미국, 영국, 리비아의 비밀협상이 시작되었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관리였던 플라인트 레버렛(Flynt Leverett)이 2004년 1월 23일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비밀협상에서 미국은 리비아가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그에 대해 “확실하고 응당한 보상(explicit quid pro quo)”을 주겠느라고 약속하였다. 미국이 그런 약속을 꺼내놓은 것은, 미국이 대량파괴무기를 제거하겠다는 거짓명분을 내걸고 이라크를 침공하기 불과 한 달 전에 있었던 일이다.

미국이 2003년 3월 19일 이라크를 침공한 것을 뻔히 보면서도, 일단 대미관계에서 기가 꺾인 리비아는 미국과의 굴욕협상에 계속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03년 8월 15일 리비아는 미국 항공기 테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희생자 유족들에게 보상하기로 공약하였고, 9월 11일에는 프랑스 항공기 테러 희생자 유족들에게도 보상하기로 공약하였고, 12월 19일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화학무기 국제협약(CWC)을 준수하여 핵무기 및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하고,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의 규정에 따라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중량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에 따라 미국은 2004년 1월 18일 실무처리반을 리비아에 파견하여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 제거작업을 개시하였고, 1월 27일 27.5t에 달하는, 핵개발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한 기밀문서들과 각종 관련장비들을 압수하여 미국으로 공수하였다. 3월 15일 스펜서 에이브러햄(Spencer Abraham) 당시 미국 동력자원부 장관은 미국이 가져온 기밀문서들과 관련장비들은 앞으로 미국이 압수할 전체 분량에서 불과 5%밖에 되지 않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2004년 3월 10일 당시 미국 국무부 검증 및 이행 담당 차관보 폴라 드수터(Paula DeSutter)는 미국 연방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 출석하여 미국은 리비아군이 보유한 사거리 800km의 스커드-C 미사일을 포함한 각종 탄도미사일들과 우라늄농축설비를 제거하였다고 보고하였다. 9월 22일 그는 연방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 다시 출석하여 리비아의 무장해제에 대한 검증이 기본적으로 완료되었다고 보고하였다.

미국은 리비아군 무장해제를 2010년까지 집요하게 추진하였다. 화학무기 금지기구(Organization for the Prohibition of Chemical Weapons)가 펴낸 2009년도 보고서는 2009년 말 현재 리비아가 보유한 화학무기 원료 가운데 39%가 폐기되었고, 겨자개스 23t 폐기작업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였다. 2011년 2월 23일 화학무기 금지기구 대변인이 <합동통신(AP)>에 전한 바에 따르면, 리비아가 보유한 겨자개스 가운데 약 54%에 달하는 13.5t이 폐기되었다.

위의 정보를 종합하면, 미국은 리비아군 무장해제를 개시한 2004년 1월 18일부터 2011년 1월까지 7년이 지나는 사이에 리비아의 전쟁억지력을 완전히 제거해버렸음을 알 수 있다. 2011년 1월 현재, 리비아군에게는 미국군의 침공을 막아줄 전쟁억지력이 전혀 없었다. 리비아의 전쟁억지력 제거작업이 완료된 직후인 2011년 2월 25일 미국은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관을 폐쇄하고, 리비아에 있는 미국인들을 항공편으로 해외 대피시키고, 카다피 국가원수와 주변인물들의 미국 내 자산을 압류하는 제재를 재개하였다. 리비아를 침공하기 위한 사전조치였다.

반대파는 누구인가?

인민들의 투쟁이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을 강타했다. 리비아 내적으로 인민들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지배계급 내의 갈등을 증폭시켜서 가다피 정권을 약화시키고, 무장을 해제시키면서, 외적으로는 자신들의 앞잡이들을 육성하여 온 제국주의자들에게 마침내 때가 온 것이다. 저들은 인민들의 시위를 이용하여, 이를 급격하게 무장반란으로 전화시켰다.

리비아 반란군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 다시 한호석의 글을 보자.

리비아 무장반란에 얽힌 비화는 아래와 같다.

리비아 반란군을 지휘하는 리비아군 출신 군사지휘관이 두 명 있는데, 리비아군 육군 대령으로 복무한 경력과 미국 망명경력이 있는 칼리파 벨카심 하프타(Khalifa Belqasim Haftar)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비아에서 폭동이 일어나자 그는 미국 망명생활을 급히 청산하고 리비아로 돌아가 반란군 지휘관이 되었다. 하프타의 정체는 무엇일까?

프랑스의 국제전문 월간지 <르 몽드 디플로마띠끄>가 2001년 3월에 발간한 책 ‘아프리카를 조종하다(Manipulations Africaines)’에 따르면, 리비아와 차드가 영토분쟁을 벌인 1980년대 후반, 당시 리비아군 육군 대령이었던 하프타가 차드군에게 전쟁포로로 붙잡혔는데, 차드에 잠입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도움으로 전쟁포로인 그가 갑자기 종적을 감추었다. <워싱턴 포스트> 1996년 3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하프타는 미국 중앙정보국의 배후조종을 받으며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반란단체인 ‘리비아 구국전선(Libyan National Salvation Front)’ 산하의 무장조직 ‘리비아 국군(Libyan National Army)’ 지휘관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의 도움으로 전쟁포로 신세를 면한 하프타는 1990년대에 어느덧 반란군 지휘관으로 변신해 있었던 것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1996년 12월 19일에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리비아 구국전선’과 ‘리비아 국군’에게 무기와 재정을 지원해주고 있었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리비아 국군’을 하프타의 이름을 따서 하프타군이라 불렀다.

<월 스트릿 저널> 2011년 2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리비아 토브룩 지방의 군지휘관이었던 술레이만 마흐모드(Suleiman Mahmoud) 육군 중장이 2월 20일 자기 휘하의 병사 3,000여 명을 이끌고 무장반란을 일으켰다. 런던에 있는 반카다피 망명단체 ‘반대를 위한 리비아 전국회의’의 선동으로 폭동이 일어난 때로부터 불과 사흘 만에 현역 중장이 병사 3,000여 명을 이끌고 무장반란을 일으킨 것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반란사건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미국 중앙정보국의 배후조종을 받으며 리비아군에 침투하여 암약한 하프타군이 은밀히 준비해온 반란사건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위의 정보를 종합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2004년 6월 28일 이후 앞에서는 리비아와 관계를 정상화하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미국 중앙정보국의 카다피 정권 전복공작을 추진하면서 내란을 일으킬 결정적인 기회를 찾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리비아 인접국인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로 친미독재정권이 무너진 기회를 이용하여, 미국 중앙정보국은 하프타군에게 리비아군이 무장반란을 일으키도록 지령을 내렸다. 하프타군과 리비아군 반란세력이 합세하여 내란을 일으키자, 미국 군부는 내란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방대한 무력을 리비아 인근으로 급파하여 무력침공을 개시하였고, 원래 대사가 없었던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대리대사로 있었던 크리스토퍼 스티븐스(J. Christopher Stevens)를 ‘연락관’에 임명하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리비아 반란군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임무를 ‘연락관’에게 맡겼다는 점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위에서 논한 것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이번에 리비아에서 일어난 내란은 미국의 배후조종으로 일어난 ‘급변사태’인 것이다. 내전을 교사하고, 내란에 개입하는 무력침공을 감행하고, 무력침공으로 반미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선호하는 전형적인 침략전쟁 시나리오다.7)

김승호의 글에서도 이에 대한 상세한 언급이 있다.

무장봉기를 실행한 것은 청년 노동자들이 아니라 이슬람주의 세력이다.

마지막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이슬람주의 조직이다. <뉴욕 타임스> 2월 24일자 1면에 실린 기사는 리비아 사태가 아랍 세계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타 민중투쟁과 어떻게 다른지 잘 설명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청년들로 하여금 반란을 일으킬 수 있게 한 것과는 달리 리비아에서는 봉기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훨씬 나이든 어른들이고, 과거 한때 카다피 정권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했던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다.”8) 이 기사는 무기들이 어떻게 이집트 국경을 넘어 여러 주일에 걸쳐 밀수입되었는지, 그리하여 “일주일 밖에 되지 않는 단기간에 시위가 신속히 평화시위에서 무장봉기로 에스컬레이트 되도록 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그 기사에 따르면 “국경지역에서 활동하는 무기상으로부터 7만5천 달러를 주고 자동화 무기를 구입, 시위대에 제공했다.”고 한다. 또 “시위대는 군부대 약탈, 국경지역을 통한 밀수 등의 경로로 소형 개인화기뿐 아니라 로켓 추진형 유탄발사기 등 중화기와 자동화 무기까지 확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 누가 이렇게 무기를 밀수하고 무장봉기를 기도했는가?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세력이 ‘리비아 구국 민족전선(National Front for the Salvation of Libya: NFSL)’이다. 이 조직은 1981년에 건설되었는데, 미 CIA가 재정지원을 하고 있으며, 워싱턴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 조직은 ‘리비아 민족군(Libyan National Army)'으로 불리는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집트 국경 근처에 소재하고 있다.

그와 함께 널리 언급되고 있는 것이 ‘리비아 야권 전국회의(National Conference for the Libyan Opposition: NCLO)’이다. 이 연합체는 ‘리비아 민족 구국전선’이 주도하여 조직한 것인데,  이 연합체가 사용하고 있는 깃발은 카다피 이전 리비아 왕국의 국기이며 - 그런데 이드리스 왕의 깃발은 리비아 국민들에게는 예전 식민세력의 지배를 상징한다. - 이 연합 안에는 ‘리비아 헌정 연방(Libyan Constitutional Union)’이라는 조직이 들어 있다. 이 조직은 리비아 왕세자를 자칭하는 「무하마드 아스-세누이」가 이끌고 있으며, 리비아 국민들에게 카다피에 의해 축출된 「이드리스 엘-세누시」 왕을 리비아의 역사적 지도자로 받드는 충성맹세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9)

미 CIA가 재정을 지원하는 이 군대와 낡은 왕정주의자들은 이집트나 튀니지에서 미국이 지지하는 독재자에 맞서 시위에 나섰던, 그리고 지금 바레인, 예멘과 오만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권리를 되찾고자 떨쳐나선 수백 만 명의 청년이나 노동자들과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전혀 다르다. 이 나라들의 청년과 노동자들이 외세의 개입을 반대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처음부터 외세의 개입을 요청했다. 예컨대 ‘리비아 구국 민족전선’의 사무부총장인 「무아마드 알리 아브달라」는 외세의 개입을 필사적으로 호소했다: “우리는 학살될 것이다.” “국제사회가 개입해 주도록 SOS를 보낸다.” 국제사회가 개입해서 카다피를 막아주지 않으면 “48시간 안에 리비아에서 피바다가 일어날 것이다”라고.10)

“미 CIA가 재정을 지원하는 군대”와 “낡은 왕정주의자들”에 더하여 또 하나의 세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리비아정부 내에서 미제의 신자유주의정책을 집행하던 관료들이다. 이들 또한 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이에 대해서는 《레디앙》문이얼의 서술을 보자.

그리고 공습 이후에 동부지역에서는 자체적인 정부 구성이 진행되고 있다. 리비아 동부에서 지난 23일,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총리와 재무장관을 잇달아 인선한 것이다. 흥미 있는 것은, 이번에 리비아 동부 임시 정부 총리에 선임된 마흐무드 지브릴이란 사람이다.

그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전략기획과 정책결정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 지난 2009년 리비아 국가경제발전위원회 의장으로 카다피 정권에 참여한 사람이었다. 즉, 카다피 정부 내에서 국제통화기금이 제시하는 신자유주의 개혁을 감독한 사람이 다시금 카다피에 반대하는 동부 지역 임시정부의 경제수장으로 발탁된 것이다.

리비아 임시정부 사람들

이번에 임시정부 재무장관을 맡은 알리 타르후니라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는 반카다피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1973년 미국으로 망명한 사람인데, 이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워싱턴대 교수를 지낸 바 있다.

벵가지 출신인 그는 지난달 15일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직후 귀국해 리비아 국가위원회에 참여했는데, 그는 장관에 임명되고 나서 연 기자회견에서 임시정부는 "카다피 정부와 외국이 맺은 기존 석유 관련 계약은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11)

침략의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 무엇보다도 석유와 가스에 대한 탐욕이다. 이에 대해서는 노동자세상당의 사라 프룬더스의 글을 보자.

리비아는 세계 10위 안에 드는 석유부국이다. 최소 440억배럴의 확인된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아프리카에서 최대이다. 하루에 1백8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으며, 정제비용이 적게 드는 경질유로 질이 매우 높다. 리비아는 천연가스도 역시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쉽게 유럽시장에 수출되고 있다. 리비아는 커다란 국토면적에 비해 인구는 희소해 6백 40만 명에 불과하다.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강력한 미국의 석유자본과 군사자본, 은행가, 금융회사들은 이러한 측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략>

미국이 지난 20년 동안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제재를 지속하는 동안, 유럽 자본들이  파이프라인을 깔고 기타 하부구조 개발에 커다란 투자를 했다. 리비아 에너지 수출의 85%는 유럽으로 향한다.

유럽의 초국적 자본들이―BP(영국), 로열 더취 쉘(Royal Dutch Shell, 네덜란드), 토탈(Total, 프랑스), 에니(Eni, 이태리), BASF(독일), 스탯오일(Statoil, 노르웨이), 렙솔(Rapsol, 스페인)―리비아의 석유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의 거대 석유회사는 여기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리비아의 국영석유회사로부터 구매량을 늘려가고 있으며, 짧은 구간의 석유파이라인을 건설했다.

상업매체는 (리비아 침략전쟁을―인용자)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인도적 개입”이라고 요란스럽게 떠들고 있다. 그러나 바로 리비아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통제하여 거두어들일 수 있는 거대한 이윤이야말로 미국의 본래의 목적이다.

이태리 저널리스트인 마리오 디누치는 2월 25일 《선언》이라는 잡지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다피가 제거되면, 미국은 리비아와의 기존의 경제적 관계를 허물고, 미국의 다국적기업―아직까지는 리비아의 에너지자원에 접근할 수 없다―이 진입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러면 유럽이 의존하고 있고, 중국에도 공급되는 에너지의 보급 라인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리비아가 주요 역할을 하고 있는 반제국주의 전선, 특히 아프리카와 지중해 지역에서의 반제국주의 전선 분쇄.

김승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그러나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목적뿐이라면 제국주의가 굳이 침략전쟁을 벌이는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을까? 지금도 리비아의 석유는 불완전하지만 이탈리아를 비롯한 여러 제국주의 나라들에 의해 합작으로 소유되고 있다. 또 리비아는 IMF의 권고를 받아들여 점차 석유산업을 더욱 사유화하는 방향을 걷고 있다. 따라서 사유화를 통해 석유산업을 외국자본이 소유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제국주의 나라들은 굳이 침략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점진적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또 만약 이탈리아가 소유한 석유자원을 미국과 영국이 빼앗는 것에 리비아 침략의 목적이 있다면 이탈리아는 카다피 편에 서서 미‧영․프랑스 제국주의와 싸워야 마땅하다. 중국이 리비아 석유를 차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약간의 일리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침략전쟁을 할 필요까지 있을까?

이처럼 제국주의 세력이 총 연합한 리비아 침략은 단지 석유자원 쟁탈만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이 아닌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음이 틀림없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지점 하나는 리비아는 현재 아프리카 연합의 의장국이라는 사실이다. 카다피는 아프리카 연합의 의장으로서 아프리카 대륙의 모든 나라들을 하나의 국가연합으로 단결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12) 이것은 아프리카 민중들이 범 대륙적으로 크게 단결함으로써 서구 제국주의의 오랜 지배에서 실질적으로 벗어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미국과 나토는 지금 세계 경제대공황 정세 속에서 자원과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재(再) 식민지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 두 개의 프로젝트는 불가피하게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는 이 아프리카 국가연합 형성과도 관련되지만, 카다피는 차베스와 함께 라틴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 나라들의 연대와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들의 주도 하에 2009년 9월 베네수엘라의 마르가리타 섬에서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여러 정상들이 회동하여 제국주의의 지배와 수탈에 맞서서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으고, 2년에 한번 씩 정상들이 회동하는 정기 회의를 갖기로 했다. 그리고 이 정상회의의 서기국을 차베스가 직접 관장하기로 결정했다. 2011년은 바로 그 정상회의가 열리는 해이다.

“미국과 나토가 추진하는 아프리카를 재(再) 식민지화 프로젝트”와 함께 미국과 프랑스가 지중해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는 주장이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프레시안》곽재훈 기자의 글을 보자.

평화운동가이며 칼럼니스트인 릭 로조프는 지난 25일 진보적 웹사이트 '글로벌리서치'에 기고한 글을 통해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 개입은 '인도주의적'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3개의 대륙과 면해 있는 지중해의 전략적 중요성과 리비아의 석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로조프는 미국 해군은 그 기원 자체가 지중해 지역과 연관돼 있다는 역사적 우연을 지적하며 지난 2007년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AFRICOM) 창설 등 전 세계 미군의 재배치 전략이 이번 리비아 군사개입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았다.

즉 미국은 리비아 전쟁을 통해 지중해 지역의 지배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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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조프는 미국과 나토에 비협조적인 국가들은 지금 거의 대부분 불행한 처지에 놓여 있다며 레바논, 시리아, 수단, 짐바브웨 등의 정권도 서방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국가들에 리비아의 뒤를 이어 또다른 '오디세이 여명' 작전이 펼쳐질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앞서 리비아 공습에서 프랑스가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 탈출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데 이어, 로조프는 프랑스의 적극성을 '지중해 연합'을 창설하려 했던 사르코지의 야심과 연관지어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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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미국의 '마레 노스트룸'과 프랑스의 야심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가 프랑스의 대통령에 당선됐다. 같은 해 프랑스가 유럽연합(EU)의 순회의장국을 맡으면서 사르코지는 27개 EU 회원국과 지중해에 면해 있는 비EU 국가 17개국 정상을 파리로 초청해 '지중해 연합'을 창설하려 했다.

2008년 1월 13일 개최된 '지중해 연합'의 다음 회의와 관련해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지는 "사르코지의 원대한 구상은 고대 로마 제국이 세계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이용해 44개국 8억 명을 단합하려는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이 구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카다피는 이 구상이 아프리카와 아랍 세계 모두를 둘로 (지중해 연안국과 그렇지 않은 국가로) 분리하려 한다며 "이는 또 하나의 로마 제국을 만들려는 제국주의적 구상이다. (아프리카의 반듯한 국경선에 빗대) 우리는 이미 '제국주의적인 지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다시 한 번 되살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고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2008년 7월 10일자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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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와 미국에 비협조적인 국가의 불행한 운명

리비아에 대한 공격은 또한 지중해 동부의 섬나라인 키프로스가 나토의 평화 유지 프로그램에 동참한 지 3주 후에 이뤄졌다. 키프로스의 동참으로 인해, 초소형 국가인 모나코 공국을 제외하면 단 세 개의 지중해 지역 국가만이 나토와 무관한 셈이다. 그 세 나라는 레바논, 시리아, 그리고 리비아다.

나토와 동반자적 관계(partnership)를 맺거나 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되면 그 나라는 자국 영토에 미군을 들여야 할 의무가 생긴다. 예를 들어 몬테네그로는 독립한 지 1년도 안 돼 나토와 동반자적 관계를 맺었고 해리 울리히 당시 미 유럽함대 제독과 잠수함 모함 에모리 S.랜드호(號)가 이 나라를 방문했다. 이들의 방문 목적은 "몬테네그로 해군에 훈련과 도움을 제공하며 두 나라 해군의 유대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2007년 5월 미군 유럽사령부가 밝혔다. 그 다음 달에는 미 핵항공모함 루즈벨트 호를 포함한 4척의 나토군 군함이 몬테네그로 티바트 항에 입항했다.

시리아에도 '리비아 모델'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레바논은 이미 2006년부터 나토 군함에 의해 해상 봉쇄를 받고 있는데, 지중해 건너편 리비아 해안도 곧 이같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지중해 전역은 완벽히 나토와, 그 주도 국가인 미국의 통제 하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키프로스가 과거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유일한 유럽 국가이자 EU회원국이었던 것처럼, 리비아는 나토의 '지중해 대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다. 또 리비아는 아프리카 54개국 중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AFRICOM)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단 다섯 나라 중 하나다. (혹자는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종속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리비아 외의 4개국은 수단, 코트디부아르, 에리트레아, 짐바브웨다.

다른 네 나라들의 사정은? 수단은 곧 리비아처럼 분열될(balkanized) 것으로 보인다. 코트디부아르는 익히 알려진 대로 내전과 같은 혼란스런 상황을 겪고 있다. 서방 측은 로랑 그바그보 현 대통령에 맞서고 있는 알라산 와타라 당선자의 무장 그룹을 지지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역시 외국의 군사개입 위협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와 나토의 지원을 받는 아프리카연합에서 군사행동을 할 수도 있고 서방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에리트레아는 미군과 프랑스군 5000명이 배치돼 있는 지부티 공화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지부티와 에리트레아의 국경 분쟁에서 프랑스군은 3년 전부터 지부티 편에 서서 개입하고 있다. 짐바브웨 역시 미국과 나토가 또 한번의 '오디세이 여명' 작전을 펼 유력한 후보지다.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30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다. 짐바브웨는 2002년부터 미국과 EU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으며 최근 리비아 내전에서 카다피군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곽재훈)13)

제국주의자들의 아프리카 지배전략에서 주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은, 이 지역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이다. 리비아 침략전쟁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보자.

중국은 아프리카에 건물 및 사회 인프라 건설에 5백 만 명에 달하는 경영자, 기술자, 노동자를 파견하고 그 대가로 석유와 각종 원료를 가져가고 있다.  이에 맞서서 미국은 자신의 주 무기인 군사기술로써 아프리카 사령부를 통해 아프리카 주요 나라들의 군부와 안보상으로 유대관계를 맺고 이런 유대를 아프리카 대륙에 침투하여 석유와 지하자원을 획득하는 지렛대로 삼고자 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나토는 53개국을 포괄하는 ‘아프리카 연합’과 ‘군사 동반자 조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 아프리카를 차지하려는 쟁탈전이 미국, 유럽, 중국 등의 제국주의 나라들 및 자본주의 강대국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Manilo Dinucci, “아프리카 재분할 과정상의 대 승부처인 리비아”, <글로벌 리서치> 2011년 2월 27일자 참조.14)

셋째, 공황을 통해 격화되는 제국주의 내부의 계급투쟁 관리. 리비아 침공이유는 위에서 언급된 이유들도 깔려있지만, 필자에게는 이것이 가장 직접적인 이유로 보인다. 다음 글을 보자.

무엇보다 먼저 주목을 끄는 것은, 미국 위주의 아프간ㆍ이라크 침략과 달리 이번 무력간섭은 프랑스와 영국의 보수정권이 주도한다는 점이다. 특히 영국의 경우에는 세계공황으로 인한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과정에서 우파정권이 정치적 난관에 봉착했다. 한 예로 2014년까지 고등교육 예산을 40% 삭감하겠다는 정권에 맞서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시위와 파업으로 대응하고 있다. 프랑스의 우파정권도 지속적으로 학생ㆍ노동자들의 저항에 부딪쳐왔다. 이와 같은 유럽 우파정권들의 정치적인 난맥을 고려한다면, 그들이 주도하는 리비아 공습은 어떤 면에서 국내문제에서 국외문제로 사회의 관심을 돌리고, “독재자 제거” 명분으로 인기를 노려보려는 정치공학적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노자 칼럼] 리비아 공습의 진정한 이유”, <<한겨레>>(인터넷판), 2011. 3. 27.)

즉, 영국과 프랑스만이 아니라 당연히 미국도 “세계공황으로 인한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과정에서” “정치적 난관에 봉착”한 “우파정권이” “국내문제에서 국외문제로 사회의 관심을 돌”리려 리비아 침공에 나선 것이다.15)

마치며

“리비아 사태”를 보며 다음과 같은 몇가지를 지적할 수 있겠다.

첫째, 국내법이 국내독점자본의 법(무기)이 듯이, 유엔의 국제법은 초국적독점자본의 법(무기)일 뿐이다. 과거에는 국내적으로 노동자계급의 역량이, 국제적으로는 쏘련이 억제력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반동의 시기인 현 시기에 법의 본질, 국제기구의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둘째, 미제국주의와 노동자계급ㆍ인민의 타협은 불가능하다. 평화란 오직 힘에 의해, 무장력에 의해 쟁취되는, 불안정한 균형일 뿐이다.

셋째, 미제국주의는 여전히 세계적인 패권국가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패권이 현저하게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토에게 공습의 지휘권을 넘겨준 것이나 침략의 목표에서의 혼선, 리비아 내의 전황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 등이 그 예이다. 그리고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침략전쟁,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등으로 아랍인민들에게 팽배해있는 반미 반제의식이 리비아 공습으로 더욱 고취되고, 지금 이 지역을 휩쓸고 있는 인민들의 투쟁을 더욱 급진화시키게 될 것이다.

넷째, 세계공황이 깊어가면서, 심화되어가는 국내의 계급적대를 외부에 대한 적대로 돌리기 위한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이 고조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노자 간의 적대를 노-노적대(국내노동자와 외국의 노동자와의 적대)로 돌리려는 전쟁위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리비아에서 실제 전쟁으로 발발한 것이다. 전쟁 위협의 한가운데에 있는, 이른바 세계적 화약고의 하나인 동북아지역에 사는 우리로서는 가장 우려스러운 것이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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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호석 통일학 연구소 소장, “백악관상황실에서 끝난 특대형 사기극”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4120#

2) 그는(나토의 마크 밴 엄 준장―인용자) 나토가 공습을 통해 리비아 정부의 탱크와 무기 등을 다수 파괴했다고 강조했다. 나토는 지금까지(4월 12일 까지―인용자) 모두 1879번 공습을 했고, 이는 하루 평균 155번 출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나토가 밝혔다. 나토는 리비아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로 남부 지중해에 18척의 전함을 파견해 현재까지 270척의 선박을 대상으로 정선 및 수색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http://www.segye.com/Articles/NEWS/INTERNATIONAL/Article.asp?aid=20110413002772&subctg1=&subctg2= 《세계일보》 인터넷판, 2011.4.13.

3) 미국 노동자세상당의 3월 2일자 기사, 사라 프룬더스의 “리비아 침략 반대”를 요약한다. http://www.workers.org/2011/world/no_us_attack_on_libya_0310/

4) "대중에 의한 공동체제(국가)"란 뜻을 가지고 있으며 아랍식 공화국을 의미한다.

5) 영국으로부터 완전한 아일랜드의 독립을 추구했던, 아일랜드 공화국에 기지를 둔 비공식적인 반(半)군사조직.

6)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같은 글.

7) 한호석, 같은 글.

8)원주: <뉴욕 타임스> 2월 24일자 참조.

9)원주 : Sara Flounders, “미국 군함들이 리비아에 접근하면서, 제국주의의 군사 개입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3월 2일자 참조.

10)김승호(전태일 노동대학 대표), “제국주의의 리비아 침략과 반혁명 기도는 실패할 것이다”.

11) 문이얼, 2011년 03월 23일, 《레디앙》

“리비아, 영토 분단 후 급진파 사냥? [Global Insight] 해상감옥 미국 '바탄호' 투입 주목해야"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21984

12) David Rothscum, 앞에서 이용한 글 참조.

13) "미국, 리비아 전쟁 통해 지중해 전역 군사 지배 노린다"

2007년 아프리카사령부 창설과 긴밀 연관…다음 목표는 시리아?

기사입력 2011-03-30 오후 12:21:24 《프레시안》 곽재훈 기자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10330112204&Section=05

14) 김승호의 같은 글에서 인용된 글을 재인용.

15) 채만수, “공황구제의 효과, 치솟는 물가”, 《정세노동》4월호.

http://lodong.org/board/board.html?mtype=view&page=4&bid=1&num=170&seq=1140&replynum=170&shownum=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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