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기아차 비정규직 투쟁과 초좌파적 혼란
전지윤   [누리집] 2007-11-06 10:01:54, 조회:16,915, 추천:469
기아차 비정규직 투쟁과 초좌파적 혼란  


                                                                                                                                 전지윤(다함께 운영위원)


지난 8월말에 기아차에서 전개된 기아차비정규직지회(이하 기아비지회)의 9일간의 점거 파업은 우리에게 쓰라린 교훈을 남겼다.
정규직·비정규직을 이간질해 각개격파하려는 지배자들의 더러운 책략이 이 파업을 가로막았다. 현장 내 우파들은 이런 지배자들의 충실한 하수인과 구사대 노릇을 했다.
기아차정규직지부(이하 기아지부) 지도부는 우유부단하게 오락가락하며 이런 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기아비지회의 투사들은 초전투적 태도로 정규직 현장조합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런 요소들의 결합 속에 파업은 실패로 끝났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를 통해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의 중요성과 그런 단결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분명한 교훈으로 배워야 한다.
'다함께'의 <맞불> 57호 기사('9일간의 영웅적인 점거 파업이 남긴 것', 전지윤)와 58호 기사('기아차 비정규직 파업은 정말로 무엇을 남겼나', 최일붕)는 이런 평가와 교훈을 도출하려는 시도였다.
57호 기사는 지배자들의 분열지배 책략과 이것에 부화뇌동한 우파들, 무기력하게 대응한 기아지부 지도부를 주로 비판했다. 58호 기사는 57호 기사의 약점을 비판하며 나아가 기아비지회의 투사들이 배워야 할 진정한 교훈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런데 진지한 평가를 시도하기보다는 초좌파적 오류를 설득력 없는 논리로 방어하고 있는 동지들이 있다. 더구나 유감스럽게도 이 동지들은 진지한 평가와 교훈을 제시하려 한 '다함께'에 대해 중상비방까지 하고있다.
'전국노동자정치협회'가 발행하는 <노동자정치신문> 33호에 실린 '기아차 비정규직 파업은 '다함께'에게 정말로 무엇을 남겼는가?'(이하 노정신)와 '사회주의 노동자' 홈페이지에 실린 최태욱 필자의 '어용 세력과 노조 관료들과 '다함께'하는 국제사회주의자'(이하 사노신)라는 글이 그것이다.
이 동지들은 물론 힘겹게 비정규직 투쟁 등에 헌신해 온 투사들이다. 이들의 전투성과 혁명적 정신도 평가받을 만 하다. 그러나 이들의 초좌파적 종파주의는 이들 스스로를 갉아먹고 운동에도 해악을 끼쳐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노정신과 사노신이 다함께의 기아비지회 파업 평가를 비판하는 논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함께가 "관료주의에 타협, 아부, 굴종"해서 "추악한 기회주의"에 빠졌고(노정신), 심지어 "어용에 굴복"해서 "1905년, 러시아 노동자들이 총을 들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던 플레하노프처럼 반동의 편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사노신)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사노신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서 며칠동안 <맞불> 58호 글의 필자인 최일붕 동지의 사진을 플레하노프의 사진과 나란히 편집해 싣는 인신 모독까지 했다. 고난을 무릅쓰며 오랫동안 혁명적 조직과 투쟁 건설에 헌신해 온 동지에 대한 예의 같은 것은 찾아볼 수도 없다.

적대적 비방

이처럼 동지적 비판이 아니라 적대적 비방에 매달리는 것, 혁명 운동 내의 동지를 마치 적처럼 대하는 것에서도 이들의 초좌파적 종파주의가 드러나고 있다.  
다함께는 지난 몇 년간 기아비지회의 투쟁을 물신양면으로 지지하며 기아지부 지도부의 연대 외면을 비판해 왔다. 지난해에는 식당 파업에 대한 기아지부 지도부의 잘못된 태도를 정면 비판해서 공개 논쟁까지 벌인 바 있다.
올해 기아비지회의 파업 때도 기아차 정규직 대의원인 김우용 동지 등 다함께 회원들은 누구보다 앞장서 연대했고, 8월 31일 연대 집회 때 50여 명의 다함께 회원들이 버스를 대절해 화성까지 내려가 연대했다. 이런 다함께마저 "반동의 편"이라고 할 정도면 다른 정규직 조합원이나 기아지부 지도부에 대한 이들의 태도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만하다.

특히 사노신은 다함께를 비방하는데 몰두한 나머지 사실 왜곡(아니면 자기 최면적 착각)도 서슴지 않고 있다. 다함께가 "어용 세력의 폭력 만행과 기아지부의 투쟁 회피를 두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함께는 이 파업의 초기부터 일관되게 우파의 폭력 난동을 비난했고 기아지부의 연대 부족을 비판했다.
"구사대는 상스러운 욕을 하면서 깨진 형광등을 노동자들에게 던지고, 환갑이 지난 여성 노동자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폭행하는 등의 만행을 저질렀다."
"개탄스럽게도 기아차지부 지도부는 '소중한 일터를 침해하는 행위는 동의할 수 없다'며 '비정규직지회의 점거 파업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는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와 명예를 더럽히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맞불> 55호)

이런 기조는 <맞불> 56호와 57호에도 이어졌고, 다함께는 <맞불> 호외까지 두 차례나 내면서 우파 구사대의 악랄한 폭력 난동을 비난했고, 기아지부의 연대를 촉구했다. <맞불> 58호에 실린 최일붕 동지의 글은 이런 평가들을 전제로 하면서 그동안 <맞불> 기사들이 "초전투적 비정규직 활동가들에게 지나치게 타협"하면서 말하지 않았던 측면, 즉 기아비지회의 초좌파적 오류를 평가했던 것이다.

사노신이 <맞불> 57호의 글에서 내가 기아비지회 이동우 부지회장의 자기 방어 행동을 비난한 것처럼 말한 것도 어처구니없는 왜곡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그 글에서 "이동우 부지회장과 여성 노동자들도 구사대의 폭력에 옷이 벗겨지며 참혹하게 짓밟혔다. 이동우 부지회장이 자기 방어를 위해 옆에 있던 소방용 도끼를 든 것이 더 큰 폭력을 부르기도 했다"고 썼다. 이것은 당시 이동우 부지회장이 '도끼를 들고 날뛰었다'고 왜곡 비난하는 우파를 겨냥해 이동우 부지회장의 엄청난 폭력 속에서 자기 방어 행동을 했다는 것을 설명한 문구였다. 그런데 사노신은 "전지윤[은] … 이동우 부지회장[이] … 폭력을 조장했다[고 썼다]"고 이 문구를 둔갑시켜 버렸다.

어린애같이 유치한 혼란  

초좌파적 종파주의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게 왜곡돼 보이기 마련이다. 내가 보기에 노정신과 사노신은 레닌이 ≪공산주의에서의 '좌익' 소아병≫에서 비판한 초좌파적 종파주의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책의 영어 원제는 'left-wing' communism - infantile disorder이다. 여기서 infantile disorder는 '어린애같이 유치한 혼란'이라는 뜻이다. 나는 레닌의 분석에 의존해 노정신과 사노신의 '어린애같이 유치한 혼란'을 규명하고 비판하고자 한다.  

먼저 노정신과 사노신은 모두 기아차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이 가장 핵심 과제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는 노동운동의 으뜸 원칙이다. 한국 지배자들이 정규직·비정규직을 이간질시켜 각개격파하기를 핵심적 분열지배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는 지금, 이 원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뉴코아·이랜드 투쟁이 그토록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것도, 최근 서울대병원 파업이 6일만에 승리한 것도 모든 정규직·비정규직 단결에 그 비결이 있었다.

자동차 4사에서도 IMF 이후 사측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면서 정규직·비정규직 분열지배전략을 취해 왔다. 그래서 2000년도에 현대차 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비정규직 16퍼센트 고용 합의는 비판받아 왔다. 2005년 류기혁 열사 투쟁 때 연대 투쟁을 외면한 현대차 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태도도 마찬가지로 비판받았다. 또 몇 차례나 비정규직의 직가입을 거부한 현대차노조 대의원 대회 결과도 많은 사람들의 실망을 사 왔다.

그러나 기아차에서는 상황이 다소 달랐다. 지난해 산별노조 전환 이후 금속산별노조 대의원대회는 한 작업장의 정규직·비정규직이 하나의 조직으로 단결한다는 '1사1조직' 원칙을 결정했고, 이에 따라 올해 초 기아지부 대의원대회는 비정규직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줄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은 통합 속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단결을 건설할 좋은 기회였다. 통합은 기아비지회의 투사들과 혁명가들이 기아지부 속에 개입해 들어가 더 효과적으로 투쟁과 연대를 건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었다.
이것은 기아비지회의 투사들이 마땅히 움켜줘야 할 황금 같은 기회였다. 조합원이 3만 명이라는 한국 최대의 민주노조 중 하나에 들어가서 조직할 기회를 마다한다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혁명가일 것이다.

황금 같은 기회

그러나 통합이 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관료적 통제를 강화해 비정규직 투쟁을 제한할 거라고 우려한 기아비지회 지도부는 안타깝게도 통합 추진을 꺼렸다. 그 사이에 기아지부 지도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 노조로 일방적으로 직가입시키기 시작했다. 기아비지회 1천3백여 명의 조합원 중 6백여 명이 직가입 해 비정규지회는 반토막이 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의 골은 깊게 파였다.  

따라서 다함께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친 기아비지회 투사들의 태도를 비판했던 것이다. 그러나 노정신과 사노신은 이것이 왜 오류였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기아차 지부가 내건 통합과 단결은 비정규직지회의 독자 투쟁을 가로막고 통제하기 위한 통합"(노정신)이며, "계급적 내용을 채우지 못하는 조직 통합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사노신)며 통합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이 보기에 조직 통합은 기아지부의 반동적 노조 관료들이 "비정규직 지회의 와해와 통제를 위해서 실시"(사노신)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비정규직은 "관료주의로부터 독자성과 자주성"(노정신)을 지키기 위해 통합하지 않는 게 옳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야말로 바로 레닌이 비판했던 것이다.

"노동조합 상층 지도부의 반동성, 반혁명성을 빌미로 … [그] 노동조합에서 활동하기를 거부한다[는 것은] … 공산주의자들이 부르조아지에게 바칠 수 있는 가장 큰 봉사와 마찬가지로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어리석은 짓이다. … 반동적인 노동조합들에서 활동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충분히 발전하지 못하거나 후진적인 노동자 대중들을 반동적인 지도자들 … 의 영향력 하에 내버려둠을 뜻한다."(레닌, ≪공산주의에서의 '좌익' 소아병≫, 돌베개, 55쪽 - 이하 같은 책의 쪽 수)

"곰퍼스, 핸더슨, 주오, 레진 등의 제씨 일파[당시 유명했던 우파 노조 관료들]가 … 반동적인 노동조합들을 포기하고 그 속에서 활동하기를 거부할 것을 설교하는 이들 '좌익' 혁명가들에게 매우 감사하고 있음은 의심할 바가 없는 일이다."(55쪽)  
노정신과 사노신은 기아지부에 들어가서 활동할 필요성을 거부하고 비정규직 노조의 독자성을 고수함으로써, 기아차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직가입 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그들이 그토록 비난하는 '배신적 노조 관료'들의 영향력 아래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기아지부는 반동적 노조라기보다는 대표적인 한국의 민주노조이고, 기아지부 지도부도 반동적 우파 관료가 아니 상대적 좌파 지도부인데 말이다.  
이런 태도에 대해 기아차의 우파 현장조직 지도자들이 감사하고 있을 것도 분명하다. 이들은 기아비지회의 투사들이 기아지부로 가입해 들어와서 현장조합원들 속에서 투쟁을 선동하고 조직을 건설할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혹시라도 기아비지회 투사들의 마음이 바뀔까봐 다음 대의원 대회 때 직가입조차 불가능하게 규약을 바꾸려 한다.

계급적 조직 통합

물론 노정신과 사노신은 자신들은 조직 통합은 반대하지만 '계급적 조직 통합'은 지지한다고 변명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조직 통합'이 아니라 … 계급적 '조직 통합'"(사노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독자성과 독자적 파업권, 대의원 할당 등 몇 가지 요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통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계급적'이지 않은 노조는 지지할 수 없다는 식의 태도가 바로 초좌파적 태도다. 그리고 이것은 노동조합에 대한 이들의 잘못된 이해를 보여 준다. 혁명가들은 노동조합의 장점과 함께 그 약점과 한계도 이해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자본주의적 착취에 맞선  노동자들의 단결을 구현하지만 동시에 전투적 조합원들을 통제하고 단속하는 구실도 한다.

레닌은 "노동조합들은 일정한 반동적인 모습들, 일정한 직능적 편협성, 일정한 정치적 무관심의 경향, 일정한 침체성 등 … 을 두려워하는 것, 그것을 회피하거나 뛰어넘으려 하는 것은 터무니없이 어리석은 짓"(51쪽)이라고 지적한다.
혁명가들은 '계급적 노조'를 건설해 이런 노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고 혁명적 조직 건설과 궁극적인 혁명의 승리 과정에서 노동자 평의회 등을 통해 노조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려고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대중적 노동조합에 개입해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레닌과 볼셰비키는 심지어 "비밀경찰 주바또프가 혁명가들을 체포하고 그들과 싸우기 위해 검은 100명대 … 성격의 노동자회들과 노동자 협회들을 조직했을 때[도] 우리는 우리 당원들을 이들 회의와 협회에 보냈다."(56쪽)

아무리 반동적인 노동조합이라도 대중이 있는 곳에 들어가서 혁명적 정치와 조직을 건설하라는 이런 레닌의 전술적 기예를 노정신과 사노신은 이해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노정신과 사노신은 '조직 통합이 곧 단결을 가져온다는 것은 조직형식주의'라며 통합 반대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직 형식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바로 이들 자신이다.
이들은 조직 형식의 통합이 곧 "투쟁을 가로막고 통제"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통합으로 정규직 지도부의 관료적 통제가 더 커질 거라는 의심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직 형식의 분리가 아니라 현장의 독립적 운동이었다. 따라서 조직 통합 속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의 강력한 단결 투쟁을 건설하는 게 필요했다. 그러나 조직 형식 통합마저 반대하다보면 조직 통합이라는 형식 속에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이라는 내용을 담아내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

효과적인 전술

실제로 기아비지회 투사들은 조직 통합에 대한 잘못된 태도 때문에 정규직·비정규직 단결을 강화하는 데 실패했다. 기아차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조가 문을 열어줬는데도 들어오지 않는 기아비지회의 태도가 납득할 수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한편, 더 힘있는 정규직 노조에게 보호받고 싶다고 생각한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기아지부로 직가입해 갔다. 이것은 이해할만한 생각과 행동이다. 노정신은 "어용 대의원과 업체 관리자들도 직가입을 선동"했다며 기아지부로 직가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우파와 사측의 조종에 놀아난 사람들 취급하지만 말이다.

결국 기아차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신과 오해가 커지고 있었고 기아비지회의 투쟁력과 조직력은 약화됐다. 그래서 점거 파업이 벌어지기 전 상황은 여러모로 노동자들에게 불리했다. 반면 지난 2년간의 '패배'를 통해 교훈을 배워서 이간질과 분열지배전략을 펼치며 호시탐탐 공격 기회를 노리던 사측에게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점거 파업을 지속하는 게 효과적인 전술이었는가는 진지하게 평가할 문제임이 명백하다. 여기서도 레닌은 우리에게 유용한 충고를 하고 있다. "우리가 아니라 분명히 적에게 유리할 때 싸움을 거는 것은 죄악이며, 혁명적인 계급의 정치 지도자가 분명히 불리한 싸움을 피하기 위해 '유연한 대응을 꾀하고 협조나 타협을 할'수 없다면 그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다."(83쪽)

레닌은 이런 예까지 들고 있다. "당신의 차를 무장강도들이 가로막았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은 그들에게 당신의 돈과 여권과 권총과 차를 건네준다. 그 댓가로 당신은 희희낙락하는 이 떼강도로부터 풀러난다. 바로 이것은 의심할 바 없이 타협이다. … 그러나 그러한 타협을 '원칙상 허용할 수 없다'고 선언하거나(비록 강도들이 또 강도질을 하는 데 그 차와 총을 사용한다 할지라도) 타협한 사람을 강도들의 공범이라고 부르는 상식을 가진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83쪽)

결국 "어떤 것이든 타협 일반의 허용 가능성을 거부하는 것, 그것은 진지하게 고려하기조차 어려운 어리석은 짓"이란 것이다. 따라서 8월 중순의 기아차 상황에서 정규직 조합원들의 공감을 얻는 더 강력한 투쟁을 건설하기 위해 전술상의 타협이 필요했다는 평가는 결코 "비정규직 지회에게 투쟁을 포기하라는 것"(사노신)이 아니다. 오히려 기아비지회의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 무엇이 더 효과적인 전술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이다.

좌익적인 유치함

혁명가들은 구체적 상황에서 투쟁 돌입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예컨대 맑스는 파리 꼬뮌이 벌어지기 전에는 부르주아 공화제에 맞선 파리 노동자의 봉기는 무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닌도 1917년 혁명 때 아직 소비에트에서 온건 사회주의자들이 다수인 상황에서 7월의 때 이른 봉기에는 반대했다. 물론 둘 다 막상 투쟁이 벌어졌을 때는 그것을 지지하면서 함께 투쟁했다.  

이런 맑스나 레닌의 태도를 노동자 혁명과 봉기 자체에 반대한 플레하노프와 비교하는 것은 황당한 비유일 것이다. 따라서 사노신이 최일붕 동지를 플레하노프에 비유한 것도 황당한 일이다. 더구나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전술적 고려가 필요했다는 최일붕 동지의 주장과 부르주아지와 계급협력을 위해 혁명을 중단해야 한다는 플레하노프의 주장은 명백히 다르다. 결국 이런 비유는 사노신이 정규직 노동자와 노조 지도부를 마치 부르주아지처럼 적대시하는 태도의 발로일 것이다.  

이 밖에도 초좌파적 종파주의는 노정신과 사노신의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정규직 노조 집행부를 단지 '노조 관료'라고 도덕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맑스주의에서 '노조 관료'는 도덕적 개념이 아니라 과학적 분석이며, 노조 지도부가 싸울 때는 그들을 지지할 수 있어야 하는 데 말이다.
이들에게는 노동조합 지도부(노조 관료)가 사실상 지배자들과 동렬에 있는, 심지어 더 우선적인 적처럼 비칠 지경이다. 실제로 이들은 최근 대선 국면에서도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기반이 돼 건설한 민주노동당을 주된 적으로 삼아서 공격하고 있다.  

레닌이 이런 초좌파적 태도를 이렇게까지 비웃었다. "이 얼마나 낡아빠진 낯익은 쓰레기 잡동사니인가! 이 얼마나 '좌익적인' 유치함인가!"(39쪽)
혁명가를 자처하는 노정신과 사노신은 위대한 혁명가인 레닌이 "볼세비즘의 온 역사가 유연한 대응, 협조, 부르조아지 정당을 포함한 다른 정당들과의 타협의 사례로 가득 차 있"으며 "부르주아 자유주의의 정치 지도자인 스뜨루베와[도] 공식적인 정치적 동맹을 맺었[었다]"(77쪽)고 쓴 것을 읽으면 놀랄 것이 틀림없다.

'초좌파'는 너무 좌파적이어서 더 이상 좌파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기아차에서 직가입에 반대하고 금속노조의 1사1노조 방침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바로 우파 현장조직들이다. 노정신과 사노신은 결과적으로 이들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기아차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투쟁보다 협상에 의존하며 정규직 조합원의 실리만을 추구하는 개량주의와도 맞서야 하지만, 이처럼 정규직 지도부나 노동자들과 단결을 위한 어떠한 타협도 거부하는 초좌파적 종파주의와도 맞서야 한다.

추수
 		2007-11-06 | 12:37:09 댓글 지우기
비정규직 (2007-11-06 10:07:36) x

우연히 사노신에 들어갔다가 이 글을 보고 긁어서 올려놓으려고 여기 들어왔더니, 벌써 누군가 퍼서 날랐군요.
사노신과 노정협은 지금 우리의 주적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보고 싸우길 바랍니다.



웃기지마 (2007-11-06 10:19:03) x

누가 주적인지 모르는 것은 다함께와 기아지부다. 적은 어용세력과 자본이다. 그런데 비정규직지회 해산을 선동하고 있는 자들은 누구인가? 기아지부와 다함꼐 아닌가?



주적은자본이다 (2007-11-06 10:42:29) x

기아지부, 다함께가 적입니까?
적과 아를 구분 좀 합시다.
진정으로 맞서 싸워야 할 현장우파들과 노정신,사노신 등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가 뭔지를 곰곰히 돌아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적인 자본이 누구의 주장을 더 두려워하겠습니까?



ㅋㅋ (2007-11-06 11:02:14) x

기아차란 나무에 붙어사는 기생충들 .. 성경책이 따로 없군 노동자가 원하는것이 무언지도 모르며 오직 사노맹신에 끼어맞추려는 얇팍한 지식의 한계..



어이없어 (2007-11-06 11:08:04) x

그러니까 비정규직지회 해산은 왜 주장하는가? 어용세력에 굴복하는 것 아닌가? 비정규직지회 해산을 누가 원하고 있는가? 그것을 정말 원하는 것이 어용들이라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왜 그 작자들이 직가입 캠페인을 계속하는 것에는 찬성을 했겠는가? 똑바로 상황을 직시하도록 해야 한다.



정규직 (2007-11-06 12:27:02) x

함께 연대해 온 정규직입니다. 비정규직지회 투쟁 관련해서는 기아차지부에 대한 입장이 명확해야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사내하청 투쟁, 특히나 기아차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의 투쟁은 사측과의 싸움이기도 했지만 17대 정상재 어용집행부부터 19대 집행부까지 관료적인 정규직 노조와의 투쟁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직가입이라는 것에 대해 어용들과 사측까지 붙어 조직을 하고 있는 것은 현장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버티고 있는 비정규직지회 집행부 동지들과 조합원들이 대단한 거지요. 핵심은 '비정규직지회라는 조직력과 생산타격력을 가진 비정규직과는 조직통합을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고, 대신 조직을 해산하고 힘없이 통제가능한 직가입에 대해서는 허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아차 현재 조직통합 현실에 대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함께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현장 상황에 대해서 너무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현 비정규직지회 1,2기 집행부 동지들은 동지들에게 이런 정도의 평가를 받을 만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군요. 이 동지들의 헌신적인 조직과 투쟁이 없었다면 다합께 동지들은 이런 평가조차 남기고 있지 못할 것 같습니다. 통합을깨고 구사대를 부른건 기아차지부였는데 어찌 투쟁해온 동지들에게 이런 평가들이 가능한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이런것이 정파간 싸움이겠지요. 안타깝습니다. 다함께 동지들은 현장에 대한 좀더 많은 고민과 학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진정한 노동자 학생들의 연대가 이루어지지 않겠습니까. 안타까운 마음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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